"제2의 케데헌 찾자"…K팝 스타트업에 뭉칫돈 넣는 벤처캐피털 [긱스]

작성일 09-09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엔터 새내기 기술력에 꽂혔다 '5억 스타' 플레이브 성장성 베팅 DSC인베, 버추얼 아이돌社 투자 트리플에스 배출 모드하우스 운용자산 상위社들서 210억 유치 S2엔터도 한투파 등서 52억 받아 "K팝 주도권, 해외 안 뺏기려면 정부 부처별 콘텐츠 정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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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벤처캐피털(VC)이 K팝 스타트업에 뭉칫돈을 넣고 있다. 과거 VC가 엔터테인먼트 투자에 소극적이던 것에서 180도 달라졌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K팝 콘텐츠의 성공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공연 수익 등 매출처가 확실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해 버추얼 아이돌을 제작하거나 블록체인을 활용해 팬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스타트업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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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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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에 전반적인 국내 K팝 생태계가 지식재산권(IP) 자체의 매력에 비해 아직 미성숙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태계의 주도권을 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이 주요 수익을 ‘통행세’처럼 가져가고 이 과정에서 국내 엔터 기업은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K팝에 꽂힌 벤처투자사
 “투자 검토에 반년 넘게 걸렸어요. 자체 IP 개발에 리스크가 컸습니다. 하지만 MZ세대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팬덤 문화와 결합했을 때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고 적중했죠.”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제작사인 블래스트에 투자한 DSC인베스트먼트 관계자 얘기다. 컬리 무신사 두나무 등을 초기에 발굴한 이 투자사는 블래스트 외에도 크리에이터 걸밴드 QWER을 만든 3Y코퍼레이션에 돈을 넣었다. 9일 회사 관계자는 “투자 검토부터 집행까지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며 “업계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지금 플레이브와 QWER은 실험을 넘어 시장 주도 사례로 자리 잡았다”고 자평했다. 플레이브는 미니앨범 초동 판매량 100만 장, 유튜브 누적 조회수 5억 회를 돌파했다.
 과거 K팝 등 문화 투자는 VC업계에서 비주류였다. 수익 구조가 다양하지 않고 피벗(사업 모델 변경)이 쉽지 않다 보니 리스크가 컸다. 대형 기획사가 아닌 작은 스타트업이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이 내놓은 K팝 그룹이 글로벌 IP로 성장한 사례가 나타나자 벤처 자금이 몰리고 있다.
 걸그룹 트리플에스를 배출한 엔터 스타트업 모드하우스는 최근 21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운용자산(AUM) 기준 국내 상위 VC 열 곳 중 네 곳이 투자에 참여했다.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리는 키스오브라이프 기획사 S2엔터테인먼트도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52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크릿벤처스는 국내 힙합 크루 DPR 이안이 크리에이티브 부문을 이끄는 리짐인터내셔널에, 스틱벤처스는 동방신기 출신 김재중 씨가 설립한 인코드에 돈을 넣었다.
 ◇자체 기술력 더해 차별화
 과거 K팝 아티스트의 글로벌 진출은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많았다. 현지 유통과 마케팅비 등 들어가는 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엔터 스타트업도 자체 기술력과 독창적인 기획 능력으로 경쟁력을 구축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모드하우스가 제작한 아이돌의 팬은 유닛 멤버 결정부터 타이틀곡, 앨범 재킷, 뮤직비디오 촬영 등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멤버별 포토카드를 구매해 투표권으로 교환한 뒤 전용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투표한다. 트리플에스 첫 타이틀 곡 결정에 6만 표, 팬덤명을 정하는 데 9만 표가 몰렸다.
 버추얼 아이돌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실시간 3차원(3D) 모션캡처와 페이셜 트래킹 기술 발달로 실제 사람처럼 노래, 춤, 대화가 가능해졌다. 토크쇼나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수 있다. 고화질 라이브 스트리밍과 VR 환경의 공연 연출 비용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블래스트와 23세기아이들 등의 스타트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케데헌의 인기도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가 아니라 가상 아이돌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했다.
 ◇“K팝 생태계 정책 바닥부터 점검을”
 일각에선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IP를 글로벌로 뿌리기 위한 자본력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 엔터 스타트업이 조달하는 투자금은 통상 라운드당 수십~수백억원 규모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대형 자본을 갖춘 플랫폼에 유통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스타트업이 K팝 전용 영상 플랫폼 등에 도전하고 있지만 글로벌 공룡이 이미 자리 잡은 시장이다 보니 아직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빠르게 팬덤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K팝 생태계 구축의 주도권을 해외 기업에 뺏길 가능성도 언급된다. 넷플릭스는 최근 미국 특허청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이름으로 상표권을 출원했다. 음원은 물론 케데헌 장난감, 의류, 가정용품 등을 팔 수 있다. 슈퍼 IP가 제작하는 굿즈 등 파생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다. 한국도 IP와 플랫폼, 상품 제작 시스템을 아우르는 탄탄한 K팝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상당수는 중소·스타트업이기에 해외 진출과 플랫폼 활용에 지원이 절실하다”며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콘텐츠 정책을 제대로 점검해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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