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미스터리’ 특정 동네서만 뚫린 소액결제

작성일 09-09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원인·과정 오리무중 석연치 않은 점 투성이 복제폰 가능성도 제기 정부·경찰 합동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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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소비자가 9일 서울 사내 한 KT 판매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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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특정 지역에서만, 그것도 소액을 노린 휴대폰 범죄가 잇따라 일어났을까. 누가 어떻게 인증 절차를 우회해 이런 범행을 벌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한 둘이 아니다. 8월 말부터 경기 광명·부천과 서울 금천구 등에서 KT 가입자에게 발생한 소액결제 해킹 사건 얘기다. 이 사건은 그야말로 미스터리 그 자체다. 피해자들의 얘기는 모두 비슷하다. “인증문자를 받지 않았는데 새벽 시간대에 나도 모르게 소액결제 한도가 상향댔고, 상품권 결제가 이뤄졌다”고 호소한다. KT라는 대형 통신사를 상대로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할만한 해커집단이라면 큰 돈이나 대규모 개인정보를 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신고된 피해 금액은 9일까지 광명경찰서 3800만원, 금천경찰서 780만원, 부천 소사경찰서 411만원으로 약 5000만원에 그친다. KT는 이번 사건은 해킹이 아니라고 주장하다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사이버 침해를 신고했다. 정부는 9일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조사단은 과기정통부 2명, KISA 4명, 민간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됐다. 사건의 원인과 전개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 만큼 자문단도 별도 운영해 기술적·정책적 조언을 받을 계획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 소액결제 스미싱 사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복제 유심’ 방식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하고 있다. 누군가가 이미 KT의 유심 정보를 털었다면 복제폰을 만들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인증문자를 받아 소액결제로 상품권을 샀다는 것이다. 김용대 카이스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통신사 서버에서 가입자 인증키가 유출됐다고 가정하면 해커가 복제 유심을 만들어 정상 단말기로 위장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피해자 휴대폰은 자동으로 끊기고, 해커 쪽 단말로 결제 인증이 넘어가 피해자가 문자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해커가 피해자와 같은 기지국 범위에서 접속할 경우 통신사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조차 이를 정상 이동으로 인식해 차단하지 못하다는 얘기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김 교수는 “복제폰이 같은 기지국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이상 징후 탐지를 피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광명 등 특정 지역에서만 피해가 집중된 이유도 설명된다”고 분석했다. 다른 가능성으로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나 가짜 기지국을 통한 도청 등이 거론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낮다고 본다. 아이폰 이용자도 피해 대상에 포함돼 있어 단순 악성 앱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가짜 기지국은 장비 비용 크고 난이도가 높은데 그에 비해 범죄 규모가 너무 작다는 이유다. 비대면 개통이나 본인인증 과정에서 허점이 있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기혁 중앙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인증 3단계 과정에서 허점이 있었을 수 있는데 범인이 알뜰폰이나 비대면 개통 방식을 활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스터리는 경찰 수사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나오기 전까지는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가 너무 적어 통신사 내부 전문가들도 원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사단의 정밀 분석이 나와야 진상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 기자 silkni@dt.co.kr, 임성원 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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