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다투는 美中 출신 연구자가 한국에 온 사연

작성일 09-10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IBS 복소기하학연구단 외국인 연구자들 "황준묵 단장에게 배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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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지난달 19일 만난 IBS 복소기하학 연구단의 벤저민 B. 맥밀런 선임연구원과 데이비드 사이크스 박사후연구원은 미국에서, 궈레이 중 선임연구원은 중국에서 왔다. IBS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10/dongascience/20250910134951537ignh.jpg" data-org-width="680" dmcf-mid="5o35uuRuMn"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0/dongascience/20250910134951537ignh.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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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9일 만난 IBS 복소기하학 연구단의 벤저민 B. 맥밀런 선임연구원과 데이비드 사이크스 박사후연구원은 미국에서, 궈레이 중 선임연구원은 중국에서 왔다. I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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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연구개발(R&amp;D) 예산 대폭 확대, 과학기술 인재 유치 및 유출 억제 등 과학계 현안을 공격적으로 풀어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문제는 과학기술 인재의 해외 유출이다. 인재 유출은 비단 최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유출을 억제하기 위한 처우 개선과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출범한 지 5년 된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소기하학연구단은 이같은 문제들에 대한 해답의 단서를 제공한다. 복소기하학연구단 전체에 외국인 연구자들이 절반 가량 차지한다. 이들 중에는 과학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에서 온 연구자들도 있다. 이들은 자국의 연구환경도 좋지만 "황준묵 단장에게 배우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 입을 모았다. 
 복소기하학연구단을 이끄는 황 단장은 전 세계 복소기하학과 대수기하학 분야를 선도하는 수학자로 평가받는다. '복소기하학'은 실수보다 더 큰 집합인 복소수로 표현되는 공간을 연구하는 수학 분야, '대수기하학'은 대수적 방정식으로 정의되는 도형을 연구하는 분야다. 현재도 연구단 전체 약 20명 중 절반인 10여 명이 외국인일 만큼 외국인 연구자가 연구하고 싶은 '꿈의 공간'이다.  
 이날 만난 벤저민 B. 맥밀런 선임연구원과 데이비드 사이크스 박사후연구원은 미국에서, 궈레이 중 선임연구원은 중국에서 왔다. 모두 한국에 정착한 지 3~5년 됐다. 이들은 "IBS를 선택한 이유는 '사람'으로 한국에서 세계적인 수학자에게 배우고 싶었다"며 "연구 방향부터 소통 방식까지 귀중한 배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궈레아 연구원은 "황 단장, 이용남 부단장과 토론하면 언제나 열매가 맺힌다"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 황 단장이 던지는 '질문'에 끌려 
 미국 노트르담대와 서울대 교수를 거쳐 1999년부터 고등과학원 교수를 역임한 황 단장은 독창적인 방법론을 개발해 기하학계의 여러 난제를 해결했다. 1999년 대수기하학, 복소기하학, 미분기하학에 걸쳐 있는 난제 ‘라자스펠트 예상’을 일부 증명하며 국제 수학계에 이름을 알렸고 1997년부터 2005년까지 '균질공간의 변형 불변성' 증명을 완성했다. 균질공간의 변형 불변성이란 군의 작용에 의해 공간의 모든 점이 서로 대칭적으로 보이는 공간인 '균질공간'을 변형해도 본질적으로 균질공간으로 남는다는 성질이다. 
 기하학을 연구하는 수학자들은 세상의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한다. 황 단장은 여러 난제를 해결해 공간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황 단장은 2010년 국가과학자로 선정됐다. ‘필즈상’ 시상식이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2006년 대수기하학 및 복소기하학 분과 초청강연을 했으며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에서는 기조강연을 했다. 세계수학자대회에서 기조강연자로 선정된 것은 필즈상을 받은 것만큼이나 높은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022년 2년간 수학계 노벨상인 '아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고 수학 관련 국제학술지 중 가장 역사가 오래 된 ‘크렐레 저널’을 비롯한 저명 학술지의 편집인을 맡는 등 국제 수학계에서도 리더 역할을 해오고 있다. 
 기하학적 구조의 국소적 동치(local equivalence)를 연구한다는 맥밀런 연구원은 "복소기하학 연구단에서 제 연구 분야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으로 훌쩍 떠났다"고 말했다.
 국소적 동치란 두 기하학적 구조가 국소적인 영역에서 서로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같은 구조를 가진다는 것을 뜻한다. 황 단장이 이끄는 복소기하학 연구단은 기하학을 넘어 미분기하학, 대수기하 등을 넘나들며 난제를 해결하고 있다. 미분기하학은 곡선이나 곡면 같은 기하학적 대상을 미분과 적분 같은 해석학적 도구를 써서 연구하는 분야다. 
 기하학적 구조와 대상의 대칭을 연구하는 사이크스 연구원은 "수학에서는 문제에 따른 답을 아는 것만큼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황 단장이 던지는 질문이 연구를 나아가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쉽게 말하면 특정 구조 A, B가 있을 때 B 안에 A를 호환되게 넣어야 하는 흥미로운 질문을 황 단장으로부터 받았고 연구 커리어의 새로운 주제를 얻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맥밀런 연구원은 "연구방향, 연구 주제 우선순위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며 "단장이 연구자 한 명 한 명의 성장에 진심으로 신경쓰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 연구원도 "고심하던 수학 문제에 대해 황 단장이 접근 방식 영역에서 많은 조언을 건넸다"고 말했다. 황 단장은 "신진 연구자가 아닌 한국에서 긴 안목을 가지고 연구를 할 수 있고 연구 방향 전환에 대해 고민하는 연구원을 선발해 연구단 안에서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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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황준묵 단장. IBS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10/dongascience/20250910134952792kpie.jpg" data-org-width="680" dmcf-mid="1z82xxDxni"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0/dongascience/20250910134952792kpie.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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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준묵 단장. I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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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 단장과 질문을 주고 받기 위해 복소기하학연구단으로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수학자들도 연구원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 맥밀런 연구원은 "연구단은 늘 다양한 방문 연구자들로 활기를 띠고 있어 토론과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며 공동 연구를 시작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평했다. 황 단장은 유명한 수학자뿐 아니라 흥미로운 연구를 하는 신진 수학자를 한국으로 초청한다. 
 ● '함께하는 점심'이 수학 대화 유도 
 IBS 모든 연구단의 강점은 단장이 연구주제와 연구단 방향을 자율적으로 정하고 연구단을 이끌어 최대 성과를 내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모델에서 착안한 것이다. 황 단장이 출범 초기부터 가장 강조하는 건 '함께하는 점심'이다. 함께하는 점심은 되도록 매일 모든 연구원이 같이 점심을 먹는 규칙이다. 
 황 단장은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수학에서 자칫 잘못하면 수학자가 '고립'에 빠지기 쉽다"며 "현대 수학에서는 공동 연구가 굉장히 중요한데 공동 연구도 누군가를 만나야 시작되지 않겠냐"며 함께하는 점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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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2023년 리트릿에서 진행된 강연 모습. IBS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10/dongascience/20250910134954040uknn.jpg" data-org-width="328" dmcf-mid="tFIrSSuSeJ"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0/dongascience/20250910134954040uknn.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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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리트릿에서 진행된 강연 모습. I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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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크스 연구원은 "함께하는 점심 시간에 수요일의 경우 무작위로 3~4명씩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게 된다"며 "소규모로 모이게 되면서 연구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연구단은 여수, 청송, 전주 등으로 떠나 낯선 장소에서 연구내용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는 '리트릿(retreat)'을 진행하기도 한다. 
 황 단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복소기하학연구단을 맡으면서 대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당시 수학자를 한국에 초청할 수 없었고 바로 옆에서 다른 수학자와 대화를 나누지 못하며 수학이라는 학문에서도 점점 고립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수학 논문은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 길고 저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학회나 강연이 끝나고 수학자들은 서로의 연구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이해의 폭을 넓힌다. 
 황 단장은 연구소에 머무는 사람들이 함께 점심, 저녁을 먹도록 권장하는 독일 오버볼파흐 수학연구소 사례를 차용했다. 황 단장은 "연구단에는 이용남 단장을 비롯해 김성연, 홍재현, 황동선 등 외부에서 교수급인 시니어 연구자들이 적지 않은데 더 젊은 연구자들이 이들과 대화를 하며 연구방향을 잘 잡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단장의 명성과 '뚝심'이 합쳐져 복소기하학 연구단은 학계에서 주목 받는 성과를 계속해서 내고 있다. 기하학에서 머물지 않고 조합론, 동역학, 편미분방정식 등을 넘나들며 난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조합론에서 오래된 문제 중 하나인 ‘스탠리-스텀브리지 추측’을 특정 그래프에 대해 기하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사용된 기하학적 대상인 '헤센버그 다양체'와 관련한 연구결과가 표현 공간을 연구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 수학자 루이스 니렐버그, 도날드 스펜서가 1960년에 제기한 복소부분다양체의 변형 문제를 부분다양체의 모임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해 새로운 미분기하학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부분다양체란 큰 다양체 안에 든 작은 다양체, 복소부분다양체는 복소수 구조를 지닌 공간에서의 부분다양체를 가리킨다. 개별 대상이 아닌 전체 집합을 연구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다루는 길을 연 것이다. 복소기하학연구단은 곡선과 공간의 숨은 성질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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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연구 이야기를 나누는 연구원들. IBS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10/dongascience/20250910134955273rtki.jpg" data-org-width="680" dmcf-mid="F6APiiIid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0/dongascience/20250910134955273rtki.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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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이야기를 나누는 연구원들. I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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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연구원들은 기초과학에 대한 한국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에 놀랐다고 말했다. 사이크스 연구원은 "과거 호주에서 연구할 때 머무르던 대학에서 수학과를 '데이터사이언스 학과'로 바꾸려고 할 정도로 수학에 대한 관심이 적다고 느꼈다"며 "한국에서 수학연구를 위해 커피, 식사 그리고 연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주는 것만으로도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맥밀런 연구원은 “IBS 비전인 ‘인류와 사회를 위한 발견(Making Discoveries for Humanity &amp; Society)’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한국에서 배운 연구를 바탕으로 인류에 도움되는 연구를 하는 수학자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 연구원도 "황 단장과 다른 연구원으로부터 얻은 아이디어와 토론 방식을 이용해 연구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며 "한국을 중심으로 생긴 수학 네트워크가 수학계를 선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단장은 "연구단 출범 이후 5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며 "지금처럼 연구원 개인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주제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며 이런 주제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큰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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