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고추·복숭아' 넣은 연극의 비밀, 한국사회 민낯 담다 작성일 09-14 30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공놀이클럽의 두 번째 이야기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PoKQzNTNui"> <p contents-hash="e0ef93468bf39eb1c97b64f3962af418679d3ee6c32eb68da937cfac837747e2" dmcf-pid="Qg9xqjyj0J" dmcf-ptype="general">[이규승 기자]</p> <p contents-hash="b712051626ec9795aca0d7a1d2b9be0736c07eee54a9956bd78b0aa3674605a5" dmcf-pid="xa2MBAWA3d" dmcf-ptype="general">"작년 이맘때 처음 올렸던 그 연극이 일 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습니다. 같은 듯, 다른 듯, 더 장난스럽고 더 단단해졌습니다. 배우들은 공연 내내 옷 갈아입고, 역할 바꿔치기하고, 관객은 순간순간 '어…?' 하게 되는… 그런 연극이에요. 퀴어 이야기고, 가족 이야기고, 결국 우리 얘기인데 심각해지기보단 농담처럼, 그러다 불쑥 진심처럼 다가옵니다."</p> <p contents-hash="f0c312d23b4294aa5c32a141c0b1e8f1084bdb9d57b58a6f2459fb98075b96ef" dmcf-pid="y3OWwUMU0e" dmcf-ptype="general">강훈구 연출가가 SNS에 남긴 이 짧은 문장을 보았다. 이보다 더 이번 작품을 정확히 요약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농담 같다가도 불현듯 진심으로 다가오고, 장난 속에서 단단한 울림을 빚어내는 무대.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마주한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서동민 작, 강훈구 연출)은 그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p> <div contents-hash="7324668db9ac9ae7d5f6a8a06510a0d4b353263824ef491062b69b068fc77aba" dmcf-pid="W2Hpy4j4UR" dmcf-ptype="general"> <strong>무대와 서사의 출발 – 고추 말리는 여름날의 냄새, 복숭아향 립스틱</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1ed7f5b3d3f7f7d0abb427f117ff3d8bedaa3c65b6faaed7d18b2d8cf2eb1361" dmcf-pid="YVXUW8A87M"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14/ohmynews/20250914175402900uliq.jpg" data-org-width="1280" dmcf-mid="4qU2FJOJ3o"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4/ohmynews/20250914175402900uliq.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공연장면</td> </tr> <tr> <td align="left">ⓒ 한국문화예술위원회</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2178a6e1ffc60ec51db9108f2a5dc501a664a81a3fcb346f2409fc20b2e743b3" dmcf-pid="GfZuY6c6ux" dmcf-ptype="general"> 무대가 열리자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배경은 2010년, 조만간 재개발을 앞둔 은평구 수색동의 낡은 빌라였다. 노란 장판, 빛바랜 촌스러운 이불, 시간을 뛰어넘는 양철 쟁반, 그리고 무대 단상 아래 널린 붉은 고추들. 오래된 여름날, 눅눅한 냄새가 코끝에 스미는 장치들은 곧 작품의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div> <p contents-hash="e19ed440929d20cbf5d82c9ec1fa5a33c1752b426cb143934f54f3e29612e9b9" dmcf-pid="H457GPkPzQ" dmcf-ptype="general">서동민 작가는 "여름이면 언제나 고추 말리는 냄새가 진동했다. 가족 중 누구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묵묵히 견뎌야 했다. 그것이 곧 가족의 힘이었다"고 회상한다. 그의 기억은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났다. 여기에 복숭아향 립스틱이 더해서. "여자라면 다 안다"며 건네진 립스틱 향기의 기억은, 작가에게 배제와 경계의 감각으로 남았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에는 '고추'와 '복숭아'라는 한국 사회의 성별 상징이 동시에 배치하게 됐다.</p> <p contents-hash="5b689c18da1f4bc3055710b53c59ceab6cefaa41f7f2631b9ae3cd350e349077" dmcf-pid="X81zHQEQFP" dmcf-ptype="general">무엇보다 필자에게 흥미로운 사실은 이 연극이 1992년에 방영된 화제의 MBC 드라마 <아들과 딸>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남아선호사상이 깊게 뿌리내린 사회에서, 아들이라는 이유로 사랑과 특권을 독차지하고,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희생을 강요당하는 현실을 파헤친 오래 전 드라마다. <아들과 딸>의 주인공 미득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었던 억압과 모순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은빈이 가족 안에서 겪는 부조리와 정확히 맞닿았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이번 무대는 여기에 퀴어 정체성이라는 새로운 층위를 더해 '아들과 딸'의 오래된 서사를 2025년의 언어로 다시 쓰고 있다는 점이다.</p> <p contents-hash="a3893875ed0dabf89ea7da3e7a4d30431ab0419072ccceac2e060907d7550098" dmcf-pid="Z6tqXxDxz6" dmcf-ptype="general">주인공 은빈은 재수생이다. 그는 원광대 치대에 합격해 독립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자 탈출구다. 그러나 가족은 늘 그를 옭아맨다. 우악스럽게 쌍욕을 달고 사는 할머니(복자 역), 남편과 사별한 뒤 아들에게 집착하는 엄마(미희 역), 모든 편애와 관심의 중심에 있는 오빠(규빈 역). 은빈은 늘 뒷전으로 밀려난다.</p> <p contents-hash="d440c81d8c38f186f0447cdee11e60023c7cc2fc441359b9bcdde720dae70a34" dmcf-pid="5PFBZMwM08" dmcf-ptype="general">"있잖아. 우리 오빠가 내 립스틱 쓴 거 같아."</p> <p contents-hash="7edec3cdd835cf1ab65f859bcd5638fa8b66af10984c48a1d06d5992e2c82156" dmcf-pid="1Q3b5RrR34" dmcf-ptype="general">하지만 어느 날, 아껴 두었던 복숭아향 립스틱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어릴 때부터 '세일러문'을 좋아하고 머리가 긴 규빈이 떠오른 순간, 은빈의 일상은 균열을 맞는다.</p> <p contents-hash="157f676e452dd82ca9c0998cda70280aadb8910d3e1fb0377450bfbfca075ef3" dmcf-pid="tZDlAt8tzf" dmcf-ptype="general">이 작품은 서울연극센터 플레이업(play-up) 아카데미 창작워크숍을 통해 초고가 발굴됐다. 이후 2023년 국립극단 낭독 공연과 희곡개발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무대로 완성됐다. 이러한 창작 여정은 단순한 개인의 서사를 넘어서 동시대 한국 사회의 가족과 젠더 문제를 탐구하는 집단적 실험의 과정이기도 발전했다.</p> <p contents-hash="d1b44c74c9a5c24c08ba247a6227df44a99797fdd1a2eb03d5eb164678020569" dmcf-pid="F5wScF6F3V" dmcf-ptype="general">이 작품엔 고정된 배역이 없다. 무대에 오른 네 명의 배우들은 할머니, 엄마, 오빠, 딸을 수시로 오가며 얼굴을 맞바꾼다. 처음엔 얼굴에 집중하기에 그들이 주고받는 대사들이 낯설지만 곧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배우보다 역할로 가슴 속에 다가온다. 또한 가족이라는 얽힘은 단일한 인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도 덤으로 알게 된다.</p> <p contents-hash="8cc9b3ffb534f9b754b7e6742780a24028c55751f8feb383b68206969cc596f8" dmcf-pid="31rvk3P3u2" dmcf-ptype="general">억압과 욕망, 배제와 사랑은 하나의 얼굴 안에서 끊임없이 겹친다. 강훈구 연출가는 "배역 전환이야말로 가족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재연에서 이 기법은 필자가 지난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 관람했던 초연보다 한층 더 세련되게 다듬어졌음을 눈치챘다.</p> <div contents-hash="a1017ab63604e3f208812f05757ceeaa30f1529493feff53f5344ead42033f0b" dmcf-pid="0tmTE0Q079" dmcf-ptype="general"> <strong>퀴어 서사의 울림 – 재연이 남긴 위안</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3078e90b0aa0aa1aa9a84191ce5d6ad8603d3a79d2d37684f001b50db40383cb" dmcf-pid="pFsyDpxpzK"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14/ohmynews/20250914175404254wvmm.jpg" data-org-width="1280" dmcf-mid="85eNQC0Cu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4/ohmynews/20250914175404254wvmm.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커튼콜</td> </tr> <tr> <td align="left">ⓒ 필립리</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d5caa3b87a3ac4e5418b2548d0bdbe7bc17d6abf28f5c0c01874accb5851b4f" dmcf-pid="U3OWwUMUub" dmcf-ptype="general">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은 단순한 퀴어극으로 보기 힘들다. 그것은 가족의 이야기이자,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포장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연극계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2025년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을 비롯해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상 '심사위원 특별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며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이런 이력은 작품이 지닌 예술적 완성도와 사회적 울림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수단이다. 그래서 이번 재연은 그 성취 위에서 더 단단히 빛을 발휘했다. </div> <p contents-hash="4a223db97db0f6eead7ffabf9fc4a362adcd1eadbe559333aa1e746c647ccd36" dmcf-pid="u0IYruRu3B" dmcf-ptype="general">무대 위에서 열연한 배우들의 호흡도 무르익었다. 김솔지, 남재국, 류세일, 박은경 등 네 명은 110분 동안 무대를 여유롭게 이끈다. 사전에 다소 우려했던 수시로 전개되는 의상 퀵체인지조차 단순한 전환장치가 아니라 감정을 몰입시키는 효과로 차고 넘쳤다. 초연 때는 놀라움으로 끝났던 방식이 이번에는 보는 이의 공감과 성찰로 거듭난 것은 분명했다. 무엇보다 네 배우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다. 모두가 은빈의 의상으로 바꿔 입은 장면이 이 작품의 백미였다. 소외된 막내의 처지를 공감의 자리로 끌어올리며 몇 배의 울림으로.</p> <p contents-hash="b860a20b5f9771dea63b4dc605381097ea30a5cb4c3e1fc2b55a4b1a11155efb" dmcf-pid="7pCGm7e7pq" dmcf-ptype="general">후반부로 갈수록 시대적 풍자와 울컥하는 감정을 동시에 불러온다. 아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긴 머리를 자르는 어머니, 성별 전환을 연상하는 핑크 옷상자를 내던지는 절규하는 할머니는 15년 전 당시 성소수자를 둘러싼 사회 정서를 여과 없이 재현했다. 폭소와 눈물이 교차하는 순간, 관객은 단순히 특정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민낯을 대리 체험했을 것이다.</p> <p contents-hash="5ad769e95c55c94b1bb1da1f0551e35430ebd26a91f5ee3272e0df0297b28fe8" dmcf-pid="zUhHszdz3z" dmcf-ptype="general">이 모든 과정은 서동민 작가의 섬세한 대사와 디테일한 소품 리서치, 강훈구 연출가와 창작진의 치열한 고민이 빚어낸 결과다. 심지어 공연장으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연극의 주요 배경인 세일러문의 소장품으로 가득한 소품들을 전시함으로써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시대상을 반영한 메이크업과 의상, 캐릭터별 어투와 몸짓은 관객에게 생생히 전달된다. 객석은 당시에 유행했던 아이라이너와 립스틱 색상에도 강렬한 동조를 보내 극의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p> <p contents-hash="4acaabe0cb781570e69c2c3f3a408dfe9799f1d55f1baca8740d4236a63b7e5d" dmcf-pid="q7SZIBiB37" dmcf-ptype="general">결국 이번 재연은 초연의 신선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감정의 깊이를 더해 '숙성된 무대'로 다시 태어났다. 관객은 극장을 나서며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떠안았다. 장난처럼 다가왔다가도 불쑥 진심이 되고, 농담 같다가도 오래 남는 울림으로 변하는 순간,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은 왜 연극계가 그토록 주목했는지 토를 달 수 없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은빈과 규빈이 함께 남긴 마지막 한마디가 우리의 귓가를 울린다. 이 모든 메시지를 응축한 선언처럼 관객의 가슴에 오래 머문다.</p> <div contents-hash="e75bd77722246aa6f47fc3ad5f2ee7362951b0a3583dd3e4d4695b83158eecc9" dmcf-pid="Bzv5Cbnbuu" dmcf-ptype="general"> "우리 같이 나가자."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3d7f1ab354499b4ab1f393cbf5995b63e05d73623192699d1c1126261a69a43c" dmcf-pid="bqT1hKLKpU"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14/ohmynews/20250914175405573glsl.jpg" data-org-width="1280" dmcf-mid="6gkCN5f5pn"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4/ohmynews/20250914175405573glsl.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공연장면</td> </tr> <tr> <td align="left">ⓒ 한국문화예술위원회</td> </tr> </tbody> </table>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연년생 두 아들 안고 美 이민…韓 귀국 2년만 첫째 사망 비극 ('인간극장') 09-14 다음 이순실, 시댁서 마을잔치 개최 (‘사당귀’) 09-1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