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찾아 ‘타향살이’ 5년… 태극마크 달았다 작성일 09-22 56 목록 <b>럭비 국가대표 이모시 라바티</b><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9/22/0003930477_001_20250922005323317.jpg" alt="" /><em class="img_desc">처음으로 한국 럭비 국가대표팀 소집 훈련을 마치고 팀에 복귀한 이모시 라바티가 18일 인천 남동구 현대글로비스 훈련장에서 럭비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럭비 강국 피지 출신으로 열여섯 살 때 혈혈단신 한국에 온 이모시는 “한국에서 첫겨울을 나고, 존댓말을 배우는 게 어려웠다”며 “향수병은 전혀 없고, 쉬는 날엔 형들과 국밥 맛집을 찾아다닌다”고 했다./장경식 기자</em></span><br> 지난 18일 인천 남동구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 20여 거구가 스크럼을 짜고 몸과 몸을 부딪치자 ‘퍽’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는 듯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선수는 191cm 110kg, 당당한 체격의 ‘피지 청년’ 이모시 라바티(22·등록명 이모시)였다. 그가 두 팔을 단단히 걸고 상체를 숙인 채 힘을 싣자 만만치 않은 덩치의 현대글로비스 럭비단 동료들이 쇳덩이가 굴러가듯 밀려났다.<br><br>“고생하셨습니다!” 훈련이 끝나자 이모시는 ‘수줍은 막내’로 돌아갔다. 선배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또렷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그는 형들이 인터뷰하는 장면을 볼까 봐 두리번거리며 부끄러워했다. 한국 럭비 선수들은 보통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까지 마친 뒤에 실업 팀에 들어오는데,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입단한 이모시는 3년 차에도 여전히 가장 어리다.<br><br>“작년 말 피지에 가서 한국에서 배운 대로 인사하니 어머니가 ‘이젠 진짜 어른 같다’고 칭찬해주셨어요. 5년 동안 존댓말과 한국식 예절을 익힌 덕분이라 생각합니다.”<br><br>이모시가 한국을 처음 찾은 것은 열여섯 살이던 2019년 12월이었다. 럭비는 5년간 한 나라의 등록 선수로 뛰면 해당 국가 대표 자격을 얻어 세계럭비연맹(World Rugby)이 주최하는 월드컵 등 국제 대회에 나갈 수 있다. 일본이 이 제도를 활용해 뉴질랜드와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피지 등 럭비 강국 출신 선수들을 대거 영입, 2019년 월드컵 8강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참고한 서울시럭비협회는 그해 피지를 방문해 선수들을 물색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9/22/0003930477_002_20250922005323568.png" alt="" /><em class="img_desc">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em></span><br> 인구 90만명의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는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7인제 럭비를 연달아 제패한 세계적인 강호. 리우올림픽 우승 당시엔 피지 정부가 공휴일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축제를 열기도 했다. 열세 살 때 그 장면을 보고 ‘나도 럭비로 성공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던 이모시는 3년 뒤 한국에서 ‘코리안 드림’에 도전장을 냈다. 서울사대부고 진학을 결정한 그는 “당시 한국에 대해선 손흥민 정도밖에 몰랐다”며 “작은 나라인 피지가 세계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을 보여준 만큼 나도 한국에서 성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br><br>‘혈혈단신’ 한국에 온 이모시는 낮엔 서울사대부고 동료들과 럭비 훈련에 매진하고, 밤엔 ‘가나다’부터 익히며 하루를 채웠다. 발성이 좋은 여성 래퍼 이영지의 노래가 그에겐 최고의 한국어 교재였다. 2020년 3월 고교 입학 후 코로나가 세상을 덮쳐 교실에서 많은 추억을 쌓지 못했지만, 이름 덕분에 ‘모찌(찹쌀로 만든 일본 떡)’라는 별명을 얻으며 친구들과 즐겁게 지냈다. 함께 한국행을 택한 피지 친구 둘은 부상과 향수병으로 결국 고향으로 돌아간 반면 이모시는 잘 버텨내며 2023년 고교 졸업 후 현대글로비스 럭비단에 입단했다.<br><br>그리고 지난 7일, 이모시는 드디어 한국 럭비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다.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7인제 대회를 대비한 대표팀 소집 훈련에 참가한 것이다.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린 그는 “훈련도 새로웠지만, 식당 메뉴가 정말 맛있어서 좋았다”며 “선수촌은 진짜 스테이크 맛집”이라며 웃었다. 평소엔 순대국밥이나 돼지국밥을 좋아해 자주 먹는데, 진천선수촌 식당에선 스테이크를 몇 번씩 가져다가 먹었다고 했다.<br><br>발목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아 항저우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 이모시는 다음 달 스리랑카 대회에서 대표팀 데뷔전을 치를 전망이다. 한국에서 5년을 뛰어 한국 대표로 각종 국제 대회 출전 자격을 갖췄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종합 대회에 나가기 위해선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 귀화 절차가 복잡해 당장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출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br><br>1998년과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15인제 금메달을 따며 아시아 최강을 다퉜던 한국 럭비는 이후 일본과 홍콩 등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그런 한국 럭비에 이모시가 희망이 될 수 있다. “제 가족은 피지에 있지만, 한국에서 새 형제가 많이 생겼습니다. 럭비는 팀원들과 형제가 돼야 하는 스포츠거든요. 저를 럭비 선수로 성장시켜 준 한국을 위해, 한국이 금메달을 따는 순간에 꼭 제가 함께하고 싶습니다.”<br><br> 관련자료 이전 [오늘의 경기] 2025년 9월 22일 09-22 다음 [스코어 보드] 2025년 9월 20~21일자 09-2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