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 줄까, 말까?” 상대 무너뜨리는 골퍼들의 ‘심리전’ 작성일 09-23 59 목록 <b>‘컨시드 전술’로 보는 라이더컵</b><br> “은갈치? 먹갈치?” 국내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익숙한 ‘컨시드(concede)’ 기준이다. 컨시드는 짧은 퍼트가 남았을 때 다음 샷을 그냥 성공한 것으로 동반자가 인정하는 약속인데, 그 ‘허용 범위’를 퍼터 길이로 정하는 것이다. 퍼터 헤드부터 반짝이는 샤프트 부분까지로 정하면 ‘은갈치’, 그립 끝까지 더 길게 인정하면 ‘먹갈치’다. 아예 홀컵 주변에 원으로 ‘컨시드 존’을 표시한 골프장도 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9/23/0003930680_001_20250923005228872.jpg" alt="" /><em class="img_desc">샘 번스가 2023년 3월 WGC 델테크놀로지 매치플레이 준결승에서 자신의 퍼터를 이용해 상대 스코티 셰플러의 공을 들어 올려 컨시드를 주고 있다. 번스와 셰플러는 26일 개막하는 라이더컵에 미국팀 멤버로 함께 출전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em></span><br> 스트로크 플레이 때 컨시드를 주고받는 아마추어와 달리 프로 선수의 컨시드는 매치플레이 경기에서만 볼 수 있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USGA(미국골프협회)와 영국 R&A는 ‘매치플레이 때 상대의 다음 스트로크, 홀, 경기 전체를 컨시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오케이(OK)” “대츠 굿(That’s good)” 같이 말을 하거나 제스처 등으로 명확하게 의사를 표시하면 된다. 단, 한 번 컨시드 의사를 밝혔으면 무를 수 없다. 혜택을 받는 쪽이 컨시드를 거부하는 것도 안 된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9/23/0003930680_002_20250923005229873.jpg" alt="" /><em class="img_desc">그래픽=양진경</em></span><br> 컨시드는 2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주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에서 열리는 미국과 유럽 간 ‘골프 전쟁’ 라이더컵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사흘 동안 2인 1조 또는 개인전으로 매치플레이만 총 28게임을 치르는데 양 팀 선수들이 어느 정도까지 컨시드를 인정하고, 전술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경기 초반엔 다소 먼 거리도 컨시드를 주다가 승부처로 판단되거나 상대가 흔들리는 기색이 보이면 짧은 거리에서도 퍼트를 시키는 게 대표적이다. 퍼트가 실패하기를 노리는 것보다 상대 선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해 경기 흐름을 바꾸려는 의도가 더 크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9/23/0003930680_003_20250923005230705.jpg" alt="" /><em class="img_desc">그래픽=양진경</em></span><br> PGA 투어 선수들은 ‘가죽 안쪽(Inside the Leather)’이라는 컨시드 기준에 익숙하다. 그립 부분을 제외한 퍼터 길이(60㎝ 안팎)로 우리나라의 ‘은갈치’로 생각하면 된다. 인심이 후한 선수는 1m 정도에서도 ‘OK’를 준다. 하지만 라이더컵에선 이런 기준은 의미가 없고, 컨시드로 감정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다.<br><br>지난 2021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라이더컵에서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약 80㎝ 파 퍼트를 컨시드받지 못하자 상대에게 퍼터를 가로로 들어 보이며 거리를 재는 듯한 동작을 했다. ‘컨시드를 왜 안 줬느냐’는 무언의 시위였다. 그런데 토머스는 전날 포섬 경기 때 욘 람-세르히오 가르시아(이상 스페인)에게 18인치(약 46㎝) 퍼트에도 컨시드를 주지 않았다. 1993년 라이더컵에서 닉 팔도(잉글랜드)는 미국의 종합 우승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폴 에이징어(미국)의 짧은 퍼트에 컨시드를 주지 않았다. 에이징어는 퍼트를 넣고서 “컨시드를 줬으면 훨씬 품위가 있었을 것”이라고 팔도를 저격했다.<br><br>잭 니클라우스(미국)가 1969년 라이더컵 마지막 18번홀에서 2피트(약 61㎝) 퍼트를 남긴 토니 재클린(잉글랜드)에게 컨시드를 준 것도 유명하다. 만약 재클린이 이 퍼트를 놓쳤다면 미국은 종합 성적에서 무승부가 아닌 승리로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 컨시드는 신사적인 스포츠맨십의 대명사처럼 남았는데, 당시 미국팀 단장 샘 스니드는 “우리는 친구를 사귀는 게 아니라 이기려고 출전한 것”이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br><br>미국과 유럽의 여자 골프 대항전 2015년 솔하임컵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의 ‘컨시드 사건’이 파장을 일으켰다. 페테르센과 맞붙은 앨리슨 리(미국)의 퍼트가 홀컵을 지나 45㎝ 정도에 멈췄고, 상대가 그린 밖으로 이동하는 듯한 모습에 그대로 공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페테르센이 갑자기 “난 컨시드를 주지 않았다”고 항의해 그 홀에서 승리했고, 경기도 이겼다. 이를 두고 “수치스러운 행동”이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페테르센은 결국 울면서 사과했다.<br><br>컨시드 전술이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확인되진 않는다. 미 골프 다이제스트는 “내가 남긴 퍼트가 내리막이거나 브레이크가 까다롭다면, 상대 퍼트가 더 길게 남았어도 동시에 컨시드 받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br><br><b>☞컨시드(concede)</b><br><br>상대의 남은 퍼트 거리가 짧아 성공 확률이 높아 보일 때 다음 샷을 성공한 것으로 인정하는 행위다. 영어로 ‘인정하다’란 뜻의 동사인데, 국내에선 명사처럼 통용된다. “오케이” 같은 말이나 제스처 등으로 명확하게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한 측면이 크지만, 매치플레이 경기 때 상대 선수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컨시드를 활용하기도 한다.<br><br> 관련자료 이전 [오늘의 경기] 2025년 9월 23일 09-23 다음 [스코어 보드] 2025년 9월 22일자 09-2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