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뛰어⑨] 7만 원 내고 뛴 하프 마라톤…최단 기록 경신에도 씁쓸했던 레이스 작성일 09-27 38 목록 ※덧붙이는 말<br>30대 여기자가 덜컥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합니다. 대회는 11월 2일, 격주로 준비 과정을 전해드립니다. 넉넉한 시간은 아니지만 [신현정의 일단 뛰어]는 30대 여기자가 반년 동안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는 과정을 전달합니다. 무모할 수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끝까지 해보겠습니다. 될 때까지 뛰는 겁니다.<br><br><b>◇하프 마라톤 1시간 53분 만에 완주…'대회 버프' 제대로 맞다</b><br>풀코스 대회 전 대회 공식 기록을 남기고 실전 경험을 익히기 위해 하프 마라톤에 참여했습니다.<br><br>20km 훈련은 이미 세 차례, 대회 전날에는 30km LSD 훈련을 소화했던 터라 완주 부담은 크지 않았지만, 내심 기록 욕심이 생겼습니다. 21km 개인 최단 기록은 2시간 6분, 목표를 2시간 이내로 잡았습니다.<br><br>'5, 4, 3, 2, 1, 출발!' 막상 카운트다운을 외치다 보니 심박수가 올라가며 김장감이 몰려왔습니다.<br><br>'몸이 풀리기 전까지 6분 30초 페이스로 유지하자‘는 굳은 다짐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버페이스(Overpace·평소 페이스보다 무리한 페이스)에 걸렸다간 레이스 후반 퍼져버릴 게 눈에 선했기 때문이었습니다.<br><br>하지만 양옆으로 다른 참가자들이 우르르 앞지르는 걸 보고 있던 탓인지, 두 다리는 출발부터 제 멋대로였습니다.<br><br>첫 1km 기록은 5분 32초. 평소였다면 매우 숨찬 상태로 뛴 페이스였습니다. 스스로 '낮추자, 천천히'라고 되새겼지만, 다음 1km는 더 빠른 5분 17초였습니다.<br><br>평소 페이스보다 최대 1분 이상 빨랐던 페이스. 두 다리는 멈추는 법을 잊는 듯했습니다. 러너들이 말하는 '대회 버프'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2/2025/09/27/AKR20250926093445BsH_01_i_20250927060110977.jpg" alt="" /><em class="img_desc">2025 어스마라톤 참가 중인 신현정 기자 대회에선 평소보다 페이스가 빨라진다는 '대회 버프' 덕에 개인 최단 기록으로 대회를 마쳤다.</em></span><br>공식 기록이 없어 출발 순서가 뒤 조에 배정되는 바람에 '병목 현상'을 뚫어야 하는 것도 페이스를 늦출 수 없었던 이유였습니다.<br><br>'2:00'라고 쓰인 풍선을 단 페이스메이커(일정 페이스로 달려 러너들을 이끄는 사람) 옆에 착 달라붙어 가자고 생각했는데,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습니다. 페이스메이커 양옆은 물론 앞뒤로도 많게는 러너 수십 명이 다닥다닥 붙어 달리고 있었습니다.<br><br>다른 러너들과의 거리가 좁다 보니 사고가 날까 '나중에 뒤처지더라도 공간을 확보하자'는 생각으로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br><br>장거리 러닝에서 필수인 급수와 영양 보충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8km 지점을 지난 뒤 에너지젤을 먹었는데, 어설프게 들이켜다 사레가 걸려버렸습니다. 한껏 말라버린 목에 기침을 계속하며 연습이 부족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br><br>급수 기회는 서너 번 있었지만, 첫 급수 때 다른 러너와 부딪힐 뻔한 이후로는 물 대신 미리 챙겨온 소금 사탕으로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여러모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첫 공식 대회였습니다.<br><br>하지만 차 없이 통제된 서울 도심을 두 다리로 달리는 경험은 꽤 뿌듯했습니다. 평소 교통 체증이 심한 마포대로는 경적 대신 러너들의 발 구름 소리로 채워졌습니다.<br><br>탁 트인 마포대로와 서강대로 위로 가을 하늘이 흩뿌리는 바람을 맞으며 초면인 응원단의 '화이팅'을 들었을 땐 정수리가 뾰족해지는 전율도 느꼈습니다.<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2/2025/09/27/AKR20250926093445BsH_02_i_20250927060110982.jpg" alt="" /><em class="img_desc">통제된 서강대교 위를 달리는 2025 어스마라톤 참가자들 대회를 위해 한 방향 차선이 완전히 차단된 서강대교. 차들 대신 러너들이, 경적 대신 발 구름 소리가 도로 위를 가득 채웠다.</em></span><br>그렇게 '대회 버프'를 받은 기록은 1시간 53분 05초, 평균 페이스 5분 18초로 평소 훈련 페이스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습니다.<br><br>5월부터 시작된 풀코스 도전기, 다섯 달가량의 훈련으로 절반의 성공을 이뤘습니다. 앞으로 꼭 한 달 뒤,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서 어떤 기록을 세울지 조금은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br><br><b>◇7만원 내고 접수했는데…최악의 대회로 남은 어스마라톤</b><br><br>지난주 내내 러닝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건 제가 참가한 2025 어스마라톤이었습니다. 2만여 명이 참가한 큰 규모였던 것에 반해 대회 운영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입니다.<br><br>크게 ▲참가자들의 개인 물품 보관 문제, ▲기록 오류와 배번표 재질 문제, 그리고 ▲부실했던 운영과 달리 높은 참가비용이었습니다.<br><br>우선 많은 참가자가 물품을 보관하는 데 혼란을 겪었습니다. 주최 측이 공지한 물품 보관 시간은 오전 5시 50분부터 6시 50분. 하지만 정작 보관 작업이 시작된 건 6시 10분이 지나서였습니다.<br><br>레이스 시작 지점은 광화문이었지만 종료 지점은 여의도였기 때문에, 짐을 실은 트럭이 여의도에 도착하려면 6시 50분에 출발해야만 하는 상황.<br><br>하프·10km 코스별로 트럭이 달랐지만, 안내가 부족해 마감 시간에 맞추지 못한 참가자가 속출했습니다. 결국 하프 코스 참가자가 10km 코스 참가자 전용 트럭에 짐을 부랴부랴 보관하거나, 아예 가방을 메고 레이스를 뛴 참가자도 있었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2/2025/09/27/AKR20250926093445BsH_03_i_20250927060110989.jpg" alt="" /><em class="img_desc">2025 어스마라톤 대회 시작 전 물품 보관 대기줄 하프, 10km 참가 종목별 물품을 맡길 수 있는 트럭이 달랐지만, 제대로 된 안내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혼선이 이어졌다.</em></span><br>결승선을 통과한 이후 짐을 찾는 과정도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자원봉사자나 주최 측 직원이 번호를 일일이 확인해 찾아주는 대다수 대회와 달리 참가자들이 여의도공원 한복판에 널브러져 있는 짐을 찾기 위해 바닥을 뒤지는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분실, 도난 위험도 컸습니다.<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2/2025/09/27/AKR20250926093445BsH_04_i_20250927060110994.jpg" alt="" /><em class="img_desc">여의도공원 한복판에 널브러진 참가자들의 짐들 참가자들은 자원봉사자나 주최 측 직원 안내가 없어 직접 짐을 찾아야 했다.</em></span><br>기록과 배번표 운영도 미흡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부 러너들 사이에서 스마트워치로 측정한 기록과 주최 측이 카운트한 기록이 2분 이상 차이가 난다는 항의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사실로 드러났습니다.<br><br>기록 칩이 부착된 배번표 재질도 대회와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달리면서 일부 참가자들이 배번표를 손에 쥐고 뛰는 광경을 목격한 뒤 제 배번표를 바라보니 4개 모서리 중 위 2개 모서리가 이미 떨어져 나간 상태였습니다.<br><br>환경 파괴를 최소화한다는 주최 측의 대회 운영 방침에 따라 배번표가 친환경소재로 만들어지다 보니 땀에 녹아 옷핀에 고정된 배번표가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한 겁니다.<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2/2025/09/27/AKR20250926093445BsH_05_i_20250927060111001.jpg" alt="" /><em class="img_desc">떨어져나가버린 배번표 배번표 모서리 4곳을 옷핀으로 상의에 고정했지만 배번표가 땀에 녹아 떨어져버리는 바람에 들고 뛸 수 밖에 없었다.</em></span><br>환경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떨어진 배번표를 찾으러 역주행하다 다른 참가자와 충돌할 뻔했다는 경험담도 있습니다.<br><br>도심 교통을 통제하고 많은 인력과 부대시설이 필요한 만큼 마라톤 대회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주최 측은 잇단 비판에 공식 사과 입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레이스를 위해 길게는 수 개월 준비해 온 러너들에게는 주최 측의 안일한 운영이 속상할 수밖에 없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2/2025/09/27/AKR20250926093445BsH_06_i_20250927060111008.jpg" alt="" /><em class="img_desc">2025 어스마라톤 사무국이 발표한 입장문 </em></span><br>게다가 참가비가 하프코스 7만 원, 10km 코스 6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러닝 붐에 힘입어 매 주말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하지만 주최 측의 미숙한 대회 운영은 러너들의 노력을 절감시키고 있습니다.<br><br>#어스마라톤 #마라톤 #하프마라톤 #러닝<br><br>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관련자료 이전 [인터뷰] 샬로미 코프만 이스라엘 혁신청 부청장 “이스라엘 반도체 설계·계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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