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이름값, 죽고 죽이는 우스꽝스러운 사투 작성일 09-27 26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박 감독의 ‘필생의 기획’, 지독한 블랙 코미디 《어쩔수가없다》</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4fcQ9mrR0n"> <p contents-hash="747529e1a5bc71fd6e5d6f9d1a585ebd2ed7a8396ff88debf353aef2850566b2" dmcf-pid="84kx2smeFi" dmcf-ptype="general">(시사저널=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p> <p contents-hash="938742e779c4e0ae0b2fbe55a5aee8b49decae8760e72dfa37fb08cb9b22063b" dmcf-pid="6lzWI29HzJ" dmcf-ptype="general"><strong>* 기사에 일부 스포일러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포함돼 있습니다.</strong></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a3928a0d21e4d70f884779c2fcbb2ba2a3690edc9abff0dced72b53f30d49405" dmcf-pid="PSqYCV2Xud"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박찬욱 감독 ⓒ시사저널 최준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27/sisapress/20250927150140451rnmz.jpg" data-org-width="580" dmcf-mid="2wiKpNaVFg"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7/sisapress/20250927150140451rnmz.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박찬욱 감독 ⓒ시사저널 최준필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c431aef8ec94b938f999c8dea21134c724c6f0490b54fce6eef251038d5ee7e8" dmcf-pid="QvBGhfVZUe" dmcf-ptype="general">빈틈없는 139분.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관객 각자의 사유가 흐를 틈 없이 빽빽하게 채워넣은 성찬 같은 영화다. 한바탕 휘몰아치는 소동극에 정신없이 휘말리다 극장을 나섰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씁쓸한 뒷맛은 그제야 허락되는 여백이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바탕으로 변주를 꾀한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20여 년 가까이 마음에 품고 있었다던 필생의 기획이다. 자본이 사람을 밀어내고, 밀려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밀어내고, 모두가 진창에서 구르며 악다구니 치는 부조리를 포착한 지독한 블랙 코미디의 풍경이 여기에 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a5eb060a5ecdbf81e67c64692072cccef5fcb3a19c7121007bfabd0623b5f9ce" dmcf-pid="xTbHl4f5zR"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어쩔수가없다》 포스터 ⓒCJ ENM"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27/sisapress/20250927150141725eyol.jpg" data-org-width="580" dmcf-mid="VBwe4CIiUo"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7/sisapress/20250927150141725eyol.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어쩔수가없다》 포스터 ⓒCJ ENM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1665a325d9ef3a345c121d7a059be1d33c26d03126a1b595f3734d76266b78e4" dmcf-pid="yQrd8hCn7M" dmcf-ptype="general"><strong>남성들의 목을 조이는 가부장제를 바라보는 시선</strong></p> <p contents-hash="34efd726cad2215afbf9e4a58a51cd901f2040e891b347844446b8e1411c0eb0" dmcf-pid="WxmJ6lhLux" dmcf-ptype="general">바람에 흩날리던 배롱나무 꽃잎이 실은 핏방울이었던가. 드넓은 정원에서 가족과 장어를 구워 먹던 만수(이병헌)는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직장에서 곧 해고될 남자의 마지막 만찬이었을 뿐이다. 모두가 어쩔 수 없다. 종이 공장 인원 감축 결정 앞에 미국인 인수자들은 합리적 결정이었다는 태도를 보인다. 대출 독촉장을 받아든 가족이 살림을 졸라매고 넷플릭스 구독 서비스마저 해지해야 하는 사이, 아내 미리(손예진)가 치과 치위생사 일자리를 구하는 상황 역시 어쩔 수가 없다.</p> <p contents-hash="23193d9cc04649fa8da550b2892693439e6322ba9f48fdb763ae79935a73f432" dmcf-pid="YMsiPSlopQ" dmcf-ptype="general">만수의 선택은 다른 제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들을 없애는 것이다. 아내가 흘리듯 남긴 말들은 만수에게 엉뚱한 주문으로 가닿은 참이다. 면접 전 "다 죽여버려"라던 응원과, 공장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의 유튜브 채널을 보며 "이 인간 벼락 같은 거 안 맞나?"라고 한 조용한 읊조림은 생존을 위한 만수의 버튼을 켠다.</p> <p contents-hash="b686ee9db7baf9e191b2f765218f73ce3dfe6d5a39ada64f3beb62bed526cca7" dmcf-pid="GROnQvSgUP" dmcf-ptype="general">한국인에게 직업은 무엇인가. 더욱 정확하게는 한국의 가장들에게 직업은 무엇인가. 만수의 공포는 남성이 가족을 지키고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전통적 기대에서 발현한다. 일은 한 사람을 규정하는 여러 조건 중 하나이건만, 《어쩔수가없다》의 남자들은 직업이 곧 정체성의 모든 것인 양 군다. 이게 아니면 도저히 내 가족 입에 밥을 먹여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절망한다.</p> <p contents-hash="694a4fcd679b692802ab587ab660a1cc9aeba69edb9e6dbc9a36149889014189" dmcf-pid="HrFCE7uS36" dmcf-ptype="general">실은 만수에게는 다른 길도 있을 것 같다. 그는 중산층이다. 아내의 제안대로 집을 팔고 아파트 전세로 옮기면 최소한 길바닥에 나앉을 일은 없다. 창고형 마트 출근이 비록 첼로 신동인 어린 딸을 걱정 없이 뒷바라지할 정도의 벌이를 보장하지 못할지라도, 그 역시 떳떳한 노동으로 돈을 버는 일이다. 그러나 '종잇밥 먹은 지 25년'이라는 절대적 헤아림 앞에서 다른 선택지는 없다. 가장으로서의 기존 존재감을 확립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만수는 계속 종이 만지는 일을 해야만 한다.</p> <p contents-hash="0cd847cf3b3c1f9a12db34857ae52bb6fef66e81519a5e0c860e61c9fc3a010d" dmcf-pid="Xm3hDz7vp8" dmcf-ptype="general">만수의 결정은 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리듯 자연스러운 결론인 듯하지만, 실은 그의 유일한 취미인 분재 작업만큼이나 부자연스럽다. 사방으로 자유롭게 자라난 가지들을 억지로 휘게 만들어 특정한 형태로 묶어둔 생각에 불과하다. 한국의 뿌리 깊은 가부장제 안에서 학습된 가치는 사고의 유연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고, 때론 죽어 굳어버린 사람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서 총을 빼앗기까지 해야 하는 것이 삶의 태도임을 아버지로부터 깨우친 만수는 결국 그 자신 역시 경쟁자들에게 총을 겨눈다. 이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만의 전쟁이다.</p> <p contents-hash="bf21ca241b0d24358d96bf5a782636bb4e2282a7387099ff76bbfaef26bbeb1d" dmcf-pid="Zs0lwqzTF4" dmcf-ptype="general">만수의 온실에는 돼지 농장 운영을 억울하게 멈출 수밖에 없었던 그의 아버지가 목을 맸던 창고를 개조했다는 사연이 있다. 가족을 지켜야 하는 법을 뒤틀리게 배운 남자들의 무의식의 공간. 만수의 아들은 한밤중 그의 아버지가 죽은 사람을 처리하기 위해 전기톱을 켜는 상황을 목격한다. 진상을 확인할 수 없기에 흐릿한 환상이자 악몽처럼 남아버린 이 밤의 목격은 그에게 주문을 거는 망령이 될 것이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다시 그의 아들로. 《어쩔수가없다》는 볼품없이 추락하고 무너지는 권위를 바로 세우고 전쟁을 치러야만 살아남는다고 학습된 안쓰러운 남자들의 요란한 생존기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5b28358c1636a8252e54abdd1f907b6cae625cb1eddd7992e6d8b96016992f49" dmcf-pid="5OpSrBqypf"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CJ ENM"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27/sisapress/20250927150142999dnbi.jpg" data-org-width="800" dmcf-mid="febHl4f57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7/sisapress/20250927150142999dnbi.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CJ ENM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d948ca083b684f53a5601811eaa975fb4558c6066d45d82d7220e61979dc86e4" dmcf-pid="1IUvmbBWUV" dmcf-ptype="general"><strong>인간이 우스꽝스러워지는 풍경</strong></p> <p contents-hash="c566c3d29ec27d2c4d34b61581a966d478eaeacc829035c831924b6a20b42944" dmcf-pid="tCuTsKbYU2" dmcf-ptype="general">만수의 경쟁자인 범모(이성민)와 시조(차승원) 그리고 최종적으로 제거해야 하는 작업반장 선출(박희순)은 만수와 다름없거나 똑 닮은 면모가 있는 이들이다. 범모는 실직에 대처하는 아내 아라(염혜란)의 합리적 제안을 거부하고 다시 종이를 만질 날을 기다리며 폐인처럼 살고 있다.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시조의 면모와 술에 의존하는 선출도 만수의 마음을 흔든다.</p> <p contents-hash="a29deefc8ecb2772f0fa1434be4153601c3fb81520122a94758de659717b322f" dmcf-pid="Fh7yO9KG79" dmcf-ptype="general">하지만 "이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앞선 죽음들이 개죽음"이 된다는 뒤틀린 자기합리화가 만수를 부추긴다. 결국 타인을 죽이는 동시에 만수는 결국 자기 자신을 서서히 죽이고 있다. 화상통화가 이뤄지는 스마트폰, 검은 태블릿 화면, 술이 비워진 유리잔 바닥까지 만수의 반영 이미지가 유독 많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p> <p contents-hash="6db4c022fc0dc9390a60dca33dbd6bb807d707383ae2623ca559c6ad400011ea" dmcf-pid="3lzWI29HFK" dmcf-ptype="general">만수의 살인은 슬랩스틱 코미디와 만화적인 터치로 묘사된다. 정교한 스릴이 아니라 엉뚱한 유머를 두른 장면들의 연속이다. 특히 귀를 찢을 듯 볼륨을 높인 스피커에서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흘러나오는 동안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며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악다구니를 퍼붓는 만수와 범모, 뒤늦게 합세한 아라까지 뒤엉키는 시퀀스가 압권이다. 자본가들이 모습을 감춘 사이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진흙탕 싸움은 전력의 투쟁이다. 물론 실직과 구조조정을 둘러싼 생존투쟁이 현실에서 농담거리가 되어선 곤란하다. 다만 냉소가 아닌 연민을 바탕으로 한 《어쩔수가없다》는 히스테릭한 기운 안에서도 못내 슬픈 구석이 있다.</p> <p contents-hash="161bfd5d70b44bb0ac6189adcff47793cc95b84a41ec7b1aaaa5fd37e22f72b6" dmcf-pid="0Oxu5iJqUb" dmcf-ptype="general">시스템의 종착지에는 AI가 있다.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작업 환경 안에 덩그러니 놓인 만수의 마지막 모습은 인간성을 넘어 인간 존재 자체마저 아예 사라진 어떤 풍경을 제시한다. 자본주의의 극한 경쟁 이후의 진정한 최종장 같은 인상이다. 인간이 절박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듯, 그 차가운 미래 앞에서는 모든 것이 우스꽝스러운 소동일 뿐이다. 영화 내내 목격한 만수의 몸부림도 무의미의 의미만을 가진다. "우리가 안 쓰면 누가 종이를 쓰겠느냐"던 제지 회사 노동자들의 외침에 필름 시대가 끝나고 디지털, 나아가 AI 시대와 마주한 영화와 영화인들의 현재 역시 문득 겹쳐 보이는 것은 지나친 해석만은 아닐 것이다.</p> <p contents-hash="a0694ab7118c1a50a8ab12ba42928ce9673d5f5266e696a0c9ef92c58f054c18" dmcf-pid="pIM71niBzB" dmcf-ptype="general">영화는 분명 정성스럽게 정교하고 재미있지만, 러닝타임 내내 그 장점이 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중반부 이후부터는 산만하게 느껴지는 구간도 있고 모든 것이 길고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인상이 남기도 한다. 고약한 농담 같은 유머들의 타율이 애매한 탓도 있다. 인간 존재의 정체성을 향한 질문으로 나아가는 냉정한 결말은 분명 의미 있지만, 충분히 깊이 있는 통찰력이었는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다만 무성영화 시대의 슬랩스틱 장인들마저 연상케 하는 이병헌과 훌륭한 카운터파트로 극의 중심을 지키는 손예진, 그 외 모든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과 연기력만큼은 이견을 달기가 어려운 영화다. 그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다. </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아이린&슬기, 亞 투어 성공…레드벨벳 유닛, 日 피날레 09-27 다음 [SC인터뷰] "곡기 끊고 수면제 먹을 정도로 피폐해져"…조우진, 가난한 마음 '보스'로 극뽁(종합) 09-27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