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가 극찬한 영화 속 주인공, '윌라'에게 쓴 편지 작성일 10-10 42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Q9TSXPUl0E"> <p contents-hash="c1c3cd0c909b10ed60ef62d268e822d740b95507e97bf097b597a8b55ced9571" dmcf-pid="x2yvZQuS0k" dmcf-ptype="general">[김순애 기자]</p> <p contents-hash="32545578c18b77362d80377c69e382183a582d1cfa0db2b7a23fa3c2e5836428" dmcf-pid="yOxPiTc6Uc" dmcf-ptype="general">(*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p> <p contents-hash="8039d214a0f1c989353f6eaa9cc7fb0d8510d71e6bec23e545c8fc62998e1aa1" dmcf-pid="WIMQnykP0A" dmcf-ptype="general">윌라, 추석 연휴 기간에 너를 만났어. 3시간 가까운 영화였는데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어. 이제 사람들은 OTT로 볼 영화, 영화관에서 볼 영화를 나눈다지.</p> <p contents-hash="acd1c1aebf4db59046b0a05993d9d7228e8cfd6623f462c66dd1a771ec44d2fc" dmcf-pid="YCRxLWEQ7j" dmcf-ptype="general">영화를 보면서 생각했어. 너를 길렀던 밥과 너를 낳았던 퍼피디아는 조금은 과장된 나, 그리고 우리 세대의 모습이 아닐까. 감독인 폴 토마스 앤더슨은 밥과 퍼피디아, 그리고 프렌치 75 단원들에게 혁명을 꿈꿨지만 혁명에 실패한 기성세대들의 같은 듯 다른 모습들을 솜씨 있게 투영해냈지.</p> <div contents-hash="803e638a40488b77cbd55cbf6824cdd4e472371d9ca8a0a042e4cb870dee400f" dmcf-pid="GheMoYDxUN" dmcf-ptype="general"> <strong>1991년 그날</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f0ac61bb9f0e6e5ae8356334d2db53d29e9d3d37a845cfe143c8da0147645e00" dmcf-pid="HldRgGwMUa"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0/10/ohmynews/20251010161505889eexm.jpg" data-org-width="1280" dmcf-mid="PjWT5x7v3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10/ohmynews/20251010161505889eexm.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한 장면.</td> </tr> <tr> <td align="left">ⓒ 워너브라더스코리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0d41c2130787d916b768fd9eafbdca2137ab97b6872287882c554a79bf526d65" dmcf-pid="XSJeaHrRUg" dmcf-ptype="general"> 1990년대로 진입하기 직전에 대학에 입학했던 나는 신입생 때부터 러시아 혁명사를 공부하면서 자본주의를 넘어 사회주의에 대한 이상을 꿈꿨어. 선배들과 동기들은 프렌치 75 단원들처럼 폭탄과 총을 손에 들고 적진에 뛰어들지는 못했지만 각목과 최루탄을 들고 거리에 나서기도 했고 매운 최루탄 가루에 눈물범벅이 되기도 했어. </div> <p contents-hash="c20cc2eac7994b9c1b214ed4b21c61ba1f29577f387e804161f91276a9bb17e4" dmcf-pid="ZiU0bjP30o" dmcf-ptype="general">1991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 해체를 선언하던 날, 많은 이들이 주저앉았지. 갈 곳을 잃은 많은 이들이 소설과, 영화, 음악에 빠져들고 대학원으로 도피하기도 했어. 높은 성장을 이어가던 90년대 중반까지 혁명을 꿈꾸며 화염병을 들었던 이들도 인사이더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 누구는 기업에 취직하고 누구는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누구는 사회단체를 설립하거나 사회단체 활동가가 되었어. 누구는 혁명이 아닌 정치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정당을 만들고 정치활동에 매진했어.</p> <p contents-hash="9c084ee889fd30b2a4c1eecedf686853c3b4e924c2adf51f35a9e12f5eec17f2" dmcf-pid="5nupKAQ0uL" dmcf-ptype="general">그들은 권력 혹은 돈, 명예를 좇았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족을 이루자 가족들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었고 자식들이 권력, 돈, 명예를 거머쥐게 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p> <p contents-hash="ec1f8e96711f6d857f726e9576b0a11664f4a69e5fff39c48f5dfdf3c1647a30" dmcf-pid="1L7U9cxp7n" dmcf-ptype="general">물론 밥도 윌라, 너를 키우는데 최선을 다했지. 너를 지키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시골에 숨어 살면서 혁명에서 멀어진 자신을 술과 마약 속으로 밀어 넣었어. 그럼에도 좌절한 혁명에 매달려 허우적대고 너에게 닥쳐올지도 모를 위협에 대해 편집증적으로 불안해하지. 그리고 너를 찾기 위해 다시 총을 들고 뛰어야 했고 혁명 단원 시절의 감각과 기억을 되살려야 했어. 긴 세월 술과 마약에 절여진 머리와 몸은 과거와는 달랐고 매 순간 방향도 방법도 찾을 수 없어 호들갑을 떨며 갈팡질팡하지만 밥은 기필코 너를 쫓아가. 오로지 너와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위험에 처한 너를 구하기 위해서.</p> <p contents-hash="06fa56e7f2ff9ebe84e97f40db6c0ac55d6b9a0768a16bb5b94044c08b0e75e6" dmcf-pid="tozu2kMUUi" dmcf-ptype="general">윌라, 너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까? 구금된 이민자들을 풀어주기 위해, 혹은 낙태법을 금지한 정치인에게 메시지를 주기 위해 폭력을 불사할까? 퍼퍼디아처럼 너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사회에서 배제받는 흑인 경비원을 향해 총구를 겨눠 목숨을 빼앗고 네 안에 있는 강력한 권력 의지를 적을 향한 성적 모욕으로 해소하게 될까?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결국 동료들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몰라.</p> <p contents-hash="65d2b640c78cfc8e7e9905eb1c6590e9ece23da24e11ab3b53ca0e522ca2b1cc" dmcf-pid="Fgq7VERuuJ" dmcf-ptype="general">거대한 권력과 힘 앞에 좌절된 혁명의 이상을 관성적으로 붙잡고 혁명 전선에 남아있을 수도 있고 과감히 혁명 전선에서 떠난 후 권력과 돈을 향해 불나방처럼 날아갈 수도 있지. 그도 아니면 혁명의 그림자를 훈장처럼 붙들고 낡은 장면들만 곱씹으며 살아갈 수도 있지. 너의 가라데 스승 세르지오처럼 자신과 이웃들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명이라는 이름까지는 내걸지 않더라도 사람과 이웃을 조직하고 면밀하게 행동하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어.</p> <p contents-hash="eab0ef3d81af568cce79307a9700edb0f66b3caef2051bf0f7ddb9dd357b160d" dmcf-pid="3aBzfDe7Fd" dmcf-ptype="general">네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든 지금의 너는 우리들의 빛나는 과거야. 마냥 앞을 향해 눈부시게 질주했던 그 시절의 우리들. 한동안 윌라는 사라졌다고 생각했어. 더 이상 윌라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난 겨울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 속에서도 아스팔트에서 밤을 세우던 수많은 윌라를 만났어.</p> <p contents-hash="35c5c1d78b9c25d2579c0959e88711dac664fca61e5acb64a113349183c45f1d" dmcf-pid="0Nbq4wdz3e" dmcf-ptype="general">너희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잔재를 끌어안고 대의를 위해서라면 삶 속 깊이 스며든 권력 구조에 눈감던 우리들을 뛰어넘고 여전히 인간 중심적인 세계를 넘어서 비인간 생명들과의 공존을 위해 나아가고 있어.</p> <p contents-hash="2a0bc782f63d569c40089aac94599b1c598d31d045987d5db6d9249872bb7793" dmcf-pid="pjKB8rJquR" dmcf-ptype="general">나 역시 너와 닮은 사람을 본 적 있어. 지난 9월27일 제주의 강정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해초(본명 김아현) 평화활동가가 가자지구에 구호물품을 보내는 '천개의 마들린' 선단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승선한 '해초'야. 그는 열흘 넘는 항해 끝에 가자 지구까지 접근했지만 10월 8일자로 이스라엘군에 나포되었어. 6만여 명의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했고 폭격을 받은 아이들의 팔과 다리를 잘라내야 했지만 의료물품과 구호 물품조차 봉쇄하는 이스라엘의 조치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많은 이들이 굶주림에 신음하고 있어.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이를 지켜보고만 있을 때 전 세계의 침묵에 저항하며 해초와 많은 이들이 구호물품을 실은 배에 몸을 실었고 도착하는 대로 나포, 구금되었어.</p> <p contents-hash="155cfb5a58085e6b6714d43763a33982bfee8ba71cd477be795c0e79afb9e7c5" dmcf-pid="UD4VMCg27M" dmcf-ptype="general">나는 해초에게서 너의 모습을 봤어. 그는 한국을 떠나기 전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남겼어.</p> <blockquote class="talkquote_frm" contents-hash="645fe843a01c53dbf1ee587de03957c167a4cfbf6c4344d2f8ffd4be83650b29" dmcf-pid="uw8fRhaVUx" dmcf-ptype="blockquote2"> '지난 2022년부터 항해를 하면서 국경 없는 바다를 건너는 일이 봉쇄를 부수고 연대와 연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가로막힌 우리들이 만나는 것, 봉쇄를 깨부수는 것이 이번 항해의 목적입니다. <br>무서울 때 그 감정을 다양한 태도로 받아들여 본다면 공포도 아름다움이나 희망에 대한 의지로 느낄 수도 있다는 것, 그것 또한 제주도와 동아시아 앞바다를 항해하면서 배운 것입니다. 이러한 배움과 의식은 모두 여러분들께 배운 것입니다. 저는 이 소중한 배움과 지지를 안고 '가자'로 갑니다. <br>이번 여름에는 제주에서 '생명 평화 대행진'을, 육지에서 '새사람 행진'을 함께 했습니다. 이 길 위에 섰을 때라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제게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길에서 만나 형성되는 '관계'였습니다. 길 위에서 또 바다에서, 제 몸이 여기와 저기를, 나와 너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매개가 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는 여러분들께 다시 돌아오는 것'입니다. 돌아와 제 눈에 닿은 빛이 다시 여러분들께 닿을 때까지입니다.' </blockquote> <div contents-hash="aee209c9f73d85937721ed70fc24eec75435ffd46a3729b95f7bb5e05e831e00" dmcf-pid="7r64elNfFQ" dmcf-ptype="general"> <br>해초는 봉쇄를 부수기 위해, 연대와 연결을 만들기 위해 위험한 항해를 떠나면서 필요하지만 위험한 일을 행할 때 엄습하는 공포와 두려움을 오히려 아름다움이나 희망에 대한 의지로 느끼는 방법을 터득했어. 그리고 길에서 만나 형성되는 관계를 통해 과거와 미래,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로 스스로를 인식하고 있어. </div> <p contents-hash="cbe12106828acd2e897656971de7ed3014760c5bf888105a061845ea7a38045b" dmcf-pid="zmP8dSj4uP" dmcf-ptype="general">눈을 찌르는 강렬한 햇빛에 시야는 뿌옇고 두 손은 결박되어 있는 상황에서 너에게 총구를 겨누기 위해 고성능의 자동차를 몰고 오르막과 내리막의 급경사가 연달아 있는 도로를 질주하며 너를 바짝 쫓는 적. 누가 봐도 승산 없는 추격전이었지만 너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극도의 지혜를 짜내고 마침내 너를 뒤쫓는 적을 없애고 밥과 만나. 그 순간에 너는 모순적이고 복합된 너의 정체성 마저 훌쩍 뛰어넘고 도약했어.</p> <p contents-hash="ae969b4094b19ee578607597b32be60b32baec2dc0c91121f72d9b5889d415ef" dmcf-pid="qsQ6JvA8z6" dmcf-ptype="general">빛나는 윌라들 역시 불완전한 인간이지. 앞으로 밥보다 더 찌질해질 수도 있고 퍼피디아처럼 악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지. 하지만 너희들은 밥과 퍼피디아, 그리고 우리 보다 조금은 성숙해지길 바래. 공포와 두려움을 아름다움이나 희망에 대한 의지로 느끼는 지혜, 모순적인 정체성에 좌절하기 보다 현실을 직시하며 훌쩍 도약하는 용기를 가진 너희들을 보며 나도 작은 용기와 희망을 내볼게.</p> <p contents-hash="33052e2b01ff592f66095d31b883ccc7f70ad29d8643f83e83cfaa1074954e6d" dmcf-pid="BOxPiTc6u8"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이혼 요구하는 아내의 실체, 40년 전 영화의 불편한 진실 10-10 다음 '힙합 프린세스' 소연→개코, 메인 프로듀서 4인방이 밝힌 심사 포인트 보니 10-1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