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18년 만에 한국 찾은 황제 페더러의 품격. 유소년 선수와 교감하며 K-컬처 속으로 작성일 10-14 27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 유니클로 초청 미래 세대 육성프로그램<br>- 신라호텔 특설 실내 코트에서 열정 강의<br>- "내가 긴장하면 상대도 긴장하는 법."</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0/14/0000011758_001_20251014092007097.png" alt="" /><em class="img_desc">로저 페더러가 유니클로 초청 행사 참가를 위해 18년 만에 한국을 찾은 뒤 유소년 선수 앞에서 포핸드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유니클로 제공</em></span></div><br><br>로제가 아니라 로저였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세계적인 히트곡 '아파트'에 맞춰 몸을 흔든 사람은 다름아닌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4·스위스)였습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흥겹게 춤을 추는 그의 표정은 해맑은 유소년 선수들처럼 천진난만했습니다.<br><br>  18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페더러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로저 페더러와 함께하는 세계 여행' 행사에 참여해 미래의 테니스 스타를 꿈꾸는 10대 주니어 선수들과 레슨, 미니 복식 게임, 질의응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했습니다.<br><br>  이 행사는 페더러의 후원사인 유니클로가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2023년 8월 미국 뉴욕, 2023년 10월 중국 상하이,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에 이어 네 번째 무대였습니다. 페더러는 전날 중국 상하이에서 끝난 ATP 마스터스 1000 대회 참관을 마치고 이날 방한했습니다. 페더러는 "2006년인가 2007년인가 이후 처음 한국에 왔다. 정말 오래됐다"라고 말했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0/14/0000011758_002_20251014092007236.png" alt="" /><em class="img_desc">2007년 피트 샘프러스와 서울에서 시범경기를 펼친 로저 페더러. 동아일보</em></span></div><br><br>페더러의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페더러는 2007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에서 자신의 우상이던 피트 샘프러스와 맞대결을 펼쳐 2-0으로 이겼습니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필자는 경기 후 한복 두루마기 차림으로 사인볼을 날리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경기에는 인기 댄스 그룹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초청 공연까지 곁들여져 15만 원하는 R석 입장권 1000장이 일찌감치 매진될 만큼 뜨거운 열기를 보였습니다. 페더러는 10대 시절 샘프러스의 백핸드를 따라 하며 기량을 키웠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br><br>  18년 전 페더러는 결혼하기도 전이었습니다. 2009년 테니스 선수 출신 미르카와 결혼한 그는 2009년 첫 번째 쌍둥이 딸을 낳은 뒤 2014년에는 두 번째 쌍둥이 아들을 얻었습니다.<br><br>  혼자 한국에 온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가족과 동행해 뜻깊은 추억을 쌓을 것 같습니다. 남다른 가족 사랑으로 유명한 페더러는 공식 행사에는 거의 자녀들을 노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페더러의 한국 방문에는 최근 케데헌 등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컬처의 영향도 있었다는 게 유니클로 측의 설명입니다. 그래서인지 페더러는 "가족이 이번 한국 여행에 큰 기대를 했다"라며 "그동안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그사이 한국은 기술적인 면이나 K-팝 등 여러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과 혁신을 이뤘고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0/14/0000011758_003_20251014092007335.png" alt="" /><em class="img_desc">유니클로 홍보 모델로 나선 로저 페더러. 채널에이 자료</em></span></div><br><br>이날 행사는 페더러가 자신의 스폰서인 유니클로의 미래 세대 육성프로그램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더욱 빛이 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메이저 대회 통산 20승에 빛나는 페더러는 2018년부터 유니클로와 10년 8억 달러 규모의 스폰서 계약을 했습니다. 2022년 은퇴 후에는 코트 안팎에서 의미 있는 활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br><br>  2022년 11월 시작된 미래 세대 육성프로그램은 페더러와 같은 유니클로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 및 최고의 스포츠 선수, 다양한 스포츠 관련 단체 등과 협력하여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이니셔티브 및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미래 세대가 각 분야의 최고 선수들과 교류하며 적극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조언을 듣는 기회를 제공하고, 스포츠 코칭과 지속 가능성 교육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의 리더를 육성하고 있다고 합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0/14/0000011758_004_20251014092007431.png" alt="" /><em class="img_desc">로저 페더러가 자신에게 한 수 지도를 받은 한국 테니스 꿈나무와 기념사진을 찍으려 활짝 웃고 있다. 유니클로 제공</em></span></div><br><br>유니클로 관계자에 따르면 페더러는 미래 세대에게 꿈을 주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그램 본연의 목적에만 집중한다고 합니다. 흔히 이런 행사에는 유력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셀럽들이 대거 등장해 사진찍기에 열중하거나 친선 게임을 주선하기도 합니다.<br><br>  하지만 이날 행사는 유소년 초청 선수 20명을 대상으로 1시간 가까이 진지하고 열정적인 지도가 주메뉴였습니다. 애초 신라호텔 야외 마당에서 진행하려던 행사는 많은 비가 내려 다이너스티홀에서 설치한 특설 코트에서 진행됐습니다. 화려하게 색상으로 꾸며진 코트 바닥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카우스, 한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용세라가 협업해 만들었습니다. <br><br>  페더러는 몇 차례 공을 쳐보더니 코트 표면이 너무 빠르다며 유소년 선수들에게 그 점을 참작해 스트로크해야 할 것으로 당부했습니다. 그래서 슬라이스에 최적화된 코트라는 평가도 내렸습니다. 멋진 샷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때론 실수가 나오더라도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도 했습니다. 어색한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할 때는 마치 자기 자식을 가르치듯 자상하고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br><br>  페더러는 "서울에서 어린 선수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내가 그들에게 영감과 동기를 전달해서 언젠가 이 중에서 프로 선수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테니스하다 보면 마음이 찢어지는 순간이 있을 텐데 그게 인생이다. 부모님, 코치님 말씀을 귀담아들어야 한다"라며 "넓게 보면 세상에서 테니스는 하나의 취미고,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라며 "긴장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시험을 볼 때도 5분 정도 지나면 긴장이 풀리는 것처럼 테니스도 마찬가지다. 내가 떨면 상대도 마찬가지로 떠는 것이다"라고 조언했습니다. <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0/14/0000011758_005_20251014092007562.png" alt="" /></span></div><br><br>테니스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했다는 찬사를 듣는 페더러의 전매특허인 슬라이스 시범에는 모든 참가자가 경탄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요즘은 예전보다 슬라이스나 발리 같은 기본기를 자주 연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기 훈련은 코치님과 함께 꾸준히 연습할 때 진정한 실력이 쌓인다. 슬라이스는 무게 중심을 낮추고 깎아 치는 게 아니라 라켓으로 펀치한다고 생각하고 치라"라며 훈련 방법도 공개했습니다. 집에 차고 문이나 벽이 있다면 그곳에 공을 맞혀보라는 겁니다. 하루 30분 정도만 슬라이스나 발리 연습을 지속해도 손목과 팔꿈치, 어깨 근육이 단련되고 감각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더군요. 그러면서 코치와 지속적인 대화와 연습을 반복해야 결국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br><br>  때론 유소년 선수가 이해하기 힘들 것만 같은 도인 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경기 중에는 늘 파도처럼 오르내림이 있습니다. 기분이 나빠지다가도 반드시 다시 회복의 순간이 옵니다. 윔블던 5세트 경기를 할 때 경기 시작 한 시간 반쯤 지나면 이제 너무 힘들더라는 생각이 들지만 20분쯤 지나면 다시 에너지가 되살아나곤 합니다. 그래서 힘든 순간이 와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 중요합니다. 테니스는 실수와 성공이 반복되는 경기입니다.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결국 모든 것은 관점과 마음가짐의 문제입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0/14/0000011758_006_20251014092007613.png" alt="" /><em class="img_desc">2018년 호주오픈에서 만난 로더 페더러와 정현. 테니스365</em></span></div><br><br>한국 테니스의 국제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4대 메이저 대회는 본선은커녕 예선조차 나가기 힘든 실정입니다. 과거에는 주니어 레벨에서는 세계 정상권 실력을 갖춘 꿈나무가 심심치 않게 나왔으나 요즘은 그마저도 찾기 힘든 실정입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이형택은 과거 페더러와 두 차례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필자는 2018년 호주오픈 현장에서 정현과 페더러의 4강전을 지켜봤습니다. 정현은 4강 신화를 썼지만, 페더러를 맞아 발바닥 부상까지 심해져 결국 기권했습니다. 이 대회에서 페더러는 메이저 20승 고지를 밟았습니다. 페더러가 기억하는 한국 선수라고는 여전히 이형택과 정현 정도 아닐까요.<br><br>  2박 3일 동안 한국에 머물며 촬영, 관광, 맛집 투어 등을 계획하는 페더러는 이날 행사에서 단순한 스포츠 스타를 넘어, 미래 세대에게 꿈과 방향을 제시하는 진정한 멘토로서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귓가에 오래도록 맴돕니다. "다음 한국 방문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br><br>  그 말처럼, 페더러가 다시 한국을 찾는 날이 머지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니클로가 가장 많이 팔리는 3번째 나라라고 하던데 자주 초청해 주시길. <br><br>  그래서 오늘을 포함해 그와 함께했던 꿈나무 가운데 누군가가 언젠가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페더러'로 불리게 되기를.<br><br>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관련자료 이전 KT, 본인확인 없이 '여권 사본'으로 외국인 개통…대포폰 악용 우려 10-14 다음 야니크 시너, 파리 마스터스·데이비스컵 불참 전망...'연말 세계 1위' 탈환 사실상 실패로 10-1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