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선거, 이제는 ‘공론장’이 필요하다[스포츠리터치] 작성일 10-21 27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선거 개혁의 진짜 과제는 ‘투표’가 아니라 ‘토론’</strong><FONT color=#0000ff>[편집자 주] 이데일리가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고민합니다. 젊고 유망한 연구자들이 현장의 문제를 날카롭게 진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합니다. 변화의 목소리가 만드는 스포츠의 밝은 내일을 칼럼에서 만나보세요.<br><table class="nbd_table"><tr><td><table class="nbd_table"><tr><td><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18/2025/10/21/0006143142_001_20251021114312215.jpg" alt="" /></span></TD></TR><tr><td>대한체육회가 9일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체육단체 선거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김원용 대한변호사협회 전 대변인, 조선희 중앙선관위 위탁선거과장, 남기연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장, 노경우 인천광역시체육회 부장,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우용 체육단체 선거제도개선위원회 제1소위원장, 김대희 국립부경대 교수(왼쪽부터)의 모습. 사진제공=대한체육회</TD></TR></TABLE></TD></TR></TABLE></FONT>[김현정 칼럼니스트] 지난 1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 이후, 체육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br><br>4월 체육단체 선거제도개선위원회가 발족했고, 경기인등록시스템에 등록된 모든 구성원에게 1인 1표를 부여하는 전면적 직선제 도입이 추진 중이다. 대의원 2244명 중 53.8%인 1209명만 투표했던 이전 선거와 달리 새 제도가 실현되면 32만8000명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선거인단이 146배 이상 확대되는 파격적 개혁이다.<br><br>이러한 개혁의 배경에는 체육계의 뿌리 깊은 비리 문제가 있다. 2024년 11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은 당시 대한체육회장을 포함한 간부와 직원 8명에 대해 직원부정채용, 금품수수, 횡령, 배임 등의 비위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br><br>한국 체육계가 안고 있는 가장 오래되고 뿌리 깊은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선거제도의 민주성 결여다. 오랫동안 간선제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체육계 선거 구조 속에서 이러한 비합리적 관행이 반복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선제 도입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단순히 투표 방식만 바꾼다고 해서 체육계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br><br>현행 체육계 선거는 지도자와 임원 중심의 폐쇄적 선거인단으로 구성돼 있다. 선수·생활체육인·청소년·여성 등 다수 이해관계자가 배제되어 있다. 더욱이 이 좁은 선거판은 권력집단 중심의 위계적 구조 속에서 작동한다. 합리적 토론보다는 금품, 관행, 인맥 네트워크가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비합리적 요소들이 지배적이다.<br><br>결과적으로 체육계 선거는 공개적인 토론의 장이 아니라 폐쇄적 거래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이는 체육 거버넌스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구조적 결함이다.<br><br><table class="nbd_table"><tr><td><table class="nbd_table"><tr><td><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18/2025/10/21/0006143142_002_20251021114312229.jpg" alt="" /></span></TD></TR><tr><td>올해 1월 치러진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 왼쪽부터 기호 1번 이기흥 후보자, 기호 2번 김용주 후보자, 기호 3번 유승민 후보자, 기호 4번 강태선 후보자, 기호 5번 오주영 후보자, 기호 6번 강신욱 후보자. 사진=연합뉴스</TD></TR></TABLE></TD></TR></TABLE><b>△토론 없는 투표, 공론장 없는 선거</b><br><br>진정한 개혁의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이론적 토대가 필요하다. 독일의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민주주의의 핵심을 ‘공론장’의 존재에서 찾았다. 공론장이란 개인들이 사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공공적 사안에 대해 자유롭고 합리적인 토론을 벌이는 공간을 의미한다.<br><br>하버마스는 공론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네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개방성, 평등성, 합리성, 비강제성이 그것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될 때, 민주주의는 단순히 투표로 대표를 뽑는 절차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의사소통과 토론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된다.<br><br>그렇다면 한국 체육계 선거는 공론장의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가.<br><br>첫째, 개방성 측면에서 현행 체육계 선거는 지도자와 임원 중심의 폐쇄적 선거인단으로 구성돼 있다. 선수·생활체육인·청소년·여성·장애인 체육인 등 다수 이해관계자가 배제되어 있다. 공론장의 문은 애초에 좁게 열려 있었던 것이다. <br><br>둘째, 평등성 측면에서 이 좁은 선거판은 권력집단 중심의 위계적 구조 속에서 작동한다. 특정 직군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고, 현장 체육인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br><br>셋째, 합리성 측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다. 논리와 근거에 따른 토론보다는 금품, 관행, 인맥 네트워크가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비합리적 요소들이 지배적이다.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을 검증하는 공개 토론은 형식적 요식행위에 그치고, 실제 당락은 수면 아래 거래에서 결정된다. <br><br>넷째, 비강제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위계적 조직문화 속에서 선거인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과적으로 체육계 선거는 공개적인 토론의 장이 아니라 폐쇄적 거래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이는 체육 거버넌스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구조적 결함이다.<br><br><b>△개방·평등·합리·비강제, 공론장 복원의 네 가지 조건</b><br><br>그렇다면 어떻게 체육계 선거를 공론장으로 만들 것인가. 하버마스의 네 가지 조건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혁 과제를 제시하는 실천적 지침이다.<br><br>첫째, 개방성 확대다. 현재 추진 중인 32만 8천명 직선제는 폐쇄적 선거인단의 문을 활짝 여는 파격적 조치다. 생활체육 동호인, 청소년 선수, 여성 체육인, 장애인 체육인 등 그동안 배제되었던 다양한 주체가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br><br>그러나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참여의 질이 보장되어야 한다. 온라인 투표 시스템 구축, 지역별 투표소 확대, 정보 접근성 향상 등 실질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br><br>둘째, 평등성 보장이다. 투표권을 확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표의 가치를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처럼 특정 직군인 지도자나 임원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는 구조에서는 진정한 공론장이 형성될 수 없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재설계하여 선수와 시민의 비율을 강화하고, 여성과 청소년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br><br>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선수의 33% 의무대표성을 보장하고, 호주는 성 평등 규범을 강제한다. 이는 체육 현장의 목소리가 의사결정 구조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제도적 장치다.<br><br>셋째, 합리성 강화다. 이것이야말로 공론장의 핵심이다. 금품과 인맥이 아니라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선거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후보자 공약 토론회를 의무화하고 횟수를 늘려야 한다.<br><br>현재 대한체육회는 토론회를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국처럼 선거 과정 전체를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선거비용 공개와 상한제, 선거공영제 확대를 통해 금권 선거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br><br>넷째, 비강제성 확보다. 위계적 조직문화 속에서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보장하려면 외부의 독립적 관리가 필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탁은 이미 법으로 정해진 사항이지만, 실질적인 감시와 제재가 이루어지는지 점검해야 한다. 독립적인 선거 감시단 운영, 익명 제보 채널 개설, 위법행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br><br>이러한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체육계 선거는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라 스포츠 거버넌스의 정당성을 새롭게 갱신하는 의사소통 행위가 된다. <br><br><table class="nbd_table"><tr><td><table class="nbd_table"><tr><td><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18/2025/10/21/0006143142_003_20251021114312272.jpg" alt="" /></span></TD></TR><tr><td>이미지=퍼플렉시티 AI</TD></TR></TABLE></TD></TR></TABLE><b>△직선제 이후, 한국 체육계가 나아갈 민주적 길</b><br><br>해외 체육계는 이미 선거를 사회적 담론이 투입되는 공론장으로 만들고 있다. 영국은 공시와 투명성을 중심으로 선거와 이사회 운영 전체를 사회적 공론장에서 평가받도록 제도화했다. 선거 과정은 물론 당선 이후 운영까지 모두 공개돼 언론과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는다. <br><br>미국은 선수의 33% 의무대표성을 보장해 체육 현장의 목소리가 의사결정 구조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 채우기가 아니라, 선수의 경험과 관점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만드는 구조적 장치다.<br><br>호주는 성 평등 규범을 강제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젠더 민주주의 담론이 체육 공론장에 반영되도록 만들었다. 이사회 구성에서 성비 균형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정부 지원을 중단한다. <br><br>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선거를 단순히 대표를 뽑는 절차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담론을 투입하는 공론장 과정으로 제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체육계 선거가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반영하고, 동시에 그것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br><br>이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직선제 도입은 시작일 뿐이다. 체육공동체 전체가 참여하고 토론하는 열린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선거 과정은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라, 스포츠 거버넌스의 정당성을 매번 새롭게 갱신하는 의사소통 행위가 돼야 한다.<br><br>하버마스가 말한 의사소통적 합리성, 그것이 바로 체육계 민주주의의 토대다. 누가 투표하느냐의 문제와 어떻게 토론하느냐의 문제가 함께 해결될 때, 비로소 한국 체육계는 민주적 공론장을 갖춘 성숙한 스포츠 거버넌스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br><br><table class="nbd_table"><tr><td><table class="nbd_table"><tr><td><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18/2025/10/21/0006143142_004_20251021114312286.jpg" alt="" /></span></TD></TR><tr><td><b>▲ 더 스파크(The SPARC)는 스포츠 정책 연구를 위해 모인 신진 연구자 그룹입니다.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 스포츠와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탐구하며, 새로운 정책 대안을 모색합니다. 이 그룹은 학문적 연구와 현장의 경험을 연결해 미래 지향적인 스포츠 정책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b></TD></TR></TABLE></TD></TR></TABLE><br><br> 관련자료 이전 [전국체전] '수영 간판' 김우민, 남자 자유형 400m 4연패…대회 3관왕 10-21 다음 ‘장애아동을 위한 따뜻한 페달’ 2025 KCYCLE 장애아동 후원 라이딩 캠페인 10-2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