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둘러싼 울타리 넘은 여주인공이 관객에게 한 말 작성일 10-24 15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연극 <프리마 파시></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fELxMVHluz"> <p contents-hash="a202fe954a4dcabc86fcc6b2e8df91a80f2f1f653039333cccc97c37945871df" dmcf-pid="4QKpUZEoF7" dmcf-ptype="general">[한별 기자]</p> <p contents-hash="584d80c8f9d5b50111df5da16ea7a95f3a74a78991d2eee5b4a45a2728aedbaa" dmcf-pid="8x9Uu5Dg3u" dmcf-ptype="general">테사 엔슬러는 특이하게도 재판을 레이스에 비유한다. 법정 변호사로서 1등 경주마가 되기 위해 달린다. 그의 의뢰인이 잘못을 저질렀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의뢰인이 무죄를 주장하길 원한다면, 테사는 그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절도, 성폭력 등 어떤 죄목이든 상관없다. 테사는 최선을 다해 증인을 반대 심문하고, 혼란스럽게 만들어 결정적인 증언을 얻어낸다. 그렇게 재판에서 이기면 테사는 의뢰인과 악수하고 법정을 떠난다. 그렇게 완벽한 커리어를 일군다. 피해자라고 말하는 증인과, 검찰·경찰의 수사 허점을 찾으면서 '법'이라는 제도에 헌신한다.</p> <p contents-hash="289216089325487eaa54a3803dd705dfffc867505a1a51ad291ba1f97dee453b" dmcf-pid="6M2u71wapU" dmcf-ptype="general">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극장에서 진행되는 연극 <프리마 파시>를 지난 22일 관람했다. 이자람, 김신록, 차지연이 테사 역할을 맡았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건 단 한 사람뿐, 배우들은 테이블을 직접 옮긴다. 의상도 무대 위에서 갈아입는다. 극 중 테사가 '유능한' 법정 변호사일 때는 가발을 착용하고 법복을 입고, 증언대에 설 때는 검은색 정장 셋업을 입는다. 테사의 엄마가 사준 촌스럽게 쨍한 분홍색 셔츠는 어린 날의 치기가 되었다가 추후 결말에는 다짐이 된다.</p> <div contents-hash="693d38429e9620f8174d301651d15f50153dba121e78d5c75f3ec8aa7afe564f" dmcf-pid="PRV7ztrNpp" dmcf-ptype="general"> 공연이 진행되는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은 원형극장이다. 이 때문인지 관객석에 앉으면 마치 배심원이 된 것 같다. 무대는 법정의 문을 배경으로 하며 테이블을 활용해 공간의 변화를 나타낸다. 공연 전 빈 무대에 테이블만 놓여 있을 때는 거대해 보이지 않았는데, 배우가 등장하면 매우 큰 테이블이라는 게 실감 난다. 빈 무대의 조명 역시 공연 전과 후가 다르다. 공연 전에는 어둡고 푸른색 조명으로 차가움을 내비치는 한편 공연이 끝나면 테이블 위로 한층 따뜻해 보이는 밝은 조명이 비춘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deae1a9854ad03e29dae36771db7c7b530189d63e362569a17951823e76b43d1" dmcf-pid="QefzqFmj30"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0/24/ohmynews/20251024111202089srzf.jpg" data-org-width="984" dmcf-mid="2jc6PKWI7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4/ohmynews/20251024111202089srzf.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연극 <프리마 파시> 빈무대</strong> 연극 <프리마 파시>의 공연 전 빈무대(위)와 공연 후 빈무대의 모습이다.</td> </tr> <tr> <td align="left">ⓒ 한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283d84978214e8e2cb386e93caa6150abd86825cb5bbcac77e3788c804fc1094" dmcf-pid="xd4qB3sA73" dmcf-ptype="general"> <strong>내가 믿었던 정의가 '불의'가 될 때</strong> </div> <p contents-hash="0eaf740a9de1f0b4974ea3770dd921d2aa6a2ca11a74e5d66a9b1ddb34c17e21" dmcf-pid="yHhDwa9UpF" dmcf-ptype="general">이 연극은 인터미션 없이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법정변호사로서 성공적인 삶을 보여주는 밝은 분위기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성폭력 피해자로서 더없이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테사를 보여준다. 테사의 삶과 태도를 바꾼 건 '원하지 않았던' 성관계였다. 법정에서의 테사의 자리가 변호사석에서 증인석으로 변하자 테사는 자신이 헌신했던 법과 사법제도가 결코 정의로울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p> <p contents-hash="a899e69e578f75302a544d4cd7584298424657bffdccebf9a1bc8a664a5d91d0" dmcf-pid="WXlwrN2uzt" dmcf-ptype="general">테사는 자신을 침범한 가해자 줄리언을 신고하고 증거를 채취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 피해자가 겪는 굴욕감을 여과 없이 관객에게 드러낸다. 연극을 보는 내내 테사의 감정에 온전히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좋아해서 참석한 술자리에서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한 경험이 있어서다. 그 당시의 불쾌하고 당황스러웠던 감정이 떠올랐다. 그 경험을 나누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는 점도 함께였다. 이런 경험을 가진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테다.</p> <p contents-hash="b773260958092b987c7a0afe90b1bb2de8fb1d870d7e6ef22a6e1b6ecf9fb756" dmcf-pid="YZSrmjV7F1" dmcf-ptype="general">382일이 지나서야 법정 증인석에 앉은 테사는 법과 제도에 의해 만신창이가 된다. 테사가 그랬던 것처럼 가해자의 변호사는 테사를 혼란스럽게 하고, 그의 증언을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활용한다. 테사는 최선을 다해 자신을 지키지만, 역시 쉽지 않다. 피고를 위해 노력해왔던 테사가 피고측 변호사의 전략을 모르지는 않을 터, 그러나 테사 역시 무너지고 만다. 테사는 법정의 증언대에서의 감정을 서술하며 "강간의 경험이 너무 뚜렷해 그 외의 것들은 희미해진다"고 말한다. 그건 그가 피해자가 되기 전에는 몰랐던, 그가 이용했던 사람의 감정이었다.</p> <div contents-hash="80bc3eb2b89eb285748e14be70233d5799bd76213ba47166b13696eace4019f6" dmcf-pid="GOAinQFYp5" dmcf-ptype="general"> 테사는 직장 동료인 가해자를 피해 이직한다. 사건 이후 평안을 잃고 삶의 많은 부분에서 불안해한다. 하지만 가해자는 강간 이후 테사를 만난 이후부터 체포, 법정의 모습까지 일관된 모습으로 죄가 없다고 억울함을 표출한다. 피해자인 테사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의 영혼을 빼앗은 가해자는 그저 억울해하는 이 장면이 익숙하다. 현실에서 수도 없이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b3154fd196b8aee8b2a320575ecab8540e6d12bfafa059afdc7116e55a874cf7" dmcf-pid="HIcnLx3GpZ"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0/24/ohmynews/20251024111203424uzcf.jpg" data-org-width="1280" dmcf-mid="VhiPQ9YC3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4/ohmynews/20251024111203424uzcf.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연극 <프리마 파시> 출연진 포스터</strong> 충무아트센터 증극장 블랙 벽면에 걸려 있는 출연진 포스터다. 왼쪽부터 이자람, 김신록, 차지연 배우다.</td> </tr> <tr> <td align="left">ⓒ 한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d8273f9d9abd6bf51bf542860ca248737b7e0778f1b028ee1dff4c97dc45c66f" dmcf-pid="XCkLoM0H3X" dmcf-ptype="general"> <strong>피해자의 이야기</strong> </div> <p contents-hash="a288f6d08c85cdc2c760fbbb7d6026180df5c5357df7cd73e57c3860d502f9a3" dmcf-pid="ZhEogRpX7H" dmcf-ptype="general">테사의 믿음이 붕괴하는 순간은 가장 무겁고 두려운 장면이지만 동시에 맹목적으로 승소와 무죄에만 매달리던 테사가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다. 테사는 무대를 둘러싼 울타리를 넘어 관객석으로 내려와 그의 진심을 전한다. 무대와 객석의 벽이 깨진다. 그 순간 관객이었던 나는 테사의 동지가 된다.</p> <p contents-hash="d5711ee884555dec0f31ab4448fc2d80ca2a2513b34d47adfff37635e9f24025" dmcf-pid="5lDgaeUZzG" dmcf-ptype="general">변호사에게, 검사에게, 피해자에게, 방청객에게 다가가는 법과 제도는 모두 다르다. 작가인 수지 밀러는 인권변호사로서 본인이 느꼈던 것을 연극에 고스란히 담았다. 법정의 가장 기본 원칙인 '무죄추정원칙'이 성범죄 재판에서는 불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영국 형사재판의 제도 중 하나인 '브와 디르'도 소개한다. 브와 디르는 형사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 판사가 해당 쟁점이 배심원 앞에서 논의되면 곤란하다고 판단할 경우 공판 진행 중이더라도 배심원을 법정 밖으로 내보낸 뒤 진행되는 제도다.</p> <p contents-hash="a31b22a5927cc44fd9762a08fcdcb00de464b36a863ca43231500e462f0c9b99" dmcf-pid="1SwaNdu50Y" dmcf-ptype="general">판사의 브와 디르 선언 후 테사는 왜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지, 본인이 겪은 일이 무엇이었는지 진실되게 말한다. 테사는 이 재판으로 본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하며 다른 여성들이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려고 진술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언젠가 테사가 반대신문을 했던 여성 피해자와 같은 마음으로 그는 증인이 된다. 이때쯤 객석에서 흐르는 훌쩍이는 소리가 관객들이 테사에게 공감하고, 그와 연대하고 있음을 알린다.</p> <p contents-hash="1be79c37914d0f41be428b6e68af457717a03f0870db35051f11e9faae5bbb43" dmcf-pid="tvrNjJ713W" dmcf-ptype="general">현실의 여성들도 계속해서 말한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지 말고, 신고 및 진술 과정에서 피해자를 보호해달라고 싸운다. 과연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는 그들의 말을 들었던가?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다. 수사 과정에서 2차 가해를 받고, 재판이라는 부담감과 불편함이 자신을 짓누르는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은 이를 악물고 나선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나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숨이 턱 막힌다. 성폭력 생존자가 다른 피해자를 위해서 나서야 하는 이 사회에서 법과 제도는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p> <p contents-hash="03f73a31994e6e31e1c18082961ec831d36adfe1bf4aaecf5244a8bf062b897d" dmcf-pid="FTmjAiztzy" dmcf-ptype="general">재판에서 테사를 강간한 가해자가 무죄를 선고받고 변호사와 악수한다. 그러나 테사는 좌절하지 않는다. 테사는 넘어져 있던 의자를 세운다. 그리고는 확실하게 말한다. 법과 제도는 변해야 한다고. 확신을 얻은 테사는, 아니 테사를 연기한 배우는 커튼콜 이후 법정의 문을 활짝 열고 나가며 테사의 다짐을 전달한다. 누군가 '법과 제도가 불합리하다'라는 말한다면, 우리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프리마 파시>는 그 변화의 시작을 관객에게 전한다.</p> <p contents-hash="4211e73e16ea5e3e91b6216a48f1cad062ca2ee36488c5bb82b52dc2cc01117a" dmcf-pid="3ysAcnqFuT"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이 기사는 https://blog.naver.com/burn_like_a_star에도 실립니다. 필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a.star_see)에 취재 후기와 함께 공유됩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베이비몬스터, 완벽 라이브 '위 고 업'으로 비상…'공연형 아이돌' YG 뚝심 통했다[초점S] 10-24 다음 ‘컴백’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죽을 때까지 음악하고 싶어요”[일문일답] 10-2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