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광장] 피해자는 여전히 떨고 있다 작성일 10-29 34 목록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96/2025/10/29/0000725495_001_20251029090510260.jpg" alt="" /></span> </td></tr><tr><td> 지난 7월21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13층 대한체육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제4차 이사회.사진=대한체육회 제공 </td></tr></tbody></table> “저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br> <br> 그 한마디가 공기를 멈춰 세웠다. 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A씨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날에 멈춰 있다.<br> <br> A씨는 고등학교 시절 지도자였던 B코치로부터 폭행과 성폭행을 당해왔다. 그는 지난 2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체벌, 폭력, 폭언을 당연시했다. 그루밍 성폭력까지 이어졌다”며 “나 혼자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고, 팀이나 주변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br> <br> 침묵으로 견디는 동안, B코치는 영구제명 징계를 받고도 3년 자격정지로 감경돼 다시 지도자의 자리에 앉았다. A씨는 공포와 우울증, 자살 시도까지 겪으며 시간을 버텼지만 B코치는 또 다른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피해자는 평생을 바친 스케이트를 벗었고, 가해자는 여전히 링크 위를 달린다. 결국 A씨는 참다못한 나머지 B코치를 흉기로 찔러 불구속 기소됐다.<br> <br>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의 사슬이 지금도 선수의 목을 조르고 있다. 체육계 인권신고 중 가장 많은 건 폭력이다. 스포츠윤리센터에 접수된 전체 신고 가운데 폭력이 17.2%로 가장 높다. 중학교 씨름부 감독의 상습 폭행, 청소년 철인3종 대표단의 성폭력 등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br>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96/2025/10/29/0000725495_002_20251029090510329.jpg" alt="" /></span> </td></tr><tr><td>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td></tr></tbody></table> 신고해도 교육청, 학교, 체육회, 윤리센터 사이에서 책임이 흩어진다.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가해자는 다른 학교나 종목단체로 옮겨 다시 현장에 선다. 최근 5년 동안 학교 운동부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는 588건. 이 가운데 징계 요청은 156건, 실제 제명은 단 13건(8.3%)뿐이다. 징계 요청에 회신조차 하지 않은 학교도 48곳에 달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일부 학교는 “윤리센터는 문체부 산하 기관이라 교육부 소속인 학교는 응할 의무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br> <br> 징계정보시스템(DIS)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징계 이력이 제때 입력되지 않아 폭력 지도자가 다른 지역이나 종목에서 다시 활동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성폭력·폭력 예방을 위한 법정의무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수율은 대한체육회 등록 경기인 기준 30.8%에 불과하다. 열 명 중 일곱 명은 기본적인 인권 교육조차 받지 않은 채 현장에 선다. 폭력 근절의 출발점은 ‘의식의 변화’인데, 그 출발선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br> <br> 체육계 내에서 폭력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더 깊은 이유는 지도자의 절대적인 권한과 성적 지상주의가 빚어낸 ‘침묵의 카르텔’ 때문이다. 학교 운동부에서 지도자는 선수의 진학, 대회 출전, 미래 경력까지 좌우하는 막대한 권력을 갖는다. 피해 선수들이 침묵하는 이유다. 솜방망이 징계는 지도자의 권위를 공고히 하며, 체육 단체는 은폐하기 급급할 뿐이다. 견고한 내부의 침묵과 권력 구조가 무너지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장에서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br> <br>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체육계 미성년자에 대한 폭력과 성폭력은 제 임기 동안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유 회장 혼자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이 약속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인식부터 제도까지 모든 부분이 피해자를 지키는 안전망으로 전면 개편돼야 한다. “저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하던 A씨의 떨림은, 체육계의 무관심과 실패한 제도에 대한 고발장이다. 이 떨림이 멈춰야 비로소 체육계의 진짜 쇄신이 시작된다.<br> 관련자료 이전 성유현, 세계태권도선수권 68㎏급 은메달…"내 꿈인 LA 올림픽 향해 달리겠다" 10-29 다음 ‘MAXFC 라이트급 초대 챔피언 조산해, 일본 킥복싱 라이즈 2025월드시리즈 대회 출전 10-2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