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밤에 찾는 10대 축구선수 ‘이쁨조’…성폭력 감독 15년 활개쳤다 작성일 10-31 24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한겨레21] 여자축구 성폭력 실태<br>처벌·퇴출 않고 ‘조용히’ 물러나게 한 결과<br>중·고 3곳서 성범죄…법원은 그래도 ‘집유’</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5/10/31/0002773953_001_20251031145011346.jpg" alt="" /><em class="img_desc">여자축구 안에서 성폭력 문제는 반복되고 은폐되고 있다. 성폭력을 저지른 지도자가 잠시 여자축구계를 떠났다가 다시 다른 학교로 옮기는 형태다. 한겨레21 자료사진.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em></span><br>“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가 그리 중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이후 축구부 감독을 사직한 점,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br><br>2020년 12월10일 수도권의 한 지방법원. 판사가 주문을 선고했다. “피고인을 징역 2년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위반 법령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3항이 정한 강제추행. 가해자는 고등학교 여자축구부 감독 강지완(가명)이다. 피해자는 선수 세 명이었다. 모두 당시 16살 고등학생이었다.<br><br>강지완은 “과거에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성폭력 범죄의 습벽이나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가해 사실과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도 면제됐다. 강지완은 법정에 섰을 당시 이미 15년 넘게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여자축구부 감독으로 일해왔다. 그는 정말 초범이었을까.<br><br>한겨레21은 강지완이 감독으로 재직하던 시절 선수 생활을 했던 당시 학생 선수 등의 증언과 강지완의 재판기록 등을 토대로 그가 ‘초범’이 아님을 확인했다. 한겨레21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강지완은 2010년에서 2018년 사이 적어도 세 곳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 앞서 두 곳의 학교에서 강지완은 아무런 처벌도, 징계도 받지 않은 채 조용히 자진 사직하는 형태로 사건이 묻혔다.<br><br>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세 번째 사건은 앞서 일어난 두 사건에 대한 미흡한 조처가 낳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성폭력을 저지르고 문제가 되면 잠시 여자축구계를 떠났다가 다시 다른 학교로 옮기는 형태로 세 학교에서 미성년 여학생 피해자 수를 늘렸다. 그렇게 십수 년이 흘렀다. 강지완의 사례는 그만의 일은 아니었다. 여자축구 안에서 반복되고 은폐되는 성폭력 문제의 단면이다.<br><br><strong style="display: block; margin: 20px 0; font-weight: 900; font-size: 22px; line-height: 1.3; letter-spacing: normal; color: #111; word-break: keep-all; word-wrap: break-word; padding: 18px 0; border-top: 1px solid #707070; border-bottom: 1px solid #707070; ">“주먹으로 때리더니 이쁨조는 안 때리더라고요”</strong><br>2010년 강지완은 지역의 ㄱ중학교 여자축구부 감독이었다. 당시는 중학교 여자축구부도 합숙하던 때였다. ㄱ중학교 여자축구부는 건물 1층에 거실과 감독 방, 2층에 선수들 방이 있었다. 강지완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중계를 챙겨봤는데, 경기를 볼 때마다 주장을 통해 학생 두세 명을 고정적으로 번갈아가며 불렀다.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보통 한국 시각으로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 진행됐다. 학생들이 감독 방에 있던 시간도 보통 새벽이었다.<br><br>그 시절 강지완은 늘 닭발을 먹었다. 야식을 먹으면서 전반전을 보고, 후반전이 시작되면 학생들 허벅지를 베고 슬며시 누웠다. 그렇게 후반전까지 다 보고 축구가 끝나면 학생들은 자기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감독이 부르는 선수들은 스스로를 ‘이쁨조’라고 불렀다.<br><br>“감독님이 부르는 학생들은 주로 머리가 길거나 이쁘장한 학생들이었어요. 축구를 좀 잘하는 애들도 있었고요.” 당시 ㄱ중학교 축구부 학생이던 ㄴ씨는 ‘감독이 부르는 선수’가 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정말 무서웠어요. 처음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감독님이 언니들을 세워놓고 주먹으로 턱 아래를 때리는 걸 봤어요. 근데 이쁨조는 잘 안 때리더라고요.”<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5/10/31/0002773953_002_20251031145011375.jpg" alt="" /><em class="img_desc">2024년 한 국립대 스포츠학과 교수 김아무개씨가 고등학교 선수에게 유사성행위를 했다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는 가해 교수와 원하지 않는 합의를 했고,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지역 축구계를 떠나야 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em></span><br>강지완은 평소 위층에 있는 학생 숙소에도 자주 올라갔다. 학생들이 샤워 중일 때 종종 샤워실 문을 열고 불을 끈 뒤 빨리 나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일찍 일어나는 날엔 기숙사 문 앞에서 한 명씩 볼에 뽀뽀하고 나가게 시키기도 했다. 잘못된 것을 인지할 겨를은 없었다. “그냥, 시키니까” 했다. 한겨레21과 만난 성폭력 피해자들은 대부분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당시엔 감독님 말에 반기를 든다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br><br>학생들이 감독의 잘못된 행동을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중요한 배경엔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강지완은 당시 선수들에게 자주 기합을 주거나 폭력을 행사했다. 기합을 줄 땐 한 시간 넘게 얼차려를 시키고,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다. 훈련 중에 실수라도 하면 욕설이 쏟아졌다. 신입생이나 운동을 잘하는 학생들, ‘이쁨조'라고 불렸던 이들은 여기서 제외됐다.<br><br>시간이 지나며 강지완은 학생들에게 마사지도 시켰다. 그러다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그는 조용히 학교를 그만뒀다. 강지완은 한겨레21과 만나 “마사지를 받은 건 맞지만, 한 명만 들어와서 문 닫고 시킨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아이들과 워낙 격의 없이 장난치다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학교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도 “금전적 문제도 있었고, 다른 문제가 겹치면서 나만 그만두면 해결된다는 생각에 그만둔 것”이라고 말했다.<br><br><strong style="display: block; margin: 20px 0; font-weight: 900; font-size: 22px; line-height: 1.3; letter-spacing: normal; color: #111; word-break: keep-all; word-wrap: break-word; padding: 18px 0; border-top: 1px solid #707070; border-bottom: 1px solid #707070; ">초등생 성폭력도 집행유예 받는 지도자</strong><br>스포츠 분야 성폭력 사건은 강지완 사건처럼 학교 안, 기숙사 안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으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2019년 11월 분석한 ‘스포츠 분야 폭력·성폭력 판례 분석 결과’ 논문에 따르면 1997~2019년 판례가 검색되는 스포츠 성폭력 사건 71건이 발생한 장소는 대부분 기숙사 등 합숙소(36%)이거나 체육시설과 학교시설(47.1%)인 것으로 나타났다.<br><br>여자축구도 마찬가지였다. 한겨레21은 최근 20년(2005~2025년) 동안 여자축구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관련 확정판결을 찾기 위해 법원도서관 판결문 방문 열람 및 인터넷 판결문 열람 시스템에서 ‘축구부’ ‘축구클럽’ ‘코치’ ‘감독’ ‘선수’ ‘성추행’ ‘성폭행’ ‘강간’ 등의 단어를 단독 또는 조합해 검색했다. 이렇게 검색된 판결문 11건 중 8건이 학교나 기숙사 등 합숙소에서 발생했다.<br><br>2006년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감독이 학생 선수들을 강제추행한 사건 판결문을 보면, 감독 김아무개씨는 새벽에 숙소에 들어가 축구부원인 초등학생 팬티 속에 손을 넣어 추행하고 감독 방으로 학생을 불러 끌어안고 엉덩이를 만지는 등 초등학생 9명을 강제추행한 사실이 인정됐다. 이렇게 13살 미만의 아동 9명에 대한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한 그가 받은 형량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에 불과했다.<br><br>부모와 떨어져 기숙 생활을 한다는 점은 축구부를 비롯한 스포츠 분야에서 감독의 위력을 더욱 강화한다. 박선영 연구위원은 이 논문에서 “가해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이미 많은 권한이 부여되어 있고, 합숙 등 생활을 공유하고 있어 지배 종속의 정도가 심할수록 성폭력의 정도 또한 강하게 드러난다”며 “특히 전문체육의 경우 교육자의 지위가 직접적 진로와 결부되어 성적, 진학, 취업, 시합 출전 기회 부여 등에 있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 선수들이 가해자의 성적 요구 등을 거절하거나 거부감을 표현하기 어려워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기 쉽고, 침해의 정도 또한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br><br>감독들도 이를 알고 대담하게 범행을 저지른다. 2024년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된 뒤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대학 여자축구부 감독 강아무개씨가 대표적이다. 강씨는 2023년 9월 한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축구부 학생을 조수석에 태워 가던 중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배와 가슴 밑 부분을 만지며 “괜찮아. 언니들 것도 다 체크해, 감독님이”라고 말하며 추행했다. 이어 허벅지를 만지면서 “이거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가만히 안 내버려둘 거다. 선수 하나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쉽다”며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위력을 드러냈다. 그해 10월엔 기숙사에서 축구부 학생 허벅지를 만지며 “나는 이사장 라인이야. 총장도 나를 못 건드려”라는 취지로 이야기하기도 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5/10/31/0002773953_003_20251031145011402.jpg" alt="" /><em class="img_desc">최근 20년(2005~2025년) 동안 여자축구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관련 확정판결을 찾기 위해 법원도서관 판결문 방문 열람과 인터넷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이용했다. ‘축구부’ ‘축구클럽’ ‘코치’ ‘감독’ ‘선수’ ‘성추행’ ‘성폭행’ ‘강간’ 등의 단어를 단독 또는 조합해 검색해 나온 판결문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em></span><br><strong style="display: block; margin: 20px 0; font-weight: 900; font-size: 22px; line-height: 1.3; letter-spacing: normal; color: #111; word-break: keep-all; word-wrap: break-word; padding: 18px 0; border-top: 1px solid #707070; border-bottom: 1px solid #707070; ">‘성적만 내준다면’…어른이 다 공범이었다 </strong><br>ㄱ중학교를 조용히 자진해서 물러난 강지완은 다른 일을 하다가 2년 뒤 지역을 옮겨 ㄷ중학교 여자축구부 감독으로 부임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이미 새로 부임한 중학교엔 그가 불미스러운 일로 이전 학교에서 물러났다더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성적을 내준다면’ 개의치 않았다. 강지완은 새로운 학교에서 한동안 조심했다. 이전 학교에서처럼 선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의 폭력은 잘 행사하지 않았고, 학생들과의 관계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조심스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br><br>감독 방, 코치 방, 선수 방, 거실, 욕실까지 모두 한 층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ㄷ중학교 합숙소에서 강지완은 학생들이 씻는 샤워실에 들어가거나 복도에서 수건만 두르고 지나가는 학생에게 “몸매가 좋다”고 외쳤다. 학생들 상의 속옷을 잡아당겼고, 스스럼없이 선수들 무릎을 베고 누웠다.<br><br>마사지도 시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마사지를 먼저 해줬다. 특별한 ‘저항’이 없자 강지완이 마사지해준 학생에게 자신을 마사지해줄 것을 부탁했다. 처음에 방문을 열어놓고 불을 켜놓고 두세 명에게 받던 마사지는 점차 폐쇄적으로 바뀌었다. 종래에는 불을 끄고 문을 닫고 사타구니 쪽 마사지를 시켰다. 불을 끄고 사타구니 쪽 마사지를 하도록 지시받은 선수는 이후 감독이 부르면 숨기에 바빴다. 감독이 학생들에게 마사지를 시킨다는 걸 부모들이 알았지만, 부모들은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br><br>강지완이 ㄷ중학교를 그만두게 된 직접적 계기는 폭행 때문이었다. 한 선수의 이마를 종지 그릇으로 때렸고, 이를 학부모가 알게 되면서 마사지 사건 등 강지완이 벌인 성폭력 문제까지 불거졌다. 그러나 누구도 대한축구협회나 한국여자축구연맹, 대한체육회 등에 신고하지 않았다. 당시 지역에서 어른 역할을 하던 다른 학교 여자축구부 감독은 강지완에게 “조용히 축구판을 떠나라”고 했다. 강씨는 이번에도 조용히 떠났다. 그가 여자 청소년 축구선수들에게 저지른 가해 행위는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묻혔다.<br><br><strong style="display: block; margin: 20px 0; font-weight: 900; font-size: 22px; line-height: 1.3; letter-spacing: normal; color: #111; word-break: keep-all; word-wrap: break-word; padding: 18px 0; border-top: 1px solid #707070; border-bottom: 1px solid #707070; ">피해자는 떠나는데 가해자는 1∼2년 뒤 돌아와</strong><br>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쉬쉬한 뒤 가해자가 조용히 떠나도록 하는 방식은 성폭력을 방조하고 반복되게 한다. 오랫동안 여자축구 지도자 대부분이 남성이었다는 점도 이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한 현직 여성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상습적인 사람이 많아요. 대부분 (성폭력을 저지른 지도자들이) 1~2년 숨어 있다가 다시 축구판으로 들어와요. 여자축구에 있는 사람들이 비인기 종목이라 그런지 경계심도 없고 관대한 거 같아요. 특히 남자 선생님들은 숨어 있다가 돌아오면 수용해주고 이런 게 많아요. 지금도 그렇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사람들이 슬그머니 축구판에 나타나 지내는 사람들이 있어요.”<br><br>피해자인 선수나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전 테니스 선수로 초등학교 4학년 때 겪은 코치의 강간치상을 17년 만에 고발해 코치의 유죄를 인정받은 김은희 테니스 코치는 2019년 11월7일 열린 스포츠 분야 성폭력 판례 분석 결과 발표 토론회에서 “피해 사실을 발설하고 그것에서 끝나지 않고 사건화를 시키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피해 당사자가 스포츠계를 떠날 각오, 즉 운동을 그만둘 각오가 되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와 같다고 볼 수 있다”며 “피해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큰 고통과 상처인데 가해 행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선택해야 하는 문제들은 더욱 가혹하다”고 지적했다.<br><br>“사실 여자축구를 포함해 비인기 스포츠 종목은 판이 좁다보니 익명으로 신고해도 모를 수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당사자들은 나설 수 없고 부모 입장에서도 자식들이 피해를 볼지 걱정해요. 신고하기 전에 조용히 나가라고 하는 거죠.” 한 전직 지도자가 말했다. 영국의 에지힐대학 마이크 하틸 교수는 2019년 열린 국제심포지엄 ‘스포츠 #미투, 국제적 현황과 대응’ 발표에서 “지도자의 권한이 영향을 행사하는 스포츠 선수의 선발 과정, 스포츠를 하는 자녀에 대한 부모와 가족의 헌신과 투자, 엄격한 규율 제도 등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침묵과 은폐를 낳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br><br>이런 상황에서 용기 내어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들은 계속 2차 피해를 겪는다. 2024년 한 국립대 스포츠학과 교수 김아무개씨가 고등학교 선수의 부상 부위에 대한 마사지를 명목으로 유사성행위를 했다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다. 김씨는 오랫동안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지역 축구계에서도 유명한 인물이었다. 피해자는 고민 끝에 신고했지만, 피해 사실이 알려질까 걱정해야 했다. 실제 소문이 나기도 했다. 가해 교수는 만나지 않고 싶다는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오해 안 했으면 좋겠다”며 계속 만나자고 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는 계속 고통과 마주해야 했다. 가해 교수와 합의를 원치 않았지만, 합의하지 않으면 그사이 성인이 된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피해를 다시 증언해야 상황이었다. 부모는 자식이 다시 그 피해를 직면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렇게 가해 교수와 원하지 않는 합의를 했다. 그리고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지역 축구계를 떠나야 했다.<br><br><strong style="display: block; margin: 20px 0; font-weight: 900; font-size: 22px; line-height: 1.3; letter-spacing: normal; color: #111; word-break: keep-all; word-wrap: break-word; padding: 18px 0; border-top: 1px solid #707070; border-bottom: 1px solid #707070;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처벌 기록 확인 방법 없다”</strong><br>조용히 학교를 나간 강지완은 다시 2년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지역을 옮겨 한 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학교 상담교사가 아이들과 상담하다가 관련 사실을 알게 돼 신고했다. 강지완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br><br>법원에선 강지완이 고등학교 축구부 학생 세 명에 대해 추행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차 조수석에 축구부 학생을 태워 가던 중 허벅지를 만지거나 기숙사 감독 방에서 자신의 허벅지 위에 학생을 강제로 끌어당겨 앉도록 하는 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기사 서두에 썼듯, 법원은 강지완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br><br>그렇게 축구계를 떠날 줄 알았던 강지완은 3년이 지난 2024년, 다시 여자축구계로 돌아왔다. 한 클럽팀의 감독으로 선임되면서다. 축구협회 등록 규정상 미성년자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는 지도자 등록이 불가능하지만, 감독에 선임되고 몇 개월이 지날 때까지 그는 아무런 문제 없이 다시 지도자 생활을 했다.<br><br>강지완은 이전 학교 부임 시절 알고 지냈던 다른 지도자로부터 제안을 받고 수락했다며 집행유예 기간만 지나면 문제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와 관련해 한겨레21에 “협회에서 선수나 지도자의 형사처벌 기록을 직접 사전 확인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클럽 자체적으로 해당 인물의 범죄사실 경력을 확인한 뒤 등록을 진행했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감독에 부임한 건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br><br>그러나 대한축구협회의 이런 대답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장경아 변호사(온정 법률사무소)는 “대한축구협회는 선수, 지도자 등록 기준을 두고 승인을 통해 자격을 부여한다. 등록된 지도자 기준에 대해 관리할 책임이 있는데, 이를 방만하게 해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성범죄자가 학생들을 지도하게 한 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br><br>강지완은 본인에 대한 형사처벌 이력에 관한 기사가 나온 뒤에야 사임했다. 지금은 축구계를 떠났다. 강지완은 “이젠 다시 여자축구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후회도 되고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장난이었고, 본의 아니게 했던 부분이 많다”며 “정말 나쁜 의도를 갖거나 다른 목적을 위해 그런 건 (아이들에게 손을 댄 것은) 양심에 손을 얹고 아니다”라고 덧붙였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5/10/31/0002773953_004_20251031145011428.jpg" alt="" /><em class="img_desc">2025년 8월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린 경남 창녕군 창녕스포츠파크의 텅 빈 축구경기장. 류석우 기자</em></span><br><strong style="display: block; margin: 20px 0; font-weight: 900; font-size: 22px; line-height: 1.3; letter-spacing: normal; color: #111; word-break: keep-all; word-wrap: break-word; padding: 18px 0; border-top: 1px solid #707070; border-bottom: 1px solid #707070; ">‘드러나지 않은 강지완들’에 숨죽인 선수들</strong><br>2025년 9월 어느 날, 한 카페에서 강지완의 성폭력 관련 인터뷰를 위해 피해자 ㄴ씨를 만났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ㄴ씨의 후배 ㄹ씨가 카페에 들어왔다. ㄹ씨가 ㄴ씨에 이어 자신이 겪은 피해를 털어놓기 시작하자, 그 이야기를 듣는 ㄴ씨의 눈이 커졌다. 가해자는 다른데, 피해 내용은 자신이 조금 전에 했던 이야기와 놀랍도록 유사했기 때문이다.<br><br>ㄹ씨는 초등학교 시절 감독이 자신을 무릎에 앉히고 과자를 넣어주면서 입에 뽀뽀하도록 했고, 이후에는 몇 차례 볼에 뽀뽀하도록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험을 부모를 포함해 다른 사람에게 처음 털어놓는다고 했다. ㄴ씨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ㄹ씨는 가해 감독이 이후 학교를 옮겨서 더 심한 성폭력을 저질러 고통받은 선수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그 감독은 강지완처럼 형사처벌을 받거나 신고된 전력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 지도자에 대한 취재는 아직 진행 중이다.<br><br>한겨레21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여러 성폭력 사건 가운데 다양한 증언이 확보되고 판결문 등 공식 기록이 확보된 사건만 기사화했다. 그러나 ㄹ씨가 겪고 들은 일처럼 드러난 가해자는 빙산의 일각이다. 여자축구 내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강지완들’이 존재한다.<br><br> 관련자료 이전 이민정, 2살 딸 서이와 붕어빵 미모…절친 왕빛나 "진짜 똑같다" 10-31 다음 한국, 아시아청소년경기대회 종합 11위…수영 고승우, 3관왕 등극 10-3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