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과 신발 없는 무대, 연극 '서편제'의 색다른 매력 작성일 11-02 35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소리극 <서편제: The Original></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Qd9vFFEop4"> <p contents-hash="a202fe954a4dcabc86fcc6b2e8df91a80f2f1f653039333cccc97c37945871df" dmcf-pid="xJ2T33Dgpf" dmcf-ptype="general">[한별 기자]</p> <p contents-hash="6796ef63d44a1223afb53c81719f180ada0a7a1046e6c9c1fe98f4395a618c6f" dmcf-pid="y0TiDDfzzV" dmcf-ptype="general">한국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들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청준의 '서편제'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서편제'는 원작 소설뿐 아니라 영화, 창극, 뮤지컬 등 여러 방식으로 대중들을 만나왔다. 소리꾼 아비 유봉과 딸 송화, 북을 치는 동호의 이야기를 그린 일대기가, 국립정동극장에서 소리극으로 돌아왔다.</p> <p contents-hash="2413d6ced54f56d6863516cfc4d2f24bb42b8d53257ac76c0570221a9a9ad696" dmcf-pid="Wpynww4qU2" dmcf-ptype="general">다음달 9일까지 공연되는 <서편제: The Original(디 오리지널)> (이하 <서편제>)는 원작 소설의 줄거리를 충실히 따른다. 다만 유봉과 송화, 동호 대신 아비와 소녀(처녀), 사내를 등장시키고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 '냉이'를 앞에 세운다. 어떤 상황에서든 소리로 살아가고자 했던 소리꾼의 삶을 그린다.</p> <p contents-hash="d7f879ae0fdada6af613e81d4739b2e4e5ed59577f4cb8ef69df64244fea322d" dmcf-pid="YUWLrr8Bu9" dmcf-ptype="general">이 공연을 처음 접할 때 궁금한 게 있었다. 첫 번째는 이름 대신 호칭을 인물명으로 삼은 이유였고 두 번째는 '디 오리지널'이라는 부제였다 이 궁금증은 공연을 보니 풀렸다. <서편제>는 특정인이 아닌 시대 속 소리꾼들의 삶과 고민, 감정을 담은 극이다. 그만큼 호명하는 데 있어 이름이 필요하지 않다. 아비는 누구의 아버지가 될 수 있으며 소녀는 누군가의 딸로 드러난다.</p> <p contents-hash="31e3a74f10a68606bee96f6d195234e652ee85a72fbe06ce6ba61ce00cbd5e64" dmcf-pid="GuYomm6b7K" dmcf-ptype="general">특히 '냉이'를 새롭게 창작하면서 그를 찾아낼 인물로 사내를 등장시킨다. 소녀의 이복 오빠보다는 냉이에게 아비와 소녀의 이야기를 캐묻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다 처녀가 된 소녀를 만난 사내는 북을 잡고 소리를 청하며 자신이 과거 도망친 소녀의 오빠임을 알린다. 이 장면은 다른 두 시간대가 교차하며 나오던 공연의 시간을 통합한다.</p> <p contents-hash="bf0a4dc2cdde2fcd41983f17fb0d3178b61da0e30dd73d0945ba8d5ddb8bd6b5" dmcf-pid="H7GgssPKpb" dmcf-ptype="general">제목 뒤에 '디 오리지널'이라는 부제가 붙은 건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무대로 옮겼기 때문이다. 뮤지컬 '서편제'는 인물의 서사나 넘버 등 각색을 통해 대중들을 사로잡았다면, 소리극 <서편제>는 원작 줄거리를 무대 위에 완전하게 올리는 데 집중했다. 이야기를 바꾸기보다 그 이야기를 관객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힘을 줬다.</p> <div contents-hash="243de27d5449edafe9c5cd0a398736e8f9e9ec430424ff8e22b21b4df39d52e0" dmcf-pid="XzHaOOQ93B" dmcf-ptype="general"> <strong>무대 위에 드러난, 우리가 품고 있는 열망</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f5f1cf1434f9309940d6fd7b71119e3a7908c1c3392806c1c3cf94f6d8348340" dmcf-pid="ZqXNIIx20q"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02/ohmynews/20251102135403065oqry.jpg" data-org-width="1200" dmcf-mid="6gDPggzt06"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2/ohmynews/20251102135403065oqry.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서편제: The Original> 공연 사진</strong> <서편제: The Original> 공연 중 사진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에게 아비는 소리를 하라고 말한다.</td> </tr> <tr> <td align="left">ⓒ 국립정동극장</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d8e01420fe22e6b3ad4a2f844380bbf5611a9510d9ff6f7696c3718a1f225444" dmcf-pid="5BZjCCMV0z" dmcf-ptype="general"> 고선웅 <서편제>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서편제>를 꼭 공연으로 올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연출이 그렇게나 매력을 느꼈던 건 왜일까. 아마 <서편제>의 본질, 한(恨)의 정서 때문일 것이다. 국내 문학, 음악의 역사에서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는 한(恨)은 한국 고유의 정서로도 여겨진다. </div> <p contents-hash="d71f08f51cae7f2bfa420b5b2b8f300bf06bc9e344b13d3d60a889a4a500cd0f" dmcf-pid="12FEvvJ6p7" dmcf-ptype="general"><서편제>는 한(恨)을 '마음속의 실타래'로 표현한다. 판소리가 우리 역사 속 민초들의 삶을 노래하는 만큼 소리로 전달하는 감정을 중요하게 표현한다. 고선웅 연출은 한(恨)이 꼭 슬프거나 나쁜 것만이 아님을 표현한다. 한(恨)은 열망이 될 수 있다. 아비가 부은 청강수로 인해 맹인이 된 소녀는 좌절도 잠시, 소리를 계속하며 응어리진 마음속 열망을 풀어낸다. 아비 사후에도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던 소녀는 끝끝내 아비의 마음을 이해한다.</p> <p contents-hash="df7c4c07e4d2ee2c9bc1991873ebe39a62186a3084445768fcae9e0c4e4c7b8b" dmcf-pid="tV3DTTiPFu" dmcf-ptype="general">소리극이란 과연 무엇일까, 뮤지컬과는 어떻게 다른 걸까 고민했다. 직접 관람한 '소리극'은 이야기의 특성상 판소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외의 모든 장면들이 연극적 요소가 가득한 채로 진행되는 '소리가 들어간 연극'이다. 극적인 장면에 음악으로 절정을 끌어내는 뮤지컬과는 다르다. 직접 판소리를 부르는 무대 위의 배우들은 소리꾼들을 연극 무대에 올려놓은 것인지, 연극배우들이 판소리하는 것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p> <p contents-hash="c0df40d67ad88bad854d855973ce7b53ad1ae76095c66158dd569e80117ea5e2" dmcf-pid="Ff0wyynQ3U" dmcf-ptype="general">그렇기 때문에 극 중 등장하는 판소리를 지켜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이야기 전개 속에서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흥보가, 수궁가로 구성된 5대 판소리를 비롯해 한승석 음악감독이 직접 작창한 '아매도 사랑이야'를 들을 수 있다. 국악, 판소리에서 새로운 소리를 창작하는 작업을 '작창'이라고 하는데, <서편제>를 위해 작창된 '아매도 사랑이야'를 통해 단순히 전통을 계승하는 문화라고 생각했던 소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p> <p contents-hash="405af085113b4cee22675fa54394560b0f01752f79145a2da2b0936beda8f035" dmcf-pid="34prWWLxzp" dmcf-ptype="general">판소리를 떠올릴 때 한국판 모노극이라고 생각했는데, 소리꾼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판소리를 들으니 단순하게 표현할 수 없는 '예술' 같다. 전통문화와 음악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퓨전 예술이 등장하고 있지만, 관객으로 느꼈을 때 <서편제>가 그 어떤 실험적인 시도보다 가장 직관적으로 판소리의 매력을 드러냈다.</p> <div contents-hash="2e7fcb7ddba65414d00b8e7e0e9262c0984a5b48321df3c3bfb7517ccc88da93" dmcf-pid="08UmYYoM30" dmcf-ptype="general"> <strong><서편제>에 없는 것과 있는 것</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faab5c921ca080328da731b3e58f6e247451ba02bcb50421842852e429ee2a3a" dmcf-pid="p6usGGgR03"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02/ohmynews/20251102135404422konx.jpg" data-org-width="1280" dmcf-mid="P0Yomm6bF8"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2/ohmynews/20251102135404422konx.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서편제: The Original> 공연 사진</strong> <서편제: The Original> 공연 중 '아매도 사랑이야'를 부르는 배우들의 모습이다. '아매도 사랑이야'는 이 공연을 위해 작창됐다.</td> </tr> <tr> <td align="left">ⓒ 국립정동극장</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552624e2033c88c496939e2d02a1bce55843edd37eeac19121351c6e6dc82c52" dmcf-pid="UP7OHHaeUF" dmcf-ptype="general"> <서편제>에는 암전과 신발이 없다. 고선웅 연출은 암전으로 관객들의 집중력을 깨는 대신 연극적인 것을 인정하면서 극을 전개한다. 1막에서 사내와 냉이의 시간과 아비와 소녀의 이야기는 시간대가 다른데, 연극인 점을 관객들이 인지하고 있는 만큼 과감하게 냉이가 시간선을 오고가게 둔다. </div> <p contents-hash="e1d0f61b95188f486ddb4c4295c5b5a621f53af3572ad95670f112085eb548b7" dmcf-pid="uQzIXXNdut" dmcf-ptype="general">또 극 내 장소가 내외부를 빠르게 전환되는 만큼 모든 배우는 맨발로 무대에 선다. 신발이 있으면 내외부에 따라 벗고 신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선웅 연출은 "또 벗는 게 더 잘 어울리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대신 서편제 무대에는 3개의 원형 단이 있다. 이 원형 단 중 가장 낮은 건 아비와 소녀의 장소, 가장 높은 건 냉이와 사내의 장소다. 무대는 턴테이블처럼 돌아가며 산길이 되기도 한다.</p> <p contents-hash="c4e53cb6683badf96a28b9f4e0842d090a14576f0f43ca008b292f819786c2ab" dmcf-pid="7aPXzzIkz1" dmcf-ptype="general">아비가 부은 청강수로 앞을 보게 되지 못한 소녀가 상심했을 때 아비가 북을 치며 '흥보가'를 부르게 하는데, 악에 받친 두 사람의 소리는 관객석을 압도한다. 아비는 죄책감과 굳은 의지를 모아 북을 치는 동안 소녀는 울음을 훔치면서 감정을 추스르려 노력하는데, 결국 나오는 소리는 그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 구슬프게 흘러나온다.</p> <p contents-hash="ff672162a0e2431a744e1f2abc9596faf9b7174fc7378a9e334d0bf16b874346" dmcf-pid="zNQZqqCE35" dmcf-ptype="general">관객으로서 소녀의 선택을 공감하진 못하겠다. 하지만 그의 선택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윤 진사댁 사랑방을 떨치고 폐가로 나온 아비처럼 처녀가 된 소녀도 10년간 머무른 장흥에서 다시 길을 떠난다. 소리가 삶이고, 그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던 '소리꾼'의 삶을 예술로서 받아들이게 된다.</p> <p contents-hash="bb1370e77a0031d190254564468b5b824d065bd4c52535728f2bb7423b07c0cc" dmcf-pid="qjx5BBhDzZ" dmcf-ptype="general">소설의 줄거리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소리와 연기를 통해 시각·청각적 요소를 채우고, 판소리가 지닌 정서 중 한(恨)을 강조함으로써 소리극 <서편제>만의 매력을 만들어냈다. 무대에서 봐야만 하는 아름다운 '소리'가 있었기에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알면서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p> <p contents-hash="472cac30dd8167c69dc0ce8743a1bc9ddeca22d7707855352860a1bfc0eed52b" dmcf-pid="BAM1bblwFX" dmcf-ptype="general">원작이 있는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특히나 소설의 경우, 시각적인 효과를 선사한다는 것 외에도 무대로서 관객이 이야기를 받아들일 필요를 증명해야 한다. <서편제>는 공연 자체만으로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관객의 선택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공연이다.</p> <p contents-hash="fc9a11dd82c2dca4d7db768766470815be225c63aa20d57d929eb20c25e56311" dmcf-pid="bcRtKKSrpH"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이 기사는 https://blog.naver.com/burn_like_a_star에도 실립니다. 필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a.star_see)에 취재 후기와 함께 공유됩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장혜진, 남편과 따로 혼자 사는 중..아이들과 튀르키예行 (전참시) 11-02 다음 '입 터지는 실험실' 주우재, 물리학자도 놀란 논리로 맹활약 11-0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