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는 아직 내 인생의 중심" 44세 베테랑 장 줄리엔 로저, 서울에서 다시 피어난 열정 [서울오픈챌린저] 작성일 11-04 23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인구 15만 명 카리브해의 섬나라 퀴라소 출신, 44세 세계 남자 복식 최고령 선수<br>-윔블던, US오픈, 프랑스오픈 3관왕에 파이널스 우승까지...전 세계 3위<br>-호주오픈 우승은 마지막 꿈..."복식 선수에게도 많은 관심을"</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1/04/0000011911_001_20251104175809712.jpg" alt="" /><em class="img_desc">44세 최고령 남자 복식 투어 선수인 장 줄리엔 로저가 서울오픈챌린저에서 복식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오픈조직위</em></span></div><br><br>서울의 늦가을 바람은 차고 매서웠다. 하지만 테니스 코트 위의 한 남자는 여전히 뜨거웠다.<br><br>11월 2일, 2025 유진투자증권 서울오픈 국제남자 테니스대회 복식 결승전. 장 줄리엔 로저(44·네덜란드)와 파트너 나다니엘 라몬스(미국)가 조지 골드호프–테오도르 위네가(이상 미국) 조를 6-3 6-4로 꺾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br><br>통산 60번째 복식 타이틀을 기록한 로저의 얼굴에는 마치 첫 우승을 이룬 신예 선수처럼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것은 그가 여전히, 그리고 굳건히 현역 최고령 선수로 코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br><br><strong>카리브해의 작은 섬에서, 세계의 코트로</strong><br><br>로저의 고향은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작은 섬나라 퀴라소다. 인구 15만 명 남짓의 그곳에서 소년 로저는 라켓 하나로 꿈을 꾸었다. 2003년 프로로 데뷔한 그는 2008년 세계 복식 톱100에 진입하며 본격적인 복식 전문 선수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5년이 흘러 로저는 ATP 파이널스(2015) 우승, 그리고 윔블던(2015), US오픈(2017), 프랑스오픈(2022) 등 그랜드슬램 3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썼다.<br><br>세계 랭킹 3위까지 올랐던 그는 4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여전히 코트를 누비고 있다. 올해 초, 투어 생활 처음으로 큰 부상을 입으며 17년 만에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을 때도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1/04/0000011911_002_20251104175809789.jpg" alt="" /><em class="img_desc">서울오픈챌린저 복식 결승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라몬스와 로저. 서울오픈조직위</em></span></div><br><br>"이제 훨씬 나아졌어요. 몸도 좋고 마음도 좋고. 네,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나이가 들면서 더 노력해야 하잖아요. 사람들은 운동량을 줄인다고 생각하지만, 운동량을 줄이면 쉽지 않아요. 나이가 들면서 말이죠. 계속 움직여야 하고, 매일 조금씩 더 많이 해야 해요."<br><br>올해 하반기 투어 레벨로 다시 올라서자는 공통 목표로 라몬스와 손을 잡은 로저는 중국 선전오픈과 서울오픈 챌린저에서 우승을 거두며 테니스에 대한 열정을 다시 꽃 피우고 있다.<br><br>이번 서울 방문은 로저에게 단순한 대회 참가 이상의 의미였다. 2008년 부산과 서울을 방문했던 로저는 17년 뒤 아내, 두 아이와 함께 돌아왔다. "아내와 아이들이 서울을 정말 좋아했어요. 사람들도 따뜻하고, 서울은 정말 멋진 도시예요. 테니스 선수는 늘 이동 중이라 제대로 즐길 시간이 없는데, 이번엔 숙소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가족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었어요."<br><br>그는 경기장 밖에서도 여러 번 미소를 지었다. 결승전 당일, 14년째 한국에 거주 중인 퀴라소의 고향 친구가 응원석에서 그를 응원했기 때문이다. "이 도시가 얼마나 멋진지, 그리고 여기서 사는 게 얼마나 좋은 지에 대해 이야기해 줬어요. 그래서 정말 즐거웠어요. 고향 친구가 한국에서 산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고 정말 특별합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1/04/0000011911_003_20251104175809864.png" alt="" /><em class="img_desc">로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리그램(재공유)한 스토리. 로저 SNS</em></span></div><br><br><strong>은퇴를 넘어서, 끝나지 않은 여정</strong><br><br>복식 결승 하루 전, 인도의 로한 보파나(45)가 은퇴를 발표했다. 보파나는 43세에 최고령 복식 1위 기록을 가진 전설적인 선수다. 그보다 한 살 어린 로저는 그날 밤 왓츠앱으로 축하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투어 레벨에서 최고령 선수로 활동하던 보파나가 은퇴하면서 로저가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br><br>"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고 축하를 전했어요. 아마 제가 남은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것 같아요. 이 나이에 테니스를 하는 건 정말 자랑스러워요. 저는 테니스를 정말 좋아해요. 테니스를 좋아해서 테니스를 하는 거예요. 가능하다면 아이들도 제가 테니스 하는 걸 좀 봐줬으면 좋겠어요. 테니스를 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br><br>로저는 사랑하는 가족을 테니스보다 우선순위에 놓고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퍼즐 한 조각을 여전히 마음 속에 품고 있다. "호주오픈이요. 아직 그곳에서는 우승하지 못했어요. 어떨 때는 그 생각을 너무 많이 하기도 해요. (웃음) 때로는 그 목표가 너무 커 보여서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과거에 아주 좋은 기회들이 몇 번 있었어요. 준결승(2017, 2019)에서도 좋은 기회들이 몇 번 있었고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죠. 호주오픈은 제가 계속 뛸 수 있는 가장 큰 동기 중 하나입니다."<br><br>나이를 넘어서는 열정, 그리고 여전히 뜨거운 목표. 로저에게 '은퇴'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1/04/0000011911_004_20251104175809976.jpg" alt="" /><em class="img_desc">서울오픈챌린저 우승 트로피를 든 로저와 라몬스. 서울오픈조직위</em></span></div><br><br>로저는 기자회견을 통해 복식 우승 선수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준 한국 기자단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테니스에서 복식은 단식에 비해 관심과 지원이 매우 적고 대회 상금도 몇 배나 차이가 난다.<br><br>"복식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정말 감사해요. 이런 기사와 헤드라인이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식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기자 회견을 하는 것은 좋은 문화입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복식 선수들도 이런 기회를 통해 많이 알려지길 바랍니다."<br><br>마흔 중반의 나이에도 로저의 눈빛은 '꿈꾸는 소년'처럼 반짝였다. 테니스 인생 황혼기에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의 모습은 그 어떤 젊은 선수보다도 뜨겁다.<br><br>[제보 tennis@tennis.co.kr]<br><br> 관련자료 이전 [GS칼텍스배 프로기전] 미생에서 완생 11-04 다음 장애인 육상 신현진, 전국체전서 세 번째 한국 신기록 달성 11-0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