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다리 없어도…쇠와 금 뚫는 마음으로 ‘밀라노의 감동’ 만든다 작성일 11-05 28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챗 밀라노] 파라 아이스하키 정승환·송예하</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5/11/05/0002774881_001_20251105182407988.jpg" alt="" /><em class="img_desc">파라 아이스하키 대표팀 송예하(왼쪽)와 정승환.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em></span><br>“처음 시작했을 때는 자유로움이 좋았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제가 찾은 답은 재미예요. 요즘은 빙판 위에서 즐기면서 타고 있어요. 진짜 즐겁거든요.”<br><br>‘파라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묻는 말에 대한 정승환(39)의 답이었다.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송예하(25)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승환이형은 정말 항상 웃어요. 전 얼음 위에서 힘들어 죽겠는데 형은 어떻게 웃고 있냐고 물으면, ‘운동도 힘든데 재밌게 해야 스트레스도 덜 받고 오래 하지’라고 말하더라고요.”<br><br>지난 10월 중순 경기도 이천장애인선수촌 근처에서 한겨레와 만난 둘은 15살 차이가 나이가 났다. 강원도청 파라 아이스하키 소속의 이들은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정승환은 “여기(이천장애인선수촌) 오니까 1인실 쓰거든요. 너무 좋아요”라며 농을 쳤다. 숙소에서는 송예하가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폭탄을 던지기 때문이다. 물론 파라 아이스하키에 대한 궁금증이다. 대표팀 대들보인 정승환은 2004년부터, 송예하는 2020년부터 파라 아이스하키를 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5/11/05/0002774881_002_20251105182408025.jpg" alt="" /><em class="img_desc">파라 아이스하키 대표팀 정승환.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em></span><br>맨 처음 정승환을 만났을 때 “6개월 뒤 선배를 넘어보겠다”며 당돌하게 말했던 송예하였다. 하지만, 지금도 정승환은 저만치 멀리 있다. 송예하는 “그때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만 더 하면 형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파라 아이스하키는 알면 알수록 어려운 종목인 것 같다”고 했다.<br><br>둘은 모두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정승환은 5살 때 상수도관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송예하는 17살 때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부모님은 어떻게든 다리를 살려보려고 했지만, 병원에서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통증도 심해서 송예하 스스로 다리를 잘라달라고 했다. 송예하는 “빨리 자를 걸 그랬다”고 했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병원에서만 머물던 시간이 아깝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5/11/05/0002774881_003_20251105182408059.jpg" alt="" /><em class="img_desc">파라 아이스하키 대표팀 송예하.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em></span><br>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둘이 접한 환경은 아주 달랐다. 정승환은 스틱 등 제대로 된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운동을 했다. 함께했던 이들은 힘들어서 중도 포기했지만 그는 끝까지 버텼다. 2010 밴쿠버(6위), 2014 소치(7위), 2018 평창(3위), 그리고 2022 베이징(4위)까지 겨울패럴림픽 무대를 누볐다. 평창겨울패럴림픽 때는 공격 선봉에 서면서 한국에 사상 첫 메달(동)을 안겼다. 2009년, 2012년,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최우수 공격수로도 선정됐다. 빙판 위에서 누구보다 빠르고 날렵해서 그는 ‘로켓맨’으로 불린다. 정승환은 “왜소해서 처음에 잘 넘어졌다. ‘난 많이 넘어지니까 더 빨리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하다 보니 점점 빨라졌다”고 했다.<br><br>지난날을 돌아보면 ‘감정과 열정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하고 느끼는 때가 많았다. 2012년 세계선수권 때 2위를 하고 소치겨울패럴림픽 때 7위를 했을 때도 그랬다. 정승환은 “20, 30대는 파라 아이스하키밖에 없었다. 쉬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여러 해가 지나면서 개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팀의 노력과 정성을 다해야 성적이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br><br>“형들이 비포장도로에 아스팔트 깔아놓은 데서 마음껏 운동한다”는 송예하는 “휠체어를 많이 타서 지겨웠던” 시기에 “멋있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파라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어머니의 반대가 심해서 “몰래 짐을 싸서 남양주에서 (팀이 있는) 춘천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고 한다. 춘천 라커룸에는 ‘강원도청에 들어가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붙여놨다. 그곳에 자신이 롤모델로 삼았던 정승환 등이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5/11/05/0002774881_004_20251105182408088.jpg" alt="" /><em class="img_desc">파라 아이스하키 대표팀.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em></span><br>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를 본 뒤 ‘그들과 같이 밥을 먹고, 함께 운동하는 것은 무슨 느낌일까’ 생각했는데 지금 진짜 그들과 함께 빙판을 누빈다. 지난 5월 세계선수권(버펄로) 때 태극 마크를 달고 첫 골을 넣으면서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요즘은 훈련이 끝날 때마다 아쉽다. 그런 송예하에게 정승환은 “잘하려고 하지 말고 실수를 줄이려고만 해라. 잘하려고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 안 좋다”는 조언을 해준다.<br><br>대표팀 막내 라인의 송예하는 ‘정승환 바라기’다. 조금이라도 궁금한 게 생기면 정승환에게 캐묻는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정승환을 따라서 운동하다 보니 몸무게는 빠지고 근육량이 늘어났다. 세자릿수이던 그의 몸무게는 1년 반 사이에 20㎏이나 빠졌다. 주변 사람들이 다 놀란다. 그만큼 운동에 진심이다.<br><br>송예하는 “한 팀으로서 형들과 골을 넣기 위한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좋다. 형들과 얘기한 상황이 닥쳐서 잘 되었을 때 진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송예하와 대표팀 맏형인 장동신(50)은 나이 차이가 25살이나 난다. 그만큼 세대교체가 더디게 진행 중이기도 하다. 얼음 위에서 전속력으로 썰매를 타면서 퍽을 쫓아야 하는 파라 아이스하키는 장애인 스포츠 중 어려운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br><br>파라 아이스하키팀은 5일(현지시각)부터 노르웨이 예스하임에서 열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겨울패럴림픽 최종 예선전에 나서고 있다. 패럴림픽에는 8개 국가가 나서는데 미국, 캐나다, 체코, 중국, 독일을 비롯해 개최국인 이탈리아의 참가가 확정돼 있다. 한국은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일본, 스웨덴, 카자흐스탄과 대결해서 최소 2등을 해야만 패럴럼픽에 나설 수 있다. 지난여름 물 부족 사태로 강릉빙상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비장애인 선수들이 사용하는 진천선수촌 아이스링크에서 겨우겨우 훈련을 이어왔던 대표팀이었다. 그만큼 준비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걱정인 것도 사실이다. <br><br>5회 연속 패럴림픽 출전을 노리는 정승환은 “좋은 시절을 만들려면 그에 필요한 과정이 있다. 전승해서 밀라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했다. 송예하는 “밀라노로 진짜 가고 싶다. 형들과 평창의 감동을 밀라노에서 느끼고 싶다”며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팀 슬로건을 ‘금석위개’(정성이 쇠와 금을 뚫는다·강한 의지와 정성을 다하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로 정한 김정호 파라 아이스하키 대표팀 코치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느냐, 이대로 추락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기본에 충실하면 목표한 바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br><br>세대를 넘어,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 ‘쇠’와 ‘금’을 뚫겠다는 파라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사투가 노르웨이에서 막 시작됐다.<br><br> 관련자료 이전 “AI는 친구가 아니다”…광고에 테러한 이유는 [박대기의 핫클립] 11-05 다음 '6관왕' 사격 김정남 MVP…장애인체전, 6일간 열전 마무리 11-05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