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내 집에 온 전 남편 어머니와 동생... 세 여자의 불편한 연휴 작성일 11-06 13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김성호의 씨네만세 1208] 25회 전북독립영화제 <갈비></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xVzP76Hl7I"> <p contents-hash="76a73543cf8505c5b322153712d5a0845d355ba4db2d3476c127e64dd5b9cedf" dmcf-pid="yIEvkSd8pO" dmcf-ptype="general">[김성호 평론가]</p> <p contents-hash="4b6430c18ab672e9ae6b0fdb28d2a3431aa06cdd834cace3049ba6b57a576a5d" dmcf-pid="WCDTEvJ6Us" dmcf-ptype="general">여적여. 어째서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이 이토록 널리 쓰이게 된 것일까. 그는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인가. 아니면 여성에 대한 편견의 결과인 걸까. 한동안 골똘히 앉아 이를 생각해 보게 된 것은 어쩌면 전북독립영화제서 이 영화를 보고 난 잔향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p> <p contents-hash="82b0c157b0b74ddd30eaf7487965ddd741b06066c2d7af74fead4f9bb137cfb3" dmcf-pid="YhwyDTiPUm" dmcf-ptype="general">올해로 25회째를 맞이한 전북독립영화제가 선보인 57편의 작품 가운데 <갈비>가 있다. 송에스더와 임연주가 함께 연출한 20분짜리 단편은 집 거실이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세 여성이 꾸려가는 독특한 영화다. 제목인 '갈비'에 더하여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명절연휴라는 것, 또 세 여성의 관계가 시모와 아가씨, 그리고 (전) 며느리란 점에서 적잖은 긴장이 감도는 듯도 하다. 영화를 연출한 두 감독과 출연한 세 배우가 모두 여성이란 사실도 이 영화의 성격에 더하여 주목할 지점이 되겠다.</p> <div contents-hash="c880678835ebea0c4a6c42e6d0e5e8db5e11f24df5114c248f03bfd3809cd3ec" dmcf-pid="GlrWwynQFr" dmcf-ptype="general"> 영화는 모녀가 빈 집에 들어서는 장면으로부터 출발한다. 엄마 순자(남권아 분)와 딸 수민(이루비 분)으로, 수민의 오빠 상철이 집을 비운 틈에 그 집에 들어서는 것이다. 때는 명절연휴로, 여느 때라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해야 하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순자는 남편과 황혼이혼을 염두에 두고 있고, 수민은 결혼을 약속하고 동거 중인 애인과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진지하게 자기 남자들과 갈라서려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 각자의 관계가 또 서로에게 영향이 없지 않단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 된다. 모녀사이라 하지만 속내를 마음껏 털어놓을 수도 없고, 또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도 설득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8d861f01da64fa9a1fe025e81a36f00e73e67dfc07a4f45d707dffb200a016b2" dmcf-pid="HSmYrWLxzw"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06/ohmynews/20251106100603796xllc.jpg" data-org-width="1280" dmcf-mid="8XgcRAKpuS"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6/ohmynews/20251106100603796xllc.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갈비</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전북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4d5a7bb442685ab308b27944adb6d913ae5166f9e799f745d3f0464d2fdf752" dmcf-pid="XvsGmYoM0D" dmcf-ptype="general"> <strong>내 집에 이혼한 남편의 어머니와 동생이...</strong> </div> <p contents-hash="92f10d7ad9adca6b6217798bde27f5fbb772f3e3ec3685ebea19176dd78bc339" dmcf-pid="Zu1b5BhD3E" dmcf-ptype="general">이들이 들어선 집은 오빠의 집이었다고 하지만 정확히는 그 아내, 그것도 이제 막 이혼한 전처 현숙(윤차영 분)의 명의다. 남편을, 또 귀찮은 명절을 피하고자 이 집에 들어선 모녀에게 반길 수 없는 이가 들어서니 바로 집 주인인 현숙이다. 명절을 맞아 제 집에 갔으리란 건 완전한 오산이 됐다. 전 며느리와 전 시댁 식구들의 어색한 조우. 이보다 불편한 상황이 어디 있을까. 알아서 짐을 챙겨 일어서려던 순자와 수민을 현숙이 어쩌지 못하여 붙드니, 세 여자의 어색한 명절이 이렇게 시작된다.</p> <p contents-hash="f253ef1bd60baeb8ad32c8041643925ef8b990795a68b1f6772a6686313e80ea" dmcf-pid="57tK1blw7k" dmcf-ptype="general">코미디의 성격을 가진 드라마다. 순자와 수민, 현숙 모두가 상대에게 속 시원하게 터놓지 못할 저만의 사정을 가졌다. 전 시어머니와 아가씨, 또 며느리의 조합이란 각자 다른 이해관계와 역할, 서로 다른 세대와 성격 탓으로 터놓고 가까워질 수만은 없는 불편한 사이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처한 상황이란 남편과 애인, 또 이혼한 전 남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들로, 찬찬히 돌아보면 얼마쯤은 통하는 바가 있다. 더없이 불편한 관계가 약간만 조정되면 가장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영화 <갈비>가 공략하는 대목이 된다.</p> <div contents-hash="7c4a1374a6954b98f1ebc55309048075a4b9e2c57488cb4e2da079dbe6b57fac" dmcf-pid="1zF9tKSr7c" dmcf-ptype="general"> 남자 한 명 등장하지 않는 20여 분을 서로 간에 묻고 떠드는 이야기로 가득 채운다. 황혼이혼을 앞둔 순자와 파혼을 앞둔 수민의 사정은 저들보다 먼저 비슷한 선택을 한 전 며느리이자 새언니의 경험을 통해 되짚어진다. 급기야 시어머니와 며느리, 새언니와 아가씨의 관계가 장난스럽게나마 전복되는 순간 또한 도래한다. 가부장적 질서 아래 역할지워진 관계로부터 벗어나 언니와 동생이란 구분 아래 편입되는 것이다. 나이로 위와 아래를 가르는 일 또한 유교적 구분이 아니냐 하면 반박할 수 없는 것이지만, 어찌됐든 영화는 가볍고 유쾌하게 가부장적 질서를 뒤흔들고 여자 셋이 자리한 집 안에서만의 새로운 질서를 일으킨다. 남성 없는 자리에서 이룩한 여성 간의 연대가 바로 그것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b75940229967c3cf3210b50f101c1795c434654477ab519bd3bf26dfbfc593fa" dmcf-pid="tq32F9vmFA"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06/ohmynews/20251106100605152bshk.jpg" data-org-width="1280" dmcf-mid="6GK4pfWI3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6/ohmynews/20251106100605152bshk.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갈비</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전북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218dea5a7ab19e92f33461e57ff565fb480443ce58b77dd8c3aae9c086180ec4" dmcf-pid="FB0V32TsFj" dmcf-ptype="general"> <strong>여자와 여자가 적이 된 사연</strong> </div> <p contents-hash="28af2aff36948684b0a3859c344ee55dde75e9524449975a75936f07a68080e1" dmcf-pid="3bpf0VyO7N" dmcf-ptype="general">이쯤이면 단편 <갈비>가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명절, 그는 현대사회에서 마치 불평등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유교가 낳은 가부장제 아래서 명절은 산 사람이 쉬고 관계를 다지는 날이 아니라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로써 기능해온 역사가 길었다. 이때 여성은 제사음식을 준비했고 남성은 제례를 주관했는데, 두 일의 육체적 피로도가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사회 며느리의 입장에서 제사란 남편의 집의 조상에게 지내는 것이지 저와 관련된 일이 아니란 인식이 자리했는데, 그로부터 비롯된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정도가 되었다. 오늘에 이르러 제사를 지내는 집이 많지 않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가사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는 사실 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p> <p contents-hash="560e2ae0b7cc0715e672e86a95172a4c6b23a823703eb472f9d76a57e5440138" dmcf-pid="0KU4pfWI0a" dmcf-ptype="general">흥미로운 건 가부장제가 낳은 노동의 편중이 남과 여, 두 성별 간의 갈등을 낳지 않았단 점이다. 집안일을 관장하는 시어머니, 시가의 딸이면서도 며느리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는 아가씨, 제례의 목적과 수행에선 배제되면서도 노동의 당사자가 되는 며느리의 상황이 그 구조 안에서의 갈등과 불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 며느리는 시댁을 스트레스의 진원으로 여기며 피하게 되었던 것이다.</p> <div contents-hash="97b131f8e98dc17faeb8bfee82f2e297e4780e316bc956608297722f984515ee" dmcf-pid="p9u8U4YCug" dmcf-ptype="general"> 가부장제며 그 중심적 의례인 제사가 상당 부분 철폐됐다 봐야 좋을 오늘에 이르러서도 시댁에 대한 불만과 고부갈등은 잦아들지 않는다. 결혼이란 제도가 여전히 가부장제와 완전히 떨어뜨려 놓을 수 없는 제도이며, 동시에 서로 다른 두 집안 간의 연결이란 점에서 어찌할 수 없는 갈등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때문이겠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1913afae8d1e629d4973c2b8492c9d11e12a933b71459b6f8307288106db7981" dmcf-pid="ULMjxNB3uo"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06/ohmynews/20251106100606633dvyi.jpg" data-org-width="1280" dmcf-mid="PzomLr8Bu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6/ohmynews/20251106100606633dvyi.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갈비</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전북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d75bf2e23d14c086510c99746ee3cb162e65bd4af13aae9e9ca6dcdf30e72acb" dmcf-pid="uoRAMjb07L" dmcf-ptype="general"> <strong>연대를 구축하려 든다는 것만으로도</strong> </div> <p contents-hash="634559175664909aa43bd3b9ab281e619fffbf7a3a4e0af6710d41314681688c" dmcf-pid="7gecRAKpUn" dmcf-ptype="general"><갈비>는 결혼이란 제도며 그 아래 깔린 문화적 요소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다만 가부장의 모든 요소, 이를테면 남편과 아버지, 가장과 역할이 존재하는 집으로부터 벗어나 여성들을 온전히 인간으로 남겨두려 한다. 그로부터 어머니와 딸, 며느리의 관계성이 한꺼풀씩 벗겨지고 마침내는 서로를 서로로 바라보고 관계 맺는 상황을 내보이려 한다. 그 모두가 정밀한 설계의 결과라고, 또 충분히 훌륭한 구현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다만 유쾌하고 유효한 에피소드의 모음으로써 관객의 호응을 일으키는 데는 얼마간 성공했다고 말할 수가 있겠다.</p> <p contents-hash="f16b3aed2c86acb8589b0e5071a9b128301edd519a504804faa4e6adc944ec97" dmcf-pid="zadkec9U3i" dmcf-ptype="general">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갈비는 어머니가 수민의 오빠인 상철에게 주기 위해 가져온 것이다. 그 갈비를 수민이 먼저, 그것도 맨손으로 맛보려는 것을 순자는 극구 거부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갈비를 탐하는 수민의 손길도 든적스러워지는 것이 여전히 없다 할 수 없는 우리네 현실적 자화상인 듯도 하다.</p> <div contents-hash="2086bb587f2bb651e156674b0518efdd765aba5dd0382f70e5529922e8092573" dmcf-pid="qNJEdk2upJ" dmcf-ptype="general"> 여적여,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흔한 인식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또 직장이며 학교 내의 상황 가운데서 그와 같은 관계성이 나타나는 경우를 너무나도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때문이다. 그러나 그 현상 아래 깔린 제도와 문화의 기능을 살핀다면 문제의 근원과 마주하게 된다. 이 경우엔 가부장제, 그 부당한 억압과 불평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적여란 흔한 인식을 격파하고 연대를 구축하려 든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 영화 <갈비>를 지지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4fc88b79f299d15ebec5f60188563b5cb99c8378523b1d1ce99c593d213974cc" dmcf-pid="BjiDJEV7ud"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06/ohmynews/20251106100607949xgek.jpg" data-org-width="400" dmcf-mid="QoNIaOQ97C"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6/ohmynews/20251106100607949xgek.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전북독립영화제</strong> 포스터</td> </tr> <tr> <td align="left">ⓒ 전북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p contents-hash="db0e461b4f7d5360e737d94768f93414f1407cd3791b88068ca32a9531e23314" dmcf-pid="bAnwiDfzze"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피지컬아시아’ 한국 우승? 12부작 결말 논쟁 11-06 다음 'NCT' 정우, 첫 팬미팅 매진…"시즈니와 함께, 달콤한 만남" 11-06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