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손가락 찾으러 공장으로... 남매가 마주한 비정한 현실 작성일 11-07 15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김성호의 씨네만세 1209] 25회 전북독립영화제 <손가락을 찾는 방법></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0vTLQ3Dg79"> <p contents-hash="76a73543cf8505c5b322153712d5a0845d355ba4db2d3476c127e64dd5b9cedf" dmcf-pid="pTyox0wa0K" dmcf-ptype="general">[김성호 평론가]</p> <p contents-hash="1551138f98601ab69f3d4f7462e98d46aec754043e0e72b1c69d959663d262de" dmcf-pid="UyWgMprNpb" dmcf-ptype="general">몇 년 전인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오래 입원한 적이 있다. 6인실을 몇 달간 쓰는 동안, 같은 병실에 신체 일부가 절단된 뒤 접합수술을 한 이들이 여럿 들고 나갔다. 신기한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젊은 청년이었단 사실이다. 그들과 함께 지내며 나는 그 대부분이 비슷한 일로 다치고 입원했단 걸 알게 되었다. 이들 중 다수는 공장 노동자로, 기계를 잘못 다룬 탓에 손가락이며 다리가 눌리고 잘렸다고 했다. 어째서 비슷한 직업, 유사한 환경에 있는 이들만이 같은 병실에 들어오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자리했다.</p> <p contents-hash="e13ce1be7b88357590355c87ad0ed84e8ef6f673f96f74637bc6c6440304f16a" dmcf-pid="uWYaRUmj0B" dmcf-ptype="general">서울서 공부하고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를 옮겨 다닌 때문일까. 서른이 다 될 때까지 산업재해를 피부로 체감한 적이 없었다. 서른 즈음에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항해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난 뒤에야 산업재해를 당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론교육을 마치고 시험에 통과한 뒤 실습을 위해 처음 상선에 오르던 그날, 한국 굴지의 대기업이 운영하는 선박에서 한 항해사의 손가락이 잘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p> <div contents-hash="a0b03bb3bfc8448b3329c1c91338f04ab1492b709344d2578b0f013f76e6713c" dmcf-pid="7YGNeusA3q" dmcf-ptype="general"> 그가 마지막이 아니었다. 육지로는 좀처럼 전해지지 못하는 목소리들이 저기 어느 배에서 배를 묶은 밧줄이 터져 중상을 입었다거나, 기관실에서 무거운 물체가 떨어져 발가락이 잘렸다거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바다에 떨어져 목숨을 잃은 선배며 동기들의 이야기를 전해왔다. 사고는 끊이지 않았으나 바뀌는 것은 없었다. 산재 인정을 받는 일도 눈치를 봐야 했고, 보상조차도 소송을 거치는 경우가 흔했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07444cb14b0e5425f080377347c91592f95f3db577922d9cd15683985dc26250" dmcf-pid="zGHjd7Oc3z"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07/ohmynews/20251107100602249sbdi.jpg" data-org-width="1280" dmcf-mid="tgs5vgztz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7/ohmynews/20251107100602249sbdi.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손가락을 찾는 방법</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전북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cb5beb231520425f52c7dc156d86a803cf550bb94184bf836288b745d18f9f96" dmcf-pid="qHXAJzIku7" dmcf-ptype="general"> <strong>산업재해 다룬 영화, 아이를 주인공으로?</strong> </div> <p contents-hash="05c5216e1ea6ce5662f2b70a39e665d3d32b05f9bc65f6503c8ace7455d16f45" dmcf-pid="BnLz1r8Buu" dmcf-ptype="general">25회 전북독립영화제서 선보인 <손가락을 찾는 방법>은 최근 여러 영화제서 각광받고 있는 작품이다. 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전북독립영화제, 최근 열린 12회 부천노동영화제에서까지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었다. 21분짜리 단편영화는 2023년 23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서 은상을 받은 <아가미로 숨쉬는 방법>의 손윤희 감독의 신작이다. 대학시절 출품했던 전작에 이어 두 번째 영화로 <손가락을 찾는 방법>을 제작해 선보였다.</p> <p contents-hash="913feddf01f483e239597275c12166feb4fab341f24227056f0081fd2062f25f" dmcf-pid="bLoqtm6b3U" dmcf-ptype="general">영화는 산업재해를 소재 삼은 작품치곤 낯선 형식을 가졌다. 주인공이 이제 갓 초등학생이 되었을까 싶은 어린 남매란 점부터가 그렇다. 언니 리희와 동생 리안 남매는 산업재해가 거듭되는 공장을 찾아 혼란하고 괴기스런 상황과 마주한다. 계기가 되는 건 아버지의 부상이다. 공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하고 남매에겐 별 일 아닌 것처럼 가볍게 거짓말을 한 때문이다. 그로부터 아이들은 아버지의 잘린 손가락을 찾기 위해 공장으로의 여정을 떠난다.</p> <div contents-hash="1e4849fed9fde36553c3bbb7267baacd3aea1583d5a6355a46ec498c9966b3af" dmcf-pid="KogBFsPKUp" dmcf-ptype="general"> 잘린 손가락을 찾게 되면 아버지의 손이 원래대로 돌아오리란 믿음, 그 아이다운 상상이 참혹한 현실과 맞물려 빚어내는 이야기다. 그러나 관객은 그저 흥미롭게 영화를 지켜볼 수 없으니 현실이 영화 속 상상 못잖게 참혹하단 걸 알아서일 테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5eae40454d55e512cf21239f4482a8af1c49b57614118783d97a5df8ef94f906" dmcf-pid="9gab3OQ9u0"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07/ohmynews/20251107100603571fesk.jpg" data-org-width="537" dmcf-mid="Fp5knBhDz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7/ohmynews/20251107100603571fesk.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손가락을 찾는 방법</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전북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f1ae400a47cde79ad0983fbf703a5d4f9685e7ccb6f1673f7ec07ee192f3bb51" dmcf-pid="2aNK0Ix273" dmcf-ptype="general"> <strong>아버지 손가락 찾아 공장을 헤매는 남매</strong> </div> <p contents-hash="06d6b08e88c99ac6b45023c68d582199f0f84c7ed29a30b83eced9b5c9550c75" dmcf-pid="VNj9pCMVzF" dmcf-ptype="general">리희와 리안이가 공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끔찍하기 짝이 없다. 그곳엔 그저 아버지의 손가락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용접 노동자는 시력을 잃었고, 아버지처럼 손가락을 잃은 이들도 수두룩하다. 지하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잘려 없어진 제 손가락 자리와 수없이 많은 잘린 손가락들을 대어보며 제 것을 찾고 있다.</p> <p contents-hash="1a9abb48d32815dc1310aa8ddbd0a78125d4570d438650ad24bd93920c56d9a3" dmcf-pid="fjA2UhRfUt" dmcf-ptype="general">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공장은 이미 가장들이 노동하는 건전한 산업의 터전이 아니다. 열악한 환경 가운데 착취당하는 이들과 사람의 형상을 잃어가는 괴물 같은 이들의 수용소일 뿐이다. 아이들의 모험이 마주하는 그 끔찍한 형상들 앞에서 우리는 우리의 산업 현장을 자라나는 세대 앞에 내보일 수 있는지 되묻게 된다.</p> <p contents-hash="187ebf1d93cd44695d32c285c604a109ade4173c7bd4b054fd110501603b2288" dmcf-pid="4AcVule4u1" dmcf-ptype="general">영화의 한 순간, 아버지의 손가락을 찾으려는 아이들과 산재 등 후속처리만 생각하는 공장장의 모습이 대비된다. 사용자에게 노동자는 부품일 뿐이지만, 아이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가족이 아닌가. 그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법제도와 자본의 논리가 영화 가운데 서럽게도 선명하기만 하다. 착취와 피착취, 계급화 된 자본과 노동의 고리가 단순히 손가락을 찾아 나선 동심 가득한 아이들의 이야기로부터 읽히는 건 어째서일까. 우리네 현실이 영화와 다르지 않은 때문은 아닌가.</p> <div contents-hash="1c3f2a71eaa33f584a4a8d757d6aa612e2851c50e6f6235f15291dda2065c4d8" dmcf-pid="8ED8qTiP75" dmcf-ptype="general"> 소위 '중후장대' 산업에 종사하는 지방도시 남성 노동자, 건설노동자와 아직 여물지 못한 공장 실습생들, 이주노동자며 먼 바다로 나가는 뱃사람들만이 산재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농어촌 노동자, 때로는 도시 사무직 노동자들도 죽고 다치는 일을 당하고는 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8c01b30fbd09c8a27fb2ba44e779d20ff36f284b2bac877a53a24741656c4383" dmcf-pid="6Dw6BynQUZ"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07/ohmynews/20251107100604881iixb.jpg" data-org-width="400" dmcf-mid="342WOd3Gz2"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7/ohmynews/20251107100604881iixb.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전북독립영화제</strong> 포스터</td> </tr> <tr> <td align="left">ⓒ 전북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aa24136968c6d5338fc0b58b727b044c2edb7220d0db6ace114b8261e1b5803c" dmcf-pid="PwrPbWLxuX" dmcf-ptype="general"> <strong>매년 사망자 2000명, 한국의 현실</strong> </div> <p contents-hash="8ca151f67139a05d85d029096aa89339b7e01b905d9c50b465f4221df89a62cb" dmcf-pid="QrmQKYoM0H" dmcf-ptype="general">분업화된 노동현실 가운데서 산업재해는 더는 저기 먼 누구의 일로 여겨져선 안 된다. 우리 모두가 쓰고 먹는 일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공연한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경주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아까운 죽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책임자가 면책될 여지가 큰 데다 원안보다 형사처벌 수준 또한 크게 낮아진 반쪽짜리 중대재해처벌법을 그나마도 간신히 통과 시킨 지난날을 떠올린다.</p> <p contents-hash="0e1be1b11cedc4f6a3821894f6bad1dedbedf04e750ea52e5638898042806416" dmcf-pid="xmsx9GgRFG" dmcf-ptype="general">법 제정은 결국 현실을 바꾸지 못하였다. 매년 일터에서 수천 명이 죽어나가는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다치는 이는 그보다 수십 배가 더 많아서, 산재 피해를 당한 이가 매년 수십만 명씩 통계에 잡힌다. 올해 국정감사에 나온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 재해자 수는 2020년 10만 8379명에서 ▲ 2021년 12만 2713명 ▲ 2022년 13만 348명 ▲ 2023년 13만 6796명 ▲ 2024년 14만 2271명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사망자 수도 매년 2000명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p> <p contents-hash="c9e36d2906d41f5d13da458396806af048d0a22f9958301b2cad87bc1ef7223c" dmcf-pid="yK9yseFYuY" dmcf-ptype="general"><손가락을 찾는 방법>이 일깨우는 건 노동현장에서 죽고 다치는 모두가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당연한 사실이다. 그 사실을 우리 법과 제도는 과연 감안하고 있는가. 영화 속 돈과 절차만 생각하는 사용자와 손가락이 잘린 노동자가 동등한 인격체란 사실을, 그들 모두가 어느 누구의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충실히 고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영화가 비정한 현실을 다루며 어린 아이를 주인공 삼은 이유가 이로부터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을 테다.</p> <p contents-hash="db0e461b4f7d5360e737d94768f93414f1407cd3791b88068ca32a9531e23314" dmcf-pid="W92WOd3GzW"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단말기 AI 필터 통했나…상반기 문자 스팸 74% 급감 11-07 다음 문체부, 8일 '한국문화 큰잔치' 개최... 외국인 홍보활동가 등 15명 시상 11-07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