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파혼 뒤 산에 갔다가... 스님이 된 예비 형부를 만났다 작성일 11-09 11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김성호의 씨네만세 1210] 25회 전북독립영화제 <자매의 등산></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GHNiN2UZUB"> <p contents-hash="76a73543cf8505c5b322153712d5a0845d355ba4db2d3476c127e64dd5b9cedf" dmcf-pid="Hx1Y1wgR0q" dmcf-ptype="general">[김성호 평론가]</p> <p contents-hash="428edc3d0b720357bbef8bcfb1c472e4678e064cf4684a471fca551593415c4c" dmcf-pid="XMtGtrae0z" dmcf-ptype="general">금기라고 여겨지는 일이 있다. 범해져선 안 되는 일, 암묵적인 규칙이며 법으로써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을 우리는 금기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성전은 더럽혀져선 안 된다. 군주에겐 예를 표해야 한다. 현대사회에도 금기는 얼마든지 있다.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것, 약자를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는 것, 하다못해 도서관에서 떠들어선 안 된다는 것도 일종의 금기일 수 있겠다.</p> <p contents-hash="246b25baa589a21b505ffd772b0adc93fd49cb1a0a64b26252ffd535fa7aca34" dmcf-pid="ZRFHFmNd07" dmcf-ptype="general">금기란 동시대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공유되는 질서다. 모두가 금기를 범하지 않아야 함을 안다. 사회적 틀이 개개인에게 내재화된 기준이 되어 있다는 뜻이다. 때로는 그와 같은 기준이 개인을 옭아매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억눌린 욕망은 반사적으로 뛰쳐나가려는 욕구를 키운다. 도서관이나 극장에서 마음껏 떠들고 싶다는 욕구를 가져본 이는 그를 알 것이다. 이따금 예술이 금기를 제 안으로 끌어들여 그를 격파하는 것도 이러한 욕구를 활용하기 위함이다. 보는 이에게도 내재한 내적 금기를 깨뜨림으로써 통쾌함과 유쾌함, 해방감을 얻는 것이다.</p> <div contents-hash="38498abf97d021eccaeb702e5587f1b7127b0d3481749954c07d3fde94541651" dmcf-pid="5e3X3sjJuu" dmcf-ptype="general"> 일례로 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 또 그 원형이 된 장 뤽 고다르의 <국외자들> 속 유명한 장면을 들 수 있겠다. 영화 속에선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가로지르는 세 남녀가 등장한다. 이들은 엄숙한 박물관 정중앙을 1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주파한다. 경비원의 저지를 뚫고 내달리는 이들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모두에게 자유, 두 글자를 연상케 한다. 비록 그것이 방종에 가까울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자유로운 질주인 것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7aedf568d60fa4d8b4470c510f1dd93606086dba2e0a2b47e8ee57dd04aeefd5" dmcf-pid="1d0Z0OAizU"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09/ohmynews/20251109102101618ygbt.jpg" data-org-width="1280" dmcf-mid="xs0sSLQ9p2"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9/ohmynews/20251109102101618ygbt.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자매의 등산</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전북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20beea38c7534cb58de199f5d52620316d0a2c8006b643c07827e91398425b81" dmcf-pid="tJp5pIcn0p" dmcf-ptype="general"> <strong>금기를 밟는 유쾌한 코미디</strong> </div> <p contents-hash="774038c8916849b7dd7f46bb86e31ba9c40802e01eb30b04e67d701657123383" dmcf-pid="FiU1UCkLU0" dmcf-ptype="general">25회 전북독립영화제 상영작 <자매의 등산>도 금기를 유쾌하게 활용하는 영화다. 제목처럼 한 자매가 산에 오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체면 따위 다 내버리고 흙바닥을 구르는 두 여성의 모습을 비춘다. 언니인 미정(강진아 분)과 동생 은지(심해인 분)가 엎치락뒤치락 드잡이질 하는 뒤로 보이는 배경은 다름 아닌 사찰이다. 정숙해 마땅해야 할 절에서 두 여자가, 그것도 자매가 서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싸우고 있는 것이다. 꼴불견이다. 동시에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파격적 장면이다. 말하자면 금기를 범한 것이다.</p> <p contents-hash="c0dfc1a4ebfc7f3ddcae10e776156bd0ff0859e59e93d77df342f029df6d695e" dmcf-pid="3nutuhEop3" dmcf-ptype="general">영화는 또 하나의 금기를 범한다. 동생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발화하는 미정과 달리 은지는 언니에게 손짓 발짓으로만 저항한다. 요컨대 동생 은지는 말하지 못하는 농인이다. 수어로 언니에게 제 의사를 전하는 은지와 말할 수 있는 언니 미정이 서로를 땅바닥에 눕히고 뒹군다. 장애인을 사회적 약자로 놓아두고 늘 보조적이며 수동적인 존재로만 대해왔던 매체에서 장애인의 이 같은 모습을 비춘 장면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금기다. 그 금지된 영토를 밟은 것이다.</p> <div contents-hash="2cdd87209a0ca153d7d85ee68afa44a29a05234d4c9a2f4c6f98cb53894d9f7f" dmcf-pid="0L7F7lDg0F" dmcf-ptype="general"> 김수현 감독의 18분짜리 단편은 근래 보기 드문 인상적 코미디다. 농인인 동생이 싫다는 언니를 극구 끌고서 오른 산 중턱의 어느 사찰, 그곳에서 마주한 머리 깎은 한 사내가 언니의 약혼자란 건 웃픈 일이다. 결혼을 얼마 앞두고 돌연 파혼을 선언하고 도주한 예비신랑이 스님이 되었단 건 미정에게도 처음 듣는 일이다. 그렇다고 절에 찾아가 사유를 따져 물을 용기를 내기란 어려운 것이다. 절이란 엄숙한 성전이고, 미정은 나름대로 양식 있는 사람이니까.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0609cc3d7cc341af611773d637a50aebeb60a6659207f069bda1e6c9c2db4a7f" dmcf-pid="paBpBTmj7t"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09/ohmynews/20251109102102895otzj.jpg" data-org-width="1280" dmcf-mid="ybjnjVu5u9"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9/ohmynews/20251109102102895otzj.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자매의 등산</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전북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f581a034153fd2a54699476238af520943f5b2d2da789eee37c0dae8f9f96720" dmcf-pid="UNbUbysAu1" dmcf-ptype="general"> <strong>예비형부가 머리 깎고 스님이 됐다고?</strong> </div> <p contents-hash="672d9c3a488dcf0faf0132c53c227db8510263e276a7e3f944c576789478b921" dmcf-pid="ujKuKWOcF5" dmcf-ptype="general">하지만 은지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그녀는 도저히 언니가 겪은 수모를 참을 수가 없다. 도대체가 예비 형부였던 이는 어째서 언니를 버렸는가. 한 마디 말도 없이 그가 떠난 탓으로 언니가 겪은 마음고생이 얼마라는 건가. 운이 좋아 은지는 그의 근황을 알아냈고 싫다는 언니를 끌고서 산길에 오른 것이다.</p> <p contents-hash="12dbc638d324b55765f42db970d4834847ddc60cbed116d47d340c09ced48654" dmcf-pid="7A979YIkzZ" dmcf-ptype="general"><자매의 등산>은 함께 산에 오른 자매가 결국 스님이 된 남자를 만나고 돌아오는 짤막한 이야기다. 하룻밤 절에서 묵고 오는 만 이틀의 이야기는 처음과 끝이 전혀 다른 감상을 안긴다. 언니의 파혼도, 언니와 동생의 관계도 달라질 게 없지만, 그 모두가 완전히 달라진다. 지켜보는 이마저도 느끼게 되는 해방감과 함께 돈독해진 관계가 이들의 등산에 의미가 있음을 확인케 한다.</p> <div contents-hash="be65435c82b74a95ab64fa729ee94d5ba94e0b5205c00b992e9ba5bbdc7a4dee" dmcf-pid="zc2z2GCEpX" dmcf-ptype="general"> 영화를 끌어가는 건 강진아와 심해인, 두 배우다. 독립영화 판에서 주목할 만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이들 배우가 <자매의 등산>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전북독립영화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던 두 배우에게 배우상을 공동으로 안겼다. 영화를 본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97ec264a1f61ae28d6dc81af0bac05bfe9513620218c81e07a40244504946f77" dmcf-pid="qkVqVHhD7H"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09/ohmynews/20251109102104153trmi.jpg" data-org-width="1280" dmcf-mid="WKmcmM2uz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9/ohmynews/20251109102104153trmi.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자매의 등산</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전북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297c2624b52fb0c28e7c17fe52be71e62621e1b1ebb4c7128023f1f6471b03b" dmcf-pid="BEfBfXlwpG" dmcf-ptype="general"> <strong>독립영화계가 주목하는 인상적인 연기</strong> </div> <p contents-hash="3dddd587f2d6544f3d331ccc627b1935d07d47424e1bf326dd221ed79ddb8d48" dmcf-pid="bD4b4ZSrpY" dmcf-ptype="general">특히 눈길을 끄는 건 동생 역을 맡은 심해인이다. 그녀가 연기한 미정이 농인이란 점에서, 또 수어로 의사소통을 해야만 하는 제약이, 무엇보다 장애를 넘어 개성 강한 인물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 특별한 주의를 요구하는 때문이다. 심해인은 이 모두를 훌륭히 이행해 과연 한국 독립영화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제 자질을 입증해냈다. 앞서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출품작 <바질과 데이지>에서도 수준급 연기를 펼쳤던 심해인의 존재감을 이번 작품에서도 확실히 엿볼 수 있었다.</p> <p contents-hash="70e7b936a64271fb21bca9f3293a59b60fa22489a050122d962bb5a856b2c460" dmcf-pid="Kw8K85vm7W" dmcf-ptype="general">감독은 농어를 하나의 언어로 이해하고 작품에 접근한 듯하다. 영화 상영 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외국인 친구가 부모님과 통화를 하는데 문득 내가 알던 친구가 아니고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며 "쓰는 말이 다른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그려보고 싶어졌다"고 작품의 출발을 설명했다.</p> <div contents-hash="cd04f8df084f58c3c5228b1f702b99fa7b03ff4ca71571433e9fb2d60508bac6" dmcf-pid="9r6961Ts0y" dmcf-ptype="general"> 장애를 가진 동생과 비장애인인 언니의 서로 다른 처지와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영화는 서로를 향한 맹목적인 애정과 또 온전한 이해에 닿을 수 없는 답답함 사이를 오가며 공감할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로의 정체성을 보인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7d9fa775f5fa81c604c3b7ac5cfb4c06247d37959cbaec6c26d62d985ec8175f" dmcf-pid="2mP2PtyOUT"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09/ohmynews/20251109102105398yhon.jpg" data-org-width="400" dmcf-mid="Y4ALAf71U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9/ohmynews/20251109102105398yhon.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전북독립영화제</strong> 포스터</td> </tr> <tr> <td align="left">ⓒ 전북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08dc5e5f1a1683c33fdd737877ec9f0e002a2b06e780e435abefb1727144a7dc" dmcf-pid="VZALAf71Uv" dmcf-ptype="general"> <strong>장애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하여</strong> </div> <p contents-hash="075db676ef290aef703d309515b462a7f26e0ca470679d343730c7df1534dec9" dmcf-pid="f5coc4zt0S" dmcf-ptype="general">다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 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자매의 등산>이 장애를 다룬 작품 가운데서도 매력적인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지만, 그 역할을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 배우에게 맡길 수는 없었을까 하는 물음이다. 한국에서 비장애인 배우가 장애인 역할을 소화하는 건 어느덧 오랜 전통과도 같다. 올해 화제작이었던 연상호의 <얼굴>에서도 시각장애인인 두 주연 배우를 권해효와 박정민이 연기했다. 박정민은 이전에도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자폐증을 가진 인물을 연기한 바 있다. 심지어 장애인 배역은 배우의 출중한 연기력을 확인케 하는 발판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조승우가 <말아톤>에서, 문소리가 <오아시스>에서 보인 연기는 한국 영화사에서 길이 남는 지점이 됐다.</p> <p contents-hash="9c308fa3c2eda72e5bc626950dbd7bf5e132ac7a720d270dc7650355bd7867c4" dmcf-pid="41kgk8qF0l" dmcf-ptype="general">그러나 이것이 당연하며 모범적인 일이기만 할까. 이미 할리우드와 유럽에선 십 수 년 전부터 장애인 역할을 장애인 배우가 맡아야 한다는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장애인 배우가 제 역할을 소화할 수 없을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실제 장애인이 배역에 투입되는 경우를 근 몇 년간 꾸준히 찾아볼 수 있다. 왜소증을 가진 피터 딘클리지가 <왕좌의 게임> 시리즈 주역을 맡아 연기한 이래, 꾸준히 관련된 입장을 공표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게 대표적이다.</p> <p contents-hash="101c88da1bfa4092c87da20df320f9a34b3ab88f58763358fd29f4ed1c813c52" dmcf-pid="8tEaE6B3ph" dmcf-ptype="general"><자매의 등산>과 같이 청각장애를 가진 역할을 캐스팅할 때 장애를 가진 배우를 후보로 고려했을까. 비장애인에게 장애인 역할을 맡기는 것이 타당하고 적합한 것인지를 고민했을까. 매력적인 이 작품으로부터 이와 같은 질문을 떠올리는 건 오늘 한국에선 이러한 물음이 설 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 때문이다.</p> <p contents-hash="b81daed859ab9a744492fbd0b3795f666536bd69396012d4113086a9ad8429d1" dmcf-pid="6FDNDPb0FC"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이현이, 편식하는 아들에 잔소리 길어져 “사랑하니까 하지” 11-09 다음 ‘살림남’ 박서진, ‘가왕’에서 남매의 커플댄스 도전 11-0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