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신뢰를 코드로 옮기는 일 작성일 11-10 57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VlwYwf71w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528b6411a42b0dcdeb31a3cb38080ce09a0a9eccc52f3c79e78049cee5ea0779" dmcf-pid="fSrGr4ztmE"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0/hani/20251110070630065tdta.jpg" data-org-width="739" dmcf-mid="93WuWnPKDr"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0/hani/20251110070630065tdta.jpg" width="658"></p> </figure>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ab0d53c7469f1470707dbb391869c224ecb532e35e40f72c45010dc0d9c9665a" dmcf-pid="4DgIg75Trk"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0/hani/20251110070631298hchs.jpg" data-org-width="970" dmcf-mid="24I5IQKpIw"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0/hani/20251110070631298hchs.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641a03984c332c3c08de1b3341fb2e85f247bd1bf4e43f634db22e8cb5903973" dmcf-pid="8waCaz1yOc" dmcf-ptype="general"> 미국 유학 시절인 2012년 무렵, 내가 거주하던 버클리에서는 ‘Google Self-Driving Car’(구글의 자율주행차)라는 문구가 붙은 프리우스가 가끔 눈에 띄었다. 당시에도 자율주행은 먼 미래의 연구 과제가 아니라, 곧 현실화될 기술로 받아들여졌다. 실리콘밸리의 기술자들은 이미 “운전대를 언제 내려놓을 수 있을까”를 논의하고 있었다.<br><br>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등에서 하루 3만 5천 회 이상의 유료 운행을 수행한다. 바이두의 아폴로 고(Apollo Go) 등을 포함하면 전 세계적으로 매일 수만 건의 무인 주행이 상업적으로 이뤄진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도심 교통의 일부다.<br><br> 물론, 이 ‘코드화된 신뢰’는 냉혹하다.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DMV)이 2023년 10월 크루즈의 운행 허가를 즉시 중단시킨 사건이 그 증거다. 다른 차량에 치인 보행자를 덮친 뒤 멈추지 않고, 도로변으로 이동하며 약 6미터를 끌고 간 ‘코드의 결함'도 문제였지만, 결정타는 ‘회사가 이 사고 영상을 규제 당국에 고의로 은폐'하려 했다는 '인간의 결함'이었다. 기술적 실패 보다, 그 실패를 다루는 인간의 방식이 시스템 전체의 신뢰를 파괴하며 기업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다.<br><br> 크루즈가 ‘신뢰의 파괴'를 보여준다면, 웨이모의 상업적 확장은 ‘신뢰의 구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이 새로운 신뢰의 가치는, 가격에 대한 사람들의 뜻밖의 반응에서 드러난다.<br><br> “로봇이니 싸겠지”라는 초기 예상과 달리, 현재 웨이모의 요금은 우버보다 비쌀 때가 많다. 그럼에도 승객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팁이 없고, 무엇보다 비 오는 금요일 밤의 ‘따따블' 할증이 없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싼 비용이 아닌, 이 ‘예측 가능한 일관성이라는 기계적 신뢰에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핵심은 가격표 자체가 아니라, 그 가격이 보장하는 일관성이다.<br><br> 우리는 평소 암묵적인 신뢰망 속에서 이동한다. 택시기사의 운전 실력, 신호체계의 정확성 등. 자율주행은 이 인간적 신뢰를 코드와 데이터로 재현하려는 시도다. 웨이모가 매일 수백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인간의 감각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신뢰를 네트워크 수준으로 확장하는 작업이다.<br><br>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신뢰의 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된다. 인공지능이 학습한 수십억 건의 주행 데이터는 한 명의 베테랑 드라이버가 아니라, ‘집단적 경험의 통계'로 작동한다. 자율주행이 설계하는 것은 인간을 대체하는 지능이 아니라, 신뢰를 통계화한 인프라다.<br><br> 한국도 이 냉엄한 현실 위에 서 있다. 정부가 2027년 레벨4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안전검증센터, 운행 데이터 표준화, 보험 책임 주체 명확화는 단순한 기술 허가가 아니다. 이는 크루즈 사태에서 보았듯,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기술적 신뢰를 뒷받침할 ‘새로운 사회적 규칙'을 만드는 과정이다.<br><br> 기술은 신뢰의 문법을 다른 형태로 번역한 것이다. 전통적 신뢰가 ‘개인 대 개인'의 관계였다면, 자율주행이 설계하는 신뢰는 '네트워크 대 사람'의 구조다.<br><br> 여기서 진짜 충돌이 발생한다. 크루즈의 추락은 이 새로운 신뢰 문법을 기존의 사회 시스템(법률, 규제, 여론)이 어떻게 거부하는지 보여준 사건이다. 결국 이 실험의 성패는 코드가 인간을 얼마나 닮았는지가 아니라, 이 기계적 신뢰의 실패를 제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달려있다.<br><br> 채백련 전 빅웨이브 대표</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청년과 여성에게 더 위협적인 AI발 일자리 충격 11-10 다음 '韓 탁구 간판 아쉬운 탈락' 신유빈, WTT 챔피언스 프랑크푸르트 4강전 패배...결승 진출 좌절 11-1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