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불편한 세상…‘정든 님 사랑에 우는 마음 아직도 모르시나요’[주철환의 음악동네] 작성일 11-10 11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 주철환의 음악동네 - 김희갑 작곡 ‘정 주고 내가 우네’</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PwmmsDoMl3">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167c1c2ab47f21ace82e52dd17421736130469f228d75e50d1ecab294087e1d6" dmcf-pid="QrssOwgRSF"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0/munhwa/20251110093227200hcar.jpg" data-org-width="640" dmcf-mid="82886Vu5T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0/munhwa/20251110093227200hcar.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010d4a60fc397e01b8bbeaacb62dbbdbd82eb2be3b3c2e6e398bd8863b4071c7" dmcf-pid="x1FF35vmSt" dmcf-ptype="general">이국땅에서 젊은 시절 애창곡의 주인공 가수를 만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을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건 실화다. 20여 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교민들과 식사하다가 1970년대 대학가 주변 얘기가 나왔다. 자주 가던 식당 이름이 이모집, 고모집 이랬던 시기다. 돌아가며 노래 부르기는 빠질 수 없는 메뉴였고 회식 자리에 끼려면 학번이나 가창력과 무관하게 비장의 레퍼토리 한 곡 정도는 준비가 필수였다. 집단의 주문(注文)은 주문(呪文)에 가까웠으니 ‘노래야 나오너라’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구속이었다.</p> <p contents-hash="02df15c4142bb3e72eed8a997734eb72a4205d9afe196ae4fde82f2e9b18da78" dmcf-pid="yLgganPKC1" dmcf-ptype="general">그 시절 내가 소장했던 노래는 김훈(소설가 김훈과 동명이인)의 ‘정주고 내가 우네’였다. ‘정든 님 사랑에 우는 마음 모르시나 모르시나요’ 여기까지 부르면 그 이후부턴 안 불러도 비난을 피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떼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소절 ‘첫사랑 고백하던 그 말씀을 잊으셨나요’에 이르기까지 자막 한 줄 도움 없이 오로지 젓가락 장단으로 심야 음악회는 주점마다 무르익어갔다.</p> <p contents-hash="912f6a23d6bc0d2483f33d227e6f2d133d2a4c0ce08dd7f2df4bce59d8e3c0f3" dmcf-pid="WoaaNLQ9v5" dmcf-ptype="general">“어 그분 여기 사시는데” “아니 진짜요?” 미국으로 이민 가셨다는 얘기는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난다. 그러고는 일사천리. 며칠 후 나는 그분 댁에 초대받아 정중하고 애틋하게 ‘첫사랑 고백’을 전달했다. 감사와 감격을 억누르지 못한 채 노래방 기기가 있는 지하실로 이동 후 추억의 그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불렀다. MBC 10대가수가요제(1976·1977) 연거푸 2년 수상자(김훈)의 노래를 눈앞에서 라이브로 듣는 것도 모자라 ‘판타스틱 듀오’까지 별책으로 성사되니 개인적으로는 해외에서 겪은 10대 뉴스에 올릴 만한 낭만 대사건이었다.</p> <p contents-hash="ca3adc780229fc7a80fb3825bb61b7c298d43391abb0571cc449da5c9f455f71" dmcf-pid="YgNNjox2SZ" dmcf-ptype="general">갑자기 샌프란시스코의 잠 못 이루던 밤을 깨워준 사연이 있다. ‘정주고 내가 우네’를 작곡한 분(김희갑)의 다큐멘터리 영화(‘바람이 전하는 말’)가 지난주(11월 5일) 개봉했기 때문이다. 이분 참 신기하고 대단하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부터 트윈폴리오(송창식·윤형주)가 마지막 콘서트에서 부른 정지용의 ‘향수’, 가요무대 40년 특집에서 혜은이가 불렀던 ‘열정’, 게다가 뮤지컬 명성황후 ‘백성이여 일어나라’, 심지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최진희 ‘사랑의 미로’)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노래들을 같은 분이 작곡했다니. 역사를 서술할 때 시기별(편년체), 장르별로 하지 않고 인물 위주(기전체)로 한다면 적어도 열 페이지는 너끈히 채울 작곡가다. (의자왕에게 3000 궁녀가 있다면 김희갑에겐 3000 가요가 있다.)</p> <p contents-hash="7d2f543a035aa1475f5784e8d5edb4ef320f35fdf1e087eac5758c30e78414cc" dmcf-pid="GajjAgMVWX" dmcf-ptype="general">대중가요는 만든 사람보다 부른 사람이 더 유명하다. 자식이 잘 자라면 부모는 뒤에서 흐뭇하게 웃는데 노래를 탄생시킨 양친(작사가·작곡가) 마음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김춘수의 ‘꽃’을 노래로 바꾸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내가 그의 노래를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악보에 지나지 않았다’ 음악동네의 밭은 농부가 뿌린 대로 수확하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콩 심은 데 콩 안 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게 이 동네다. 그런 척박한 땅에서 금 따는 콩밭을 일군 부부(작곡 김희갑·작사 양인자)의 천재성·성실성이 이번 영화에 영감을 주었을 거다.</p> <figure class="s_img 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9f906ab054e8b2d8131d6b00a6c041a710e114ed0d1da216706aac555ed06ac3" dmcf-pid="HNAAcaRfhH"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0/munhwa/20251110093228543vlqf.jpg" data-org-width="200" dmcf-mid="6MddJM2uS0"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0/munhwa/20251110093228543vlqf.jpg" width="200"></p> </figure> <p contents-hash="891f1767717c30cfbf79957dfba6d224cd2c18289554675a1f37b3200daf91d5" dmcf-pid="XjcckNe4CG" dmcf-ptype="general">뉴스를 보면 불편할 때가 있다. 왜들 저렇게 싸울까. 저게 저렇게 화낼 일인가. 이기는 게 최고였던 사람은 나중에 묻게 된다. 그게 진짜 이긴 건가. 이겨서 뭘 얻었나. 혹시 저들은 지금 시 한 편 읽을 시간조차 없는 거 아닐까. 시가 어렵다면 좋은 노랫말이라도 한번 음미해보자. 1일 1곡 그렇게 자신을 익히다 보면 분명히 자신도 세상도 조금은 따뜻해질 거다. 추운 날 좋은 노래는 국밥 한 그릇이다. 부부의 식탁에선 혹시 이런 질문이 오가지 않았을까.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함민복 ‘긍정적인 밥’)</p> <p contents-hash="9e70093332d7d7a50fb006aa1e6da7f796e3cce63529b6c8188de7b0d8cbda05" dmcf-pid="ZAkkEjd8SY" dmcf-ptype="general">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내부자들' 하차…수애, 넥서스이엔엠과 새출발 11-10 다음 한혜진, 코인 방송 송출되더니..유튜브 돌연 삭제 [스타이슈] 11-1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