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보다 요양보호사가 낫네" 영화관에 울려 퍼진 할머니들의 공감 작성일 11-13 9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김성호의 씨네만세 1214] 부천노동영화제 <말임씨를 부탁해></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Bqudhz1y72"> <p contents-hash="76a73543cf8505c5b322153712d5a0845d355ba4db2d3476c127e64dd5b9cedf" dmcf-pid="bB7JlqtWp9" dmcf-ptype="general">[김성호 평론가]</p> <p contents-hash="f5af09077c02e28703995f0acac1f8c0ed3b949035f20e5c3da2853430446a06" dmcf-pid="KrEZ6wgR3K" dmcf-ptype="general">이 영화를 달리 평할 수는 없겠다. 평소와 같이 온전한 작품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없었던 때문이다. 영화를 본 환경 자체가 그러했다. 영화를 위해 마련된 극장이었으나 주변을 채운 이들은 평소 마주하기 어려운 이들이었다. 성별도, 세대도, 대체로는 비슷한 이들이 좁은 상영관에 가득 들어차 있었다. 한국사회에선 아줌마나 할머니쯤으로 불릴 60대부터 80대 사이의 여성들. 나는 그들 사이에서 확연히 눈에 띄는 중년의 사내로 작품과 마주했다.</p> <p contents-hash="d6e4a28cbf8d2fe91e51a438b69281432bfc6cdd25165e4df9c21d5723290cb1" dmcf-pid="9mD5Prae3b" dmcf-ptype="general">영화에 대해 평할 수 없다 했으나, 한 가지 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가 있다. 이날 본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는 적어도 나이든 여성 관객들을 분명히 설득해낸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 혼자였다면 식상하고 단순한 연출이며 설정이라 여겼을 여러 장면이 이들에게 작용하는 방식을 목격했다. 나이든 관객, 심지어 그들 사이에 적잖은 친분이 있는 장년부터 노년까지의 여성 관객들은 대체로 느낀 그대로를 발화하여 말하는 것이다. 설사 극장 안이라고 하더라도.</p> <div contents-hash="1ce59ae17bad3a3764e3c9a5a38b7f63e4e01dffa0b6d4cd7c7eaa714a3a7d88" dmcf-pid="2sw1QmNd7B" dmcf-ptype="general"> 이를테면 이런 것. 영화 속 김영옥이 분한 노년의 말임씨가 횡단보도를 걸으며 절뚝거릴 때는, 여기저기서 이구동성으로 "그래그래 무릎이 아파", "몸이 아프면 나가는 게 일이지", "아이구 참 안 됐어 나도 불편한데" 등의 말들이 스테레오로 들려오는 것이다. 서울에 사는 아들이 전화를 해 명절 때 집으로 오겠다고 할 때도 "평소에나 잘 하지" 하는 둥의 말임씨를 응원하는 말들이 쏟아진다. 말임씨가 집으로 가는 길에 놓인 경사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에구구 넘어질라" 하는 소리도 곳곳에서 조금도 소리를 죽이지 않은 채로 들려온다. 민감한 관객이라면 불편할 수 있겠으나, 이런 맛에 영화를 색다르게 즐기는 경우도 없지 않다. 나부터가 그렇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c9bd129f15d21e26603a77e7d6cb2b2535fc72bcb1f01da529ffdcbb433df0d0" dmcf-pid="VOrtxsjJUq"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3/ohmynews/20251113111502552cnqt.jpg" data-org-width="1000" dmcf-mid="HUKk5Pb00n"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3/ohmynews/20251113111502552cnqt.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말임씨를 부탁해</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부천노동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46a2a152e2f449807352de9888011844853361503863265276d5111026f5de97" dmcf-pid="fImFMOAi7z" dmcf-ptype="general"> <strong>아들에 짐 되고 싶지 않은 여든 다섯 할머니</strong> </div> <p contents-hash="709ce1eb40c4373fd70fe0c66fa989e2f1e1938f081531acaf0836ce0c34cbc7" dmcf-pid="4Cs3RIcnu7" dmcf-ptype="general">부천노동영화제는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부천시의 또 다른 영화축전이다. 나는 이 영화제를 지난 2022년부터 꾸준히 찾고 있는데, 올해로 벌써 4년 차가 되었다. 영화평론가가 되어 따로 초청받지 못한 채 작은 영화제를 찾는 건 한편으로 민망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이를 가치 있는 일이라 여겨온 터다. 어떤 영화제는 수년을 이어오고도 단 한 명의 평론가며 비평글을 마주하지 못한다. 평을 쓰는 이의 도리가 이 시대 영화와 관객 사이를 잇는 것이라면, 소외된 작은 영화제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마땅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p> <p contents-hash="37d1d233f554cb801159b4a3cdd192cf25af9c84f74d73e176b09af9580f4f4e" dmcf-pid="8hO0eCkLzu" dmcf-ptype="general"><말임씨를 부탁해>는 올해 부천노동영화제가 상영한 십수 편의 작품 가운데 하나다. 박경목 감독의 영화로, 주인공 말임씨를 연기한 김영옥 정도가 유명할 뿐, 김영민과 박성연, 김혜나 등의 배우를 이름만 듣고 누군지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2022년 작인 이 영화를 여러 상영회며 영화제가 즐겨 소환한다. 올해 부천노동영화제 역시 마찬가지다.</p> <p contents-hash="4684c29f0756d441d26810dd647b2a00e80ae0fa301b513b426e15e16cf5c3d1" dmcf-pid="6lIpdhEozU" dmcf-ptype="general">나는 그 이유를 오늘에야 알았다. 영화가 객석을 가득 메운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저들의 삶부터 우리 사회까지를 돌아보도록 이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곁에서 터져 나온 방언들은 영화가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을 전하고 있음을 알도록 했다. 작품을 보는 이들의 눈높이에 꼭 맞는 소재와 설정이 쓰였음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었다.</p> <div contents-hash="894e103272748052ca2c1dc9d74123abc1625354e12263580befa53bb8c5ae9e" dmcf-pid="PU3xspHlup" dmcf-ptype="general"> 주인공은 대구에 사는 여든다섯 정말임(김영옥 분) 여사다. 평생 모아둔 돈으로 결혼한 아들 종욱(김영민 분)의 집까지 마련해준 그녀다. 대구에서 홀로 사는 그녀의 상황이 딱히 부족할 것 없는 것은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 기질에다 남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은 대쪽 같은 성미 탓이다. 그런 그녀에게 그래도 자식이라고 찾아오겠다는 종욱의 모습이 영화의 도입을 장식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c2081c67b777be610e29edea3361836242fb2ea72ea5ca4a2741b2fda3e495fe" dmcf-pid="Qu0MOUXSu0"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3/ohmynews/20251113111503886uflg.jpg" data-org-width="1280" dmcf-mid="ZAOqoysApJ"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3/ohmynews/20251113111503886uflg.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말임씨를 부탁해</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부천노동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9bafb5aa314cc50ce590413bd0d5789aa4ce64626bbd7b998f97e9eb84eb03cf" dmcf-pid="x7pRIuZv03" dmcf-ptype="general"> <strong>정 안 가는 요양보호사와의 찜찜한 동행</strong> </div> <p contents-hash="cfeba6047611d3af5d6eaddd47f9abc410ecbd6124cff3155771177450422ef5" dmcf-pid="ykjYVciPpF" dmcf-ptype="general">그런데 그게 화가 됐을까. 오지 말래도 기어코 손주까지 끌고 오겠단 자식놈 때문에 안 하던 집안 청소를 하다 부상을 입은 것이다. 가파른 계단에서 굴러 팔이 부러진 말임씨다. 아들은 홀로 사는 엄마가 내심 마음이 쓰인 모양, 그렇게 싫다싫다 해도 요양보호사를 집안에 들이기로 결정한다. 엄마가 걱정된다며 거실에 CCTV까지 설치하고 틈틈이 서울서 그 모습을 확인하는 종욱이다. 몸은 서울에 있지만 마음만큼은 엄마가 신경 쓰이는 종욱의 상황이 내게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다.</p> <p contents-hash="a57ad0257271f493c047306180bb761b6afe7551bd2246ef6d557855acbb9236" dmcf-pid="WEAGfknQzt" dmcf-ptype="general">영화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남편이 죽고 자식도 결혼해 나간 뒤로 혼자 산 세월이 한참인 말임씨다. 할 거 다 했다고 이제야 편히 노년 라이프를 즐기겠다는데 난생 처음 요양보호사와 함께 지내자니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닌 것이다. 요양보호사로 배정된 미선(박성연 분)도 문제다. 다른 사람과 있을 땐 밝고 싹싹하지만 말임씨 눈엔 영 수상하게 비치는 구석도 없지가 않다. 혼자 사는 데다 나이도 먹은 제 눈을 피해 반찬이며 이런저런 물건을 가져간다는 의심까지 든다.</p> <p contents-hash="1fe61b9f93c120faccd83b04113528d1559f5bb89827cfdcfbc5c555bfd213e1" dmcf-pid="YDcH4ELxU1" dmcf-ptype="general">그로부터 영화는 요양보호사와 보호대상인 말임씨의 불편한 동거를 다룬다. 마침 말임씨의 상황을 틈 타 건강에 효능이 있다며 장판을 비싸게 팔아치우려는 일당까지 접근하니, 말임씨의 말년이 도무지 편치 못하다.</p> <div contents-hash="6969219653518e4683d3f5fb849dd64e753d9fdf0b5bc1d2a2ecd8ddca1a7b7d" dmcf-pid="GwkX8DoMp5" dmcf-ptype="general"> 영화는 몸도 편찮고 자식이며 요양보호사까지 만사가 다 귀찮은 말임씨의 사정을 차근히 살핀다. 통상적으로 작품의 조연이 보통일 혼자 사는 노년의 엄마를 주인공으로 삼자, 도리어 그를 채근하는 이들이 불편하고 못나게 보인다. 엄마 돈을 받아 집을 마련했으면서도 더 잘 사는 처가만 챙기는 남편, 시어머니에게 받을 건 다 받고서도 책임 앞에서는 회피하려 드는 며느리, 막상 제 할 일은 대강대강 하면서 받아갈 것만 가져가는 요양보호사까지, 도대체가 늙은이의 심기를 괴롭게 하는 게 한둘이 아닌 것이다. 그마저도 나이가 들며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도 죄다 떠나고 보니, 가끔은 마음 터놓을 사람 하나가 간절하기도 하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2fba25e6ec56a3379893ae0caab132df9e1908ce3018eb9edf19df8d481a9d43" dmcf-pid="HrEZ6wgR0Z"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3/ohmynews/20251113111505238ibnq.jpg" data-org-width="1200" dmcf-mid="zoxr3RV7u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3/ohmynews/20251113111505238ibnq.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말임씨를 부탁해</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부천노동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f6395f42d7d64169a808e3ef6ec7b375bc6fb4c000dca63206b25a8e85531d02" dmcf-pid="XkAGfknQ3X" dmcf-ptype="general"> <strong>85살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삼으니</strong> </div> <p contents-hash="2cd6dbe4cadfabd4d0605aa348549191862ff83e5b9252f350816d4cdf9a2d30" dmcf-pid="ZEcH4ELx7H" dmcf-ptype="general">그저 주인공을 바꾸는 것 하나만으로도, 관객은 같은 상황에서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많은 지점을 돌아보게 된다. 주변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들이, 또 그를 마땅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가 얼마만큼 일방적이고 매몰찬지를 확인하게 된다. 자기 편 하나를 갖지 못해서, 그리하여 깁스를 풀기 위해 병원에 갈 때 동행해주는 이에게 마음을 열고, 제게 관심 갖고 웃어주는 젊은이들에게 녹아나는 말임씨의 처지가 결코 당연하고 마땅한 것이 아님을 확인하게 한다.</p> <p contents-hash="eaa7fcd4ef4653cdb497da2b787cc17c49a0a7465e74f60ab4d9c79f0c30a6cb" dmcf-pid="5DkX8DoMUG" dmcf-ptype="general"><말임씨를 부탁해>를 보는 동안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건 역시 요양보호사 미선이겠다. 영화는 말임씨가 그녀와 갈등을 빚고 불화하다, 마침내는 그녀를 받아들이고 관계 맺는 일련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관객 또한 말임씨를 위협하는 존재로만 그녀를 대하다가 마침내는 마음의 문을 열어주게 된다.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영화는 자연스럽게 말임씨가 제게 인륜적으로 책임을 느끼는 자식에게조차 방치된 상황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마침내는 그 모습이 실제 한국의 적잖은 노년이 처한 현실임을 일깨운다.</p> <div contents-hash="2a54a2f8dc38cf29126f62a9be0b11b49c290acb70f15bda08115031d38a433a" dmcf-pid="1wEZ6wgRuY" dmcf-ptype="general">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식보다 요양보호사가 낫네", "저거라도 없으면 어쩔 뻔 했나", "평생 키워놨더니 아내 사람이네" 하는 이야기를 못해도 십여 번은 들은 것 같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아우성은 요양보호사와 말임씨가 조금씩 서로에게 젖어들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자연스런 관계 맺음으로 이어질 때 절정에 이르렀다. "그렇지, 저게 요양보호사지" 하는 감탄은 요양보호사가 제 업에서 훌륭할 때 나오지 않았다. 기댈 곳 없는 아픈 노인의 곁을 진심으로 지킬 때, 어쩌면 그야말로 이 업의 진정한 가치이고 본질이 아닌가를 생각하도록 하였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940b936dc52daa2a04515b80cd9b70fb22b82342554830c09990c898887042ef" dmcf-pid="trD5PraeFW"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3/ohmynews/20251113111506564pevm.jpg" data-org-width="400" dmcf-mid="qRjYVciPp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3/ohmynews/20251113111506564pevm.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부천노동영화제</strong> 포스터</td> </tr> <tr> <td align="left">ⓒ 부천노동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595b6a88e9736a71e0c5dcd07b98049d922802ab45cb5e37ec7ff26d9b1986d2" dmcf-pid="Fmw1QmNduy" dmcf-ptype="general"> <strong>노동과 함께 하는 영화, 그 색다른 즐거움</strong> </div> <p contents-hash="da5ddb553b1804d9d1e49d18d30d48929d5648e0a4211212a0ccc81c13e65c8b" dmcf-pid="3srtxsjJuT" dmcf-ptype="general">극장 안을 가득 채운 이들은 영화제를 함께 꾸려가는 부천시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안내를 받아 참석한 요양 업종 관계자들이라 했다. 요양보호사와 돌봄대상인 노인의 이야기를 함께 본 이들이 영화가 끝난 뒤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또한 남다르게 다가왔다. 나 스스로도 함께 보지 않았다면 닿지 않았을 깨달음의 지점을 여럿 맛보기도 했다. 어쩌면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하다고, 식상하며 빤하다고 웃었을 연출이 이들 관객들에게 충실히 다가서는 광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래 이것이 이 영화제의 멋이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p> <p contents-hash="dd38bb4adc7bbf1d05089467aa086c1eba6a0fe6823998c972bf89bc4a3e999b" dmcf-pid="0OmFMOAi0v" dmcf-ptype="general">한두 번 찾고 말았던 여러 영화제들 사이에서 부천노동영화제를 매년 찾기로 결심한 것은 그저 우연한 결정만이 아니다. 그건 이 영화제가 가진 특색이 마땅히 조명하고 격려할 만한 것이라고 여긴 결과다. 영화제 이름에 든 '노동'이라는 두 글자가 그렇고, 주최 측이 그 정체성과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 또한 그렇다. 그리하여 나는 그를 '씨네만세'에 기록해 두고자 한다.</p> <p contents-hash="288cab598435232eb56b9da4ca58a2389132e3d8ab539927c4562a2465b09469" dmcf-pid="prD5PraezS" dmcf-ptype="general">부천노동영화제는 행사를 주관하는 부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부천 일원의 여러 단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색적 축제다. 이번 12회만 해도 여러 마을공동체와 협동조합, 장애인 부모 단체, 복지관이며 청소년 센터 등이 함께 했다. 2022년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보았을 땐 주민 사랑방인 '마을카페 소란'에서 실제 방과후 교사로 일하는 이들을 초청해 상영회를 열었고, <로제타>는 가톨릭 수녀회인 성가소비녀회가 꾸려가는 '전환을 꿈꾸는 공간'에서 온감 있는 상영을 진행했다.</p> <p contents-hash="b6e22d76aad7cc6a85bead219ed1ee32fa04d7f7d87e9a3a7543f1bcc1b4f484" dmcf-pid="Umw1QmNdul" dmcf-ptype="general">이듬해인 2023년 개막작이었던 < 3교대 > 또한 실제 현업에서 일하는 간호사 및 활동가들이 찾아 자리를 빛내주었다. 이때 작성한 기사가 널리 공유되며 감사 메일부터 독자 원고료까지 받은 일이 여전히 기억에 생생하다(관련 기사 : <strong>그 법이 있었다면... 대리처방 내몰린 간호사의 눈물</strong>). <말임씨를 부탁해>를 돌봄노동자들과 함께 본 기억 또한 오래 남을 듯하다. '노동, 서로를 물들이다'란 슬로건이 보여주듯, 영화 속 말임씨와 요양보호사 미선이, 또 영화를 보는 이들과 내가 노동과 그로부터 빚어진 이야기로 함께 물들었다. 나는 이 순간이 꽤나 영화적이었다고 여긴다.</p> <p contents-hash="6bcf3b5191860f1da1a29d2545d59cdd88f3417075f7468bcfa785d1e41a8d0c" dmcf-pid="usrtxsjJuh"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정지궤도위성의 보안, 안전할까? 11-13 다음 김요한, 확신의 청춘 배우로 자리매김…‘트라이’ 이어 ‘제4차 사랑혁명’ 출격 11-1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