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마주한 용기를 얻고 싶다면 작성일 11-14 9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9x0fEz1yzN"> <p contents-hash="a202fe954a4dcabc86fcc6b2e8df91a80f2f1f653039333cccc97c37945871df" dmcf-pid="2Mp4DqtW3a" dmcf-ptype="general">[한별 기자]</p> <p contents-hash="d13f3eadbf51a1873f49c306492e17c75efd3b9f4cdc9dede876a92e28469849" dmcf-pid="VRU8wBFYzg" dmcf-ptype="general">공연을 보다 보면 알지 못했던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모르는 역사를 알게 될 때마다 부끄럽다. 고통스러운 역사를 마주할 때마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냉소적인 생각에 빠질 때도 있다. 다음달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극장 온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를 관람한 뒤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사건을 알고 나서도 같은 감정이었다.</p> <p contents-hash="e89573088658621094c9b0dadeb6a5d2b77339efe1b1bc2708be18413c827f21" dmcf-pid="feu6rb3Gpo" dmcf-ptype="general">이 공연은 한국전쟁 중 민간인 학살, 이른바 '보도연맹 학살 사건'을 다룬다. 학창 시절 내가 배운 한국전쟁은 '동족상잔 비극'이었다. 북한군과 남한군으로 나뉘어 싸웠다는 이야기만 배웠다. 그 가운데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아니, 있었을지라도 깊게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 이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는 늦게 알게 된 만큼 무거웠다.</p> <div contents-hash="8db1ea940ba72344b3dc696e8132e731dbca354c3d871beafdaba6c703b2af45" dmcf-pid="4d7PmK0HuL" dmcf-ptype="general"> 공연의 연출을 배시현 작가는 창작진 인터뷰를 통해 민간인 학살 사건에 이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일어난 일이었으나 회상할 수 없었고, 호명할 수도 없었다"고 말하며 이 공연 제목의 의의를 밝혔다. 사건에 얽매여 이름을 잃고 희생자와 유족으로 불리게 된 사람들의 사라진 일상을 의미한다고도 덧붙였다. 여전히 이름 없는 죽음에, 나와 상관없는 죽음에 둔감한 이 사회에서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를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4a827b107780b4d658800b5a7d2cca37a896bf0871b7f246d0bb065402c2ab26" dmcf-pid="8JzQs9pX7n"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4/ohmynews/20251114193901514syvg.jpg" data-org-width="1280" dmcf-mid="bposUAJ6UA"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4/ohmynews/20251114193901514syvg.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 빈 무대</strong>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극장 온에서 진행되는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의 시작 전 빈 무대 사진이다.</td> </tr> <tr> <td align="left">ⓒ 한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9758871f5a442b10e79061374888cc9e7f24ba21439b49ab1c24d060315a07e2" dmcf-pid="6iqxO2UZ7i" dmcf-ptype="general"> <strong>'한국전쟁'의 비극 속 피해자들의 이야기</strong> </div> <p contents-hash="4eaa32ef2382be4c1702b4cd8e0225d083c5edff99f40ed6507b8c14963064bc" dmcf-pid="PnBMIVu50J" dmcf-ptype="general">한국전쟁 중 큰형 회택을 잃은 우현은 형의 흔적을 찾아 떠난다. 이상하리만큼 작은형 윤섭은 우현의 행동을 싫어하지만, 윤섭이 회택의 죽음에 관여했을 거라는 짐작은 하지 못한다. 물론 윤섭 역시 직접적으로 형을 죽인 건 아니었다. 당시 윤섭의 실적을 위해 광산 동료들과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한 회택이 한국전쟁 중 '빨갱이를 처단하라'는 명령에 의해 죽게 된 것이다.</p> <p contents-hash="ea8ead7c0418148dfda0c4ce37c0c33380e85187519661dcdd5776212d7b4dc7" dmcf-pid="QIJDFgMV7d" dmcf-ptype="general">군인으로서, 경찰로서 전쟁 중에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윤섭은 인경의 아버지를 학살하는 데 가담한다. 전쟁 후 잃어버렸던 우현을 찾고 주희와 결혼해 단란하게 살아가던 그는 자신이 죽인 '민간이 학살 사건' 피해자인 인경 앞에서 무너진다. 윤섭의 아내 주희는 그런 윤섭의 과거를 '지나간 것'이라며 위로하지만, 죄책감은 윤섭을 집어삼킨다.</p> <p contents-hash="29dab3ad87b29f0a5be466b460f4fd0aa10ae116c911a92afc04600e957db2c1" dmcf-pid="xCiw3aRfpe" dmcf-ptype="general">명령에 따라 움직인 윤섭에게 면죄부를 부여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역시 형을 잃고 동생과 헤어져야 했던 국가 폭력의 피해자다. 윤섭은 죄책감에 학살 사건의 명령을 내린 자를 밝히려고 여러 번 시도하기도 하고, 자기 잘못을 부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 복잡한 감정을 떨쳐내 버리지 못한 그는 결국 도망쳐버리고 만다.</p> <p contents-hash="7b852bd16df48969dbddc09326402489877c991aef84356f4651383385234fdd" dmcf-pid="yfZBa3YCUR" dmcf-ptype="general">이날 인경 역할을 연기한 배우 장보람은 공연 종료 후 질의응답 시간에 "윤섭의 이야기를 몰랐을 땐 악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다 알고 나서는 우리 모두 시대의 피해자였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분명 죄를 지은 사람은 존재하는데 마음 편히 욕할 사람 하나 없는 것이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의 인물들이다.</p> <p contents-hash="4133e7227fbf4ab1539acaa3007322051a8a40844c9f6d17d06a7e09ad7a5e73" dmcf-pid="W45bN0GhpM" dmcf-ptype="general">더욱이 조심스러운 것은 이 공연이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연맹 학살 사건'의 '국민보도연맹'은 정부가 해방 이후 좌익 활동 관련자를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보도연맹 가입자에는 좌익 인사가 아님에도 경찰이 임의로 가입시키거나 고무신 등을 받기 위해 가입한 이들도 있었다.</p> <div contents-hash="5c9965504768e0c1357e1e43f2964bfd25808e1613cfb462a78e0be56568c61c" dmcf-pid="Y81KjpHl0x" dmcf-ptype="general"> 한국전쟁 중 국군과 경찰은 보도연맹원을 강제로 연행해 처단했다. 그렇게 무고한 민간인들이 국가에 의해 학살됐다. 4·19혁명 이후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유족회 활동이 진행되지만 5·16 군사쿠데타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인경과 같은 유족들은 잡혀가고 보도연맹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46ceeb0df14faf09a440bcfb61322c7e6b73dc6ddc4fd949a36e29034f06b505" dmcf-pid="G6t9AUXS3Q"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4/ohmynews/20251114193902807epce.jpg" data-org-width="1280" dmcf-mid="KsSFRYIkuj"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4/ohmynews/20251114193902807epce.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 출연 배우</strong> 지난 12일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 공연 종료 후 질의응답을 마친 배우들이 인사하고 있다. 황두현(왼쪽부터), 장보람, 나재엽, 이선우 배우다.</td> </tr> <tr> <td align="left">ⓒ 한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1981074b015417897e7ee5722547e5651c44c2425d50a838feb7eba4c78b945d" dmcf-pid="HPF2cuZvUP" dmcf-ptype="general"> <strong>변하지 않는 세상에서 변하는 사람들</strong> </div> <p contents-hash="806e96b4234a151fc3850c3c38c58bf66d56a28bd4277afe911a47dbb7581dd5" dmcf-pid="XQ3Vk75Tu6" dmcf-ptype="general">실제 사건을 다루는 만큼 참신한 플롯을 사용하기보다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극은 흘러간다. 약 120분의 공연에서 서사의 중심인물은 우현에서 인경으로, 인경에서 윤섭으로 넘어간다. 세 사람은 한국전쟁 때 살아남았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학살 피해를 알고 이를 밝히려는 사람, 학살의 가해자로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을 표현한다. 이들은 시대로부터 상처 입은 사람들로 각자의 불행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p> <p contents-hash="4b5426cd12906eaa2b24830afb97f5729fcd03364f110f9e427e9cdacd89cfe9" dmcf-pid="Zx0fEz1y38" dmcf-ptype="general">인물의 대비 역시 뚜렷하다. 과거의 일은 지나간 일이니 잊고 살아가야 한다는 주희와 과거를 기억하고 다신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함을 알리려는 인경의 대립이 짧다고 느껴질 만큼 좋았다. 우현과 윤섭도 형제지만 다른 길을 걷는다. 우현은 과거를 알아가며 변화하지만, 윤섭은 이미 변화한 상태로 과거를 지우지 못한다.</p> <p contents-hash="750890a136c261cdfde2ecd6b8a830963a33d2183f81842bb779918f8354017e" dmcf-pid="5Mp4DqtW74" dmcf-ptype="general">이 공연을 보면서 든 감정 중 하나는 좌절감이었다. 사건의 성질은 다소 다르지만 '세월호 얘기는 이제 지겹다', '놀러 가다 죽은 이태원 참사를 왜 애도해야 하냐'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더욱이 윤섭과 주희가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하는 부분에서는 세상은 도돌이표라서,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p> <p contents-hash="87869c12d517ad210307a294150ab4b497f9f8129ddf5f2bd82c96d16a2b0a09" dmcf-pid="1pC5QTmj3f" dmcf-ptype="general">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인경과 우현의 삶을 전하는 까닭은, 세상은 그대로일지라도 사람들이 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연 후반부 우현은 복역 중인 인경 대신 구술 채록을 다니며 학살의 공간을 기록한다. 인경 역시 출소 후 다시 새로운 길을 떠난다. 세상에 불행한 일은 계속 벌어지지만, 그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변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변하지 않는 세상에 한탄하기보다 각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p> <p contents-hash="bd6f2887c9956057e6c41b233d807fdf7d390e74633bd0b289b84ecbe93081a0" dmcf-pid="tUh1xysAFV" dmcf-ptype="general">국가 폭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월호도 이태원도, 이름 붙여지지 못한 숱한 사고들도, 참사는 계속 일어난다. 이 공연에 등장한 잊힌 역사 속의 사건들까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는 왜 이렇게 폭력적인 것인가, 그 폭력에 맞서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는 그 질문을 던진다. 답은 정해주지 않았지만 분명한 건, 관객들에게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극 중 인경처럼, 우현처럼 불행을 마주하고 변화를 향해 나아갈 차례다.</p> <p contents-hash="600ddebedd0228fe9f6fb9156a66fa4152191d45d419a8805b366af515e86079" dmcf-pid="FultMWOcp2"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이 기사는 https://blog.naver.com/burn_like_a_star에도 실립니다. 필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a.star_see)에 취재 후기와 함께 공유됩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두나무 프로탁구리그 파이널스' 개막...랭킹 1위 박규현·이다은 개막전 장식, 8강전부터 전 경기 생중계 11-14 다음 추사랑, 끝내 父추성훈 충격 영상 봐버렸다…"무서워. 용돈 아껴쓰겠다" [마데핫리뷰] 11-1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