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하게 하던 빛이 감시자의 지시였다면? 혼란과 영감의 예술을 보다 작성일 11-16 11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이해니 안무가의 〈 Pan_Opticon: [Unseen_Code] 〉</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PpYpyf71z9"> <p contents-hash="e0ef93468bf39eb1c97b64f3962af418679d3ee6c32eb68da937cfac837747e2" dmcf-pid="QfUf0i6buK" dmcf-ptype="general">[이규승 기자]</p> <p contents-hash="99d1ad6be87fed0cbdf187e4a079b13537581265d079296878df6de294554e28" dmcf-pid="x4u4pnPKUb" dmcf-ptype="general">"보는 자와 보이는 자, 감시의 무대가 열리다."</p> <p contents-hash="9390f097eaffee7f01eb87e8805855248ad01133fb895dbc1c69f73083f20947" dmcf-pid="yhchj5vmUB" dmcf-ptype="general">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낯선 긴장감이 흘렀다. 무대 위 스크린에는 아직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관객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비치고 있었다. 누군가의 시선이 객석을 훑고,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잡거나 시선을 외면한다.</p> <p contents-hash="459b22f657d8db7e6cbb9d6534637615cdd0a3ff59c1602bde5f9a7a7dd1bb1e" dmcf-pid="WlklA1Ts3q" dmcf-ptype="general">그 순간부터 이미 '무대'는 시작됐다. 이해니 안무가의 신작 〈 Pan_Opticon: [Unseen_Code] 〉(11월 9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감시의 구조를 그대로 극장 안으로 들여온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 통제와 자유, 현실과 데이터의 경계를 넘나드는 체험이 서서히 공간을 잠식했다.</p> <p contents-hash="ffeb2e894d6f0b39d0c4c96c08d632809e649172364e8a6574e526719534f4dc" dmcf-pid="YSESctyOuz" dmcf-ptype="general">"공연 중에도 휴대폰 촬영이 가능합니다. 촬영하는 행위 또한 공연의 일부입니다."</p> <p contents-hash="ed10a420dafb4621257e8e6a52a465b049c92ecf4349135537d8a035d9b2aa7b" dmcf-pid="GvDvkFWIF7" dmcf-ptype="general">공연이 시작되기 전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순간 객석의 공기가 바뀌었다. 어둠 속에서 몇몇 관객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렌즈의 반짝임이 무대를 향했고, 그 빛은 다시 스크린에 투사되었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구분이 사라졌다. 관객의 눈과 손, 화면의 빛이 서로를 비추며 교차했다. 이 공연은 관객이 참여함으로써 완성되는 구조였다. 누군가를 관찰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스스로의 시선을 노출하고 있었다.</p> <p contents-hash="e1d05545b557cb8b335f2634e544af7d9065a6db533e071bb082cb8f830c4e78" dmcf-pid="HTwTE3YC3u" dmcf-ptype="general">무대 위에는 유광 플로어가 깔려 있었다. 조명이 반사되어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 표면은 마치 데이터 서버의 하드디스크처럼 차갑고 매끄러웠다. 무용수들의 그림자가 그 위에 번지자 빛과 움직임은 즉시 하나의 신호로 바뀌었다. 그 순간 극장은 하나의 거대한 회로가 되었다.</p> <p contents-hash="cabc679a6724c83553fff91e805519d95394b1f25b2980401c3bb99d104e324a" dmcf-pid="XyryD0GhpU" dmcf-ptype="general">인간의 시선이 정보로 전환되고, 몸의 움직임이 데이터가 되며, 감각이 수치로 환원되는 풍경. 이해니는 그 풍경을 통해 "감시의 질서가 어떻게 인간의 일상을 조용히 점유하고 있는가"를 질문한다. 로비에 놓인 프로그램북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p> <p contents-hash="6d4bc0464851d81fb7808229257c5c0d0b28de4050f2390d27301a579551d632" dmcf-pid="ZlklA1Tspp" dmcf-ptype="general">"〈 Unseen_Code 〉는 감시가 내면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몸에 대한 탐구다."</p> <p contents-hash="4f0cef79d03544965a4896bf3ae20c2dc8628495d311d77d65b0f0d44ceaeca3" dmcf-pid="5SESctyOp0" dmcf-ptype="general">공연이 막을 올리기도 전, 관객은 이미 그 문장의 일부가 되었다. 극장은 실험실처럼 정밀했고, 무대의 공기는 정지된 듯 느리게 움직였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관계가 완전히 전도된 공간, 그곳에서 인간의 몸은 어떤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까.</p> <p contents-hash="49db6ab9b8f9da888e3c43b6e8dbcda6cb3ec67af4e56b442a570bb2f7e1aba9" dmcf-pid="1vDvkFWIF3" dmcf-ptype="general"><strong>몸의 저항, 데이터의 명령에 흔들리다</strong></p> <p contents-hash="307107be4f99949605b12db0cdd183d85a1f58b4aac1e636d2ee7557325cfcbe" dmcf-pid="tTwTE3YC3F" dmcf-ptype="general">어둠이 짙어지고, 두 명의 무용수가 천천히 등장했다. 그들의 허리에는 검은 줄이 연결되어 있었다. 하나가 몸을 숙이면 다른 하나가 중심을 잃고, 한쪽이 밀리면 다른 쪽이 당겨진다. 서로의 움직임이 상대의 궤적을 결정짓는 구조였다. 줄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관계의 상징이었다. 연결되었지만 자유롭지 않은, 서로에게 의존하면서도 서로를 구속하는 관계. 그들의 호흡이 맞을 때마다 조명이 반응했고, 빛의 파동이 무대 위를 가로질렀다. 관객의 눈과 무대의 빛이 교차하면서 감시의 기호가 완성되었다.</p> <p contents-hash="10a9b54e18c0b2074a296e5943f69c9750ee2f9a839d0913883861825917c537" dmcf-pid="FyryD0GhUt" dmcf-ptype="general">상단 스크린에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재생되었다. 그러나 화면 속의 움직임은 현실보다 약간 느리거나 빠르게 변조되어 있었다. 현실의 시간과 디지털의 시간이 어긋나며, 인간의 몸은 스스로의 현재를 잃어버린 듯 보였다. 감시의 체계는 언제나 시간의 지연 속에서 작동한다. 내가 지금 존재하고 있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나의 이미지와 정보는 이미 다른 시공간에 복제되어 있다. 이 작품은 그 불안한 시차를 춤으로 시각화한다.</p> <p contents-hash="6932569e3d1a69cc632ea632363a60230f7aa205cb9aced9debaeeeafc6479fd" dmcf-pid="3WmWwpHl01" dmcf-ptype="general">무대의 공기가 고요해질 즈음, 한 무용수가 객석으로 내려왔다. 그는 말없이 한 관객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제 머리 위의 버튼을 눌러주세요"라는 늬앙스로 무언의 제스처를 보냈다. 관객이 손을 들어 버튼을 누르는 순간, 무대의 조명이 즉시 깜박였다. 관객의 행위가 공연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었다. 곧이어 또 다른 음성이 극장을 가득 채웠다.</p> <p contents-hash="12ecb01539d64216258ea5f56a4d6b551115283efeea949379965d01d0fbb215" dmcf-pid="0YsYrUXSu5" dmcf-ptype="general">"모두 휴대폰을 꺼내 라이트를 켜주세요. 최근 일주일 동안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으셨다면, 라이트를 꺼주세요."</p> <p contents-hash="457617e688a090d35ee6f1e9be6f5c357de9c5cc38b9e367e8cac1ac0a1e1465" dmcf-pid="pGOGmuZvUZ" dmcf-ptype="general">객석의 불빛이 일제히 켜지고 꺼졌다. 수백 개의 빛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무대를 감쌌다. 무용수의 몸은 그 리듬에 반응했고, 빛과 소리가 교차하며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다. 그 장면은 압도적으로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서늘했다. 모두가 자유롭게 라이트를 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자유와 통제가 뒤바뀐 아이러니 속에서 인간의 몸은 시스템의 명령에 반응하면서도, 여전히 자기만의 호흡을 만들어냈다. 그 미세한 떨림, 그 불완전한 리듬이야말로 예술이 감시의 시대에 제시하는 인간의 저항이었다.</p> <p contents-hash="9f53bc4b82c97e64e13c28bbd6b32060bf59a851cd28f5ae83ff9751b87d031b" dmcf-pid="UHIHs75TuX" dmcf-ptype="general">그때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 백조'가 흘렀다. 클래식의 부드러운 선율이 울려 퍼졌지만, 무대 위의 백조는 더 이상 우아하지 않았다. 팔은 기계적으로 움직였고, 몸은 반복의 루프 속에서 점점 굳어갔다. 조명이 흰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며 몸의 선을 데이터처럼 분해했다.</p> <p contents-hash="1766a75b7d0b01efe0862d2d2d02dbd1610be5816e361135e6d15f3cddb2eb86" dmcf-pid="u6z6uox2uH" dmcf-ptype="general">이해니 안무가의 백조는 감시의 호수 위를 떠도는 존재였다. 아름다움은 해킹당했고, 우아함은 분석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몸은 살아 있었다. 피로에 젖은 근육, 불규칙한 호흡, 미세한 흔들림 속에서 인간의 체온이 느껴졌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진짜 아름다움은 완벽한 선이 아니라, 깨지고 번지는 그 인간적인 떨림에 있었다.</p> <p contents-hash="61c8afa9b5e67131551121372bf8b53caa06e947ecdb344ec53d49bd59ce87ef" dmcf-pid="7PqP7gMVFG" dmcf-ptype="general"><strong>감시의 틈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온도</strong></p> <p contents-hash="a1dc48630ad0717eeac0531752b67ddba1460c2dd8ad53793289e1fc23129a65" dmcf-pid="zQBQzaRf0Y" dmcf-ptype="general">공연 후반부, 무대 위의 화면은 도시의 풍경으로 가득 찼다. 건물의 외벽, 교차하는 도로, CCTV의 흔들림, 그리고 수많은 익명의 얼굴들. 그 위로 한 무용수의 실루엣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픽셀로 이루어진 가상 세계를 통과하는 인간의 형상이었다. 그의 발끝이 바닥을 딛는 순간, 스피커의 저음이 울렸다. 전자음과 숨소리가 뒤섞이며 공간 전체가 진동했다. 기술과 신체가 충돌하는 그 짧은 순간, 무대는 정지한 듯 정밀했다.</p> <p contents-hash="f694ca56197ecd4de91f807f6ec7f9c9c395589ff27b223622fb5d4b632ae65f" dmcf-pid="qxbxqNe40W" dmcf-ptype="general">조명이 다시 객석을 비추자, 무용수들이 관객 사이를 걸었다. 그들의 시선은 정면이 아니라 측면을 향하고 있었다. 시선을 피하면서도 결국 마주치는 눈빛들이 긴장을 만들었다. 감시의 구조 속에서도 인간의 관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무용수들이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자, 스크린에는 이들의 그림자가 겹쳐지며 파형처럼 일렁였다. 그 움직임은 마치 시스템 속에서 버그가 발생하는 장면 같았다. 감시의 체계 안에서도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인간적인 오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각화한 장면이었다.</p> <p contents-hash="a284fda7dfd96364ce80daaab28867b6964b8024bfa30be6d2f63e20f8d69eee" dmcf-pid="BMKMBjd8Fy" dmcf-ptype="general">모든 조명이 꺼지고 완전한 암전이 이어졌다. 객석은 침묵했다. 그러나 몇 초 뒤, 관객의 휴대폰 라이트가 하나둘 켜졌다. 이번에는 지시가 없었다. 불빛은 자발적으로 퍼져나갔고, 그 빛이 무대 위의 무용수를 비췄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깨가 들썩이고, 숨이 터져 나왔다. 객석의 불빛이 흔들리며 그 움직임을 따라갔다. 감시의 시스템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자신만의 리듬으로 호흡하고 있었다. 기술의 회로가 결코 완전히 지배할 수 없는 유일한 영역, 그것이 바로 몸이었다.</p> <p contents-hash="6aed132ba6a0470e12677dd1b1aedc3e5379feb6741bdc4a19cabc024409f50c" dmcf-pid="bR9RbAJ6uT" dmcf-ptype="general">모든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객석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누군가는 여전히 휴대폰을 든 채 화면을 바라보았고, 누군가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암전의 여운을 음미했다. 나 또한 무심코 화면을 켰다. '오늘의 걸음 수'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방금 본 이 무대의 움직임이 그 숫자 속에 포함되어 있을까. 우리가 매일 기록이라 부르는 데이터 속에는 과연 우리의 몸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극장을 나서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거리의 불빛은 여전히 밝았지만, 그 빛은 공연장의 그것과 달랐다. 누군가의 명령이 아닌, 스스로를 비추는 빛이었다. 그 차이가 예술이 남긴 가장 조용한 혁명이었다.</p> <p contents-hash="d8f2b270679ef00dac196c6dcbd8ff51c85a06f70a13f8cc34f01c19502cbdd5" dmcf-pid="Ke2eKciP7v" dmcf-ptype="general">〈 Pan_Opticon: [Unseen_Code] 〉는 감시의 시대에 인간의 몸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기술은 인간을 계산하고 예측하지만, 예술은 여전히 인간의 몸을 믿는다. 그 믿음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아직 춤출 수 있다. 그리고 그 춤은 감시의 빛을 뚫고 나온 인간의 마지막 언어이며, 통제의 시스템 속에서도 인간이 여전히 자유로울 수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강렬한 증거다.</p> <p contents-hash="2c19cef00c33e7a4bfdaf9ba12410cc52f58c6ad591a15db9e226a821b49ece7" dmcf-pid="9dVd9knQpS"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아르코 댄스 UP:RISE>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극장이 무용 창작자들의 예술적 성장과 터닝포인트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인데, 창작 초연을 지원하는 ‘스테이지1’과 그 초연작을 1시간 분량으로 완성시키는 ‘스테이지2’로 나뉜다. 올해 ‘스테이지1’에는 5월 공모를 통해 김영찬, 정찬일, 박유라, 민희정이 선정됐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인기가요’ 아홉, 짜릿 보컬→퍼포먼스···보고 듣는 즐거움 선물 11-16 다음 이종범, 윤석민 긴급 호출 "아프다면서 나가면 잘하는 스타병 있어" ('최강야구') 11-16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