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서 얘기하겠다” 짧고 굵은 메시지만 남긴 채 떠난 안세영, 시드니에서 시즌 10번째 우승 할까···‘대적할 만한 적수들 모조리 불참’ 작성일 11-17 19 목록 11월 14일 밤 인천국제공항은 고요했다. 안세영(23·삼성생명)은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며, 어떤 포부도 밝히지 않았다. 안세영은 “돌아와서 이야기 하겠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br><br>안세영의 침묵이 담고 있는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br><br>18일 호주 시드니에서 개막하는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호주 오픈. 이 슈퍼 500 대회는 안세영에게 단순한 한 주의 일정이 아니다. 안세영은 시드니 올림픽파크 콰이 아레나에서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을 수식어를 다시 한 번 갱신하고자 한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10/2025/11/17/0001099361_001_20251117060006976.png" alt="" /><em class="img_desc"> 안세영. 사진=연합뉴스 제공</em></span>이번 호주 오픈의 가장 눈에 띄는 풍경은 ‘부재’다.<br><br>여자 단식 세계 랭킹 2위 왕즈이부터 4위 한웨, 5위 천위페이까지 중국의 대표 주자가 빠졌다. 중국 전국체육대회라는 명분이 있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가 한꺼번에 대회에 나서지 않는 건 이례적이다.<br><br>일본 에이스 야마구치 아카네(세계 3위)도 호주 오픈에 나서지 않는다. 그는 구마모토 마스터스에서 조기 탈락한 직후 호주 오픈 도전을 철회했다. 결과적으로 세계 상위 5명 중 단 한 명, 안세영만이 시드니 코트에 선다.<br><br>안세영이 굳이 상금과 규모가 작은 슈퍼 500 대회에 출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BWF가 정한 ‘톱 커미티드 플레이어’ 규정 때문이다. 상위 랭커에겐 일정 수준의 대회 출전 의무가 부여되며, 슈퍼 500 시리즈의 경우 시즌 내 최소 2회 이상 참가해야 한다.<br><br>안세영은 올해 코리아 오픈 한 차례만 뛰었기에,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호주 오픈을 선택했다. 규정 준수라는 의무적 성격이 강하지만, 안세영에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기회이기도 하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10/2025/11/17/0001099361_002_20251117060007056.png" alt="" /><em class="img_desc"> 안세영. 사진=연합뉴스 제공</em></span>안세영의 올 시즌 성적은 13개 대회 출전 9회 우승이다. 슈퍼 1,000 3개 대회(말레이시아 오픈·전영 오픈·인도네시아 오픈), 슈퍼 750 5개 대회, 그리고 슈퍼 300 오를레앙 마스터스까지 석권했다. 호주 오픈에서 우승하면 시즌 10관왕이다. 2023년 자신이 세운 단일 시즌 여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9회)을 경신한다.<br><br>안세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br><br>안세영은 12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제패할 경우, 시즌 11승을 달성한다. 2019년 모모타 겐토(일본)가 세운 남녀 단식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br><br>안세영의 올 시즌 전적은 63승 4패다. 승률로 환산하면 약 94%에 달한다. 남은 두 대회에서도 우승 행진을 이어간다면, 시즌 승률 95%라는 배드민턴 역사상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에 도달하게 된다.<br><br>안세영은 세계 랭킹 1위를 57주 연속 지키고 있으며, 누적 1위 기간만 119주에 이른다. 2위 왕즈이와의 점수 격차는 약 5,500점. 이 정도 차이는 단순한 ‘1위’가 아니라 ‘독주 체제’를 의미한다.<br><br>특히, 안세영은 중국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압도적이었다. 왕즈이를 상대로 7전 전승을 기록했고, 천위페이와 한웨도 안세영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일본의 야마구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세영과 12번 맞붙은 인타논(태국)은 단 한 번 승리를 거뒀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10/2025/11/17/0001099361_003_20251117060007117.png" alt="" /><em class="img_desc"> 안세영. 사진=연합뉴스 제공</em></span>대만 매체 ‘타이 사운드’는 “중국 팬들은 안세영을 GOAT(역대 최고 선수)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콘텍스’는 “안세영은 역사상 최고의 시즌을 만들고 있다”며 경탄했다.<br><br>안세영은 호주로 떠나기 전 약 3주간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지난달 프랑스 오픈 이후 귀국해 컨디션 조절에 집중했고, 최근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br><br>안세영은 방송에서 “공이 아주 느리게 보인다”고 말했다.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br><br>안세영은 이어 “1위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며 정상에 선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중압감도 내비쳤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10/2025/11/17/0001099361_004_20251117060007165.jpg" alt="" /><em class="img_desc"> 안세영. 사진(AFP)=연합뉴스</em></span>안세영은 프랑스 오픈 직후 인터뷰에선 자신의 우승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었다.<br><br>“상대의 게임 플랜에 맞춰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 초엔 수비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공격 전개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고, 중반부터는 랠리 내 리듬 변화를 세분화해 상대가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br><br>안세영은 단순히 기술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경기를 ‘통제하는 플레이어’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10/2025/11/17/0001099361_005_20251117060007207.jpg" alt="" /><em class="img_desc"> 안세영. 사진(AFP)=연합뉴스</em></span>안세영의 올 시즌 성과 중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은 덴마크 오픈 우승이었다. 이 대회 정상에 오르며 그는 남녀를 통틀어 슈퍼 1,000과 슈퍼 750 대회를 한 번 이상 제패한 최초의 단식 선수가 됐다.<br><br>이는 단지 우승 횟수의 문제가 아니다. 대회마다 고유의 코트 특성과 환경, 그리고 지역별 강자들이 존재한다. 그 모든 변수를 극복하고 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안세영이 어떤 조건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완성형 선수임을 증명한다.<br><br>호주 오픈에서 안세영을 위협할 만한 상대는 많지 않다.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인도네시아·7위), 미야자키 도모카(일본·8위), 라차녹 인타논(태국·9위) 정도가 거론되지만, 이들은 모두 안세영과의 과거 전적에서 압도적으로 밀린다. 와르다니와 도모카는 안세영과의 5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10/2025/11/17/0001099361_006_20251117060007263.jpg" alt="" /><em class="img_desc"> 안세영. 사진=연합뉴스 제공</em></span>안세영에게 호주 오픈은 끝이 아니다. 12월 월드 투어 파이널이 남았다. 그곳에선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거둔 상위 8명이 모인다. 진정한 강자들과의 최종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br><br>만약 안세영이 남은 두 대회를 모두 제패한다면, 그는 BWF 올해의 선수상 3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여자 선수로는 전례가 없는 3연속 수상이다.<br><br>단식·복식·혼합 전 종목을 통틀어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이 상을 3년 연속 거머쥔다면, ‘GOAT’ 논란은 더 이상 논란이 아니게 된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10/2025/11/17/0001099361_007_20251117060007298.png" alt="" /><em class="img_desc"> 안세영. 사진=연합뉴스 제공</em></span>프랑스 오픈 당시 안세영은 이렇게 말했다.<br><br>“내가 가는 길이 곧 역사다.”<br><br>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 예언이 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시드니 올림픽파크는 단순히 배드민턴 경기가 열리는 체육관이 아니다. 한 시대의 기록이 새로 쓰이는 현장이 될 것이다.<br><br>안세영은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니다. 그는 이미 정점에 있으며, 이제 그 정점을 더 높이 끌어올리고 있다. 강자들이 회피하는 대회에서조차 의무를 다하며, 주어진 모든 기회를 기록으로 바꾸고 있다.<br><br>[이근승 MK스포츠 기자]<br><br><!-- r_start //--><!-- r_end //--> 관련자료 이전 더테스트, 세계 최초 웰니스 로봇 '나무엑스' 소프트웨어 제3자 품질 검증 완료 11-17 다음 개통 1주년 남산자락숲길…'도심 속 힐링 로드' 자리매김 11-17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