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韓 바둑이 쌓은 역사, 위기로 점철된 80년…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고난 뚫고 제2의 중흥 바라볼 것” 작성일 11-18 16 목록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96/2025/11/18/0000727311_001_20251118085914176.jpg" alt="" /></span> </td></tr><tr><td>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한국기원 구관 앞 현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td></tr></tbody></table> <br> 흑돌과 백돌이 마주 앉는다. 수 사이를 채우는 정적에는 한 치도 물러서기 싫은 기사들의 투쟁심이 스며든다. 작아보이던 반상(盤上)은 어느새 인생을 닮은 드넓은 전장으로 뒤바뀐다. 침묵의 매력이 내려앉은 그 바둑판 위를, 한국 현대바둑이 지켜온 지 어느새 8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br> <br> 축하의 박수 뒤로 냉정한 현실이 자리한다. 바둑을 향한 관심은 희미해지고, 유입은 줄어든다. 끝내 마주한 사석(死石)의 위기, 그 안에서 활로를 찾으려 분투하는 인물이 있다. 2번의 임기,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 바둑의 길라잡이를 자처하는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의 이야기다. 수천년간 쌓여온 바둑의 지혜를 빌려 ‘신의 한 수’를 짜내고자 오늘도 머리를 싸맨다.<br> <br> <strong>◆승부사에서 행정가로</strong><br> <br> “미생일지 완생일지는 아직도 모르겠다”는 미소가 깃든 양 총장의 인생은 바둑 그 자체였다. 1979년 프로에 입문했고 1994년 입신에 올라 한국 대표 기사로 활약했다. 통산 우승 1회, 준우승 7회의 입상 기록을 남겼다.<br> <br> 그는 “오로지 성적만 바라보며 바둑에 올인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소중한 타이틀, 동양증권배(1989년 1회 대회)가 당연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웃었다. 이어 “바둑 사천왕 조훈현, 서봉수, 이창호, 유창혁 9단과 역사를 함께 했다는 점도 잊을 수 없다. 도전자이자 승부사로서는 힘들었지만, 많은 추억이 됐다”고 회상했다.<br> <br> 페이지를 넘겨도 여전히 그의 손에 돌이 쥐어져 있었다. 특유의 따뜻하고 구수한 입담, 날카로운 분석을 내세운 바둑 해설가로 이름을 날렸다. 2010년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AG) 바둑 대표팀 감독으로도 활약했다. 양 총장은 “영광스럽게도 태극마크를 달 기회가 있었고, 선수들과 합심해 바둑에 걸린 금메달 3개를 모두 땄다. 인생에서 가장 보람차고 뿌듯했던 순간”이라고 눈빛을 번뜩였다.<br> <br> 지도자로서의 값진 경험이 새로운 문을 열었다. 바로 지금의 양재호가 걷는 바둑 행정가의 길이다. “감독직이 완벽한 행정가라고 볼 순 없지만, 돌아보면 여기까지 오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운을 뗀 그는 “사실 ‘절대 행정으로는 오지 말자’고 생각했다. 평생을 함께 해온 바둑판과 멀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을 맡으며 더 큰 시선으로 바둑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때도 인기 저하, 프로기사-한국기원 간 갈등 등으로 위기라는 말이 많았다. 한 명의 바둑기사로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되겠다고 느꼈다”고 자신의 새출발을 되짚었다.<br> <br> <strong>◆맞춤옷을 입고</strong><br>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96/2025/11/18/0000727311_002_20251118085914255.jpg" alt="" /></span> </td></tr><tr><td>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한국기원 신관에 마련된 현판 앞에서 활짝 미소 짓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td></tr></tbody></table> <br> 어색하기만 할 것 같던 책상 위는 그렇게 양 총장의 일상이 됐다. 2011년 4월 6대 사무총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첫 임기는 허동수 당시 이사장(14~17대)님께 많이 의지하던 시절이다. 행정 업무, 조직 생활이라고는 AG 감독이 전부였다. 많이 배웠던 시기”라고 돌아보면서도 “경험이 쌓일수록 오히려 행정이 내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둑판만 볼 때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게 성격과 잘 맞았다”고 말했다.<br> <br> 지금의 사무총장은 2번째로 단 직함이다. 2016년 4월을 끝으로 잠시 물러났다가, 2020년 2월 다시 9대 사무총장에 올라 지금까지 기원에 헌신하고 있다. 당시의 복귀 역시 무거운 사명감이 그의 동기였다.<br> <br> “바둑계의 위기가 계속되면서 임채정 총재께서 나를 재호출하신 게 아닌가 싶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창궐도 큰 영향을 줬고, 프로기사회와의 갈등도 정점에 달했던 시기다. 휘청거리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는 그는 “두 번째 임기 기간에 사나워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흔들리는 바둑계의 중심을 잡으려다 보니 굉장히 전투적으로 변했다. 매일이 난관의 연속이다. 살아남기 위해 사나워진 게 아닐까”라며 껄껄 웃었다.<br> <br> <strong>◆첩첩산중</strong><br> <br> 한국 바둑 개척자인 조남철 대국수(大國手)가 1945년 한국기원의 전신인 한성기원을 남산동에 설립한 11월5일로부터 시작된 한국 현대바둑은 1980~90년대만 해도 대중 오락으로 큰 인기를 구가했다. 지금은 다르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즐길거리가 쏟아졌다. 기원과 바둑학원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거나 허름한 간판만 유지할 뿐이다.<br> <br> 양 총장은 “70주년 그리고 80주년에도 뜻깊은 시기를 총장으로 맞이해 감개무량하다. 하지만 냉정히 한국 바둑은 아직 위기다. 반드시 활로를 찾아야 향후 100주년에, 바둑계가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팬이 떠나고 있다. 바둑TV 시청률도 계속 하락하고, 젊은이들은 바둑을 배우지 않는다. 어린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있지만, 끝내 바둑인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라고 진단했다.<br> <br>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96/2025/11/18/0000727311_003_20251118085914299.jpg" alt="" /></span> </td></tr><tr><td>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td></tr></tbody></table> <br> 이어 “문제를 돌파하려면 기본적인 바둑 보급이 필요하다. 돈과 노력이 투자되지만 시간도 그만큼 걸린다. 보이지 않는 밑바탕을 까는 고된 작업이라, 결국 소홀해지기 마련. 한국기원이 지금의 상황이 된 이유”라며 “프로기전 확대만 신경 썼다. 거기서 성과가 나온 것도 아니다. 기전을 볼 사람들이 없는데 어떻게 활성화가 되겠나”라고 한탄했다. “기전 시스템은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본다. 이제는 누구 하나 칭찬해주지 않더라도 보급에 방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br> <br> 새로운 스타 발굴이라는 미션도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 양 총장은 “올해 30회째를 맞은 삼성화재배도 3년 연속 결승에 중국 내전이 펼쳐졌다. 한동안은 한국 바둑이 좋은 연구단의 도움 덕에 좋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신진서 9단이 세계 최강으로 버티고 있지만, 전체 위상은 중국에 밀리는 게 사실”이라고 아쉬워했다.<br> <br> 이어 “마땅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천재가 한 명씩 툭툭 튀어나왔지만, 이제 아니다. 중국이 지금의 자리에 온 것도 국가적인 지원으로 바둑 기사 발굴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기 때문”이라며 “한국기원은 또 다른 영재의 등장만 안일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절실히 느낀다. 장기적인 시선에서 하나씩 기반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br> <br> <strong>◆포기는 없다</strong><br>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96/2025/11/18/0000727311_004_20251118085914341.jpg" alt="" /></span> </td></tr><tr><td>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td></tr></tbody></table> <br> 그 인내를 두고 일각에서는 ‘쓸데없는 일’이라 비판하지만,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실패하고 욕먹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걸 아무도 안 해서 지금의 위기에 놓인 것”이라고 역설한 그는 “지금은 어린이 바둑 보급이 방과후 교육이나 늘봄학교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역부족이다. 바둑 실력이 느는 속도가 느리다보니 재미를 붙이기 힘든 구조다. 현 교과과정의 창의적 체험 시간에 바둑을 넣으려고 애쓰고 있다. 체계적인 강사 양성과 프로그램 구축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br> <br> 또한 “최근 기원이 어린이 대회를 20개 정도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신예리그도 만들려고 한다. 궁극적으로 유소년 바둑 클럽을 만드는 게 목표다. 학생 선수들의 활동 무대를 최대한 많이 만듦으로써 바둑을 포기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br> <br> 마침 긍정적인 신호들이 양 총장을 돕는다. 한국 바둑은 최근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사제지간 스토리를 담은 영화 ‘승부’의 흥행을 지켜봤다. 지난달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쟁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성사된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본비자 바둑판’을 선물하면서 바둑이 갖는 힘이 재조명되기도 했다.<br> <br> 양 총장은 “이 대통령께서 바둑 기풍이 세시고 바둑 발전에 대한 관심도 많으시다. 이런 시그널이 현실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반짝 이슈와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이 바둑을 즐기게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국가의 도움도 절실하다. 예산, 교육, 고령층 복지 등에서 제도적 지원이 받쳐주면 더 구체적인 도전을 해볼 수 있다. 접점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한국기원 그리고 내가 해야하는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br> <br> <strong>◆다시, 바둑을 외치다</strong><br> <br> 위기는 곧 기회다. 양 총장은 “(지난 9월) 새로 오신 정태순 이사장님이 워낙 바둑 보급에 열정적이시다. 항상 제게 ‘제2의 바둑 중흥은 가능하다’고 말씀하신다. 덕분에 저도 확신을 얻고 있다. 그걸 잘 받든다는 생각뿐이다. 제2의 중흥기를 꼭 이뤄보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br> <br> 마지막으로 그는 “바둑이 처한 여러 상황이 안타깝다. 한국기원과 바둑계의 과오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바둑을 사랑해주고 지지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여전히 바둑에 깃든 가치는 훌륭하다고 본다. 많은 분께서 바둑을 즐기시며 우리 기원과 프로 기사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진솔한 미소를 띄워 보냈다.<br> <br>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96/2025/11/18/0000727311_005_20251118085914379.jpg" alt="" /></span> </td></tr><tr><td>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한국기원 신관에 마련된 현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td></tr></tbody></table> 관련자료 이전 크기는 줄이고 기능은 높이고…코웨이, '슬림테리어' 시장 선도 11-18 다음 ‘효자 종목’ 유도, 도쿄 데플림픽서 이틀 동안 ‘金’ 3개 11-18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