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엄마의 죽음... 고립된 청소년들의 작은 연대 작성일 11-18 7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연극 <침묵과 소음></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2ms2Kox23J"> <p contents-hash="a202fe954a4dcabc86fcc6b2e8df91a80f2f1f653039333cccc97c37945871df" dmcf-pid="VsOV9gMV7d" dmcf-ptype="general">[한별 기자]</p> <p contents-hash="0d36db5341cef89b3bdb1b17977744ef32663efa1e051facfdfa6572b60c6368" dmcf-pid="fOIf2aRfUe" dmcf-ptype="general">무대 위에 소파와 나무 한 그루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낙엽 더미가 군데군데 모아져 있다. 관객들은 낙엽을 밟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자리에 앉는다. 무대를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보통의 공연장과 달리, <침묵과 소음>의 무대는 객석과 구분이 없다.</p> <p contents-hash="a19294fbd734c0d9490a80e201eaf9e70508331d02a203506dc958741b639e43" dmcf-pid="4IC4VNe4UR" dmcf-ptype="general">그러나 이 공연에서 관객은 철저한 '타인'이다. 마약상의 심부름꾼으로 일하는 벤이 상처를 입어도, 마약중독자인 엄마의 죽음에 데이즈가 넋이 나가도 관객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보통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공연이 관객을 적극적으로 극에 끌어들이는 것과는 다르다.</p> <p contents-hash="a5c3789e6f1137c3401ce122aea2d9a350cfee5de10a5040781fe94deedeef0a" dmcf-pid="8Ch8fjd87M" dmcf-ptype="general">영국 켄트 지방에서 벌어지는 두 십 대 청소년의 이야기인 <침묵과 소음>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일로창고극장에서 개막해 16일 막을 내렸다. 네 차례의 공연 동안 배우 류원준과 박세인은 벤과 데이즈가 되어 쉼 없는 대화로 관객을 끌어들였다.</p> <p contents-hash="ae57ebfb959645d6a856069914a5ef71f1d9d25b8e77047fda4aa43f90bb6209" dmcf-pid="6F3NgvrN3x" dmcf-ptype="general">제작진은 이 공연을 '침묵 속에 갇혀 있던 두 십 대가 서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관객으로서 느끼기에 이 문장에서 '침묵'은 어른들의 방임을 뜻하며 소음은 벤과 데이즈가 함께하며 만들어내는 소리를 의미한다. 무관심 속에 어른들의 사정에 휘말려버린 두 사람은 침묵을 깨고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p> <div contents-hash="f9473abd41e4f2c4d93d065b762d04e539d2557e2f65118d6deb8704eee0fcbe" dmcf-pid="P30jaTmjFQ" dmcf-ptype="general"> <strong>고립 속에서 연결된 우리, 스칸도 프로젝트</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6efb91e2bbeaeedb11c18ad0f51471565866280bdcc9d42a205eb94700a38254" dmcf-pid="Q0pANysApP"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8/ohmynews/20251118102401891qick.jpg" data-org-width="1280" dmcf-mid="KwPTS75TFn"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8/ohmynews/20251118102401891qick.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연극 <침묵과 소음> 빈무대</strong> 연극 <침묵과 소음> 공연 시작 전 빈 무대 모습이다. 데이즈의 집 앞 마당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td> </tr> <tr> <td align="left">ⓒ 한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35bfb894b4da5e0f68e67641033494b7a04ebad58c034c172780603d534895b9" dmcf-pid="xpUcjWOcz6" dmcf-ptype="general"> 이 공연은 스칸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스칸도 프로젝트는 올해 시작한 연출가의 1인 프로젝트다. 진윤선 연출은 "사회적 울타리가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지, 나와 타인은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를 질문하며 연극이 광야 같은 고립 속에서도 누군가 곁에 있음을 증명하는 장치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div> <p contents-hash="f595c7b056db4c7c51b9cb804c6d6d198b07f9b953d64f240f850bf94d074955" dmcf-pid="yjAupM2uF8" dmcf-ptype="general">프로젝트의 의도에 걸맞게 이 공연을 고립과 연대를 보여준다. 벤은 마약상의 심부름을 하며 학교에서 정학당하고, 부모의 무관심 속에 폭력적인 상황에 놓인다. 데이즈는 먹을 것이 없이 훔친 고양이 사료를 먹고, 작은 주머니칼 하나로 침입자를 무찌르려는 무모한 행동을 보인다.</p> <p contents-hash="792c199ba8dc3b97df2944148a0f61a673ad6c0a54cb943f63bd76c6fa78ef45" dmcf-pid="WAc7URV7z4" dmcf-ptype="general">두 사람은 학교와 가정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십 대 청소년이지만, 의지할 건 서로뿐이다. 첫 만남은 칼을 사이에 둔 대치 상황이었지만 계속되는 만남 속에 서로 마음을 연 두 사람은 서서히 상대의 처지에 공감하게 된다.</p> <p contents-hash="33a1b3dd4d7dfef69fb410b45d14475345e27b0eae149db6d89a84fdc306c090" dmcf-pid="Yckzuefzpf" dmcf-ptype="general">진윤선 연출은 기획 의도를 통해 "두 청소년의 만남은 감상적인 희망이 아니라 버티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공연 포스터에는 손을 뻗어달라는 듯 손을 내민 두 아이가 있다. 이들의 손은 닿지 않으며, 잡아줄 다른 이도 등장하지 않는다.</p> <p contents-hash="13b816c95b6198ec8a44afb9796b84540be4ba78ec4bdd69b5a19bbb0540b87f" dmcf-pid="GkEq7d4q7V" dmcf-ptype="general">벤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비틀은 일대의 유명한 마약상이고, 데이즈의 엄마 릴리는 마약 중독자다. 벤은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심부름꾼이 되기를 '선택'했다고 말하지만, 엄마의 모습을 본 데이즈의 눈에는 벤이 위험하기만 하다.</p> <p contents-hash="18e45be0ff513b3c60860cbae33a0b23698d1320a1bd196055521f61d47e9aca" dmcf-pid="HEDBzJ8B02" dmcf-ptype="general">그러나 경찰의 신고도 소용이 없는 현실에서 데이즈가 벤과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없다. 이렇듯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벤과 데이즈가 서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공연을 보는 내내 슬픈 결말이 될 것만 같은 예감에 불안하기만 했다.</p> <div contents-hash="deeea19631d2733873c027220a6a9caaf653f15add7a7f77af31b12f3aa00c74" dmcf-pid="XSvQ6knQp9" dmcf-ptype="general"> <strong>극장 밖으로 나간 두 사람, 그 뒤를 따르는 관객</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e02a2e0c71ddcd806012c9c55c1a11a4a59abacdbba2b2974a205a13ebc19756" dmcf-pid="ZvTxPELxuK"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8/ohmynews/20251118102403205sjob.jpg" data-org-width="1280" dmcf-mid="9pFaoSwaUi"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8/ohmynews/20251118102403205sjob.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연극 <침묵과 소음> 커튼콜</strong> 연극 <침묵과 소음> 커튼콜에서 두 배우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왼쪽이 벤 역할의 배우 류원준이며 오른쪽이 데이즈 역할을 맡은 배우 박세인이다.</td> </tr> <tr> <td align="left">ⓒ 한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9f97386679bff842ee27da7ef8fd5139789f5db6e4a8bd8f2ddea128c912301a" dmcf-pid="5TyMQDoMUb" dmcf-ptype="general"> 다행히도 공연은 '열린 결말'로 끝났다. 공연 내내 작은 마당에서 함께하던 벤과 데이즈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한 발짝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함께 출발선에 선 두 사람은 아무도 잡아주지 않은 서로의 손을 살짝 맞잡는다. 그들은 관객이 입장한 동선의 계단을 올라 극장 문을 열고 나간다. </div> <p contents-hash="bb763ffaa1ec1294accd958488760583d1ab269dbcfaef6b7a865502eedfe51b" dmcf-pid="1yWRxwgR3B" dmcf-ptype="general">공연이 종료되고 벤과 데이즈가 떠났던 그 계단을 통해 극장 밖으로 나가면서 결말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이 세상에 뛰쳐나간 청소년들의 삶이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면서도, 두 사람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됐다.</p> <p contents-hash="997f47a113819cfd27d7a405192b7a9dbff7e40a4df449162ad35ceb49c939de" dmcf-pid="tWYeMraeuq" dmcf-ptype="general">두 사람의 결말을 진윤선 연출은 '작은 연대'라고 표현한다. 그는 "아이들이 서로 손을 맞잡았다가 놓은 것처럼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다면 우리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렇게 침묵을 조금씩 깨 나가는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작은 연대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p> <p contents-hash="d5786701bb18460d91f1e6d5a76df10e60ed7cbc29827a86aac327da2cc9fbec" dmcf-pid="FYGdRmNdzz" dmcf-ptype="general"><침묵과 소음>은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연대를 보여준다. 초콜릿 과자와 감자칩, 제로 콜라로 아침을 먹고 서로의 상처를 걱정하며 벤과 데이즈는 각자의 고립에서 벗어난다. 이 사회에도 두 사람처럼 고립된 삶들이 있다면, 그들의 침묵과 고립을 깨트릴 무언가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연극이 그 장치가 되어주길, 연극을 본 이들이 이 세상의 벤과 데이즈의 손을 맞잡아주길 소망한다.</p> <p contents-hash="e487b5f77e367524abfbf11da37b4a23ad8e793f36f4531a7cf38fdf8ad1c829" dmcf-pid="3GHJesjJU7" dmcf-ptype="general">고립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공감과 이해 받지 못하는 삶은 외로움으로 가득 찬다. 그러나 고립과 외로움으로 인한 공포는 벗어날 수 있다. 작은 것이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누군가를 만나면 된다. 벤과 데이즈가 갈등하면서도 계속 서로를 바라보았던 것처럼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p> <p contents-hash="8f32502bb2814ed997c375245fe696a166addd98d92f32e93c3bd6adf19519a4" dmcf-pid="0HXidOAiUu"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이 기사는 https://blog.naver.com/burn_like_a_star에도 실립니다. 필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a.star_see)에 취재 후기와 함께 공유됩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지드래곤, 아시아 아티스트 유일…'21세기 베스트 드레서' 선정 11-18 다음 카리나, 샤넬 뷰티 앰버서더 …“아름다움의 새로운 기준” 11-18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