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공장, 밤에는 대리운전... 그 여자가 초콜릿만 먹고 사는 이유 작성일 11-18 31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김성호의 씨네만세 1217] <초콜릿></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fkGrkZSrFC"> <p contents-hash="dcdaf73d1fed750bceb9805238685d704078d9c823f9585e0b133ea38056b747" dmcf-pid="42g82jd87I" dmcf-ptype="general">김성호 평론가</p> <p contents-hash="63425dfc16cca513f4549257cbcb7927a3839190f1f3d0afba3d35c59ede9153" dmcf-pid="8Va6VAJ60O" dmcf-ptype="general"><strong>*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strong></p> <p contents-hash="808ef9070eb73626cb6221806082788cc32782124997fc526db5419e60487e8f" dmcf-pid="6fNPfciPus" dmcf-ptype="general">한때는 반전영화가 가장 잘 팔리는 장르였던 때가 있었다. 1996년 작 <유주얼 서스펙트>와 <프라이멀 피어>, 1999년 <식스 센스>, 2002년 개봉한 <디 아더스>, 2003년에 나온 <아이덴티티>와 <데이비드 게일>까지, 일련의 반전영화는 전쟁에 반대한다는 뜻의 전통적 반전(反戰)영화를 밀어내고 영화의 한 장르로까지 제 자리를 점유했다.</p> <p contents-hash="5a3a959038f61a7dd863b82b8ecc212ffa73f1a4430b03098c46064bcb5ae6db" dmcf-pid="P4jQ4knQ3m" dmcf-ptype="general">이들 영화의 특징은 후반부 반전에 있다. 보는 이의 예상을 뒤엎고 극 전체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반전의 충격이 곧 영화가 승부를 거는 지점이 된다. 이 시기 10여 년 간 집중적으로 반전영화가 쏟아진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p> <p contents-hash="fc0dba971ab306e8838341ea434d98e406fa950b58313175c4c6af0a9bb18150" dmcf-pid="Q8Ax8ELxpr" dmcf-ptype="general">반전영화 전성시대의 포문을 연 위 작품들의 성취가 아니라도, 그는 얼마 쯤 예상되는 바였다. 텔레비전이 가정에 널리 보급되고 채널 또한 급속하게 늘어나며 대중은 극장 뿐 아니라 집에서까지 영상콘텐츠에 노출될 수 있었다. 시청률이 곧 돈이 되는 세상에서 각 채널은 관객을 붙들기 위해 끊임없이 드라마를 제작했고, 여러 작품이 자연스레 극작의 공식을 얼마간 답습한 건 자연스런 귀결이다. 틀에 박힌 기승전결에 마침내 관객이 싫증을 내고, 구태여 돈을 내고 극장을 찾아야 할 유인 또한 희박해진 것이 그 당시의 풍경이 되겠다.</p> <p contents-hash="ef4d87c4dbaee549ed0e0f503727911bb464a6ff767e9017fa3490e3bf182ef1" dmcf-pid="x6cM6DoMuw" dmcf-ptype="general">극장을 나와서까지 입소문을 타게 되는 분명하고 확실한 영화. 너도 꼭 보라며 관객들이 스스로 입소문을 내어주는 반전영화가 매년 수십 편 이상씩 개봉했다. 새로이 확산된 인터넷 환경에서 입소문은 더욱 큰 효과를 불러일으켰으니 넘쳐나는 아류작으로 더는 반전이 새롭지 않아지기까지 반전영화의 전성시대가 짧고 굵게 열렸던 배경이 바로 이러하다.</p> <div contents-hash="2a2705da91b9f3bb3a9762463cd26ea8b00dd7ac5891906d321cd1e7b6566e0f" dmcf-pid="ySuWSqtWFD" dmcf-ptype="general"> <strong>초콜릿만 먹고 사는 여자가 있다?</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2c1993a943f96835e3483c1ae1ca05f387ebf4fc852afd55f2a2527cbd0b5c2d" dmcf-pid="WTzGTb3GpE"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8/ohmynews/20251118131202837ryck.jpg" data-org-width="1280" dmcf-mid="2fTkNYIkF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8/ohmynews/20251118131202837ryck.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초콜릿</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명필름랩</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fce39fdbb6fd3a645541ffd16ce2a1cf4a02bbd49ecb50504b883d7db6cddd2e" dmcf-pid="YyqHyK0H0k" dmcf-ptype="general"> 양지은 감독의 신작 <초콜릿>은 할리우드 키드라면 누구나 기억할 그 반전영화 전성시대의 흥망을 되새기게 한다. 임채영, 김선혁, 정소영 등 어디선가 얼굴쯤은 보았을 배우들이 나름대로의 도전을 시도하는 작품으로, 색다른 설정이 눈길을 끄는 장편영화다. 제목인 '초콜릿'의 쓰임부터가 그렇다. 주인공인 연희(임채영 분)는 지방도시에서 홀로 생활하는 젊은 여성이다. </div> <p contents-hash="2902dd8de17b1102bb2a8a6d5a011a37eb6d8c4ca8bbbd12af4a229cf917c57f" dmcf-pid="GWBXW9pXFc" dmcf-ptype="general">영화의 도입는 웬 TV프로그램 PD가 그녀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으로 채워진다. 이는 그녀가 이색적인 방송거리인 때문이다. 다른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고 오로지 초콜릿만 먹고 사는 그녀의 일상은 말 그대로 '세상에 이런 일이'류의 소재가 된다. 왜 그런 사람이 있지 않던가. 세상에 보통의 사람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낯선 사람들이 말이다.</p> <p contents-hash="5c640f0700114adbc96fc696035caa3c1c63ed1c4dca10879e65630c42bd72a9" dmcf-pid="HYbZY2UZpA" dmcf-ptype="general">연희의 삶은 고되기 짝이 없다. 초콜릿만 먹고 사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체력적으로 벅찬 일상이 이어진다. 낮에는 육가공 공장에서 고기를 만지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나서 잘 시간이 부족하다. 그녀가 이렇게 악착같이 돈을 버는 이유가 무언지를 영화는 제 입으로 말하도록 하니, 다름 아닌 그녀가 가진 커다란 빚 때문이란다. 그것도 죽은 남편이 안기고 간 사채다.</p> <p contents-hash="9f01bcd5917b5e97c4371878f9cb75e3b3dd5bc183b6619c5a9d2f5de1f538e5" dmcf-pid="XGK5GVu5pj" dmcf-ptype="general">연희는 한 번 결혼했었다. 그녀의 남편은 사업에 실패하고 모든 재산은 물론 감당키 버거운 빚까지 지고 죽었다. 자동차 사고였다. 그 혼자만의 죽음이 아니었다. 연희의 모든 것이었던 딸아이까지 함께 죽었다. 자동차 사고란 것뿐, 그 죽음에 얽힌 진상을 알 수 없는 채로, 관객은 대부업자의 불법추심에 시달리며, 또 매일 거듭되는 버거운 일상에 치이는 연희의 나날을 뒤따르게 된다. 단 돈 얼마 갖지 못한 채로 버는 족족 사채업자에게 빼앗기는 연희의 삶은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답답하게 한다.</p> <div contents-hash="df43d537de3bb3ba28c95bac52797a78a7cce567d57df01dd45c1199cfca6cef" dmcf-pid="ZH91Hf71pN" dmcf-ptype="general"> <strong>죽은 남편의 친구, 그 위험한 관계</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6260c201f90c2dff88043d4317a97b21a1c1a1c3e5d34287d31120694d2af8d2" dmcf-pid="5X2tX4ztpa"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18/ohmynews/20251118131204122yxwj.jpg" data-org-width="1280" dmcf-mid="V3CanSwau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8/ohmynews/20251118131204122yxwj.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초콜릿</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명필름랩</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49923c7126696a016db6bf08f187c2714922a334261092aa9c6b1b7036a730f9" dmcf-pid="1ZVFZ8qF3g" dmcf-ptype="general"> 영화가 마침내 보여주는 틈에서 새는 빛은 그래서 더 환하게 느껴진다. 별 것도 아닌 작은 틈이 그 고단한 일상에서 숨 쉬도록 하는 유일한 것이기에. 연희가 하도 초콜릿을 먹은 탓으로 찾게 된 치과에는 한 남자가 있다. 서진(김선혁 분)이란 이름의 치과의사는 생전 연희의 남편에게 가까웠던 친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마치 주치의 마냥 매일 같이 초콜릿을 먹는 연희를 돌봐주니, 연희에겐 그보다 고마운 이가 없다. 버거운 삶을 사는 외로운 여자와 그녀에게 위로가 되는 남자의 관계, 영화는 그렇고 그런 흔한 통속적 드라마인 듯 위장한다. </div> <p contents-hash="54298742599a8d20ca4110f4a7fa4258373c125a22836b5f0837868fa26fa71a" dmcf-pid="tF6UFx9Uuo" dmcf-ptype="general">그렇다. 위장이다. 영화가 공개한 시놉시스에 '서진의 위선과 남편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파괴 본능으로 치닫는다'고 밝히고 있듯, 작품은 그저 고단한 삶에서 기댈 구석을 찾는 흔한 이야기로 기울지 않는다. 대신 서진의 위선과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전면에 드러내기 시작한다. 마치 전반과 후반을 각기 다른 두 편의 영화처럼 이해하게 될 만큼 그 분위기며 성격이 다르다 느껴질 정도다.</p> <p contents-hash="2f7974c7f85f27952f0d029762a0bd2a54e9cabfc681c0a0410bf79bf65e4d53" dmcf-pid="F3Pu3M2u0L" dmcf-ptype="general">후반부는 일종의 반전처럼 자리한다. 앞서 보여준 모든 것이 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고, 관객을 놀라게 하려 드는 것이다. 위선의 가면을 까발리고 그 뒤에 가려진 진실을 고발하려는 것, 그것이 진짜 이야기였음을 내보이려 든다.</p> <p contents-hash="cd56e3abc3951d0c4e72042554a5ff0796a0f733db23aca634f92ecfd85e9636" dmcf-pid="30Q70RV7Fn" dmcf-ptype="general">아쉽게도 영화의 결단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전반과 후반의 스타일을 극명히 달리함으로써 뒤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을 마치 반전처럼 활용하는 수법은 그 장단이 분명하다. 관객에게 주는 충격이 큰 만큼, 극 전체가 긴밀히 조응하게 하여 설득력을 발할 수 있는 장치를 확보하기 어렵다. 수많은 실패한 반전영화가 그러하듯이 관객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반전은 저 혼자만의 잔치가 되기 십상이다. 이 영화가 꼭 그렇다.</p> <p contents-hash="e51ec36b086cf6834e669e8a2b6e8cc47be74de0afeee021ed1f0f4ca79a4fbf" dmcf-pid="0pxzpefz3i" dmcf-ptype="general"><strong>영화가 무시한 이 장면이 불쾌하다</strong></p> <p contents-hash="24020964b344568029b351fd9a4f0316de6044a3297d3b5506a844b6761d1c5b" dmcf-pid="pUMqUd4q7J" dmcf-ptype="general">반전 뒤로 감춰진 식상하면서도 불쾌한 이야기는 차라리 더 의미심장하다. 그는 다름 아닌 가족 살해에 대한 것이다. 한때는 동반자살이라 불렸던 한 사람의 행위가 동의하지 않은 자식이며 배우자에게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것 말이다.</p> <p contents-hash="0992797ec702cd22452e76ae97494c5b69a94e53e4522dce399d97eb797dec80" dmcf-pid="UuRBuJ8BUd" dmcf-ptype="general">영화 속 연희의 남편과 딸이 죽음을 맞은 건 일부 묘사되는 바, 남편이 의도한 자동차 사고의 결과인 듯 보인다. 설사 그 장면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단순 회상이라 할지라도 그는 분명히 부적절하고 중대한 폭력이다. 한국사회에서 수없이 반복돼 온 자살을 앞둔 부모에 의한 자식 살해다. 결코 개별적이며 이례적인 사건일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를 아무렇지 않게 묘사하고, 심지어 책임을 묻지 않음으로써 일종의 면죄부까지 허한다. 영화의 승부수라 해도 좋을 반전적 후반부가 그를 가능케 한다.</p> <p contents-hash="fa76965843867b768266de8710156248ad1b4f7b9df22a9b1afaaa8870d986f8" dmcf-pid="u7eb7i6bUe" dmcf-ptype="general"><초콜릿>은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임채영을 비롯해 수고한 연기자들의 노력이 아쉽기에 더욱 그렇다.</p> <p contents-hash="832bea4b5019222130df67962adcf961a1ce4a260b30015bcb746a00d190a531" dmcf-pid="7zdKznPK7R"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신동엽, '필로폰 전과' 전인권 공개 저격…"저 형님은 4번" [RE:뷰] 11-18 다음 최장천, 다을엔터와 전속계약…새로운 행보 예고 11-18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