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도, 치료실도, 통역도 없다”… 태국 국가대표 레슬링팀 맡은 4년, 김영일 감독의 헌신 작성일 11-19 20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5/11/19/0001081015_001_20251119123817431.jpg" alt="" /><em class="img_desc">김영일 감독과 태국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최근 수원 종합운동장 레슬링장에서 수원시청팀과 합동훈련을 하기전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일 감독 제공</em></span><br><br>태국 국가대표 레슬링팀에서 보낸 4년은 ‘버티는 시간’이었다. 방콕 근교 환경을 기대하고 부임했지만 김영일 감독(55)을 맞이한 현실은 정반대였다. 훈련장은 방콕에서 400㎞ 떨어진 시사켓. 버스로 7~8시간을 이동해야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대표팀 훈련 환경은 에어컨조차 없는 대학 분교 체육관이 전부였다. 통역도, 전담 치료실도 없었다. 테이프와 마사지 크림조차 한국에서 구해 조달해야 했다.<br><br>김 감독은 최근 서울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부임 초반 체중이 10㎏이나 빠질 정도로 몸으로 때우고, 통역기를 돌리며 직접 시범을 보이는 등 거의 모든 걸 책임져야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4년 동안 태국 대표팀 감독으로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야 했고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면서도 “그래도 한국 지도자로서 태국대표팀을 맡아 열심히 노력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적당히 하라”는 주변 조언도 있었지만, 적당히 하지 않았다. 한체급 선수 2명조차 꾸릴 수 없는 태국 레슬링의 현실 속에서 그는 선수들에게는 코치 겸 부모였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5/11/19/0001081015_002_20251119123817530.jpg" alt="" /><em class="img_desc">김영일 태국 레슬링 국가대표 감독이 최근 인터뷰한 뒤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em></span><br><br>김 감독이 태국에 간 것은 4년 전 대한레슬링협회 파견 지도자로서다. 김 감독은 “국가대표팀 훈련장이 별도로 없다”며 “레슬링 선수가 있는 대학으로 가서 대학 선수를 지도하면서 국가대표가 소집될 때마다 선수들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자신을 “순회 코치와 같다”고 했다. 김 감독은“시사켓, 페차분, 수판부리 등으로 이동하면서 생활했다”며 “지금 있는 페차분에는 한국인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br><br>훈련 시설과 환경은 열악했다. 날씨가 무더운데 훈련장 냉방기가 없다. 치료시설도 없어 선수들 스스로 동료들과 함께 자가치료를 했다. 김 감독은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들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태국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학교팀 코치 일을 병행한다. 대표선수 한달 훈련수당은 1인당 1만8000바트(약 81만원)다. 협회 예산이 부족해 스파팅 파트너 등 한개 체급 두명 선발이 어렵다. 김 감독은 “이번 한국 전지훈련도 당초 7일만 하라고 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후원을 추가로 받겠으니 한 달로 늘려달라고 해 허락받았다”며 “지금 남녀 대표 선수 10명은 내 선후배들이 지도하는 국내 팀 훈련장으로 삼삼오오 흩어져 훈련하고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br><br>태국협회는 과거 한국인 지도자와의 좋지 않은 경험 때문에 한국 지도자에 대한 불신이 컸다. 김 감독은 1~2년 동안 꾸준히 신뢰를 쌓아 불신을 해소했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그를 버티게 한 건 선수들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한국 스승의 날 한글로 감사 인사를 보냈는데 너무 기뻤다”며 “선수들이 나를 아빠같은 코치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한국 전훈을 온 그레코로만형 77㎏급 위짓 탐윌낫은 “선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를 잘 돌보는 코치를 처음 만났다”며 “선수보다 더 성실한 지도자, 사소한 것까지 모두 챙기고 선수들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부임 초기에 열악한 환경에 대해 ‘아무 것도 신경 안써요. 나는 괜찮으니 걱정 마세요’라고 말하는 선수들의 표정이 안쓰러웠다”며 “지금 선수들의 얼굴이 너무 밝아지고 레슬링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5/11/19/0001081015_003_20251119123817576.jpg" alt="" /><em class="img_desc">김영일 감독과 태국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최근 수원 종합운동장 레슬링장에서 수원시청팀과 합동훈련을 하기전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일 감독 제공</em></span><br><br>태국 레슬링의 국제 경쟁력은 약하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여자가 8강에 오른 게 최고다. 남자는 16강 수준이다. 태국은 다음달 동남아시안게임(SEA 게임)에 출전해 금메달 2개를 노린다. 김 감독은 “이전 대회에서 레슬링 역사상 10년 만에 SEA 게임 금메달을 따냈다”며 “이번 대회는 태국 홈에서 열리기 때문에 금메달 2개를 꼭 따내고 싶다”고 말했다.<br><br>김 감독은 태국 대표팀을 한번 더 맡고 싶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태국협회 역시 대한레슬링협회로 김 감독과 재계약을 원한다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김 감독은 “4년 동안 엄청 고생했지만 보람을 느끼고 선수들과 정도 많이 들었다”며 “나에 대한 대우는 지금으로 족하다. 기회가 된다면 4년 더 지도해 태국 대표팀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며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고 초심을 지키면서 다시 한 번 마지막 힘을 쏟아내고 싶다”고 다짐했다.<br><br>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관련자료 이전 클래스메이트 허성정, 뇌암 판정→대장암 검사… “긴장하며 지냈다” 11-19 다음 은가누에게 모두가 속았다, "보너스 달라고 협박에 폭행까지" UFC 대표의 폭로 11-1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