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순재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성일 11-25 8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고인이 남긴 장면보다 오래 남을 신념과 태도에 대하여</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4XB2Zgb0rd"> <div contents-hash="b8c613110d14f1d371e256ae491a912d93dd2f67b47591f67ff6e162346b18b4" dmcf-pid="8KdL9hJ6Ie" dmcf-ptype="general"> <p>아이즈 ize 박현민(대중문화 평론가)</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01fe3ee50a5a3993371c2c0740ca278b6c4320bdffd1814f459d86ef2d14ee91" dmcf-pid="69Jo2liPwR"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고 이순재, 사진제공=KBS"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25/IZE/20251125164540908huce.jpg" data-org-width="560" dmcf-mid="VUOlgUIkDi"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5/IZE/20251125164540908huce.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고 이순재, 사진제공=KBS </figcaption> </figure> <div contents-hash="a5382b00219d82d324d9d3c182a0027ddb2359de4e503b73e7476340d12b4c15" dmcf-pid="P2igVSnQwM" dmcf-ptype="general"> <p>필자의 고(故) 이순재 배우와의 인연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 중이었던 고인은 언제나 다른 누구보다 가장 먼저 대기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촬영장에서 열정만 가득한 채 서성이던 신입 기자였던 내게도 고인은 아낌없이 덕담을 건넸다.</p> </div> <p contents-hash="629dcc27e42a78db67f1d1ff5d69141bde573ec582ba1c4ca1433a0a10c08641" dmcf-pid="QVnafvLxEx" dmcf-ptype="general">12월 31일 자정, 일산 MBC 스튜디오 세트. 데스크의 지시로 신년 인터뷰를 위해 그곳에서 새해를 맞았던 날, 나는 처음으로 고인을 정식으로 인터뷰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인터뷰라기보다 한 시간 내내 이어진 강의에 가까웠다. 연기와 인생에 대한,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던 고인의 명징한 목소리. 2010년 1월 1일 새벽의 공기와 함께 그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다. "연기란 건 출연해서 작품으로 평가받는 분야다. 계속 열심히 할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단지 하루하루의 과제를 하는 것."</p> <p contents-hash="45d66a1ce1f8d2a4befdfe83bafa7569c2cdb4a4222a49352dc428d1c1cf2e04" dmcf-pid="xfLN4ToMIQ" dmcf-ptype="general">그렇게 말했던 고 이순재는 이후 15년간 40여 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실시간으로 엄청난 분량의 대사를 소화해야 하는 20여 편의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섰다. 그리고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90세의 나이로 대상을 받으며 이렇게 말했다.</p> <p contents-hash="4147afc8f6a992c1e276b038c497ac8ca5261cc0bdcccdec5bb5d9304f25dd7f" dmcf-pid="yC10hQtWDP" dmcf-ptype="general">"60이 넘어도 잘하면 상 주는 거다. 공로상이 아니라."</p> <p contents-hash="35a7ce7b3d90dd516166a902c8122752c4ce06b13dff67bff1f2948ba0435261" dmcf-pid="WnmCL0sAE6" dmcf-ptype="general">고인은 자신이 가르치는 대학 학생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고, 시청자들에게는 "평생 신세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는 인사를 남겼다. 현장의 모든 배우가 기립해 박수를 보냈고, 일부는 눈물을 글썽였다. 나는 이 영상을 이후에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을 더 보면서 이순재 배우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p> <p contents-hash="759ded2d78f1206094ed5a17f7ef33785ad77c3036c3481f2105af419cd37262" dmcf-pid="YLshopOcw8" dmcf-ptype="general">고 이순재의 삶을 돌이켜보면, 한 배우의 생애가 이렇게 치열하게 쌓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진다. 드라마와 영화, 시트콤과 연극을 가리지 않고 시대의 변화를 통과해온 배우. 세대가 달라도 모두가 고인의 연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p> <div contents-hash="171fe6f468b75563f8ee415e11a8ff5dc9aad474fa17e934679dfb83b6b961c4" dmcf-pid="GoOlgUIkI4" dmcf-ptype="general"> <p>한국 콘텐츠 산업의 세대교체가 몇 번이나 일어나는 동안에도 고인은 한 번도 '이전 세대'로 밀려난 적이 없었다. 시대가 배우 이순재를 뒤로 두지 못한 것이 아니라, 고인이 스스로를 끝없이 갱신하며 시대를 동행했기 때문이다. "배우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는 말은 그저 겸손이나 철학이 아니었다. 배우 이순재의 커리어는 실제로 그 말을 증명하는 연속적인 실천이었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7ce27c27334dffb9c3fca3251615489a044c1929afe51cd8819a37f1cbafc2d8" dmcf-pid="HgISauCEDf"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사진출처=스타뉴스DB"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25/IZE/20251125164542188xwdw.jpg" data-org-width="600" dmcf-mid="fs8xUD6brJ"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5/IZE/20251125164542188xwdw.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사진출처=스타뉴스DB </figcaption> </figure> <div contents-hash="d8088b37e2475d1c0f79397f862dd577c768df4e6527e8244c27e9f9cc074dfb" dmcf-pid="XaCvN7hDrV" dmcf-ptype="general"> <p>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노년의 배우'라는 수식어에 기대지 않았던 태도였다. 고인의 인터뷰에서, 강의에서, 시상식 무대에서 일관되게 드러났던 건 나이를 장식으로 쓰지 않는 한 사람의 직업윤리였다. 80대, 90대의 나이에도 감정을 정교하게 유지하고, 대사를 정확하게 암기해 구사하고, 후배들과 함께 현장을 만들어내는 일. 그것을 고 이순재는 남다른 재능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과제를 수행하는 일로 설명했다.</p> </div> <p contents-hash="f11c67914d36c2e7e55c6a72b67f39c1c1d1c01b22cea53c9747bfc28632a672" dmcf-pid="ZNhTjzlwr2" dmcf-ptype="general">그래서 이순재라는 이름 앞에는 자연스레 '진짜 배우'라는 단어가 붙었다. 고인은 스스로를 특별하게 꾸미지 않았지만, 그 절제의 태도가 오히려 고 이순재를 더 특별한 배우로 만들었다.</p> <p contents-hash="166cbc38343685d4cf929ffb471903451809237abc04f6b5bc4ab47e4dbb0462" dmcf-pid="5jlyAqSrI9" dmcf-ptype="general">문득, 2009년의 신입 기자에게 건넸던 고인의 한마디가 다시 떠오른다. "열심히 할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지 않나." 그때는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렸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고 이순재의 생애 전체를 압축하는 문장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촬영장에서 마무리하고, 새해의 첫 순간을 인터뷰 자리에서 맞이하던 배우 이순재의 풍경. 90세에도 여전히 배우로 서 있던 고인의 존재. 그리고 오늘, 떠나보내는 이 마음까지. 고인이 남긴 모든 순간이 그 문장 안에서 다시 하나로 이어진다.</p> <p contents-hash="fda44eb6cdc4ca214afdc4386ddb491aab4cbabc71c23d383a892e83b839b07c" dmcf-pid="1ASWcBvmmK" dmcf-ptype="general">고인은 떠났지만, 배우 이순재의 시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작품 속 장면, 무대 위 호흡, 인터뷰에서 흘러나오던 단정한 문장들까지. 그 모든 것이 앞으로도 많은 후배와 관객의 기준점으로 남을 것이다. 한 시대를 지탱해온 배우에게, 깊은 감사와 애도를 보낸다.</p> <p contents-hash="85a031eb041343916f6b919c491ae1b3a3115c30a340026f857431387b0038e4" dmcf-pid="tXB2Zgb0Ib" dmcf-ptype="general">박현민(대중문화 평론가)<br> </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윗집사람들' 하정우, '47세 싱글'이지만 '권태 부부' 이야기라니 "비혼주의자 아니야" 11-25 다음 '윗집 사람들' 공효진 "입덧 참아가며 연기한 이하늬, 무한 긍정의 힘" 11-25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