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멘 만큼 자기 땅이 된다’ 눈물의 2년 끝에 정관장서 꽃피우는 최서현 “목표는 신인상, 태극마크도 달고 싶어” 작성일 11-26 38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0/2025/11/26/0003677266_001_20251126143709883.jpg" alt="" /><em class="img_desc">2년간의 무명 시기를 딛고 프로배구 여자부 정관장에서 주전 세터로 도약한 최서현이 대전 구단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서현은 “이번 시즌 신인상을 받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전=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em></span>‘헤맨 만큼 자기 땅이 된다.’<br><br>숱한 좌절과 위기 속에서도 최서현(20·정관장)을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한 문장이다. 돌아온 시간만큼 더 성숙해진 그는 이제 새로운 팀에서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br><br>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7월 정관장에 합류한 최서현은 어느덧 팀의 어엿한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시즌 10경기에 나서 1000개가 넘는 세트(1015회)를 시도했다. 2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br><br>최서현은 2022~2023시즌 신인 드래프트 때 1라운드 6순위로 현대건설에서 지명을 받아 프로배구 V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프로배구 선수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선망할 법한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br><br>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데뷔 시즌에는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고 두 번째 시즌에도 3경기(4세트) 출전에 그쳤다. “또래 선수들이 데뷔전을 치르는 걸 볼 때마다 부럽다는 마음밖에 없었어요. 조바심도 나고 주눅도 들었죠.” <br><br>결국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팀을 떠나야 했다. “정리될 것 같다고 직감은 했어요. 불러주는 팀이 없으면 실업팀이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br><br>프로에서 계속 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옵션 포함 보수 총액 5000만 원에 정관장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이 예상치 못한 이적이 최서현의 배구 인생을 바꿔놓게 됐다. <br><br>정관장 주전 세터 염혜선(34)에 이어 김채나(29)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기회는 자연스럽게 최서현에게로 향했다. 중책을 맡게 된 최서현은 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br><br>9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개인 첫 방송 인터뷰도 경험했다. “2년 동안 고생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울음이 터질 뻔했어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인터뷰 역할극을 하곤 했거든요. 그게 현실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br><br>최근에는 입단 3년 차까지 받을 수 있는 신인상(영플레이어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올해가 마지막 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김)세빈이가 알려줘서 알았어요. 그때부터 조금 욕심이 나더라고요.” 최서현과 김세빈(20·한국도로공사)은 한봄고 동기다. <br><br>고희진 정관장 감독도 25일 현대건설전을 앞두고 “우리는 경기를 뛰면서 성장이 목표인 팀이다. 그 중심에 최서현이 있다”고 말하며 그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강조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0/2025/11/26/0003677266_002_20251126143709918.jpg" alt="" /><em class="img_desc">정관장 세터 최서현. 대전=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em></span>최서현이 스스로 꼽는 장점은 순간 스피드와 공격수들을 골고루 활용할 수 있는 경기 운영 능력이다. 상승세의 비결을 묻자 ‘대화’라고 답했다. “공격수마다 좋아하는 공이 다르고 키도 다 달라서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경기장에서나 훈련장에서나 말을 많이 하려고 해요.”<br><br>최서현의 배구 인생 출발점에는 어머니인 기남이 한국배구연맹(KOVO) 판독위원(53)이 있었다. “요즘은 사후 판독 업무를 하시는데 제 경기를 볼 수밖에 없다 보니 자주 피드백을 주세요. 칭찬보다는 쓴소리가 많지만요(웃음).” <br><br>초등학교 3학년 여름, 어머니 손에 이끌려 처음 배구장을 찾았다. “힘들어 보인다고 배구하기 싫다고 했는데, 겨울방학 때 또 데려가시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배구,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여럿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운동이 너무 힘들어서 점심시간에 지갑만 들고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어요. 그날 밤 엄마와 긴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긴 했지만요.” <br><br>2022년 봄에는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 최서현은 신인 드래프트 직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경기 한 번 보지 못하고 가셨는데, 위에서 보고 좋아하셨으면 좋겠다. 부모님께 자랑거리인 딸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0/2025/11/26/0003677266_003_20251126143709956.jpg" alt="" /><em class="img_desc">정관장 세터 최서현. 대전=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em></span>2년이 흐른 지금 최서현은 그토록 바라던 ‘자랑스러운 딸’이 되었을까. 이 질문에 최서현은 잠시 말을 멈췄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그래도 요즘에는 엄마가 표현은 안 하시지만 주변에서 축하도 많이 받고 지인들한테 기분 좋게 밥도 사시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말을 잘 듣는 편도 아니었는데 아무 말 없이 뒷바라지 해주신 게 고마울 따름이에요. 돈 많이 벌어서 ‘금융치료’로 보답하고 싶어요. 아빠도 위에서 잘 응원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br><br>눈물이 고인 자리에는 금세 꿈과 의지가 차오른다. “이번 시즌에는 일단 신인상을 받고 싶어요. 연차가 쌓이면 주전으로 오래 뛰면서 ‘베스트7’에도 들어보고 싶고… 국가대표도 해보고 싶어요!” 그녀의 두 눈이 반짝 빛나고 있었다.<br><br> 관련자료 이전 스미레 4단,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 초대 대회 와일드카드 낙점 11-26 다음 박소현 "건망증 더 안 좋아져…같은 사람과 소개팅 2번" 11-26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