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랠리의 시대, 버티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박준용 인앤아웃] 작성일 11-27 16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5/11/27/0001082769_001_20251127170213956.jpg" alt="" /><em class="img_desc">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오래 지속되는 현대 테니스에서 끝까지 ‘버티는 자’가 승리하는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em></span><br><br>현대 테니스에서 랠리가 20~30회를 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예외적인 장면이 아니다. 한때 테니스는 한 방의 위력, 즉 강한 서브와 공격적인 샷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스포츠에 가까웠다.<br><br>하지만 최근 투어 흐름은 완벽히 달라졌다. 한 점의 포인트를 따는 데 필요한 샷의 수가 20~30개로 늘어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 테니스는 과거보다 훨씬 ‘지구력이 지배하는 경기’가 되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br><br><b>코트 속도의 감소</b><br><br>코트 환경도 랠리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ITF Technical Centre에 따르면 2010~2020년 세계 하드코트의 평균 코트 속도 지수(Court Pace Rating, CPR)가 약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투어 대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드코트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랠리 횟수가 증가했다.<br><br>ITF Match Charting Project에 의하면 2010년 평균 랠리 횟수가 3.5회였지만 2024년에는 4.4회로 증가했고 클레이코트에서 역시 2010년 대비 약 20~2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TP 500시리즈와 1000시리즈에서의 20회 이상 롱랠리 비율 역시 2012년 대비 약 31% 상승하였다.<br><br>심지어 코트 표면 중 가장 빠른 잔디코트에서도 롱랠리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테니스협회에 따르면 윔블던은 잔디 품종을 변경하고 공의 압력을 조정한 이후 2001년 남자단식 평균 랠리 횟수가 1.9회이었던 반면 2023년에는 약 84% 증가한 3.5회로 늘었다.<br><br>이러한 코트의 변화 역시 빠르게 끝나는 포인트보다 지속적 랠리를 유도해 경기 시간을 길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br><br><b>장비 기술의 발전</b><br><br>지난 20년간 라켓과 스트링 기술은 급격히 발전했다. 특히, 폴리에스터 스트링의 진화는 스핀과 컨트롤 능력을 극대화하며 ‘죽지 않는 볼’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이후 폴리에스터 스트링 점유율이 80% 이상 증가하면서 스핀양도 최대 20~30% 증가하였다.<br><br>공에 스핀양이 증가하면 공의 낙하각과 코트 안으로 떨어지는 안정성이 높아지는데 이는 공격 시 실수가 줄어들고 랠리가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과거에는 아웃이던 볼이 베이스라인 안에 떨어지고 리턴하기 힘들던 강한 공도 스핀으로 컨트롤이 가능해진 것이다.<br><br>첨단 소재의 라켓 등장 역시 롱랠리에 한몫하고 있다. 특히, 라켓의 프레임 강성 증가와 경량화는 수비 시 적은 힘으로 ‘더 깊은 볼’을 보내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고 훨씬 빠른 스윙도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끝났을 포인트가 끝나지 않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5/11/27/0001082769_002_20251127170214031.jpg" alt="" /><em class="img_desc">라켓과 스트링의 발전은 롱랠리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em></span><br><br><b>‘안정성 중심 전략’의 현대 테니스</b><br><br>현대 테니스에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능력은 위험을 줄이는 안정성이다. 실제 톱30 선수들의 언포스드 에러 비율은 지난 10년간 15~18% 감소했다. 대신, 0~4구에 내에 끝나는 포인트 비율은 2015년 68%에서 2023년 61%로 감소했다.<br><br>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와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와 같은 공격형 선수조차도 20구 이상 랠리를 버티는 안정성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안정성이 강화되면서 ‘버티기’의 중요성이 커졌고 공격 포인트는 오히려 줄었다.<br><br>과거에 먼저 공격하는 자가 유리했다면 현대 테니스에서는 먼저 공격했다고 절대 유리하지 않다. 즉, 실수하지 않는 선수가 승리하는 것이다. ‘클레이 황제’ 라파엘 나달(스페인)도 “현대 테니스는 더 빠르지만 빨리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br><br>이러한 안정성 중심의 전략은 주니어 육성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결국 현대 테니스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내, 지구력 그리고 안정성이 필수 조건이 되었다.<br><br>이처럼 롱랠리가 증가하면서 경기 시간도 늘었다. 지난 2010년 ATP 경기 평균 소요 시간은 1시간 48분이었지만 2023년에는 2시간 5분으로 증가했다. 현대 테니스가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오래 지속되면서 그 결과 부상 등 선수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크게 늘었다. 최근 ATP 선수들이 1000시리즈 기간 확대에 반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br><br>랠리가 길어지는 현대 테니스는 더 이상 ‘힘의 스포츠’가 아닌 ‘총체적 체력전’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피드, 지구력, 정신력, 회복력 등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초인적인 경기가 되고 있다. 앞으로 테니스에서의 승부는 ‘공격 기술’보다 ‘버티는 능력’에서 갈리지도 모른다.<br><br><박준용 테니스 칼럼니스트, 前 SPOTV 해설위원(loveis5517@naver.com)> 관련자료 이전 전남도체육회, 2025년도 전남생활체육지도자 워크숍 11-27 다음 '이 무슨 추태' 맥그리거와 同門 베테랑 파이터...비행기에서 경찰 폭행 혐의로 체포 "수사 계속 진행 중" 11-27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