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저비터, 버저에러? 작성일 11-29 37 목록 <b>짜릿한 기적 뒤 끝없는 오심 논란</b><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11/29/0003943867_001_20251129005317843.jpg" alt="" /><em class="img_desc">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케이드 커닝엄이 지난 2023년 10월 25일 마이애미 히트와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3점슛을 던지고 있다. 농구에선 선수가 던진 슛이 날아가는 도중에 쿼터가 끝나는 신호음이 울려도 골망을 가르면 득점이 인정되고, 이를 ‘버저비터’라 부른다.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는 버저비터는 농구에서 가장 짜릿한 장면이지만, 0.1초 단위 시간 측정의 정확성 때문에 계시(計時) 관련 논란도 많다./USA TODAY Sports 연합뉴스</em></span><br> 지난 26일 열린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와 인천 신한은행의 맞대결. KB 강이슬이 4쿼터 종료 0.2초를 남기고 점프슛을 던졌다. 공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 소리와 함께 골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득점으로 62대61로 역전승한 KB 선수들은 코트에 엎어져 부둥켜안고 기뻐했고, 신한은행 선수들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br><br>그런데 경기 다음 날 신한은행이 “오심이다. 담당자가 버튼을 늦게 눌러 계시(計時)가 잘못됐다”며 반발했다. KB의 마지막 공격은 경기 종료 0.7초를 남기고 시작됐다. KB의 패스가 강이슬에게 이어져 슛을 던지기 전까지 경기장 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미 0.7초가 지났는데도 슛 동작 순간 ‘0.2초’가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또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 때 강이슬이 경기 종료 전에 슛을 마쳤는지만 확인하고, 시간 체크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b> </b><br><br><b>WKBL은 28일 “계시원 조작 지연, 비디오 판독 등 과정에서 오심이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WKBL 관계자는 “선수가 농구공을 잡는 순간, 기계가 아닌 사람이 ‘계시 버튼’을 누르기 때문에 시간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WKBL 측이 전날 자체 추정한 결과 약 0.2초의 시간 지연이 발생했다. </b><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11/29/0003943867_002_20251129005317978.jpg" alt="" /><em class="img_desc">KB 강이슬이 지난 26일 여자 프로 농구 신한은행전에서 경기 종료 0.2초 전 점프슛을 던지고 있다./WKBL</em></span><br> 이 해명대로면 WKBL 리그가 아니더라도 NBA(미 프로농구)를 포함한 모든 농구 경기가 계시 담당자의 ‘반응 지연’으로 오심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WKBL의 해명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인가, 충분히 근거가 있는 아쉬움의 표현인가.<br><br>스포츠 과학은 WKBL의 해명이 타당한 측면이 있음을 알려준다. 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사이언티픽 리포트가 2020년 소개한 ‘인간의 시각 반응 속도’ 관련 논문에 따르면, 날아오는 공을 보고 손(배트)을 써서 플레이하는 크리켓 선수의 경우, 시각적 자극에 반응하는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0.2초를 훌쩍 넘어갔다. 탁월한 운동신경을 갖춘 잉글랜드 여자 국가대표 평균 속도가 0.249초였고, 일반인인 여자 대학생은 0.312초로 확연히 느렸다. 논문을 쓴 연구자들은 이들에게 어두운 방에서 화면을 보고 있다가 흰 원이 나타나면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빛을 보고 버튼을 누르도록 한 다른 연구진 실험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br><br>반면 농구장의 계시 담당자는 공의 궤적을 눈으로 쫓고 있다가 버튼을 눌러 시계를 작동시킨다. 공을 보고 있는 쪽이 시각 반응이 더 빨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WKBL 관계자는 “선수가 공을 잡는 걸 확인한 순간 버튼을 누르는 게 원칙이고,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br><br>세계 최고의 리그인 NBA에서도 계시 담당자 때문에 시간 오류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2004년 LA 레이커스 데릭 피셔가 0.4초를 남긴 상황에서 패스를 받아 역전골을 넣은 일화가 유명하다. 당시 상대팀인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계시기가 늦게 작동됐다며 리그 사무국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실제로 영상 전문가들이 “0.1~0.2초 정도 계시기가 지연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2017년엔 시간을 멈춰야 할 순간을 놓쳐 경기가 1초 정도 더 진행돼 지고 있던 팀이 손해를 보는 일도 있었다.<br><br>이런 오류도 농구 경기의 일부로 봐야 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모든 팀이 알게 모르게 이득과 손해를 봤을 것인 만큼 ‘오심’이라고 크게 문제를 삼을 순 없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손대범 KBS 해설위원은 “계시가 늦은 것이 화면으로 확인됐다. 오류가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br><br>일각에선 국내 리그도 NBA처럼 계시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KBL 심판은 버저가 울리기 전에 공이 손을 떠났는지는 따지지만, 남은 시간이 제대로 흘렀는지를 재측정하는 규정이 없다. 조현일 tvN 해설위원은 “특히 이번처럼 승패가 바뀌는 경우 계시 오류를 비디오 판독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NBA는 계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카메라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해 남은 경기 시간을 재설정하고, 심판이 계시 담당자와 별도로 계시 스위치를 누르는 시스템도 있다. NBA는 또 AI(인공지능)를 활용해 공이 선수의 손에 닿는 순간을 정확히 체크하는 기술을 개발·도입하고 있다.<br><br> 관련자료 이전 [오늘의 경기] 2025년 11월 29일 11-29 다음 [내일의 경기] 2025년 11월 30일 11-2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