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미하게 연결된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작성일 11-30 24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인터뷰] 연극 <침묵과 소음> 진윤선 연출</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VK8bN2ztzs"> <p contents-hash="a202fe954a4dcabc86fcc6b2e8df91a80f2f1f653039333cccc97c37945871df" dmcf-pid="f96KjVqF7m" dmcf-ptype="general">[한별 기자]</p> <p contents-hash="956ace1b1c59a8542a0bd15475201bd3a8ccfd45f9d6cbbd95c4db01308bce46" dmcf-pid="42P9AfB3pr" dmcf-ptype="general">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처음은 소중하고 중요하다. 기자가 첫 기사로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듯이 연출은 첫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출사표를 던진다. 진윤선 연출은 고민 끝에 첫 작품으로 <침묵과 소음>을 선택했다. 버려진 정원에서 만난 두 사람, 벤과 데이즈가 고립을 넘어 함께 한 발을 내디딘 이야기다. 진윤선 연출은 "우린 누구나 광야 같은 고립에 놓이는 순간을 마주한다. 나조차 나를 구할 수 없을 때 그 상황을 벗어나는 힘은 타인과의 희미한 연대에서 나온다"며 <침묵과 소음>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p> <p contents-hash="bf64e75f054829ae593a0b5fd50665be564b0aab533b730a2bc0962461273bcf" dmcf-pid="8VQ2c4b0pw" dmcf-ptype="general">그의 연극에서 '연대'는 중요한 메시지다. 진윤선 연출은 '작은 연대'를 지향한다. 선언과 적극적인 행동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기척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을 연극을 통해 내놓는다. 나와 너, 단둘이 있어도 발생하는 '작은 연대'는 그의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전달된다. 진윤선 연출은 "극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객은 무엇을 목격하는지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가 오면 어깨가 젖듯, 공연을 관람한 관객의 몸 혹은 마음에 어떤 스침의 기억이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p> <p contents-hash="2318f5ac6e1e27b61e8c5b8f58c2681af2be00788edc85d2baf0aa3fed335c12" dmcf-pid="64MfE69UFD" dmcf-ptype="general"><침묵과 소음>은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공연됐다. 진윤선 연출은 삼일로 창고극장의 지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관객들의 입퇴장로를 포함한 극장의 모든 부분은 무대였다. 더불어 관객이 한순간이라도 그 공간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려고 풍경 앰비언스를 통해 소리를 구현했다.</p> <p contents-hash="944e5eae99d98a6c87647adeeff8696ddd2dde22e49d3ead31cca052bd7b692d" dmcf-pid="P8R4DP2uFE" dmcf-ptype="general">장과 장 사이의 지문도 직접 창작했다. 대본의 장점으로 '비워짐'을 꼽으면서도 진윤선 연출이 장과 장 사이를 지문으로 채운 이유는 연대를 표현하려면 구조적으로 고립이 표현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관객들은 누구보다 가까이서 모든 일을 본 '목격자'로서 벤과 데이즈와의 사소한 스침을 경험할 수 있었다.</p> <p contents-hash="d7774cbd8e90f75a789bee7762c359d9bee1152f1a066e41ecb131256a722abf" dmcf-pid="Q6e8wQV7uk" dmcf-ptype="general">"이들이 혼자서 어떤 고립의 시간을 보내는지 관객이 알지 못하면 둘의 만남이 어떤 의미인지 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본 바깥에 있는 혼자의 시간들, 그 시간들이 연결돼 장면으로 들어온 것이 의미가 커요. 두 사람이 서로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마주치는지 만들려고 했거든요."</p> <div contents-hash="6b8f66249cbcef4525f20f9190ad37f91759ecf2e8e824538605e9afcce1dd71" dmcf-pid="xPd6rxfz0c" dmcf-ptype="general"> <strong>서로가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 주파수를 맞췄던 과정</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77bf22295f587e75cf687ac3cfaa83074ca49fe85b400acdf7ad5a8bc7a0b5e4" dmcf-pid="yvHSbyCE3A"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30/ohmynews/20251130131802157madw.jpg" data-org-width="1280" dmcf-mid="KqIEtrAipC"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30/ohmynews/20251130131802157madw.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침묵과 소음> 공연 사진</strong> 연극 <침묵과 공연>에는 벤 역할의 류원준 배우(왼쪽)와 데이즈 역할의 박세인 배우가 출연해 연기를 펼쳤다.</td> </tr> <tr> <td align="left">ⓒ 스칸도프로젝트</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121ca45c385bde181fe342c16df49039fe971c65bf8c5d8c60d5f785e33500db" dmcf-pid="WTXvKWhDpj" dmcf-ptype="general"> 이 공연을 위해 배우들과 진윤선 연출은 때론 아침에 혹은 한 낮에 연습실에 모여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벤 역할의 류원준 배우와 데이즈 역할의 박세인 배우는 모두 진윤선 연출의 '믿는 배우' 들이었다. </div> <p contents-hash="f0861c68c64192000498a2d0216929952052dbf1f9d03e31f599582fc90b119d" dmcf-pid="YyZT9YlwFN" dmcf-ptype="general">진윤선 연출이 바라본 시선 속 벤 역할의 류원준 배우는 뛰어난 수행력을 바탕으로 연기하는 배우다. 마치 벤이 처한 상황을 체화한 것처럼 움직였다. 박세인 배우는 굉장히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그가 표현하는 데이즈는 자기중심을 잘 잡고 있는, 흔들리면서도 곧은 존재다.</p> <p contents-hash="0f63a3cfdbab169652d532d707522e2a05194fc53b667bb5f88ad8d3fefc47eb" dmcf-pid="GW5y2GSr3a" dmcf-ptype="general">끊임없는 대화나 질문을 피하지 않는 점도 두 사람과의 작업이 즐거웠던 이유다. 마치 '엠티'를 온 것과 같은 연습실에서 세 사람은 함께 이 이야기에 접근했다. 비록 공연 속 인물들은 가혹한 상황에 놓여 있었어도 세 사람은 서로를 돌봤다. 진윤선 연출은 "누군가가 문턱에 걸리는 순간에 가지 않도록 서로의 안전망이자 그물이 되는 작업을 했다"고 회상했다.</p> <p contents-hash="5170c8e23f4093b12de6d188e9ddb0fcc78a46cf9b2906c126a2a6bfdda7390e" dmcf-pid="HY1WVHvmpg" dmcf-ptype="general">이런 건강한 작업환경은 신뢰의 기반이 됐다. 연습 과정에서 연출과 배우들은 함께 이야기 속 꼭짓점을 잡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 예민한 대본을 살펴왔다. 그 덕분에 약속 안에서의 변수를 잘 다룰 수 있었다. 변수에는 관객들도 포함됐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모두 다른 모습으로 정원 안에 자리했다.</p> <p contents-hash="61b416a468cb72658b199c8f6133d929e061e780b60eb1d89078420fbc9331b4" dmcf-pid="XGtYfXTsUo" dmcf-ptype="general">"연습을 거치고 공연 무대에 오른 사흘 동안은 매일매일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바라봤어요. 오늘은 이렇게 관객들과 만나는구나, 오늘 관객들은 이런 마음으로 보고 있겠다는 것을 생각하는 게 재미있었죠. 매일 다른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는데 그들과 이 공연이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했던 것 같아요."</p> <div contents-hash="6351971b9e42123bcbd117080aaee6862c1c691c81b25ed0de1d9cac73d1bd39" dmcf-pid="Z5pZPtGh0L" dmcf-ptype="general"> <strong>우리가 서로의 좌표계를 목격하게 될 때</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a73eb31863a203974099e7bf15dadd1bb3e96d31fe61f8b0386f8f7184becf29" dmcf-pid="51U5QFHl7n"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30/ohmynews/20251130131803436oagr.jpg" data-org-width="1194" dmcf-mid="9Isc5DNd3I"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30/ohmynews/20251130131803436oagr.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진윤선 연출</strong> 인터뷰를 진행하며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자, 스스로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면서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 사진은 연습 과정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중 우연하게 찍힌 사진이다.</td> </tr> <tr> <td align="left">ⓒ 스칸도프로젝트</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57e22f6716c138d7fa722f262c9ec83a8fba7c38b95e8661f0729b196e8e5c52" dmcf-pid="1tu1x3XS0i" dmcf-ptype="general"> <침묵과 소음>은 끝났지만 '스칸도프로젝트'는 계속된다. 스칸도프로젝트는 진윤선 연출이 설계한 1인 극단이다. 아직은 연출로서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 몰라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진윤선 연출은 향후 스칸도프로젝트를 통해 아주 느슨하게 연결되는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그는 "마음이 닿는 이야기, 내가 동의할 수 있거나 알아야겠다고 느끼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div> <p contents-hash="91988eb42666b86a84383372f06e16c3497aaf5f4d6a381fd3d3f5e54db6a19e" dmcf-pid="tF7tM0ZvFJ" dmcf-ptype="general">레비나스 철학에서 스칸도는 '가로질러 횡단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진윤선 연출은 "가로질러 횡단할 때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고 극단의 이름을 설명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볼 때 발생하는 순간들을 믿는다. <침묵과 소음>도 그런 순간 중 하나로 보인다. 진윤선 연출에게 이번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을 묻자 "좋은 동료들이자 선배들을 만났던 운이 너무 좋고 감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찾는다.</p> <div contents-hash="e03a36dda0e7ffac3b27da9422a071d72c0d8f40156955f7398d6a3ae3cf8c0e" dmcf-pid="F3zFRp5T3d" dmcf-ptype="general"> "아주 희미하게 연결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태양계의 위치를 알려주는 펄서 지도처럼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좌표계가 있잖아요. 이들이 서로 스쳐 가면서 서로의 좌표계가 발화하는 걸 목격하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데 끊임없이 유예되거나 존재가 지워지는 순간에 놓인 사람들의 좌표계를 보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a453a48dcdf513fb5cc20eda80df45107d336c995e73de888e0d2a7130561134" dmcf-pid="30q3eU1yUe"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1/30/ohmynews/20251130131804751cdoq.jpg" data-org-width="1280" dmcf-mid="2JyI7lmj0O"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30/ohmynews/20251130131804751cdoq.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침묵과 소음> 공연 사진</strong> 연극 <침묵과 소음>의 공연 장면이다. 왼쪽이 데이즈 역할의 박세인 배우, 오른쪽이 벤 역할의 류원준 배우다.</td> </tr> <tr> <td align="left">ⓒ 스칸도프로젝트</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c0faee017a3885cb0381993acdb41e5770987862858012ff8de16344ba5a4593" dmcf-pid="0pB0dutWuR" dmcf-ptype="general"> 인터뷰하는 내내 그의 말은 내내 신중하고 차분했다.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명징한 언어를 사용했다. 동시에 전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했다. 때때로 "관객에게 큰 뜻을 전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지만, 자신의 첫 작품 <침묵과 소음>의 의미나 차후 다뤄보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는 단단한 눈빛과 함께 목소리에 힘을 실어 말했다. </div> <p contents-hash="56f90b00ebb2c62be47b12e0e5b69de67638d3e28e0321ef30383d70014bb267" dmcf-pid="pUbpJ7FY3M" dmcf-ptype="general">지난 공연에 대해서는 "순항이었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 믿을 수 있는 동료들과 하고 싶었던, 그가 해야만 했던 이야기를 전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땅히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됐다. 마음에 품은 뜻이 확실한 사람은, 자신의 이상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딜 것이 분명하니까. 앞으로 연출가로서 걸어갈 그의 길을 관객으로서 기꺼이 응원하고 싶다.</p> <p contents-hash="fc9a11dd82c2dca4d7db768766470815be225c63aa20d57d929eb20c25e56311" dmcf-pid="UuKUiz3GFx"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이 기사는 https://blog.naver.com/burn_like_a_star에도 실립니다. 필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a.star_see)에 취재 후기와 함께 공유됩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이강인 뛴 PSG 고배, 김민재 활약한 뮌헨은 역전승 11-30 다음 故 이순재, 3년 전 따뜻했던 미담…"보여드린 영화 포스터, 일일이 사인까지" 11-3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