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 지은 이들의 손 자른 두 근위병 이야기 작성일 12-02 6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안지훈의 연극 읽기]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Hl0cQOEozs"> <p contents-hash="ee61edbb6f6bfecd8f9732ae258e773d7ced8c3c97f5f814f3f03016495dfe0e" dmcf-pid="XSpkxIDgpm" dmcf-ptype="general">[안지훈 기자]</p> <p contents-hash="c043055545f14e57fe0f7ffeac0b049a30ca3b2d9883c462890cb0492f8243d0" dmcf-pid="ZisftR8BFr" dmcf-ptype="general">황제 샤 자한이 죽은 아내를 위해 만든 무덤 '타지마할'이 세상에 공개되는 날, '휴마윤'과 '바불'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근위병이 타지마할 앞을 지키고 있다. 근위병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서도 안 되고, 뒤돌아 타지마할을 먼저 보아서도 안 된다. 하지만 바불은 휴마윤에게 계속 말을 건네고, 규율과 명령을 중시하는 휴마윤은 바불을 지적하면서도 대화를 이어간다.</p> <p contents-hash="d71d6a1575d555250adb33dfa08d1ea4f20d70a9ad8c61e87042a48260730d5a" dmcf-pid="5nO4Fe6b3w" dmcf-ptype="general">천상의 아름다움으로 여겨지는 타지마할을 두고 황제 샤 자한은 이런 아름다움이 다른 곳에서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잔인한 명령을 내린다. 타지마할을 짓는 데 공헌한 건축가, 인부, 석공 등 2만 명의 손을 모조리 자르라는 것. 타지마할을 지키고 서 있는 휴마윤과 바불이 바로 이 명령을 이행해야 한다.</p> <p contents-hash="16610f4af1c45e9d948a473b32367b047700f200a774db5bd8fb829ec168df58" dmcf-pid="1LI83dPKFD" dmcf-ptype="general">미국의 극작가 라지브 조셉은 공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손을 모조리 잘랐다는 타지마할의 설화(오늘날에는 허구의 이야기로 여겨진다)에 휴마윤과 바불이라는 두 근위병의 이야기를 덧대어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을 만들었다. 연극은 권력과 규율, 명령에 대한 복종, 양심, 아름다움 등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p> <div contents-hash="d2212c24f4d135a42d05abb80cb98eec8779b631a2b8fbd0835fb8e0db470587" dmcf-pid="toC60JQ9FE" dmcf-ptype="general"> 한국에서는 2017년 이후 8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백상연극상, 동아연극상 등 유수의 상을 수상한 신유청이 연출을 맡았다. 휴마윤 역은 최재림·백석광, 바불 역은 이승주·박은석이 각각 맡는다. 공연은 내년 1월 4일까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진행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fc1be17ab90328d7cb1a155cbedc96652dd922503b48d5bda190926a5896303a" dmcf-pid="FghPpix2pk"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02/ohmynews/20251202134802191nbyc.jpg" data-org-width="1280" dmcf-mid="x4TM7oe47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2/ohmynews/20251202134802191nbyc.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공연 사진</td> </tr> <tr> <td align="left">ⓒ 해븐프로덕션</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4eb544c57977d489d239fd0f176c6623ca1febf0d82e2e53ac5ba09ad3fe896b" dmcf-pid="3alQUnMV7c" dmcf-ptype="general"> <strong>말단 근위병에게서 발견한 악의 평범성</strong> </div> <p contents-hash="b9f6eb8ad4b53e7beeb6c4f4a7588da846e0623bc8981d12aab08105f64f4a01" dmcf-pid="0NSxuLRfFA" dmcf-ptype="general">휴마윤과 바불은 같은 임무를 수행하지만, 서로 전혀 다른 양 극단의 인물로 그려진다. 휴마윤은 규율과 명령에 순응하는 동시에 일종의 권력욕을 품고 있다. 타지마할 앞에서 새벽 근무를 서는 근위병에서 나아가 황제를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하렘의 친위대가 되는 것을 꿈꾼다. 황제의 명령을 착실히 수행하면서 기다리면 언젠가 하렘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p> <p contents-hash="685d44f2229f2b4e6b708c03b18ce31281d64082be76df6bf6e914deb55ffd19" dmcf-pid="pjvM7oe4Uj" dmcf-ptype="general">반면 바불은 자유롭고 때로는 위험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가진 근위병이다. 명령에 대해 질문하거나 의심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휴마윤과 달리, 바불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대해 쉬지 않고 의문을 품는다. 왜 근위병끼리 말하면 안 되는지 의문을 품고 휴마윤에게 말을 건네는가 하면, 타지마할을 먼저 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뒤돌아 타지마할을 바라보기도 한다.</p> <p contents-hash="a8c85d3f0b2a2469d1e9648313c590c58acb7190dc989799aada91616e1be6b0" dmcf-pid="UATRzgd8pN" dmcf-ptype="general">타지마할을 건설하는 데 참여한 모든 이들의 손을 자르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에도 같은 태도를 보인다. 휴마윤은 그저 명령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반면, 바불은 끊임없이 불편해하며 명령에 의문을 제기한다. 잔인한 임무를 수행한 뒤에도 바불은 "끔찍한 일"이었다며 죄책감을 이야기하지만, 휴마윤은 "임무였을 뿐"이라며 되레 화를 낸다.</p> <p contents-hash="f41155572278c15864a3ec9722cd8973652447ecc5195970709269c225440642" dmcf-pid="uwHn9coMUa" dmcf-ptype="general">이쯤에서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악의 평범성'을 다시 생각한다. 아렌트는 특별한 악인이 아니라 휴마윤과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서 악이 잉태되는 과정을 추적했다. 규율과 명령에 복종하며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늘어놓는 변명에서 악이 탄생한다. 생각하기의 무능, 말하기의 무능, 타인의 입장에서 판단하기의 무능이 결합한 결과다.</p> <div contents-hash="225a3007582ed4163c92f3a5c197f36f9ff891028b184144ac2b98327800668e" dmcf-pid="7rXL2kgRpg" dmcf-ptype="general"> 그렇기에 아무리 항변한다 한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악의 평범성은 아렌트가 추적했던 나치의 관료들에게서 발견되고, 인부 2만 명의 손을 자른 근위병에게서 발견되며, 내란에 가담했으면서도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이들에게서도 발견된다. 12.3 내란이 발발한 지 1년이다. 연극이 시대와 맞물려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048e525cbcd1c3625cfd11521d1bd017b2a0925918c8b4614c270162f8ce44a5" dmcf-pid="zmZoVEaepo"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02/ohmynews/20251202134803495lehr.jpg" data-org-width="1280" dmcf-mid="ygyRzgd8z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2/ohmynews/20251202134803495lehr.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공연 사진</td> </tr> <tr> <td align="left">ⓒ 해븐프로덕션</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44d732092ea0c3645f0c48ee471389d4eb6dbd389cabc3ef6d2c13e2397163a5" dmcf-pid="qs5gfDNd3L" dmcf-ptype="general"> <strong>남아있는 죄책감을 대신한 건</strong> </div> <p contents-hash="5c09af24701c4f74cf99548a1f632e8376786b4f1cbdd0c638aeba795771b425" dmcf-pid="BO1a4wjJ3n" dmcf-ptype="general">휴마윤은 그들의 손을 자르지 않았다면 자신이 죽었을 것이라며 자기 변명을 늘어놓는다. 양심이나 죄책감이 태동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합리화한다. 휴마윤의 강한 태도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수행한 일이 도덕적으로 그른 일이라는 걸 그 역시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다는 걸 엿볼 수 있다. 또 애써 외면하려 해도 휴마윤과 바불에 신체에는 괴로움의 잔상이 남는다.</p> <p contents-hash="4c7b578db578a9893436c13e5e80f78ec19b73d039a6af3860e943ae84b7067a" dmcf-pid="bItN8rAizi" dmcf-ptype="general">바불은 자신이 아름다움을 죽였다며 괴로워한다. 바불은 자신이 수행한 끔찍한 임무를 되뇌고, 휴마윤은 애써 외면하는 걸 한참 반복한다. 연극의 막판 전개를 지켜보다 보면 문득 휴마윤과 바불이 두 사람이 아닌 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 사람 안에 있는 휴마윤의 면모, 바불의 면모를 동시에 조명하는 것도 <타지마할의 근위병>을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p> <p contents-hash="aef643670b74e5b0455483598850ea4003d2b8bd878de75916779d6201d4772c" dmcf-pid="KCFj6mcnUJ" dmcf-ptype="general">만약 이 해석을 견지한다면 바불을 떠나보내는 휴마윤의 선택에서는 죄책감에 대한 외면을 엿볼 수 있다. 끊임없이 죄책감을 자극하고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 바불을 떠나보냄으로써 양심, 죄책감, 수치심 등 인간다움에 필수적인 내면의 영역을 삭제하는 것이다. 그렇게 지워진 자리를 대신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겠다는 잔인한 생존 욕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는 말단 근위병의 권력욕이다.</p> <div contents-hash="f4606ed95316779514dbd20bf1abcdc9dedbbb4a2feec9f5965603a5d1d96055" dmcf-pid="9h3APskLFd" dmcf-ptype="general"> 한편 <타지마할의 근위병> 재연은 최소한으로 무대를 구현한 연출도 돋보인다. 텅 빈 무대에 최소한의 소품만을 들여놓은 채 음향과 조명을 통해 빈 부분을 채웠고,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동원해 무대를 구성하게 했다. 배경에 타지마할도 드러나지 않게 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b8e275b37e063f8ac16b2f4ea106f3a4dc819c72b9911dd45ddde03fa34861ba" dmcf-pid="2ItN8rAi7e"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02/ohmynews/20251202134804785sold.jpg" data-org-width="1280" dmcf-mid="GlbOnyCEzO"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2/ohmynews/20251202134804785sold.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공연 사진</td> </tr> <tr> <td align="left">ⓒ 해븐프로덕션</td> </tr> </tbody> </table>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베트맨, 12월 건전화 캠페인 ‘건전화 프로그램 참여하고 건강한 토토라이프 만들기’ 개시 12-02 다음 “출퇴근길에 ‘챗북’ 읽으세요”…kt 밀리의서재, 독서 진입 장벽 낮춘다 12-0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