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차 타고 가던 세 가족이 낸 사고, 이후 벌어진 일 작성일 12-03 8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영화 리뷰] <그저 사고였을 뿐></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ULZ7QskL0r"> <p contents-hash="961272f939f5f4bcb5e3dcdefcbcf06676a975ed748d46558f664d0b1efe6c3c" dmcf-pid="uo5zxOEozw" dmcf-ptype="general">[김형욱 기자]</p> <p contents-hash="32545578c18b77362d80377c69e382183a582d1cfa0db2b7a23fa3c2e5836428" dmcf-pid="7g1qMIDg3D" dmcf-ptype="general">(*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p> <p contents-hash="b55ee8fc4e26e213907171fc088317bd8b3dd9a3db7d221f6be67dbe0a4ff71f" dmcf-pid="zatBRCwapE" dmcf-ptype="general">세 가족이 한밤중, 불길할 정도로 어두운 도로를 달릴 때였다. 시야가 흐릿한 가운데 갑작스러운 덜컹 소리, 차가 뭔가를 밟고 지나간 것 같다. 내려보니 개를 친 것이었다. 놀란 딸이 아버지에게 왜 그런 실수를 했느냐고 묻자, 아내가 대신 나선다. 차갑게, 그러나 이상하게 단단한 목소리로 "신의 뜻이야. 그저 사고였을 뿐"이라고. 하지만 정말 그저 사고였을 뿐이었을까?</p> <div contents-hash="2f3ca5568ec6d6d0ef7c7ad2fd7f0cfa07fc0ee174785712358db0e02353858f" dmcf-pid="qNFbehrNUk" dmcf-ptype="general"> 곧 가족은 근처 정비소에 들르고, 정비공 바히드는 남자의 발걸음에서 나는 금속성 소리에 미묘하게 굳는다. 의족 소리, 그는 100% 확신했다. '저 남자… 과거 나를 고문하던 정보관이다.' 분노와 두려움이 섞인 충동에 이끌린 바히드는 다음 날, 남자를 납치해 사막으로 끌고 가 생매장하려 한다. 그러나 남자는 주장한다. "작년에 사고로 다쳐 의족을 단 것뿐이오. 난 그 사람이 아니오." 순간, 모든 것이 흔들린다. 정말 이 남자가 과거의 고문관이 맞는 걸까? 아니면, 바히드가 지나온 지옥 같은 기억이 만들어낸 착각일까?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df8ad725bf197b939f029e0814b432c0380aff4572a897907863e64c4bc3cd04" dmcf-pid="Bj3Kdlmj0c"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03/ohmynews/20251203163002345bund.jpg" data-org-width="1280" dmcf-mid="3s3kT971uO"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3/ohmynews/20251203163002345bund.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의 한 장면.</td> </tr> <tr> <td align="left">ⓒ 그린나래미디어</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8ba958ece0921c71fd4debeb68e464247dbe77a285f03334f612b47869b25b43" dmcf-pid="bfOY7LRf0A" dmcf-ptype="general"> 바히드는 남자를 수면제로 재운 뒤 안대를 씌워 트렁크에 집어넣은 채, 그때 그 시절 함께 고문을 견딘 이들을 찾아 나선다. 그들 중 누군가가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료 생존자들은 바히드를 말리거나, 되레 남자를 죽여야 한다고 말하거나, 확신하지 못한 채 슬픔과 분노로 흔들린다. </div> <p contents-hash="06a78ed2af0a3625e68d84c3c2d9cee0c4d6e1979fc26e6d40efcdcbee106930" dmcf-pid="K4IGzoe43j" dmcf-ptype="general">확실한 '증거'도 '기억'도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분노는 점점 제각각의 방향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그 혼란은 곧 영화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질문으로 연결된다. 우리가 지금 붙잡고 있는 이 남자, 정말 '그 사람'이 맞을까?</p> <p contents-hash="6921c2c97f4ea113b52175d589911c64391bcee603fdab1dde9952aba4288758" dmcf-pid="98CHqgd8FN" dmcf-ptype="general"><strong>체제에 맞서는 웃음</strong></p> <p contents-hash="74cf7f5ed0d5c900c6a5a0c50b14171e1af61195bae56b44857c209939d65afd" dmcf-pid="26hXBaJ67a" dmcf-ptype="general">자파르 파하니는 이미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니스)를 모두 석권한 이란 출신의 거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택연금·출국금지·징역형을 오가며 창작을 금지당한 감독이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촬영 금지 명령을 받았을 때조차, 집 안에서 몰래 영화를 만들고 해외로 빼돌렸다.</p> <p contents-hash="f46ac11bbd5d278349f20a09f940872b3b5cc315276f8269df8ded998062c385" dmcf-pid="VPlZbNiP0g" dmcf-ptype="general">그리고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에서 그는 다시 한번 체제의 심장부를 찌른다. 이른바 반체제적 영화로 칸영화제에 직접 참석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직후 또다시 '선전 활동'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진짜 놀라운 이유는 따로 있다. 이토록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파하니는 영화 곳곳에 '웃음'이라는 무기를 숨겨 넣은 것이다.</p> <p contents-hash="26a17fc1ef5aa7fed5e8db7ee1470b9ad5248673681f2049cf1345f38e617327" dmcf-pid="fQS5KjnQ7o" dmcf-ptype="general">엄청난 비극 속에서 문득 등장하는 블랙 코미디의 순간들, 상황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세밀하게 계산된 아이러니가 관객을 당황하게 한다. 고문 생존자들의 트라우마, 체제의 폭력, 진실의 모호성이 뒤얽힌 이야기가 어떻게 관객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까? 파하니는 그 위험한 균형을 절묘하게 수행해낸다.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 관객은 이 웃음마저 체제의 폭력을 비판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걸 깨닫는다.</p> <p contents-hash="1d10c456a912af6c62ec144321bc7a938887e569a3be5b1b9b045f774ff70510" dmcf-pid="4xv19ALxUL" dmcf-ptype="general">영화의 제목은 그 자체로 거대한 상징이다. '사고'란 무엇인가?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단어가 어떻게 폭력을 정당화하고, 책임을 희석시키며, 죄를 '사건'에서 '사고'로 바꿔 버리는지 날카롭게 드러낸다.</p> <p contents-hash="2daee4d77cf834c43d595abe2d2ab05c9bf2a298dd81ab385a4f57e014985912" dmcf-pid="8MTt2coMun" dmcf-ptype="general">첫 장면에서 아내는 개를 친 일을 종교적 언어로 합리화한다. "신의 뜻이야. 그저 사고였을 뿐." 그러나 그 말은 순식간에 관객을 영화 전체의 핵심 질문으로 이끈다. "정말 모든 폭력은 '사고'일까? 혹은 누군가 그 단어 뒤에 악의를 숨기고 있는 걸까?" 하고 말이다.</p> <div contents-hash="217c0c3b02fdc10fc56404541db99ed6e3ada71ed4f66eec1dea68c452fe1af3" dmcf-pid="6RyFVkgR0i" dmcf-ptype="general"> <strong>일상적 폭력</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87ae88eaa36f7ad1127566477dc889ffbf6fe69f1d451a4a7190053ccecb1bd5" dmcf-pid="Pg1qMIDguJ"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03/ohmynews/20251203163003629tunm.jpg" data-org-width="1280" dmcf-mid="0Kz8gYlwps"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3/ohmynews/20251203163003629tunm.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의 한 장면.</td> </tr> <tr> <td align="left">ⓒ 그린나래미디어</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b39b79b7dc15c432eeb414fc617952097d3345d23c0f1a1503bb6ef2cc6c0d06" dmcf-pid="QatBRCwazd" dmcf-ptype="general"> 영화 곳곳에는 일상적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공권력은 권위를 앞세워 시민을 억압하고, 억울한 피해자들은 서로를 의심한다. 체제 폭력이 만들어낸 상처는 피해자끼리조차 갈등하게 만든다. 납치한 남자가 정말 고문관인지 의견이 갈리는 순간부터, 과거의 분노는 현재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피해자들은 서로에게 소리 지르며 비난을 주고받는다. </div> <p contents-hash="f7922a347d0db3b7f27cf280db084501f6ae6bd42e613882db91947177f9d878" dmcf-pid="xNFbehrNUe" dmcf-ptype="general">그러나 이 혼란이야말로 파하니가 던지는 가장 매서운 통찰이다. 권위주의의 폭력은 단지 사람을 때리고 고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끼리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들고, 피해자들이 다시 피해자를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낸다.</p> <p contents-hash="0f15ebb01c990384629b9f1dbec47761b32ff62ec5894765a8f14f5be8d2fc57" dmcf-pid="y0grG4b0UR" dmcf-ptype="general">어떤 일이 진짜 '사고'인지 또는 누군가 그것을 '사고라고 우긴'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체제가 '사고'라 부르면 사건은 사라지고, 피해도 사라지고, 책임도 사라진다. 파하니는 말한다. "독재가 만드는 가장 끔찍한 비극은, 진실을 사고처럼 보이게 만드는 능력이다."</p> <div contents-hash="564ae5225d03c5269babc803e6ff33e3fa5d0060119c1c7ae3bef58e95b7c199" dmcf-pid="WpamH8KpzM" dmcf-ptype="general"> 정리하면, <그저 사고였을 뿐>은 스릴러이자 로드무비이자 진실추적극이며, 블랙 코미디이자 정치적 선언이다. 무엇보다, 이란이라는 거대한 권위주의 체제 안에서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고, '사고'라는 말이 어떻게 폭력을 감추는지 파고드는 영화다. 그리고 관객은 '우리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폭력을 '사고'라 부르며 지나쳐 왔을까'라는 물음을 마주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8990782097c9e16e0a26f7e63fd1da0768958f34e0372652c04c6346962ae636" dmcf-pid="YUNsX69Uux"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03/ohmynews/20251203163004946kwtb.jpg" data-org-width="893" dmcf-mid="pr74oWhDu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3/ohmynews/20251203163004946kwtb.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 포스터.</td> </tr> <tr> <td align="left">ⓒ 그린나래미디어</td> </tr> </tbody> </table> <p contents-hash="af0118651ba78a80b2474457ca3103d3abcc25e43ba1d5ae901ef35c654b82b5" dmcf-pid="GujOZP2uzQ"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신세경, 겨울 바람도 반한 볼하트 12-03 다음 누가 받아도 민망…시청률 굴욕 MBC, ‘연기대상’ 누구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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