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의 역설, 결핍이 만드는 도약 작성일 12-08 25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bTxbCZyOmB">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e17dffd41683b560260fec661880bf828f8e9ae2833eff1a0bb1b47d828b79eb" dmcf-pid="KyMKh5WImq"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08/hani/20251208070628516nvue.jpg" data-org-width="739" dmcf-mid="qqXCQaJ6r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8/hani/20251208070628516nvue.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5065a7df3ac2d2dc0ac18edb425556484e3d24befec524e888e929e834ab5327" dmcf-pid="9WR9l1YCwz" dmcf-ptype="general"> 가진 것이 너무 많아 날지 못하는 새가 있다. 과거의 환경에 완벽하게 최적화된 존재일수록, 환경이 급변할 때는 오히려 적응 비용이 비싸진다. 기술의 역사도 비슷하다. 어제의 성공을 지탱하던 구조가 오늘의 혁신을 가로막는 순간, 이른바 ‘레거시(Legacy 유산)의 딜레마’가 시작된다.</p> <p contents-hash="fb61ac882ab2282f5423c6712d0240a24c58997ee123ab78de489de68ca49dc2" dmcf-pid="2Ye2StGhm7" dmcf-ptype="general">반면, 아무런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는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단숨에 최신 기술로 직행하는 현상(립프로깅)이 벌어진다. 강력한 반면교사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이 디지털 전환의 병목 구간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과거의 아날로그 시스템이 지나치게 완벽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현금 정산 기계는 1엔의 오차도 없이 작동하고, 전국에 촘촘히 깔린 자동현금인출기(ATM)는 24시간 불편함이 없다. 도장 결재 문화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강력한 신뢰 자산이었다. 시스템이 붕괴되어야 새것을 깔 텐데, 기존 시스템이 너무 견고하니 바꿀 유인이 적다. 핀테크나 전자서명을 도입하려면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기존 인프라를 해체하는 비용부터 치러야 한다.</p> <p contents-hash="2119fbcead3359a13fc0beb4574d11b7388497fea786f377fa8e90010c3dbfb6" dmcf-pid="VqwLpfB3Du" dmcf-ptype="general">중국은 립프로깅의 대표적 사례다. 사람들에게 보급할 피씨(PC)도, 상점에 깔 신용카드 단말기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 ‘결핍’이 혁신의 뇌관이 되었다. 해체해야 할 레거시가 없었기에, 중국은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곧장 큐알(QR)코드로 직행했다. 지켜야 할 과거가 없었기에,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현금 없는 사회’로 도약했다.</p> <p contents-hash="af6fa5d747cf194432b4a594d17ea9785db38e27f16e5c390f8b2e589ff4a597" dmcf-pid="fBroU4b0sU" dmcf-ptype="general">이제 이 도약의 불꽃은 아프리카로 옮겨붙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기업인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의 암호화폐 채택률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다. 그들이 투기적이어서가 아니라 기존 금융이 너무 비싸고 느리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200달러를 송금할 때 드는 평균 수수료는 약 7.9%다. 100만 원을 보내면 8만 원이 수수료로 증발하고, 돈이 도착하기까지 며칠이 걸린다. 반면 스테이블 코인(USDT)을 이용하면 수수료는 1센트(약 14원) 미만이고 전송은 몇 초면 끝난다. 나이지리아 사람에게 블록체인은 투기판이 아니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수수료로부터 자산을 지키는 가장 합리적인 생존 도구다. </p> <p contents-hash="8d188d33267e360477eae8b97f297c0bb552c80a61e6f516acaf57288bceed20" dmcf-pid="4bmgu8Kprp" dmcf-ptype="general">인공지능 시대엔 이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다. 선진국은 촘촘한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인공지능을 기존 업무에 어떻게 안전하게 얹을지’를 고민하느라 속도를 조절한다. 선진국에서 인공지능이 전문가를 돕는 ‘부기장(Co-pilot)’에 머물 때, 레거시가 없는 땅에서는 처음부터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장(Pilot)’이 되고 있다. 저비용 인공지능이 촉발할 혁명은 실리콘밸리의 서버실이 아니라, 낡은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결핍의 땅’에서 먼저 싹을 틔울 가능성이 크다.</p> <p contents-hash="8a392b6e9976a1fd3988f207d38d4649abd150cfda1bcdba448b3de225716920" dmcf-pid="8Ksa769Uw0" dmcf-ptype="general">한국은 어디에 서 있을까.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망과 금융 시스템, 촘촘한 행정 체계를 가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가진 그 '완성도'가 미래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를 주저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시스템이 너무 완벽해서 바꿀 엄두를 내기 어렵고, 촘촘한 이해관계 속에서 새로운 시도는 종종 '불편한 것'으로 치부된다.</p> <p contents-hash="3e604e8a9c17085eac6038fa4770bfe8bf3968d3ca8da5daf47da32b9b1e8d6b" dmcf-pid="69ONzP2uE3" dmcf-ptype="general">미래는 가장 많이 가진 자가 아니라, 가장 가볍게 움직이는 자의 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과감한 '비워냄'일지 모른다. 익숙한 성공 방식을 잠시 내려놓을 때, 비로소 다음 세상으로의 립프로깅도 가능할 것이다.</p> <p contents-hash="8b3d02f4c5b5e138727d4c2549ed9e95f8055b90d64e9ffa2a49f69a119a30de" dmcf-pid="P2IjqQV7sF" dmcf-ptype="general">전 빅웨이브 대표</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b9d8a142aae5a591248dad4ca3be10be72a171e0fa8244fb0f5d90babe2e5b5f" dmcf-pid="QVCABxfzOt"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08/hani/20251208070629776djdh.jpg" data-org-width="970" dmcf-mid="BO20EvOcD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8/hani/20251208070629776djdh.jpg" width="658"></p> </figure>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유명무실' 보안제도 싹 뜯어 고친다…유출 사고시 '인증 취소'까지 12-08 다음 “AI가 내 일자리를 뺏는다?” 불안 키운 건 빅테크의 탐욕 12-08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