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끝’에서 마주한 ‘내일’… 바리톤 박주성, ‘나’를 노래하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작성일 12-16 4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마포아트센터 ‘M 아티스트’ 리사이틀<br>슈베르트부터 볼프, 슈트라우스까지<br>낭만주의가 파고든 인간 내면의 탐구</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uv3Aa3EoHt">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13c428b8336e51a89f7690265ce36932f8d44c504c95d79358d11d1fbe900de0" dmcf-pid="7jhP4hMVG1"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마포아트센터의 상주 음악가로 마지막 대화를 꾸민 바리톤 박주성 [마포아트센터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6/ned/20251216153353218obhd.jpg" data-org-width="1280" dmcf-mid="xWBmDqIkZ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6/ned/20251216153353218obhd.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마포아트센터의 상주 음악가로 마지막 대화를 꾸민 바리톤 박주성 [마포아트센터 제공]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bb5338db724aa49e4a9ee8ae1793de0aca4dc768ae6836d4c1209e03bd15d9dc" dmcf-pid="zAlQ8lRfZ5" dmcf-ptype="general">[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제 또 하루가 지나갔구나. 사랑스러운 것이든 괴로운 것이든, 그것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모든 것이 다시 한번 마음속을 스쳐 지나간다.’ (슈베르트 ‘고독한 사람’ 중)</p> <p contents-hash="939f1bbc901dc96c93dd61137b5603ee6bf7c580b7650a9014bebae673d384a3" dmcf-pid="qcSx6Se4GZ" dmcf-ptype="general">담담한 독백으로 음악은 시작됐다. 고독을 응시하고 찬미하는 읊조림은 겨울밤의 시린 귀를 녹이는 따스한 낭독이었다. 충만한 고요의 여운을 안은 것도 잠시. 아름다운 음성은 이내 낯빛을 바꿨다. 사랑, 이별, 욕망, 분노, 그리고 신앙…. 삶의 장면마다 스민 희로애락의 서사가 과장 없이도 애절하고, 담백하면서도 장엄했다. 지난 6일, ‘M 아티스트’로 1년을 보낸 바리톤 박주성(32)과 관객의 마지막 대화였다.</p> <p contents-hash="e1fc406a96c49ffdd2567d0e5de69bbc6411038a8445bbe4cc4ebfc0e1d23d97" dmcf-pid="BkvMPvd8YX" dmcf-ptype="general">세 번째 무대를 앞두고 박주성의 고심은 깊었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가 예술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던 빈 국립오페라극장의 솔리스트답게, 지난 4월 첫 독주회에서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들로 짙은 인상을 남겼다. 상주 음악가로서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그는 진정한 ‘음악의 시간’을 마주하고자 했다.</p> <div contents-hash="c0a55a4e3b37640acb9b118a248a743d16e4a859de8b14d5f4c90711616f377b" dmcf-pid="bETRQTJ65H" dmcf-ptype="general"> 정교하고 치밀한 선곡…낭만주의가 파고든 인간의 우주 </div> <p contents-hash="81062e4f8e91a4c5e8534376f4e0d9f8524a50e49453a328fa382dec450a0c7e" dmcf-pid="KDyexyiP5G" dmcf-ptype="general">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슈베르트(1797~1828)를 시작으로 멘델스존(1809~1847), 휴고 볼프(1860~1903),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이었다. 언뜻 독일어권 작곡가들을 시대순으로 나열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치밀한 연결고리가 숨어 있었다. 숙고 끝에 고른 곡들에는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들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해 나가는 철학적 여정이 담겨 있다. 이성이 지배하던 세계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나’를 응시하며, 비로소 ‘나의 우주’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p> <p contents-hash="337840a2ab933309b63480bfff068e87c71b5130f0f42bc1aa9092f947ec99d8" dmcf-pid="9wWdMWnQGY" dmcf-ptype="general">슈베르트를 통해 ‘고독한 자아’를 발견하고, 결코 하나일 수 없는 내면의 자아들을 꺼내 외로움과 그리움을 음악의 언어로 승화한다. 자신의 나약한 얼굴을 마주한 순간, 들려오는 것은 ‘신의 목소리’. 멘델스존이 그린 ‘신과 인간 사이의 고뇌’(<엘리야>)가 숨 막힐 듯 몰아친다. 신을 부르짖고 고난을 외쳐도, 인간의 복잡다단한 감정과 끊이지 않는 사랑의 욕망(휴고 볼프)은 여전히 넘실거린다. 마침내 모든 고통을 넘어 사랑으로 귀의하듯 감정의 대통합(슈트라우스)을 이룬다. 제각각 곡들의 나열로 보이나, 이는 낭만주의가 인간의 내면을 인식하고 구원하는 과정을 풀어낸 정교한 설계도였다.</p> <p contents-hash="05b1b39281d997e172653eb300b0630a96f7163026846850966bc93adce69223" dmcf-pid="2rYJRYLxHW" dmcf-ptype="general">박주성은 “4월에 프로그램을 짜는 동안 워낙 하고 싶은 곡들이 많았다”며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면서도 성악 음악의 매력인 ‘언어가 지닌 힘’과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가곡을 골랐다. 위대한 시인과 작곡가들이 남긴 아름다운 유산을 나누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언어가 쌓아 올린 시(詩)를 통해 관객을 내면의 문으로 이끄는 안내자를 자처한 것이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cca2c5fbf5fbf00aa9a1be899722f9c2a2ad2feed3dd6086e6abf10a6c2cd4aa" dmcf-pid="VmGieGoMYy"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마포아트센터의 상주 음악가로 마지막 대화를 꾸민 바리톤 박주성 [마포아트센터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6/ned/20251216153353532dzvi.jpg" data-org-width="1280" dmcf-mid="pXcqucKpZ3"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6/ned/20251216153353532dzvi.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마포아트센터의 상주 음악가로 마지막 대화를 꾸민 바리톤 박주성 [마포아트센터 제공] </figcaption> </figure> <div contents-hash="05e51cf6f15dbe267fa3e24902d91cb94f71be93e767fdc01bd3e7620225f2de" dmcf-pid="fsHndHgR5T" dmcf-ptype="general"> ‘언어를 조각하는 마술사’ 빈(Wien)이 사랑한 이유를 증명 </div> <p contents-hash="f2ab94ae98af8bda5fc6cdc33a64f6a4161c70d881e6f4dd6965c4b7b0606cd6" dmcf-pid="4jhP4hMVHv" dmcf-ptype="general">그는 언어를 조각하는 마술사였다. 빈 국립오페라극장의 유일한 동양인 솔리스트로서 해마다 20여 개의 배역을 소화하는 박주성은 대중문화를 즐기듯 오페라를 분석하고 향유하는 까다로운 빈 관객들에게 이미 차고 넘치는 합격점을 받았다. ‘오페라 명가’에서 사랑받는 ‘주성 가브리엘 박’의 진가는 이날도 어김없이 증명됐다.</p> <p contents-hash="1cd9a038009b87b1168376b3baa1f95ec56039e77135d617820518d87db4c5b0" dmcf-pid="8AlQ8lRfHS" dmcf-ptype="general">한 자 한 자 곱씹는 이국의 언어 속에서, 그가 왜 ‘오페라 본토’의 솔리스트로 설 수밖에 없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길게 이어지는 모음의 미세한 뉘앙스, 자음 하나하나가 부딪혀 만들어내는 파열음, 단어의 끝자락에 매달린 마지막 음절 하나까지도 그는 허투루 버리지 않았다. 노랫말을 점토처럼 자유자재로 빚어내는 ‘언어의 향연’은,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독일어가 모국어인 성악가의 노래처럼 들렸다. 앙코르로 선곡한 한국 가곡 ‘소망’에서는 성악가들에게 가장 까다로운 난제라는 한국어 딕션마저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p> <p contents-hash="6ff48930cc715144654fca137cd36db40468a2dc0eb22b1f075c76051a487a84" dmcf-pid="6cSx6Se4Gl" dmcf-ptype="general">이날 공연장에서 만난 성악 전공자 김우진 씨는 “한국에서 대학까지 마친 성악가가 저 정도 경지에 이르기까지 대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p> <div contents-hash="4f7dec214664e2820bbaa673dd0841a42d48facdf54378493f4ec90d739222ae" dmcf-pid="PkvMPvd8Xh" dmcf-ptype="general"> 고독한 예언자에서 치유자로…기교를 넘어선 진심 </div> <p contents-hash="1ce5eb1e3f2f875c8d1892a737f8f0fe0f393313c3c77d9c64516099f1121a19" dmcf-pid="QETRQTJ6YC" dmcf-ptype="general">덩그러니 놓인 피아노 한 대만을 곁에 두고 박주성은 홀로 섰다. 오페라 무대의 화려한 의상도, 시선을 사로잡는 분장도 없었다. 100명 남짓의 오케스트라가 받쳐주는 웅장함 대신, 그는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 하나로 승부해야 했다.</p> <p contents-hash="930c170351d66bb9d960aa63852cbd71d4b55d20f3dc1392b2e9dfbf6cf99f34" dmcf-pid="xDyexyiPHI" dmcf-ptype="general">박주성의 음성은 ‘절묘한 줄타기’를 하듯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바리톤의 뿌리를 가진 그는 중후함 속에서도 청량한 색채로 슈베르트의 ‘고독한 사람’을 노래했고, 한 편의 모노드라마와 같았던 ‘도플갱어’에선 홀로 남겨진 이의 공포와 슬픔을 묵묵히 응시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1be3f0e6c534f3039867e89aa7395a2fa7b53af91f66913e59d41af7ff213dbc" dmcf-pid="yqxGyxZvYO"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빈 국립오페라극장의 유일한 동양인 솔리스트 박주성 [빈 국립오페라극장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6/ned/20251216153353951isww.jpg" data-org-width="1280" dmcf-mid="UFyexyiPZ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6/ned/20251216153353951isww.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빈 국립오페라극장의 유일한 동양인 솔리스트 박주성 [빈 국립오페라극장 제공]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49d06200948395173fe931b20ace3b63b250406ef8b865981c43f64402fabbc5" dmcf-pid="WBMHWM5TYs" dmcf-ptype="general">공연의 백미는 단연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였다. 2022년 뮌헨 방송 관현악단과 협연하며 현지의 극찬을 받았던 곡이다.</p> <p contents-hash="5b3aa9a9033ff997612d60e5da4b5de180cecf0dd08ce797b41726742eca0f1b" dmcf-pid="YbRXYR1yYm" dmcf-ptype="general">음악이 시작되자 객석은 숨소리조차 멈췄다. 모든 순간이 압도적이었다. 예언자 엘리야가 이교도를 꾸짖을 땐 대지를 울리는 천둥 같은 권위를 보여주면서도, 신 앞에서 고뇌할 땐 한없이 투명하고 인간적인 음색으로 호소했다. 지나치게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음성의 조율은 나약한 한 인간의 애처로운 절규였다. 엄청난 흡인력으로 무대를 휘몰아치자, ‘평화의 언약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마지막 가사가 끝난 뒤에도 쉽사리 박수를 허락하지 않는 깊은 여운이 이어졌다.</p> <p contents-hash="dc727a3b42a6949c3bb6b271125ff7ca303890b2c59179a52925f8967c3c001f" dmcf-pid="GKeZGetWXr" dmcf-ptype="general">‘노래하는 배우(Singing Actor)’로서의 진면목도 만날 수 있었다. 휴고 볼프의 익살스러운 가곡들에선 경쾌한 리듬감과 변덕스러운 감정선을 타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흘러나왔다. 위트 있는 표정과 세련된 제스처는 말맛을 생생하게 살렸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신을 향해 포효할 땐, 오페라 가수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무대를 장악했다. 변화무쌍한 다이내믹은 섬세한 감정의 결을 만들었다. 과잉으로 치닫지 않는 표현력의 세련미는 박주성이 가진 탁월한 ‘한 수’였다.</p> <p contents-hash="9f5295b243001dcca66eacf96dc07f7720cb916a14e3f8d4079e43e08d337419" dmcf-pid="HG7wk7sAXw" dmcf-ptype="general">폭풍 같은 음악이 지나자, 치유의 시간이 찾아왔다.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이며 밤을 산책하는 그는 풍성한 레가토와 따뜻한 음색으로 무대와 객석을 포근하게 끌어안았다.</p> <p contents-hash="a3f2b5e831bfe45b59311b729a7abebd2d62bb2d3ff34c3cea5db14915cf57df" dmcf-pid="XHzrEzOctD" dmcf-ptype="general">음악은 노래하는 사람을 닮는다. 그의 노래엔 박주성이 지나온 모든 시간, 그가 내디뎠던 수많은 걸음이 담겨 있었다. 찬란한 오늘 뒤에 가려진 지난한 숙련의 날들,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견뎌온 꿋꿋한 시간이 순도 100%의 맑은 소리로 빚어졌다.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던 <내일(Morgen!)>은 그가 전하는 희망의 찬가이자 구원의 메시지였다. 긴 전주가 흐른 뒤 시작된 음악엔 기교도, 분석도 필요치 않았다. 내면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진심은 모두에게 찬란한 내일을 약속했다. 순수만을 남긴 담백한 음성은 비워낸 이만이 채울 수 있는, 가장 묵직하고도 아름다운 울림이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블랙핑크 로제인 척 사진 촬영..中 인플루언서 닮은꼴 논란 [스타이슈] 12-16 다음 올데프 애니, 이래서 호감 “시키면 빼지 않는다” 생방 중 타조 개인기 (컬투쇼) 12-16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