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냐 소송이냐, 학폭 논란 갈림실 선 박준현 작성일 12-20 42 목록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12/20/0000054407_001_20251220040008884.gif" alt="" /><em class="img_desc">지난 9월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에 선발된 박준현이 아버지 박석민 코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스1</em></span></div><br><br>키움 히어로즈가 계약금 7억원을 주고 지명한 2026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유망주 박준현을 둘러싼 고교 시절 학교폭력 논란이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12월 8일 충남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가 천안교육지원청의 '학폭 아님' 판정을 뒤집고 학폭을 인정하면서다. 드래프트 때만 해도 관련 논란에 "떳떳하다"고 말했던 박준현의 처지는 3개월 만에 180도 달라졌다. 박준현 본인과 피해자 측은 물론, 구단 역사상 2위에 해당하는 거액의 계약금을 투자한 키움, 박준현의 아버지인 스타 선수 출신 박석민 코치와 계약을 맺은 삼성 라이온즈까지 눈을 크게 뜨고 사건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br><br>박준현은 단순한 유망주가 아니다. 북일고 1학년 때부터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주목한 특급 재능이다. 이런 박준현을 둘러싼 학폭 의혹은 지난 5월 한 주간지 보도로 처음 공개됐다. 야구계 안에서만 돌던 소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다. 보도에서 피해자 측은 욕설, 알몸 촬영 및 유포, 체계적 심부름 강요, 조직적 따돌림 등을 주장했다. 박준현 측은 즉각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강경하게 맞섰다. 피해자를 역고소했고, 수십 장의 탄원서를 준비했다. 이를 두고 한 야구 관계자는 "최근 학폭 사건에서 가해자 측 대응의 교과서를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br><br>박준현 측의 전략은 초기에 적중하는 듯했다. 지난 7월 천안교육지원청 학폭위는 '학폭 아님' 판정을 내렸다. 박준현이 일부 거친 언사를 사용한 건 인정했지만, "또래 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쓸 수 있는 문화적 표현"이라고 봤다. 학교폭력예방법이 규정하는 폭력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br><br>박준현 측은 이를 근거로 결백을 주장했고,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받았다. 지명장에서 박준현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떳떳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키움 허승필 단장도 "학폭위 결과를 존중한다"며 선수 편에 섰다. 사회적 시선이나 팬들의 눈높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키움다운 선택이었다. <br><br>박준현 측이 처음부터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강경하게 맞선 데는 앞선 사례들의 학습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키움 신인 안우진의 고교 시절 학폭 전력이 드러났을 때, 넥센(현 키움)은 50경기 출장 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렸다. 안우진은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2020년 김해고 투수 김유성은 NC의 1차 지명을 받았다가 사흘 만에 지명이 철회됐다. 김유성은 이후 대학에 진학했다가 2023년 두산에 입단했고, 뒤늦게 학폭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비판적인 여론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도 두 선수가 언급된 기사나 영상엔 비난 댓글이 달린다. 안우진의 경우 최초 보도에서 거론된 피해 사실이 워낙 충격적인 데다 학교폭력이 한창 사회문제로 부각될 때라 이미지 손상이 컸다. 김유성의 경우 학폭 사실을 오랫동안 인정하지 않다가 뒤늦게 사과한 게 부정적 여론을 악화시켰다. <br><br>대중들의 분노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어쨌든 두 선수의 사례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과하나 안 하나 욕먹는 건 마찬가지라는, 오히려 낙인찍히고 불이익을 당한다는 잘못된 교훈을 남겼다. 한번 학폭 가해자로 낙인찍히면 돌이킬 수 없다. 사과해도 용서받을 가능성은 없다. 선수 경력과 이미지에 회복하기 어려운 스크래치가 남는다. 그렇다면 끝까지 법으로 싸우는 편이 차라리 낫다는 계산을 해볼 법하다. 박석민 코치와 자주 소통하는 한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학폭 건이 불거졌을 때 가까운 야구인들 사이에서 사과하고 합의해서 마무리하는 게 어떠냐는 조언도 적지 않았는데,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는 취지의 반응이 돌아와서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br><br><strong>변호사 개입 증가, 소송↑</strong><br><br>이런 대응 방식은 대학입시에서 학폭 기록이 치명타로 작용하면서 변호사들의 개입이 강화된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2024년부터 학폭 기록이 대입 모든 전형에 반영되면서 학폭위 사건은 급증했고, 법률 전문가들이 개입하는 사례도 늘었다. 처벌이 강해질수록 대응도 강해졌다. 애초에 학폭 자체를 성립하지 않게 만드는 법 기술이 발달했고, 맞고소하는 방안도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다. 한 고교 교사는 "과거엔 학폭위가 열리면 가해자 측이 사과하고 선처를 구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요즘엔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와 적극적으로 방어한다"며 "증거와 목격자 진술을 하나하나 격파하고, 피해자 측 주장에 반박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잃을 게 많아지니 그만큼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br><br>지난 12월 8일 충남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박준현이 일부 욕설을 사용한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하고 1호 처분인 서면 사과를 명령했다. 행심위 결정문은 "운동부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순한 행위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피해자 측이 주장한 알몸 촬영, 심부름 강요, 조직적 따돌림 등은 결정문에 담기지 않았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이경석 변호사(법무법인 태광)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고 친구들이나 학부모들의 증언을 얻어내기가 어려웠다. 이만큼의 결과를 얻어내기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인정받은 피해사실이 '빙산의 일각'이란 설명이다. <br><br>뒤집힌 판정에 관해 12월 16일 현재까지 박준현 측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키움 구단은 박준현 측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학폭 판정을 수용하고 사과하는 방법과, 계속해서 법정 싸움을 이어가는 방안. 그간의 스탠스로 봐선 후자 쪽이 유력하다. 만약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지난한 과정이 기다린다. 이경석 변호사는 "행정소송은 1심, 2심, 3심을 거쳐야 하는데 결론이 나기까지 통상 2~3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는 결론이 나기 전까지 프로 입단부터 전지훈련 참가, 경기 출전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KBO 규약에 학교폭력으로 징계받은 선수는 입단 제한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미 입단해서 수년간 활동 중인 선수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결론이 길어지는 사이 비판 여론이 누그러지거나 프로에서 좋은 활약으로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법하다. 만에 하나 나중에 가서 다시 '학폭 아님'으로 판정이 뒤집힌다면 완전한 면죄부도 받을 수 있다. <br><br>다만 이런 전략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 측은 형사고소와 무고죄 고소 등 다른 절차도 진행 중이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박준현의 부모가 다른 학생들에게 돈을 주고 허위 맞신고를 교사했다며 추가 고소를 진행한 상황. 여기서 피해자 측에 유리한 결론이 추가로 나오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이번 판정에서 인정되지 않은, 그러나 피해자 측이 주장했던 다른 피해 내용 중에 한둘이라도 더 인정되면 '1호 처분 정도는 학폭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사람들도 할 말이 없어진다. 피해자 측은 2~3명 정도의 다른 피해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입을 다물고 있지만 나중에 새로운 증언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br><br><strong>소송해도 비난 여론 그대로</strong><br><br>한 야구 관계자는 "소송을 이어간다 해도 여론의 손가락질은 피하기 어렵다"며 "결론이 날 때까지 비난 여론을 맞으면서 선수 생활을 해야 하고, 결론이 그대로 인정되면 더 큰 비난이 예상된다. 그 사이 추가로 불리한 사실이 나오면 감당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경석 변호사는 "1호 처분 결과가 행정소송으로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br><br>이 때문에 일각에선 1호 처분을 받아들이고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지 않겠냐는 예상도 나온다. 한 야구인은 "박준현의 아버지 박석민이 내년부터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하는 게 변수"라며 "삼성 구단은 다른 구단보다 이런 문제에 더 엄격하고 예민하다. 모기업 특성상 이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바라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 한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강경 일변도였던 이전과는 다른 대응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지적이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1호 처분은 가장 경미하다는 점에서 그나마 선수를 두둔하는 사람들이라도 있지 않나"며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이 오기 전에 인정하고 사과하며 1호 처분 정도로 끝내는 게 그나마 비난을 최소화하는 길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전했다. <br><br>피해자 측이 원하는 이 사태의 해결은 무엇일까. 이경석 변호사는 "피해 학생 아버지는 사과하면 받아줄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적절한 보상을 하고, 피해자가 용서하고 화해하는 식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해결책은 점점 쉽지 않은 분위기다. 여기엔 학폭 문제가 해결보다는 처벌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생긴 구조적인 문제가 한몫한다. 처벌을 강화하면 학폭이 줄어들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처벌이 강해질수록 대응도 강해지고 맞고소와 시간 지연 등 다양한 법기술이 등장했다. 한편에선 사소한 다툼도 학폭으로 가져가는 부작용도 생겼다. <br><br>피해자는 피해자대로 피해 구제를 제대로 못 받고 해결이 늦어져 계속 고통받는다. 박준현의 피해자 측은 고교 1학년 때부터 피해가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이후 사건을 문제삼자 야구부 내에서 고립되고 2차 가해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피해자와 동생의 신상이 온라인에 유출되는 일도 생겼고, 역고소도 당했다. 심리 치료를 받은 뒤 대학에 진학해 야구를 계속할 예정이지만 상처가 쉽게 아물 것 같진 않다. <br><br>김현수 전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장은 "이 사건의 경우 처음 발생 단계부터 해결이 잘못됐다"며 "학교와 야구부, 지도자와 학부모들의 잘못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한번 잘못 엉킨 실타래는 꼬이고 꼬여 이제는 풀 수 없게 됐다. 진정한 해결도 용서도 화해도 승자도 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박준현 사태는 학폭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얼마나 무력한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br><br> 관련자료 이전 NASA, 지름 1ｍ 피자 모양 소형위성 실험…"저비용·정밀관측" 12-20 다음 두나무, 청년 장학금·비인기 스포츠 후원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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