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시작과 끝을 빛낸 김채리의 2025시즌. 이유 있는 시즌 최다 우승 작성일 12-22 21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 지난해 무관 설움. 첫 단추부터 화려하게-협회장배 2관왕<br>- 마지막 무대 실업 마스터스 우승으로 시즌 마무리, 후련한 결말<br>- 평정심 유지가 비결 "하루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br>- 연말 유럽 여행으로 재충전. 내년은 파워 플레이 장착<br>- 주니어 이하음·선배 한나래에게서 배운 태도와 정신</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2/22/0000012163_001_20251222063906573.jpg" alt="" /><em class="img_desc">올 시즌 국내 실업 테니스에서 최다승인 단식 3회 우승을 기록한 부천시청 김채리. 김채리 인스타그램</em></span></div><br><br> '유시유종(有始有終)'이라고 합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라는 뜻입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2025년에 부천시청 김채리(25)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사자성어 같습니다.<br><br>  김채리는 이번 시즌 자신의 국내 실업 첫 대회였던 4월 하나증권 제2회 대한테니스협회장배에서 단식과 복식에서 2관왕에 올랐습니다. 첫 단추를 기분 좋게 끼운 그는 지난 7일 강원 양구에서 끝난 시즌 마지막 대회인 한국 실업 마스터스 대회에서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처음과 끝을 김채리가 화려하게 장식한 겁니다. <br><br>  김채리는 9월 2차 실업연맹전에서도 단식과 복식을 석권하며 올해에만 3차례 단식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대한테니스협회(회장 주원홍) 박소희 사원에 따르면 김채리는 시즌 3승으로 다승왕에 올랐습니다. 2위는 세종시청 이은지로 2승이었습니다.<br><br>  김채리는 "올해 첫 우승이었던 협회장배는 2년 전에 첫 타이틀을 만들었던 곳이기도 했고, 2년 만의 우승이라 믿기지 않았다"라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지난해 김채리는 단 한 차례 우승도 없이 무관에 그쳐 2년 전 협회장배 우승이 '그저 운이었나'하고 의심하였습니다.<br><br>  하지만 다시 협회장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br><br>   시즌 최종전을 우승으로 마무리했을 때는 "'드디어 시즌이 끝났구나'하는 후련함이 컸습니다. 테니스할 때 예민한 성격이라 스스로 힘들 때도 많고 부모님이나 감독님도 힘드셨을 텐데 마지막 게임이어서 잠시나마 편한 상태가 됐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2/22/0000012163_002_20251222063906631.jpg" alt="" /><em class="img_desc">여자단식 3회 우승할 당기 김채리의 밝은 표정. 테니스코리아 </em></span></div><br><br>국내외 무대를 번갈아 오르는 김채리는 올해 국내 대회에 5번 출전해 우승 3회, 준우승 1회의 눈부신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 비결을 물었더니 마음을 비우고 평정심을 유지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김채리는 "그저 하루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 올 초에 6개월간 외국 대회를 다녀보면서 우승하지 않는 이상 매주 졌어야 했는데 슬퍼할 시간이 없더라.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크게 기뻐할 시간 없이 다음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또 "지금도 여전히 한 번의 패배가 너무 힘들지만, 예전보다는 감정 기복이 덜해진 것 같다. 이기든 지든 한 게임일 뿐이고 그저 그날의 상대가 누구였고 뭐 때문에 졌는지,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를 아는 게 중요했다. 언제 또 어떤 모습으로 붙을지 모르는 상대이기 때문에 결과와 상관없이 분석하고 기록하는 게 가장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br><br>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김채리는 연말을 맞아 유럽 여행을 떠날 계획입니다. 영국 런던을 돌아본 뒤 프랑스 파리에서 새해를 맞는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시즌 중간에 여행을 갔습니다. 9월 미국에 사는 고모를 만날 겸 훌쩍 떠났습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도피에 가까운 여행이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미국 여행을 완전히 즐기지도 못해서 오히려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테니스 선수로서 착실하게 해내고 꼭 시즌 마무리를 하고 여행을 가고 싶었었는데 바람대로 이뤄졌네요."<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2/22/0000012163_003_20251222063906690.png" alt="" /><em class="img_desc">훈련 도중 카메라 앞에 선 김채리. 김채리 인스타그램</em></span></div><br><br>내년 초부터는 다시 동계 훈련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늘 하던 운동에 시간적 여유를 활용해 퍼포먼스 트레이닝과 병행하려 합니다. 키 176cm의 뛰어난 신체조건을 지녔지만, 국제대회에서는 외국 선수들보다 작은 신장이고 장신에 비해 파워적인 부분이 한참 부족하다는 게 그의 얘기. 그래서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운동을 집중적으로 하려고 합니다.<br><br>  김채리는 주니어 선수 이하음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테니스를 대하는 태도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 사람, 한 선수로서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저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반성하고 깨닫게 해주는 친구예요. 저는 주니어 때 어쩌면 지금도 못 하는 생각들을 이미 실천하고 있어서 그런지 더 멋있게 느껴지고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선수랍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2/22/0000012163_004_20251222063906753.jpg" alt="" /><em class="img_desc">김채리가 존경하는 선배로 꼽은 한나래. 대한테니스협회</em></span></div><br><br>선배 가운데는 한나래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한나래에 대해선 "스무 살 때 인천시청부터 부천시청까지 총 6년을 함께했는데 언니가 많은 도움을 줬다. 더 어릴 땐 감정 기복도 심했고 흔들릴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꽉 잡아주기도 했고 혼자 아무 말 없이 묵묵히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하게 됐다. 지금도 너무 좋은 언니 동생으로 지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br><br>  김채리는 현재 후원사인 윌슨의 블레이드 98 16/19을 사용하고 있으며 스트링은 럭실론 알루파워에 텐션은 54/52라고 소개합니다. 지난해부터 윌슨 지원을 받는 그는 "라켓뿐만 아니라 의류까지 받고 있다. 평소 꾸미는 걸 좋아하고 옷을 중요시 생각하는 스타일인데 윌슨 옷이 너무 예쁘게 잘 나와서 연습할 때나 시합할 때 더 설레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테니스 취재를 25년 넘게 하고 있지만 자기 스폰서를 이렇게 띄워주는 국내 선수는 보기 힘들었습니다. 후원사에서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을 것 같습니다.<br><br>  그는 또 부천시청(시장 조용익) 테니스부에 대해선 "항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한마음으로 응원해주는 팀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났다고 생각한다. 내년이면 부천시청에서만 5년차인데 저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좋은 성적 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2/22/0000012163_005_20251222063906806.png" alt="" /><em class="img_desc">김채리의 호쾌한 서브 모습. </em></span></div><br><br>김채리는 10세 때 처음 테니스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군에서 테니스 전문병으로 근무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파트 단지에서 스펀지 볼로 랠리를 했던 게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테니스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김채리는 "테니스의 가장 큰 매력은 많은 시행착오를 짧은 시간 안에 겪으며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했습니다. 테니스는 반복되는 일상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공 하나를 칠 때마다 배울 수 있고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게 많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고 합니다. 물론 한 포인트조차도 이기고 지는 게 명확하므로 때로는 심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하나씩 적용해 가며 극복했을 때 느껴지는 도파민과 성취감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게 라켓을 놓지 못하는 이유라고 하네요.<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12/22/0000012163_006_20251222063906877.jpg" alt="" /><em class="img_desc">김채리는 177cm의 큰 키를 앞세운 강력한 스트로크를 지녔다. 김채리 제공</em></span></div><br><br>김채리는 최근 들은 감명 깊은 말을 전했습니다. "질문에 답이 있다"입니다. 질문이 곧 답이 되기도 하고,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보인다는 겁니다. 평소 궁금증이 많은 그에게는 짧지만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하네요. <br><br>  김채리는 테니스를 통해 하루하루 배우고 깨닫는 과정 자체를 가장 큰 즐거움으로 여깁니다. 코트에서 늘 의문을 품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단순한 승패를 넘어 성장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2025년을 '유시유종(有始有終)'으로 장식한 김채리의 도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며, 앞으로 행보에 더욱 크게 기대하게 합니다. <br><br>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관련자료 이전 '백혈병 투병' 차현승, 곧 최종 결과…"이제 끝일 수도, 다 나았다는 느낌" 12-22 다음 이창욱, KARA ‘올해의 드라이버상’ 수상…2개 클래스 챔피언 달성 12-2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