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내고 보는데 화장실도 못 가?” 호주오픈이 허문 테니스의 문턱[박준용 인앤아웃 In AO] 작성일 01-28 19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1/28/0001094598_001_20260128170512990.jpg" alt="" /><em class="img_desc">게임이 끝나고 이동하고 있는 관중들. 멜버른|박준용</em></span><br><br>테니스는 정말 관람하기 힘든 스포츠입니다. 축구, 야구와 달리 테니스 관람 중에는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화장실에 가거나 음식을 사려면 1분이 주어지는 엔드 체인지 때 다녀와야 합니다. 그 짧은 1분이라는 시간 안에 관중석의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음식을 사 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화장실이나 음식을 파는 곳에는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br><br>결국, 다음 엔드 체인지 또는 세트가 끝날 때까지 꼼짝없이 자리에 묶여 있어야 하는데 혹시라도 듀스라고 가게 돼 게임이 길어지면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릅니다. 행여나 서브 직전에 자리에 앉으려다가는 주변 관중들의 따가운 눈총과 진행 요원의 엄격한 제지를 감수해야 합니다. 코트 내 대형 스크린에 얼굴이 잡히는 망신(?)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br><br>내 돈 내고 보러 왔는데 하지 말라는 것만 가득하니, 마치 도서관에서 경기를 보는 기분마저 듭니다.<br><br>테니스에 관람 제약이 많은 이유는 선수들의 경기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테니스 공은 매우 작고 빠릅니다. 선수는 시속 200km가 넘는 공을 치기 위해 배경 속에서 공의 움직임을 끝까지 추적해야 합니다.<br><br>그런데 관중이 움직이면 선수의 시야에는 공 뒤로 ‘움직이는 배경’이 생깁니다. 이는 선수의 초점을 흐트러뜨리고 공과의 거리를 가늠하는 감각을 방해합니다.<br><br>선수들은 눈으로만 공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귀로도 공을 ‘봅니다’. 선수들은 라켓에 공이 맞을 때 발생하는 소리를 통해 상대의 구질을 판단하는데 관중이 이동하면 이 중요한 정보를 차단해 버립니다.<br><br>이처럼 그동안 테니스에서는 관중들의 이동과 소음을 엄격히 제한해 왔는데 호주오픈이 그 경계를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습니다.<br><br>호주오픈 조직위는 관중이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고 더 많은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지난 2024년부터 엔드 체인지 뿐만 아니라 한 게임씩 끝날 때마다 최소한의 관중 이동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1/28/0001094598_002_20260128170513076.jpg" alt="" /><em class="img_desc">코트 안은 도서관처럼 조용하지만 코트 밖은 음식을 사거나 화장실에 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멜버른|박준용</em></span><br><br>조직위는 선수들의 시야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베이스라인 뒤쪽 좌석의 이동은 여전히 엄격히 제한하는 대신 선수들이 느끼는 시각적 간섭을 줄이기 위해 측면 좌석 위주로 이동을 허용했습니다. 이를 두고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등 일부 선수들은 관중의 이동이 서브나 경기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br><br>올해로 ‘매 게임 관중 이동 허용’이 도입된 지 3년 차를 맞이했는데 선수들도 이제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게임이 시작되고 서브를 넣으려고 할 때 움직이는 관중이 있어도 대부분의 선수는 개의치 않고 서브를 넣었습니다. 체어 엄파이어에게 항의하는 선수도 없었습니다. 관중의 이동이 길어지면 선수들은 오히려 땀을 닦거나 호흡을 가다듬는 등 오히려 그 시간을 전술적으로 활용했습니다.<br><br>물론 여전히 예민한 순간에 움직이는 관중에게 “앉아 주세요”라고 외치는 체어 엄파이어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훨씬 유연해졌습니다. 적어도 이제 더 이상 관중들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엔드 체인지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br><br>과거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총출동했던 이벤트 대회 ‘국제프리미어 테니스리그(IPTL)’가 있었습니다. 이 대회에서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룰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경기 중 관중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며 테니스의 엄격한 틀을 깨뜨린 것입니다.<br><br>향후 그랜드슬램과 투어 대회가 IPTL처럼 경기 중 관중 이동을 전면 허용하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호주오픈의 이 작지만 파격적인 행보는 ‘테니스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피곤하다’는 편견을 깨뜨리는 의미 있는 첫걸음임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앞으로 테니스 관람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집니다.<br><br>물론, 윔블던은 절대 ‘엔드 체인지 외 관중 이동’을 허용하지 않겠죠?<br><br><박준용 테니스 칼럼니스트(loveis5517@naver.com), ENA 스포츠 테니스 해설위원, 아레테컴퍼니(주) 대표> 관련자료 이전 조코비치의 천운…두 세트 내주고 기권승으로 호주오픈 4강행(종합) 01-28 다음 '2025 히트 상품' 안현민... 2026 WBC가 기다려지는 이유 01-28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