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위된 왕과 촌장의 동거 《왕과 사는 남자》…단종을 소환한 박지훈의 깊은 눈 작성일 02-01 1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단종 관련 기록에 상상력을 가미한 영화…유해진·박지훈이 ‘하드 캐리’<br>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 연출작…인복이 명중시킨 ‘캐스팅 과녁’</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4eHsC90HJz"> <p contents-hash="93b69e7a5ce6f8f1bf70410e990ad4ffdb460854a0ce4ff39915443735a0a0a6" dmcf-pid="8dXOh2pXd7" dmcf-ptype="general">(시사저널=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p> <p contents-hash="3110b9093147e52c70fbe50c5e3e29b5a3a1f9ca83872e5c291966a8d3986e4a" dmcf-pid="6JZIlVUZRu" dmcf-ptype="general">권력이란 무엇인가. 권좌에 앉았는데 왜 그리 불안하고 외로워 보이나. '로열 패밀리'가 밥 먹여주나. 실제로 행복이 권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건 많은 역사가 알려주는 사실이다. 조선 왕조 500년 역사만 봐도 스트레스로 인한 울화병으로 죽거나 정치적 이유로 폐위되거나 살해당한 '왕' 혹은 '왕세자'가 수두룩하다.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가 대표적이다. 다른 이도 아니고, 아버지 영조에게 존속 살해되는 비운을 겪다니. 마마 콤플렉스로 패악을 일삼았던 연산군도 빼놓으면 용안을 볼 낯이 없다. 남한산성(삼전도)에서 청에게 항복하며 '삼배구고두(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고개를 숙임)' 굴욕을 겪은 인조도 가련한 왕을 논할 때 자주 호출되는 인물이다.</p> <p contents-hash="1acbf13a358a81900d529b40ad59eed1bbd92ed3daf28c6427f73547c0f2baaf" dmcf-pid="Pi5CSfu5dU" dmcf-ptype="general">어린 나이에 즉위했지만, 삼촌 수양대군(세조)이 일으킨 쿠데타로 왕위를 빼앗기고 단명한 단종 역시 불운을 겪은 대표적인 왕으로 꼽힌다. 그러나 여러 차례 영화·드라마로 만들어지며 집중 조명된 사도세자나 연산군, 인조 등에 비해 단종은 콘텐츠 시장에서도 딱히 주목받지 못하는 비운의 왕이었다. 사연이 다뤄진다고 해도 한명회나 수양대군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기 일쑤였다. 《왕과 사는 남자》는 죽어서도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단종의 삶을 '센터'에서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각별하다. 《라이터를 켜라》 《리바운드》 등을 만든 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 연출작이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24360718babc26a2d1b24b06b57e6c1634c614221d4147adeba6098c636dc961" dmcf-pid="Qn1hv471Rp"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쇼박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01/sisapress/20260201090126140ivby.jpg" data-org-width="580" dmcf-mid="2g8oNtTse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1/sisapress/20260201090126140ivby.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쇼박스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91b809f917d391b9f7d9ebe7884c3c24c1cf1d57a9c7bd7a42a24d1832951509" dmcf-pid="xLtlT8ztJ0" dmcf-ptype="general"><strong>역사의 빈칸에 상상력을 가미하다</strong></p> <p contents-hash="76fc62b305ca8e20723d6a822b04b41e683457ba47aa662bf5577800bab70bee" dmcf-pid="y1o8QlEod3" dmcf-ptype="general">단종이 어떻게 죽었는가는 불분명하다. 실록마다 기록이 달라서다. '세조실록'엔 단종이 자살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후대의 '선조실록'은 그가 사약을 마시고 죽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심지어 '강제로 목 졸려 죽었다' 등의 가설도 난무한다. 단종이 죽은 후, '노산군'(단종의 강등된 이름)의 시신을 수습하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세조의 명을 어기고 시신을 몰래 야산에 묻어준 이가 있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로 전해지는데, 그 인물이 바로 영월 호장 '엄흥도'다.</p> <p contents-hash="879af865d29e7a6af6e41e03259ca89a3bba5eff5272c1a896fdec28f1648755" dmcf-pid="Wtg6xSDgeF" dmcf-ptype="general">《왕과 사는 남자》는 여러 가지로 흩어져 있던 단종의 기록을 이어 붙이고, 역사적 빈칸에 상상력을 가미해 만든 작품이다. 제목이 알려주듯, 장항준 감독이 이 과정에서 특별히 끌린 건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다는 엄흥도다. 이를 위해 영화는 (여러 콘텐츠에서 다뤄진) 피비린내 나는 '계유정난'이 아닌, 폐위된 왕이 엄흥도와 연을 맺는 '유배 생활'에 주목했다.</p> <p contents-hash="4061c675ba4e0b3bf9f8b3834cd5ab8c6b05f05fd9162b0ac499a41903487c89" dmcf-pid="YFaPMvwaMt" dmcf-ptype="general">광천골 촌장 엄흥도(유해진)는 옆마을 노루골이 이전과 달리 부유해진 모습을 목격한다. 숨은 비결은 노루골로 유배돼 온 양반. 권세 높은 양반 덕에 노루골에 콩고물이 떨어진 것을 확인한 엄흥도는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자 유치 경쟁에 뛰어든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지체 높은 양반을 광천골로 모셔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유배자는 양반이 아니었다. 복권 가능성이 전무한 폐위된 왕, 단종 이홍위(박지훈)였다. 부귀영화는커녕 자칫하면 정치적으로 골머리를 썩을 위기에 놓인 엄흥도는 그런 단종이 탐탁지 않다. 단종 역시 마음이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광천골 사람들과 쫓겨난 왕은 과연 그 심리적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p> <p contents-hash="95c71926f1f30132ea9fc3246b29287af5d3cf345b6697c3babc4861b3778303" dmcf-pid="G3NQRTrNM1" dmcf-ptype="general">흥미롭게도 《왕과 사는 남자》는 유배된 단종이 광천골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밥 먹는 행위'로 풀어낸다. 강원도까지 떠밀려온 이홍위는 초반,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한다. 이홍위 또래의 아들이 있는 엄흥도는 폐위된 왕이 마음에 쓰인다. 마을 사람들 역시 나날이 야위어가는 왕을 먹이기 위해 애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권력 싸움에 어리광 한 번 제대로 부리지 못하고 살아온 이홍위는 처음으로 밥에 깃든 정을 알아채기 시작한다. 그렇게 폐왕과 민초가 밥을 나누며 교감하기 시작한다. 식구란, 밥 '식(食)'에 입 '구(口)'를 쓴다고 했던가. 말 그대로 밥을 함께 먹는 사이. 영화는 밥상머리에서 피어나는 정을 포착해 낸다. 뭉클하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e639076e6eb06952d7a4212ee69e91c09161f94975b946e7b5234aa5ded5f7cd" dmcf-pid="H0jxeymjR5"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쇼박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01/sisapress/20260201090127468tjab.jpg" data-org-width="800" dmcf-mid="V5xqKDLxn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1/sisapress/20260201090127468tjab.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쇼박스 </figcaption> </figure>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f2fbbf9387bd504fafc05dab1a2d466b33a596c6a70328e94f96de7882dd5a14" dmcf-pid="XEqX1J4qMZ"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쇼박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01/sisapress/20260201090128809xeuu.jpg" data-org-width="800" dmcf-mid="fVScDuXSL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1/sisapress/20260201090128809xeuu.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쇼박스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58d9aa3cf28489ece624aa04ab761a67f9ed7ff2b3080b9b0bac5626ead37d77" dmcf-pid="ZDBZti8BJX" dmcf-ptype="general"><strong>유해진, 코미디-정극 사이의 기막힌 줄타기</strong></p> <p contents-hash="7be1e38b85832a7f55345558505b5f7611526e1ef19704ce483cd75f3ab9eade" dmcf-pid="5wb5Fn6bRH" dmcf-ptype="general">그럼에도 《왕과 사는 남자》는 웰메이드 사극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영화는 크게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앞서 언급한, 단종이 민초들의 삶으로 스며드는 모습이 하나. 또 하나는 단종의 왕위 복위를 위해 군사를 일으키는 금성대군(이준혁)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명회(유지태)를 중심으로 한 서사다. 장항준 감독은 이 두 가지를 흡사 다른 장르 영화처럼 연출했다. 전자가 코미디에 기반을 둔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다면, 후자는 웃음기를 뺀 정치 사극에 가깝다.</p> <p contents-hash="5dc241089e83a7fe04cdcca5c2dfeac52a362a317d1ef59dc85a3020eaa39963" dmcf-pid="1rK13LPKiG" dmcf-ptype="general">문제는 두 가지 다른 느낌의 이야기가 섞여 화학 작용을 일으키지 못하고, 서로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코미디와 액션 스펙터클을 한 그릇에 담아낸 전략은 기계적인 구색 맞추기란 혐의를 벗기 힘들어 보인다. 웃겨야 관객이 좋아하리라는 일종의 '흥행 강박' 때문인지, 코미디로 점철된 도입부가 어수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품성 면에서 '제 살 깎아먹는' 결과로 도출된 면이 있다.</p> <p contents-hash="ba364898664382412fc5a095ecbda1bc337c202c2b678fb66405fa8c591f6036" dmcf-pid="tm9t0oQ9JY" dmcf-ptype="general">그럼에도 이 영화엔 관객의 주위를 시종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데, 이는 타이틀 롤을 맡은 유해진·박지훈에게서 나온다. 코미디와 정극 사이에서 기막히게 줄타기를 하기로 유명한 유해진은 이번에도 캐릭터에 특유의 인간미를 부여해 낸다. 비운의 삶을 살다 간 단종에 대해 배우 개인이 느끼는 비애와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게 특이점이다. 유해진의 그 마음과 눈물이 많은 관객을 울릴 게 자명하다.</p> <p contents-hash="643827f68b8c95e92642ea6df31c52b9d1cda5e94e1e4369c349290a77f32152" dmcf-pid="Fs2Fpgx2dW" dmcf-ptype="general">그리고 박지훈이다. 드라마 《약한영웅》 시리즈를 보고, 연기에 대한 감이 남다른 배우라고 느끼고는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조선 왕가의 적통으로 태어났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왕좌에 앉은 운명으로 인해 시종 견제를 받고 가까운 사람들을 잃은 내면의 상처가 러닝타임 내내 박지훈의 안면 근육을 타고 흘러나온다. 주변인들의 안위를 위해 한명회 앞에서 고개를 꺾는 장면에선,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자신의 운명을 자책하는 무력감을 사실감 있게 체화해 낸다. 별을 박은 듯 눈물이 연신 고여 있던 눈빛에 '범'의 기운이 스미는 순간의 변화 또한 생생하게 그려내며 단종에 입체성을 더하기도 한다. 뭐랄까. 단종 역할에 박지훈을 캐스팅한 건 (좋은 의미에서의) 반칙 같달까. 이 배우의 재능이 앞으로 영화계에서 어떻게 쓰일지 궁금해진다.</p> <p contents-hash="f5d7ebabeccad0b08bcfe6316b0b79b41dab0cc6b7f21e8673b30e03ef63e7d3" dmcf-pid="3OV3UaMVJy" dmcf-ptype="general">장항준 감독은 평소 자신을 '신이 내린 꿀팔자, 윤종신이 임시 보호하고 김은희가 입양한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라고 소개하곤 했다. 박지훈이라는 귀인까지 얻은 걸 보니, 신이 내린 꿀팔자가 진짜 맞긴 한 것 같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상이거나. 물론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도 재능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그런 감독의 인복이 캐스팅 과녁에 명중한 영화다. </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2월 시효 만료 앞둔 프로토 승부식, 미수령 적중금 9억6천만원 02-01 다음 [TF프리즘] 넷플릭스, 신작 예능 앞세워 2월 예능 경쟁 합류 02-0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