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멜버른, 수건 뒤에 숨겨진 사발렌카의 눈물[박준용 인앤아웃 In AO] 작성일 02-01 5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2/01/0001095256_001_20260201145410099.jpg" alt="" /><em class="img_desc">경기가 끝난 후 벤치에 앉아 얼굴에 수건을 둘러싸고 아쉬움을 달래는 사발렌카. 게티이미지코리아</em></span><br><br>호주오픈 여자 단식 결승이 열린 지난달 31일, 멜버른 파크의 하늘은 낮게 내려앉은 구름과 함께 부슬부슬 비가 내렸습니다.<br><br>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대신 쌀쌀한 바람이 감도는 궂은 날씨였지만 로드 레이버 아레나를 가득 메운 관중들의 열기는 빗줄기를 뚫고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습니다.<br><br>이날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1위)와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5위)의 결승은 여자 테니스 최강의 화력전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결과는 리바키나의 ‘냉철한 정교함’이 사발렌카의 ‘폭발적인 화력’을 잠재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br><br>이번 대회에서 여자 부문 서브 에이스 1위를 기록한 리바키나는 결승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에이스를 터뜨리며 사발렌카의 리턴 리듬을 무너뜨렸습니다. 마지막 챔피언십 포인트 역시 시속 190km에 육박하는 강력한 에이스로 장식하며 자신의 첫 호주오픈 우승을 확정 지었습니다.<br><br>승부의 분수령은 3세트였습니다. 리바키나는 게임 스코어 0-3까지 밀리며 패색이 짙었으나 이후 연속으로 상대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위기에 몰린 순간에도 리바키나는 평소처럼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담담하게 자신의 테니스를 유지했습니다.<br><br>3세트 초반의 열세를 뒤집고 5게임을 연달아 따낸 집중력은 리바키나가 왜 새로운 ‘멜버른의 여왕’인지를 증명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리바키나는 이 우승으로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사발렌카에게 당한 패배를 완벽히 설욕했습니다.<br><br>사발렌카는 이번 대회 위너 수 1위답게 엄청난 파워로 리바키나를 몰아붙였습니다. 2세트에서 리바키나의 실수를 틈타 세트올을 만든 기세는 대단했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2/01/0001095256_002_20260201145410134.jpg" alt="" /><em class="img_desc">호주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리바키나가 시상식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em></span><br><br>하지만 실수가 나오면 감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아쉬웠습니다. 3세트에서 3-0 리드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리바키나의 추격이 시작되자 급격히 평정심을 잃었고 이 과정에서 포핸드 범실이 늘어나며 연속으로 5게임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습니다.<br><br>세계 1위와 2년 만의 우승에 대한 압박감이 오히려 리바키나의 무표정하고 냉철한 경기 운영에 가로막히자 조급함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br><br>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눈에 띄게 둔해진 풋워크와 체력 저하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사발렌카는 리바키나의 낮고 빠르게 깔려오는 플랫 샷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무리한 공격적인 리턴 시도가 범실로 이어지며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사발렌카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흘리며 깊은 아쉬움을 토해냈습니다.<br><br>사발렌카는 경기가 끝난 후 온코트 인터뷰에서 “리바키나의 샷은 매우 깊고 무거워 대응하기 쉽지 않았다”라며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실수를 줄이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br><br>사실, 필자는 날씨 때문에 로드 레이버 아레나 지붕이 닫힌 것이 사발렌카에게 유리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br><br>사발렌카의 서브는 강력한 무기이지만 토스 시 공을 높게 던지는 특성상 외부의 바람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닫힌 지붕은 그녀의 불안한 서브 토스를 흔들 수 있는 바람을 완벽히 차단해 주었습니다. 평소 그녀의 발목을 잡던 환경적 변수가 사라지며 사발렌카가 자신의 화력을 온전히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입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2/01/0001095256_003_20260201145410182.jpg" alt="" /><em class="img_desc">환경적 조건이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사발렌카. 게티이미지코리아</em></span><br><br>실제 사발렌카는 경기 중 엄청난 파워로 리바키나를 몰아붙였습니다. 비록 1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를 압도적으로 가져왔고 마지막 3세트에서도 게임 스코어 3-0 리드를 잡으며 우승 트로피에 손을 뻗는 듯했습니다. 바람 없는 실내 코트, 3세트의 여유 있는 리드까지 모든 조건은 사발렌카의 통산 세 번째 호주오픈 우승은 당연해 보였습니다.<br><br>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마지막 순간 고개를 돌렸습니다. 모든 환경적 제약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발렌카는 리바키나의 무표정한 정교함 앞에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3-0의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된 조급함은 범실로 이어졌고 결국 연속으로 5게임을 내주는 믿기 힘든 결과를 초래했습니다.<br><br>완벽하게 통제된 환경과 압도적인 점수 차이까지... 우승을 위한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진 것처럼 보였던 사발렌카였기에 이번 패배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옵니다.<br><br>모든 조건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갖춰졌음에도 끝내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것을 보면 그랜드슬램 우승이라는 대업은 단순히 실력과 환경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모양입니다.<br><br><박준용 테니스 칼럼니스트(loveis5517@naver.com), ENA 스포츠 테니스 해설위원, 아레테컴퍼니(주) 대표> 관련자료 이전 전북도, 동계 전지훈련지 '각광'…1월에만 12개팀 2700명 02-01 다음 심형탁, 둘째는 딸? “올해 보인다더라…무속인들 다 같은 말” (조동아리) 02-0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