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포럼] 정량 목표를 잠시 내려놓기 작성일 02-02 2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김수웅 ETRI 미디어부호화연구실 책임연구원</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3uoeDPaeJu">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53854b044c41e03da6e86a3c3ea5ddb026c76b2ec8247088639bdba49da92488" data-idxno="677925" data-type="photo" dmcf-pid="07gdwQNdnU"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02/551721-ibwJGih/20260202060012415nwej.jpg" data-org-width="600" dmcf-mid="FVR8a9d8R7"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2/551721-ibwJGih/20260202060012415nwej.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f2315a3d9920b09775cde1fd0ebe605b9b2937721f53099c6000c47dc6461faf" dmcf-pid="pzaJrxjJLp" dmcf-ptype="general">연구개발 과제 수행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은 늘 정량 목표다. 필자의 경우에는 미디어부호화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다 보니, 압축률 몇 배, 처리 속도 몇 밀리초(ms), 기술 채택 몇 건 이상 등이 목표다.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평가 기준인 만큼 피할 수 없다. 처음에는 이 숫자들이 친절한 이정표처럼 보인다. 방향을 잃기 쉬운 연구 현장에서 여기만 보고 오면 된다고 알려주는 듯하기 때문이다. 연구자에게 이처럼 명확한 가이드는 드물기에, 잠시 안도감마저 든다.</p> <p contents-hash="aeeb238924509a671a4d57659056bf18ce6c161f07738ae99bc6a0cf77cea54b" dmcf-pid="UqNimMAie0" dmcf-ptype="general">문제는 그 이정표를 지나치게 오래 바라볼 때 시작된다. 정량 목표를 향해 매일 조금씩 고치고, 보완하고, 개선하다 보면 성능은 분명 향상된다. 그래프상 수치는 꾸준히 오른다. 하지만 그 상승 폭은 늘 미미하다. 어제보다 0.1%, 지난주보다 0.3%. 마치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기분이다. 숨은 가쁘고 땀은 나지만, 풍경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은 성실함으로는 설명되지만 창의성으로는 설명되기 어렵다. 적어도 필자의 경우가 그랬다.</p> <p contents-hash="8f674bbd68cd20416fe6c8f96283cdf37fc67154e0cfc2e2b185415c34b0f3d5" dmcf-pid="uBjnsRcnd3" dmcf-ptype="general">이미 해당 분야에서 수년간 연구했고 박사학위도 받았으며 하나의 과제를 3년 이상 붙잡고 있다면 우리는 전문가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란 매뉴얼을 충실히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의 구조와 한계를 직관적으로 감지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만 0.1씩 전진하고 있다면, 그것은 성실함일 수는 있어도 창의성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경험상 연구에서 의미 있는 변화는 그 0.1의 연장선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p> <p contents-hash="10e960505608118df8826b7f103f1b6a301ac20d738dd5d522e67b92552f97ac" dmcf-pid="7bALOekLRF" dmcf-ptype="general">그래서 나는 이럴 때 더 많은 실험이나 AI 모델 성능을 극대화하는 파라미터 튜닝 대신, 일부러 '딴짓'을 해본다. 유사하지만 다른 분야의 논문, 특히 단순한 성능 개선이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꾼 다른 연구들을 찾아본다. 과제 목표와는 다소 어긋나 보이는 실험도 시도한다. '이게 지금 과제랑 무슨 상관이지?'라는 생각을 일부러 허용하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런 순간에 정량 목표를 정면으로 겨냥할 때는 떠오르지 않던 해법이 커피를 마시다, 수다를 떨다, 전혀 다른 문제를 고민하다가 불쑥 나타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잠복 효과'라 부른다지만, 연구자에게는 그저 왜 항상 딴짓할 때 생각나지?라는 탄식일 뿐이다.</p> <p contents-hash="9d739a0a0ba44c837a74e57989b0f29391887e14c25542a52a7e75981549bc18" dmcf-pid="zKcoIdEoet" dmcf-ptype="general">물론 이 방식이 모두에게 통하는 해법은 아니다. 목표에 철저히 집중할 때 최고의 성과를 내는 연구자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적어도 나의 경험에서는, 정량 목표에 가장 충실했던 시기보다 조금 불량했던 시기에 더 나은 결과가 나왔다. 당초의 연구개발 계획에서 벗어난 실험 하나, 당장은 쓸모없어 보였던 논문 한 편이 훗날 결정적인 실마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p> <p contents-hash="209c9bba90206602d4e7efef4cc252102a7e7ca89cd7d6343493f4ee939ff2ed" dmcf-pid="q9kgCJDgL1" dmcf-ptype="general">아이러니하게도 연구자가 당초의 목표를 잠시 잊었을 때 오히려 목표에 가까워지는 순간이 있다. 오늘도 정량 목표 그래프가 미동도 없다면 잠시 코드를 덮고 논문 탭을 하나 더 열어보자. 혹은 동료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부담 없이 던져보자. 좋은 아이디어는, 그것을 가장 애써 쫓지 않을 때 찾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p> <p contents-hash="375ff59118ba4df6e814bed6f845b5eecb8e0c7536d52f884f7e4b1654d61cea" dmcf-pid="B2EahiwaM5" dmcf-ptype="general">필자는 정량 목표와 같은 숫자는 참고하되 판단을 대신하게 두지 않고 계획은 존중하되 생각의 여지를 남겨두는 태도를 지키려 한다. 어쩌면 그 균형이야말로 연구를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마음가짐일지 모른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프랑스 IT기업이 미국 시민 사망에 자회사 매각한 이유는? 02-02 다음 ‘원 IP’ 고수 그라비티·데브시스터즈, 성장성 우려 커져 02-0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