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혹한 시대에 햇살처럼 스며든 영화,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작성일 02-02 3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영화 <만약에 우리></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YgBqaKe4eh"> <p contents-hash="2e6bae1bcaf6e2179d313a112a19089d808c51631381c4460cba31b9decfe3b9" dmcf-pid="GabBN9d8nC" dmcf-ptype="general">[조영훈 기자]</p> <p contents-hash="787408842a983e67d1dc131e423c336951d2706db99e861773aa59b617f712a5" dmcf-pid="HNKbj2J6eI" dmcf-ptype="general"><span><strong>* 이 글은 영화 <만약에 우리>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strong></span></p> <blockquote class="talkquote_frm" contents-hash="65708ddda1dc46685d20471977b2ff07389621f34bcaeaa024817050dab4474d" dmcf-pid="Xj9KAViPeO" dmcf-ptype="blockquote2"> <span>왜 사랑은 반드시 이별이나 사별이 아니면 결혼으로 끝날까. 사랑 그 자체로 남을 수는 없는 걸까.</span> </blockquote> <div contents-hash="7193973783f5e521232b57267055836bc1a4433b22cc310b15569542c87ea1aa" dmcf-pid="ZA29cfnQns" dmcf-ptype="general"> <br>소설가 이문열이 어느 책에서 던진 이 질문은 결혼제도에 대한 블랙 유머 뒤에 모든 사랑은 끝이 있다는 서늘한 진실을 품고 있다. </div> <p contents-hash="5a852eb6b19f3ff27d720f90c9e9c1e51141e561d6088e1d9b5c59e6a510b023" dmcf-pid="5cV2k4Lxnm" dmcf-ptype="general">김도영 감독의 영화 <만약에 우리>는 좋은 이별, 아니 온전한 이별을 그린 작품이다. 주연배우 문가영이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처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한 마침표" 같은.</p> <div contents-hash="e484f0708744fa044ff387df42b1a9069a1ad0225545943542547b1d18b0f585" dmcf-pid="1kfVE8oMRr" dmcf-ptype="general"> <strong>가난한 청춘의 배경 - 햇살, 소파, 반지하, 선풍기</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794c838b07ffa9e19ff53444774c9e0bc61c07aa799a141fcc2e138585b178b8" dmcf-pid="tOMxIekLiw"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02/ohmynews/20260202160725319fwmt.jpg" data-org-width="1280" dmcf-mid="xjUMCdEod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2/ohmynews/20260202160725319fwmt.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만약에 우리>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주)쇼박스</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fd7e01c42946248fa4627f96f7eabb0b4927dcf45d1dcb69f91d4ae04f4c6ebd" dmcf-pid="FIRMCdEoRD" dmcf-ptype="general"> 보육원에서 자라 혼자 힘으로 대학을 다니며 고시원에 사는 정원(배우 문가영)이 어느 날 자신의 방에 딱 한 뼘 크기의 햇살만 비치고 있음을 깨닫고, 은호의 집에 찾아든다. 지상층의 원룸에 거주하는 은호(배우 구교환)는 호기롭게 커튼을 열어젖혀 햇살이 쏟아지게 하며 "이거 너 가져"라고 말한다. 둘의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지만, 관계의 불균형이 내포해 있음이 엿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제 둘은 바로 은호가 정원에게 햇살을 내어주지 못할 때 헤어지게 되어 있다. </div> <p contents-hash="1b34f78ef745f8f362ba110bb18ec002b52b04fc417570a77d6e41ee7a9b10bc" dmcf-pid="3CeRhJDgJE" dmcf-ptype="general">둘의 꿈과 사랑을 가장 잘 드러내는 또 다른 소품은 빨강 소파이다. 정원이 어느 날 누군가 길가에 버린 빨강 소파를 발견하고, 둘의 집에 그 소파를 들인다. 넉넉한 품의 빨강 소파는 집을 집답게 해주는, 둘의 사랑을 완성해주는 장치이다. 둘은 그 소파 위에서 서로의 품을 끌어안고, 다가올 내일을 응원한다. 건축사가 되고 싶던 정원의 꿈과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은 은호의 꿈이 소파 위에서 포개지고 지지받았다. 공짜로 주어진 소파에서 끝없이 펼쳐질 줄 알았던 햇살을 받으며.</p> <p contents-hash="af53bd15570e63ead21b8b08b5b4bd43a0c14c81aa1c7d2fc1d35f829857d8ca" dmcf-pid="0hdeliwaLk" dmcf-ptype="general">그러나 은호의 형편이 어려워지고 둘이 반지하로 이사 가게 되며, 커다란 품의 빨강 소파는 반지하의 좁은 문턱을 통과하지 못한다. 어차피 둘 곳도 없으니 내다 버리라는 은호의 말에 정원은 욕심 내 소파를 반지하방으로 밀어 넣으려다 손을 베어 붉은 피를 흘린다. 청춘의 꿈이란 사치가 가난이란 실재에 가로막혀 구체적 상처로 돌아온 순간이다. 소파를 길가에 내버리고 둘은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반지하에 자리한다. 그리고 가난을 수습하기 위한 현실의 시간이 끝이 없는 터널처럼 펼쳐진다.</p> <p contents-hash="98b1456acb1dcdadd2684d9ba5547252e2de5b2dfec7f26d7b23389a565c20dd" dmcf-pid="plJdSnrNec" dmcf-ptype="general">은호는 점점 못난 남자가 되어간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고 폐인처럼 게임에만 몰두하는 은호. 정원이 반지하방 창문의 커튼을 열자 쌩하고 다시 커튼을 닫아버린다. 원룸에 살 때 정원에게 하나뿐인 선풍기 바람을 양보하던 은호는 이제 선풍기를 혼자만 차지한다. 이미 정원에게 햇살을 줄 수 없는 은호는 그야말로 최악의 모습을 위악적으로 덧보태고, 둘의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난다.</p> <div contents-hash="04a86f8a7bceabd1d896ecac68640a7de99ebd68781cafaf891fa8db6528163e" dmcf-pid="USiJvLmjeA" dmcf-ptype="general"> <strong>가장 최악이었을 때 너를 만난 것임을</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bfceaa7ad22d5ab7733037aa68fcf38bfc31ecacf970cca52355090357558127" dmcf-pid="uvniTosAij"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02/ohmynews/20260202160726686mydo.jpg" data-org-width="1280" dmcf-mid="y9X2k4LxJS"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2/ohmynews/20260202160726686mydo.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만약에 우리>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주)쇼박스</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05d546301c6627c706f65a7a8b19245477b27e7571d3348cd6b2b40bb2394309" dmcf-pid="7TLnygOceN" dmcf-ptype="general"> 그로부터 10년이 흐르고, 태풍으로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베트남의 호치민 공항에서 둘은 운명처럼 재회한다. 그런데 영화는 특이하게도 둘이 베트남에서 재회한 현재의 시점을 흑백으로 그리고, 헤어지기 직전까지의 과거 시점을 컬러로 묘사한다. </div> <p contents-hash="3e481578aedd6247f69cd46308247ade5858737e9da51cf58e89293c5f8fd910" dmcf-pid="zyoLWaIkia" dmcf-ptype="general">비슷한 다른 멜로영화들과 정반대의 연출이다. 제목을 <만약에 우리>로 지은 점도 눈에 띈다. 이 영화는 중국 작품의 리메이크작인데, 원작의 제목은 <먼 훗날 우리>이다. "먼 훗날 우리"가 현재 시점에서 미래를 가늠하는 표현이라면, "만약에 우리"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가정한 말이다. 미래가 불안과 기대를 떠올린다면, 과거는 후회와 향수에 조응한다.</p> <p contents-hash="ac458eefdf642b50c356979e299fd831a6e798b7160e2f77330e20fcad84d890" dmcf-pid="qWgoYNCELg" dmcf-ptype="general">그렇다면 두 사람이 사랑했던 과거를 총천연색 컬러로, 이별 뒤의 현재를 흑백으로 처리한 의도도 명확해진다. 은호는 정원과 헤어지고 게임 개발자로 성공하고, 정원 역시 건축사가 됐다. 둘 다 직업적으로는 성공했으니, 그만하면 잘한 이별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그렇지만 둘은 다채롭던 과거를 떠나보내고 흑백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p> <p contents-hash="cbba6468f60b4a9d40a25d052ab8d830d56351708d3e02a889eee7f6959d78c1" dmcf-pid="BYagGjhDMo" dmcf-ptype="general">그래서 정원과 재회한 은호는 끝없는 "만약에 우리 그때... 그랬다면?"이란 가정법의 문장을 되짚는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그래도 전부 이별했을 것이란 것. 그리하여 마침내 두 사람은 지난 시간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당시로서는 그것이 최선이었고, 둘의 인연이 거기까지였음을, 그리고 그 이별을 통해 결국 둘 다 성장했음을 담담히 받아들인다.</p> <div contents-hash="7eb88eaee4dad8a6d42eb754283dbe63373072bd99fe2000cb4c0e16ca887800" dmcf-pid="bGNaHAlweL" dmcf-ptype="general"> <strong>냉대와 적대가 넘치는 시대, 햇살처럼 찾아든 멜로</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242774931ac0d8a73aebb56ac39695a821a184cbf82edf26dc68dac1cd3fce7c" dmcf-pid="KHjNXcSrRn"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2/02/ohmynews/20260202160727977ryes.jpg" data-org-width="1280" dmcf-mid="WGBqaKe4i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2/ohmynews/20260202160727977ryes.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만약에 우리>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주)쇼박스</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7b827a7f41c4a98399650490e9041e8565f77c29d4ce5e0003530940e24f0e8" dmcf-pid="9w68rQNddi" dmcf-ptype="general"> 둘은 결국 진심으로 포옹하고 진짜 이별을 한다. 그 순간 흑백 세상이 총천연색 빛을 회복한다. 둘의 관계는 이제 정말로 끝이 났지만, 원망과 미련으로 결박되었던 시간이 비로소 풀리고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 둘의 가장 초라했던 시간은 가장 눈부셨던 시간과 어우러져 무지갯빛 기억으로 의식의 한 자리에 단단히 정박할 것이다.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안정적인 내일이 펼쳐질 것이다. </div> <p contents-hash="3e145450e8f73185346e162eb6360a97e5ac21d4f7c0a4c51880d81e1a91c81d" dmcf-pid="2rP6mxjJJJ" dmcf-ptype="general">영화 <만약에 우리>는 헤어진 연인이 10년 뒤 우연히 다시 만나 화해하고 다시 이별하는, 어찌 보면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전형적인 멜로영화가 새해 벽두부터 입소문을 타고 극장가를 강타한 이유가 뭘까. 그만큼 사람과 사람 간에 '좋은 이별'이 부재한 시대의 요구가 반영된 것 아닐까 싶다.</p> <p contents-hash="ddf8b521cd6e7efd679a4d22f9868553c7a4c3b0c3d334aff35d282e999dfd30" dmcf-pid="VmQPsMAiid" dmcf-ptype="general">다양한 SNS로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은 더욱 쉽고 촘촘해졌지만, 그 세계엔 냉대와 적대의 언어가 가득하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터도 마찬가지다.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지만, 상처받은 이가 온전히 회복했다는 사례도, 잘못한 이가 진정으로 반성했다는 사례도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괴롭힘이냐 아니냐,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냐는 식의 흑백논리만 차고 넘친다.</p> <p contents-hash="c8b5611de144ab92f4fe9162d4f69bc4b15fd05aff6dd69079577276687ec4c2" dmcf-pid="fsxQORcnMe" dmcf-ptype="general">현장에서는 손절, 절연, 끝장, 단절 선언, 분리 조치 등의 살벌한 용어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선정적인 선언이나 조치 등은 'end'가 아닌 'and', 즉 마침표가 아니라 조직정치와 편 가르기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야흐로 오늘날은 서로가 자신의 피해만을 소리높여 외치며 상대를 몰아세우는 흑백의 세상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p> <p contents-hash="9d22def0007ea075aed3911b56ac881be58a70a9f1c3537fb86fc9359bd95cb5" dmcf-pid="4OMxIekLnR" dmcf-ptype="general">이 영화는 이런 엄혹한 시대에 스며든 '한 뼘 크기의 햇살'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고 지난 인연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늘어놓는 관람평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좋은 영화는 한 세대의 치유에 의도치 않게 기여한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한 마침표"(배우 문가영)를 찍고, 총천연색 빛깔의 세상을 다시 살아보고 싶은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다. 영화가 내준 한 뼘 크기의 햇살에 의지해 용기 내 본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스파이크 워’ 김민경, 美친 존재감 02-02 다음 이성경·한지현·오예주 '세 자매' 뭉쳤다…이미숙과 가족 결성 (찬란한) 02-0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