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쟁에 맞선 극작가의 문제작, 취기 빌려 진실 말하다 작성일 03-20 10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안지훈의 연극 읽기] 연극 <술 취한 사람들></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fVMseATsyG"> <p contents-hash="ee61edbb6f6bfecd8f9732ae258e773d7ced8c3c97f5f814f3f03016495dfe0e" dmcf-pid="4fROdcyOyY" dmcf-ptype="general">[안지훈 기자]</p> <p contents-hash="328e06f72e94a2d01f8b678adf9ac99c02ef709ba6157a4733762bf416c5525e" dmcf-pid="8hGVX7MVSW" dmcf-ptype="general">러시아 출신 극작가 이반 비리파예프의 문제작 <술 취한 사람들>이 지난 11일 개막해 이번 주말까지 관객과 만난다. 연극의 제목처럼 '술 취한 사람' 14명이 등장해 각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늘어놓는다.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내뱉는데, 오히려 맨정신일 때보다 더 진실에 가깝게 느껴진다.</p> <p contents-hash="a649ecc099ae6b7cad1bb4f23783d581f0adf9e25c14d3d4296d0c4473c081ce" dmcf-pid="6lHfZzRfCy" dmcf-ptype="general">비리파예프는 기존 연극의 틀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형식으로 철학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극작가로, 2019년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극작가 10인'에 선정된 바 있다. 그의 특색은 <술 취한 사람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여타 연극이 하나의 굵직한 서사를 중심으로 사건들을 나열하는 방식이라면, <술 취한 사람들>은 중심적인 줄거리 없이 개별적인 에피소드를 묶어 보여주는 식이다. 4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막을 이루며, 1막의 에피소드들은 2막의 에피소드와 각각 연결된다.</p> <p contents-hash="9cec6bbe0db195ea2235321757c67d02aec4681a9e1beb71e4d5a0edc0fbcac6" dmcf-pid="PSX45qe4TT" dmcf-ptype="general">비리파예프의 파격적인 형식은 단순히 연극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벌인 전쟁을 강하게 비판하며 러시아 내 국립극장에서 창출되는 자신의 저작권료 전액을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러시아는 비리파예프를 지명수배하고 처벌하려 했으나, 그는 폴란드 바르샤바로 떠나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p> <p contents-hash="b29d93bcbe7356a07c399d72494e21dc939acff2b154e76790342cb8acec66d8" dmcf-pid="QvZ81Bd8yv" dmcf-ptype="general">파격적인 극작가의 문제작 <술 취한 사람들>은 결코 쉽지 않은 연극이다. 기존 연극 문법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어색하게 느껴지고, 드라마를 기대하고 관람한 관객은 이 연극에서 드라마를 확인하기 어렵기에 난해하게 느낄 수 있다. 어려운 작업을 도전한 이는 노어노문학을 전공하고 <뿌리 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의 드라마를 만든 신경수 연출가다. 연극 <분장실>을 연출한 이후 5년 만에 다시 연극 연출을 맡았다.</p> <div contents-hash="999907dd8e0081b57cb8847e3f8732cd9ee8a20fb3cd16ca328c6c42a3107f5f" dmcf-pid="xT56tbJ6WS" dmcf-ptype="general"> 여기에 손준호, 조희봉, 윤제문 등 매체와 무대를 활발히 오가는 인기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두 배역을 제외하곤 원 캐스트로 출연진을 구성했고, 공연장인 씨어터쿰은 무대와 객석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좁아 인기 배우들의 술 취한 연기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3571a3d0314e3dba16f1fb4fb0ca04a52e6e46579363ebb8fb101ed4f15ec748" dmcf-pid="yQnSorXSTl"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3/20/ohmynews/20260320144301110boqf.jpg" data-org-width="1280" dmcf-mid="99Z81Bd8y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0/ohmynews/20260320144301110boqf.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술 취한 사람들> 공연 사진</td> </tr> <tr> <td align="left">ⓒ 잡.담</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a986f22d14f96f918f198625d800c20f87994cda2fb1b229f1d0e1b903245cb0" dmcf-pid="WxLvgmZvvh" dmcf-ptype="general"> <strong>취기를 빌려 고백하는 내밀한 진실</strong> </div> <p contents-hash="fbd32be83c9f0c8ed5aa42e258a511aba327ff118970acfe6de50f91ee23ee8b" dmcf-pid="YMoTas5TCC" dmcf-ptype="general">지난 17일 <술 취한 사람들>을 관람하며 깜짝 놀랐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술에 취한 극중 인물들은 한참을 비틀거리다 큰 소리를 내며 넘어지기도 했다. 술 취한 연기가 어찌나 생생하던지 분명 약속된 움직임을 연기하는 것일 터인데, 객석 곳곳에서 흠칫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p> <p contents-hash="2056748b21d0446e772645dd794b599d385e7f891a41fec253cb18ee0c11a236" dmcf-pid="GRgyNO1yvI" dmcf-ptype="general">그 속에서 인물들은 신, 사랑, 삶에 대한 사사로운 고백을 털어놓는다. 맨 정신으로 하는 일상 대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주제다. 가장 친밀한 사람에게도 고백하기 어려운 말들을 처음 보는 사람 또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에게 늘어놓는다. 술 취한 사람들이 늘어놓는 이 말들은 오히려 진실에 가깝거나, 내면의 목소리를 더 잘 드러내는 듯하다.</p> <p contents-hash="2d3094504fff0298bbafc8046b670f513162f4b90222cac67210f08ee9139786" dmcf-pid="HrSqTF4qWO" dmcf-ptype="general">여타 연극과 달리 그렇다 할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술 취한 사람들>이 2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보여주는 건, 술 취한 사람의 입을 빌려 말하는 내밀한 고백이다. 사실 사회 생활에서는 일종의 거짓말과 연기가 필요하다. 격식을 갖추거나 욕망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거짓말이 필요하고, 권력 관계 때문에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p> <div contents-hash="deb581a0374ba66e4df0ad68f81b47bf17c1df728dd88adf420c1e69e0a74ae4" dmcf-pid="XmvBy38BTs" dmcf-ptype="general">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자아연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우리의 상호작용을 연기에 빗대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사람을 뜻하는 '퍼슨 person'의 어원이 가면이나 만들어진 인격을 의미하는 '페르소나 persona'라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거짓말로 유지되는 세계 속에서 <술 취한 사람들>은 언제 진실이 발화될 수 있는지 탐문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7ccd9dfae38da9a18d82b53cee8af203f991bbe81b79311b108bd5aded778146" dmcf-pid="ZsTbW06bym"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3/20/ohmynews/20260320144302432xfwr.jpg" data-org-width="1280" dmcf-mid="2tJhnDGhv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0/ohmynews/20260320144302432xfwr.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술 취한 사람들> 공연 사진</td> </tr> <tr> <td align="left">ⓒ 잡.담</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5d5e8a0c7dc04a16a441cce25dbf0bd7f9127026deeda91c72553cd917394817" dmcf-pid="5OyKYpPKSr" dmcf-ptype="general"> <strong>이들은 마지막까지 술에 취하고자 했다</strong> </div> <p contents-hash="74ff58960ceec4554871741a9632a9a502177bb7ab9c34f37c14e932efb2db87" dmcf-pid="1IW9GUQ9lw" dmcf-ptype="general"><span>"우린 실제와의 접점을 잃어버렸어."</span></p> <p contents-hash="eeddf581b9ddf3f217bb4e4c25b2480e38eb908f6adb795b88751cbb84a8f935" dmcf-pid="tCY2Hux2SD" dmcf-ptype="general">배우 손호준이 맡은 '막스'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가장 이성적이고 진실된 상태라고 믿고 내린 의사결정이 개인이나 한 사회의 삶을 망가뜨린 경우를 지적한다. 정치인은 유권자를 속이고, 신부는 신도를 속이고, 신도는 신을 속인다는 짧은 대사에도 뼈가 있었다.</p> <p contents-hash="c3d5e4099a1bbc9237e370be12aaff2353e552fea8c11eaba26d94665778b322" dmcf-pid="FhGVX7MVlE" dmcf-ptype="general">극중 인물들이 맨 정신일 때 했던 말들이 전부 악의를 품은 거짓말이라고 볼 수는 없다. 상대를 배려하거나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될 것을 감추기 위해 한 거짓말이기도 하다. 한편 무시 당하거나 배제되지 않기 위해 한 거짓말도 있다. 거짓을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세상에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p> <p contents-hash="ec3c62fbec243f778db98ced845344ff8997cdf6fd966370bc6280aeed6d8aea" dmcf-pid="3lHfZzRfvk" dmcf-ptype="general">이를 지적한 마지막 에피소드가 필자의 가슴에 묵직하게 남아 한동안 극장 근처를 서성였다. 자신을 발레리나라고 소개한 성매매 종사자 '로자'에게 영화제 디렉터 '카를'이 건네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로자는 자신에게 없는 발레리나를 빌려온 것이라고, 발레리나를 빚진 데다가 성매매 종사자로서 느낀 수치심을 이자로 쳐서 갚은 것이라고 말한다.</p> <p contents-hash="f4602835db3fa46f0aa79cb99c964e83db432a6461fa34064f3de2e534fd4645" dmcf-pid="0SX45qe4Wc" dmcf-ptype="general">이는 결코 로자를 자책하는 말이 아니다. 세상이 거짓을 강요하는데, 거짓을 말한 대가는 오로지 개인이 지불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지적하는 말로 느껴졌다.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야 왜 작가가 극중 인물들을 모두 취하게 만들었는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거짓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거짓을 말한 대가를 온전히 개인이 지불해야 하므로,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물들은 취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극중 인물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취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p> <div contents-hash="bea79781891bdb0969b23a2337983c51275e2cf49b0a5dd125ba44034df7c1b8" dmcf-pid="pvZ81Bd8vA" dmcf-ptype="general"> <span>"내 생애 마지막 날까지 취해 있으리라!"</span>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fa39d6d8535131c00234c2926debaf19f7495b62102fafd61517169c382a18fa" dmcf-pid="UCilLwHlvj"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3/20/ohmynews/20260320144303745xhyy.jpg" data-org-width="1280" dmcf-mid="VH0RUfgRy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0/ohmynews/20260320144303745xhyy.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술 취한 사람들> 공연 사진</td> </tr> <tr> <td align="left">ⓒ 잡.담</td> </tr> </tbody> </table>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BTS 지민, 고난도 포즈 취하다 '콰당'…릴리 라인하트도 웃긴 '스윔' MV 비하인드 03-20 다음 박나래, '매니저 갑질 의혹' 두번째 출석…경찰, '술잔 투척' 다시 캔다 03-2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