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구는 안 빠르고, 변화구는 안 변하고… 얻어맞는 한국 야구 작성일 03-21 23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위클리 리포트] WBC 통해 본 한국 야구 현주소<br>1200만 관중 시대 韓야구 민낯… 미국 153km-일본 151km 쌩쌩<br>한국 145km… 20개국 중 ‘18위’<br>슬라이더 밋밋하고 커브는 정직… 속구 느려 체인지업 효과도 미비<br>고립 벗어나 ‘구속 혁명’ 동참해야</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0/2026/03/21/0003705798_001_20260321014302839.jpg" alt="" /></span><br><b>《빅데이터로 본 ‘한국야구 민낯’<br><br>프로야구 1200만 관중에 가려져 있던 한국 야구의 민낯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드러났다. 17년 만에 8강에 진출했지만 세계의 높은 벽을 확인했다. 한국 야구, 특히 마운드의 문제를 ‘빅데이터’로 살펴봤다.》</b><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0/2026/03/21/0003705798_002_20260321014302869.jpg" alt="" /><em class="img_desc">안현민, 류현진, 노시환(왼쪽부터)이 13일 미국 플로리다주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의 타격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마이애미=뉴스1</em></span>‘307억 원의 사나이’ 노시환(26·한화)의 입이 쩍 벌어졌다.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의 타격 연습을 지켜보던 도중이었다. 옆에선 안현민(23·KT)이 입을 삐쭉 내민 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서 있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11시즌을 보낸 류현진(39·한화)만이 익숙한 풍경이라는 듯 무표정하게 타구를 지켜봤다.<br><br>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일본 도쿄에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일정을 마친 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날아가 2라운드(8강) 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8강전을 하루 앞둔 13일 경기 장소인 론디포파크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과 차례로 타격 연습을 진행했다. 한국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미니카공화국 타자들은 연신 ‘총알 타구’를 쏘아댔다.<br><br> 지난해 MLB 평균 타구 속도 1위(약 156.9km)가 이번 대회 도미니카공화국 대표팀 멤버 오닐 크루스(28·피츠버그)다. 이 카리브해 섬나라 대표 선수 6명이 이 부문 3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타자들이 줄줄이 나와 배팅 볼을 받아치고 있으니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총액 300억 원이 넘는 계약을 따낸 노시환도, 지난해 KBO리그 신인왕 안현민도 ‘구경꾼 모드’가 될 만도 했다.<br><br> 1200만 관중에 취해 있던 한국 야구가 이번 WBC를 통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 이 장면에 녹아 있다. 이튿날 한국 투수들이 ‘배팅 볼’을 던지면서 0-10,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하면서 확실히 그렇게 됐다. 군사용 레이더 기술로 투·타구 정보를 추적해 알려주는 ‘스탯캐스트’를 통해 한국 마운드 현실을 들여다봤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0/2026/03/21/0003705798_003_20260321014302911.jpg" alt="" /><em class="img_desc">게티이미지뱅크</em></span><b>● “타격은 타이밍, 투구는 그 타이밍을 빼앗는 것”(워런 스폰)<br></b><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0/2026/03/21/0003705798_004_20260321014302945.jpg" alt="" /></span>현대 야구에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강속구’다. 투수가 던지는 가장 빠른 공은 흔히 ‘직구’라고 부르는 포심 패스트볼이다. 2015년 MLB 투수들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속도는 시속 148.4km였다. 10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151.4km로 약 3km가 늘었다.<br><br> 이 시속 3km 차이가 정말 대수일까. 이번 WBC에서 이긴 팀 투수가 던진 속구 계열(포심, 투심, 컷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50.2km, 진 팀은 147.0km로 3.2km 차이가 났다. 또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12개 팀(146.8km)과 2라운드에 진출한 8개 팀(150.3km)은 3.5km 차이였다. 한마디로 빠른 공을 던지는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2010년대 이후 ‘구속(球速) 혁명’ 바람이 전 세계 야구계에 불었던 이유다.<br><br> 그런 점에서 한국 야구는 ‘갈라파고스’에 갇혔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WBC 2라운드에 진출한 건 2009년 제2회 대회 이후 17년 만이었다. 2009년 당시 한국(146.3km)은 일본(147.5km)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공을 던지는 팀이었다. 대회 결과 역시 일본이 우승, 한국이 준우승이었다.<br><br> 그러나 일본이 이번 대회 때 이 기록을 151.3km(4위)까지 끌어올리는 동안 한국은 145.0km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이 부문 순위도 20개 팀 중 18위까지 내려갔다. 한국은 한때 한 수 아래로 봤던 대만(149.5km)에도 시속 4.5km가 뒤진다. 대만은 2023년 WBC 때만 해도 속구 평균 시속 18위(143.2km) 팀이었지만 3년 만에 8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br><br> 한국도 구속 혁명 물결에서 완전히 비켜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에서 10이닝 이상 던지면서 속구 평균 시속 150km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총 14명이었다. 이 14명 중 11명이 김영우(21·LG·152.7km), 문동주(23·한화·152.3km) 같은 25세 이하 선수였다. 이들은 부상 등을 이유로 이번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br><br><b>● “스트라이크를 던져라. 홈플레이트는 움직이지 않는다”(새철 페이지)</b><br><br> 투수에게 스피드를 강조하는 이야기에는 ‘공이 아무리 빨라도 제구가 엉망이면 소용없다’는 반론이 늘 따라다닌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한국 투수는 제구가 엉망이다’는 평가가 맞는 말인 것만은 아니다.<br><br> 이번 대회에서 한국 투수들이 던진 공 734개 가운데 331개(45.1%)가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20개 참가팀 중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소위 ‘코너 워크’, 그러니까 스트라이크 존 상하좌우 코너로 들어온 비율은 16.5%(121개)로 10위였다.<br><br> 4사구가 너무 많은 것도 아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다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9이닝당 4사구 5.1개를 기록했다. 미국(2.4개), 일본(2.5개), 도미니카공화국(2.9개) 같은 팀과 비교하면 4사구가 많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대회 평균(5.2개)과는 비슷한 수준이었다.<br><br> 이 정도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한 것만 해도 ‘대담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면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홈런을 허용한 투구 10개 중 9개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한국 투수진은 스트라이크 존 안에 공을 던졌을 때 총 49루타를 허용했다. 이를 장타율로 바꾸면 0.544가 된다. 20개 참가국 중 네 번째로 나쁜 기록이다. 물론 2라운드 진출팀 가운데는 가장 나빴다.<br><br> 참고로 한국프로야구에서 홈런 418개를 남긴 ‘국민 거포’ 박병호(40·은퇴)의 통산 장타율이 0.538이다. 상대 팀과 무관하게 한국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 안에 던진 공은 배팅 볼이 되고 말았던 거다. 시속 150km가 넘는 공도 펑펑 때려내는 상대 타선을 이겨내기에는 한국 투수들 구위가 역부족이었다.<br><br><b>● “다음 공은 직구 아니면 변화구예요”(김상훈 전 야구 해설위원)<br></b><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0/2026/03/21/0003705798_005_20260321014302985.jpg" alt="" /></span>구위는 꼭 빠른 공에만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이 이번 대회 때 허용한 장타는 총 12개. 상대 타자가 장타로 연결한 구종은 속구 계열이 절반(6개), 변화구가 절반(6개)이었다. 한국 투수진이 속구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변화구 구사에 애를 먹었다는 뜻이다. 흔히 ‘브레이킹 볼’로 함께 묶이는 슬라이더와 커브가 특히 좋지 못했다. 한국 투수가 던진 이 두 구종을 상대 타자가 쳤을 때는 타율 0.471로 이어졌다. 2루타 1개, 홈런 2개로 장타율은 1.235에 달했다. 역시나 배팅 볼이라는 세 글자를 떠올리게 만드는 결과다.<br><br> 슬라이더는 너무 밋밋한 게 문제였다. 슬라이더는 직구처럼 오다가 타자 앞에서 옆으로 휘어 나가는 구종이다. 이번 대회 한국 투수들이 던진 슬라이더는 ‘좌우 무브먼트’ 14.2cm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야구공 지름이 7.3∼7.5cm니까 직선 궤적보다 공 두 개 정도 바깥으로 휘어 나간 셈이다. 이 부문 1위 도미니카공화국(26.7cm)과 비교하면 좌우 움직임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낙폭은 아예 최하위였다.<br><br> 커브는 반대로 너무 많이 떨어져서 문제였다. 한국 투수가 던진 커브는 이번 대회 20개 참가국 투수가 구사한 같은 구종 가운데 ‘상하 무브먼트’가 33.3cm로 가장 컸다. 여기에 평균 구속(시속 123.0km)은 네 번째로 느렸다. 이러면 상대 타자는 투수가 공을 던진 순간 ‘커브’라고 예상하게 된다. ‘너무 정직한 변화구’로는 상대 타자를 속일 수 없다.<br><br> 체인지업이 그나마 ‘최후의 보루’였다. 한국산 체인지업은 상대 타자를 타율 0.149로 막았다. 재미있는 건 체인지업은 일반적으로 땅볼을 유도하고자 할 때 던지는 구종이지만 이번 대회 때는 뜬공 유도가 더 많았다는 점이다. 체인지업은 속구가 뒷받침될 때 위력이 배가된다. 그런데 속구 자체에 힘이 없으니 이런 일이 생겼다.<br><br> 요컨대 ‘세계 야구’가 스위퍼, 킥 체인지 같은 신종 변화구를 ‘명품 조연’으로 활용할 때 한국은 속구라는 ‘주연’ 캐스팅에도 애를 먹고 있다. 그 바람에 변화구마저 녹슬고 말았다. 명심하자. 배팅 볼은 아무리 제구가 잘돼도 배팅 볼일 뿐이다.<br><br> 관련자료 이전 여자 의사 복서 서려경 계체 통과…상대는 실패 [아시아 타이틀전] 03-21 다음 축구의 나라 이탈리아, 하키 강국 캐나다도 “WBC 만세” 03-2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