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겨울 스포츠 레전드들의 굿바이가 다가온다 작성일 03-23 13 목록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96/2026/03/23/0000739369_001_20260323133616110.jpg" alt="" /></span> </td></tr><tr><td> 사진=현대건설 배구단 제공 </td></tr></tbody></table> 매 시즌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레전드들이 ‘굿바이’를 준비한다. 라스트 댄스를 위해 각자만의 시계를 돌려 달려가는 중이다. 프로농구에선 김정은(하나은행)과 함지훈(현대모비스), 프로배구에선 양효진(현대건설)이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br> <br> 굵직한 대기록들이 레전드의 타이틀을 증명한다. WKBL에서 20년 동안 뛴 김정은은 리그 최다 득점 1위 기록(8461점)을 보유하고 있다. 원클럽맨 함지훈은 구단 득점 1위(8385점), KBL 최다 출전 2위(852경기)를 기록 중이다. 현대건설의 프랜차이즈 스타 양효진은 한국 배구 역사상 최초로 8400점(8406점) 고지를 밟은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br> <br> ◆마지막을 위해<br> 신인 시절의 기억, 아득하지만 또렷하다. 낯선 코트 위에서 두리번거리다 실수하기 일쑤였다. 한 번의 실수에도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그때의 기억은 좋은 선배가 되는 자양분이 됐다. 어리숙한 후배들의 마음을 한 번 더 헤아리고, 다독이는 성숙한 베테랑이 됐다. 완숙해졌다는 의미이자 은퇴가 다가온다는 증거기도 하다. 양효진은 “지금 같이 뛰는 선수들에게 고마운 게 있다. 옆에서 제 스타일을 보고 배울 게 많았다고 얘기해주더라. 뿌듯함을 느꼈다”고 돌아봤다.<br> <br> 익숙하고도 때론 지겹게 느껴졌던 일상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괜스레 낯설게 느껴진다. 김정은은 경기 전마다 도열했던 베이스라인이 그리울 것 같다고 꼽았다. 그는 “경기 전에 베이스 라인에 서면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부분을 되뇌기도 했고, 승리를 위해 각오를 되새기기도 했다. 코트를 떠나면 그 순간이 가장 많이 생각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br> <br> 시원섭섭한 마음, 딱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힘든 감정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오랜 선수 생활 동안 괴롭혀왔던 부상, 재활과 안녕이다. 18년간 현대모비스를 지킨 함지훈은 “더 이상 힘든 운동을 안 해도 되고, 부상을 참고 뛰지 않아도 되는 점은 시원하다”면서도 “(양)동근이 형이랑 우승 반지 여섯 개를 차고 은퇴하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아서 섭섭한 마음도 든다”고 토로했다.<br> <br> 이별까진 아직 시간이 조금 더 남았다. WKBL 정규리그가 진행 중이고 하나은행이 2위(17승9패)에 올라있는 만큼, 김정은은 봄까지 농구를 한다. 함지훈은 올 시즌 팀이 8위에 그쳐 플레이오프(PO) 진출이 무산됐으나, 정규리그는 다음 달 8일까지 이어진다. 양효진은 현대건설이 정규리그 2위에 올라 오는 24일 열리는 준PO(3위 GS칼텍스-4위 흥국생명) 승자와 PO서 맞붙는다. 모두에게 조금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br> <br>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김정은은 “지금 당장 은퇴해도 후회는 없지만, 후배들이 챔프전을 뛰는 걸 꼭 보고 싶다”며 “기적적으로 내 몸이, 체력이 좋아져서 후배들과 함께 뛰고 싶다”고 바랐다. 양효진은 지난 20일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입단 동기 배유나(한국도로공사)가 “통합 우승은 우리가 할 테니 미리 미안하다”고 선공을 날리자 “유나는 45살까지 배구할 선수다. 이번 챔프전 우승은 우리가 가져가겠다”고 재치 있게 맞받아치며 의지를 드러냈다.<br> <br> ◆다음을 위해<br> 은퇴 투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무대가 아니다. 리그의 레전드로 인정받는 선수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은퇴 투어는 선수가 마지막 시즌에 여러 구장을 방문해 각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와 인사를 전하면, 이제껏 적으로 싸워왔던 상대 팀들이 존경으로 화답하는 기념행사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미국프로농구(NBA)에선 하나의 문화가 됐으나 한국 겨울 스포츠에선 보기 어려웠던 문화다. 이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간다.<br> <br> 올 시즌 은퇴 선수들은 커다랗게 느껴지는 의미에 은퇴 투어를 고사하기도 했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리그에 폐를 끼치는 듯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문화라도 시작이 있어야 이어지는 법. 함지훈과 김정은은 주변의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br> <br> 김정은은 “‘내가 먼저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작이라는 무게감도 들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선배들은 대단한 업적을 이뤘어도 은퇴가 그냥 흘러갔다. 내가 선례를 만들어야 후배들의 마지막 여정이 더 많은 박수가 따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자농구 선수들의 은퇴가 존중받는 문화가 이어졌으면 한다. 이제는 최초라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br> <br> 이어 “은퇴 투어를 하면서 생전 처음 느끼는 감정도 들었다. 다른 유니폼을 입고 경쟁했지만 나와 인연이 없는 팀은 하나도 없더라. 내가 뛰었던 팀, 나랑 같이 뛰었던 동료, 국가대표에서 만났던 동료들 등 다 나한테 소중한 인연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업자로서 연대감을 느꼈다. 각 구단에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개 숙였다.<br> <br> 배구는 지난 시즌 은퇴한 김연경이 은퇴 투어의 포문을 열었다. 양효진은 팀 성적을 우선하며 고사했으나, 상대 구단들은 자발적으로 특별한 작별 인사를 준비했다. 양효진은 “개인적으로 떠들썩하게 은퇴하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은퇴식 행사를 하면서 마음이 짠했다. 팬들께 많은 감동을 드리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진심을 전했다.<br> <br> 한 스포츠계 관계자는 “겨울스포츠에도 은퇴 투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면서 “KBO만 봐도 각 구단이 은퇴 선수와의 특별한 인연을 담은 선물로 예우와 존경을 전하지 않나. 농구와 배구도 마지못해 하는 흐름이 아닌, 진심이 우러나오는 모습들이 모여 은퇴 선수의 공로를 빛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짚었다.<br> 관련자료 이전 "스타일리시 액션으로 재탄생"…'쿠키런: 오븐스매시' 손맛으로 승부 03-23 다음 "재충전을 위해 집으로 돌아간다" 마이애미오픈에서 충격패 당한 알카라스 03-2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