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출판’도 출판이라 부를 수 있을까? 작성일 03-30 36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5yQzjXAi57">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6f76656bd4e568f23133aeacb7513762de239e7f89513b8cb499e0a55c0c56ac" dmcf-pid="1WxqAZcnYu"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Artificial intelligence with human brain circuit electric background. Digital futuristic big data and machine learning. vector banner art illustration."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3/30/hani/20260330070627452uolt.jpg" data-org-width="754" dmcf-mid="XuqXMIRfZ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30/hani/20260330070627452uolt.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Artificial intelligence with human brain circuit electric background. Digital futuristic big data and machine learning. vector banner art illustration.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7fb5985da6e383e6f62106b6ff28e7fe914cdd6cb49dc591e3f2c8e4a6b6acf4" dmcf-pid="tqEdy2WIZU" dmcf-ptype="general"> 2026년 3월 미국 출판사 아셰트 북 그룹(Hachette Book Group)은 미아 밸러드가 쓴 호러 소설 ‘샤이 걸(Shy Girl)’의 출판을 철회했다. 영국에서의 판매를 중단하고 미국 출판 계획을 취소한 것이다. 굿리즈 등의 커뮤니티에서 소설의 일부분이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작품 속 인공지능의 흔적을 분석한 유튜브 영상이 백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후였다. 출판사는 뉴욕타임스에 낸 성명서를 통해 “아셰트는 독창적인 창작 표현과 스토리텔링을 보호하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은 독창성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사건은 출판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p> <p contents-hash="02900fb978ec00a1f0a24c34acc9934e280ad62e2a772db5fcaea33104d170bb" dmcf-pid="FBDJWVYCtp" dmcf-ptype="general">한국에서는 최근 한 출판사가 한 해 9천여 권의 책을 펴내 구설수에 올랐다. 집필을 포함한 출판의 거의 모든 공정을 인공지능에게 맡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마우스 클릭음을 딴 ‘딸깍 출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딸깍 출판'은 인공지능의 ‘생산적인’ 사용을 통해 출판물의 종수 제한을 사실상 폐기한다. 해당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작가와 편집자라는 요소를 우회하고도 책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p> <p contents-hash="8dc7e7b4b14e1eb5749af6d7cdafaa9ce8fe8ea832082e7db97e69897068dc5e" dmcf-pid="3bwiYfGh10" dmcf-ptype="general">하지만 대부분의 출판인에게 ‘노동과 관계가 소거된 책’은 어불성설이다. 작가의 삶이 있고, 글쓰기의 과정이 있고, 인연과 약속이 있고, 편집자의 편집 및 수정 과정이 있다. 책의 서체와 디자인을 결정하고 홍보 컨셉을 정하며 독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번역서라면 원문을 깊이 이해하려는 애씀과 번역어를 놓고 벌이는 씨름이 있다. </p> <p contents-hash="fc590feea9842b7f9502f92e8ae0af6c582d701ff5dd46b680e9db17eab12916" dmcf-pid="0KrnG4HlZ3" dmcf-ptype="general">사실 글쓰기의 본령은 ‘딸깍'을 방지하는 데 있다. 글을 쓰면서 필자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단어를 고르고, 기억을 더듬고, 사례를 수집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증거를 살피고, 흐름을 면밀히 검토하고, 독자를 상상하고, 사회적인 파장을 고려하고, 때로 좌절을 견딘다. 그리고도 여전히 불완전한 원고를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지만, 글을 쓰고 고치는 과정에서 자신과 세계가 아주 미세하게 변화했음을 감지한다. </p> <p contents-hash="2a35516698bf14cf24a8636d6bcd7b0e48f99a4aeb8169da502f60002c2eac5e" dmcf-pid="p9mLH8XSGF" dmcf-ptype="general">생성형 인공지능의 광범위한 사용은 고군분투를 사라지게 한다. 머뭇거림의 사유를, 서투름의 흔적을, 시행착오의 시간을, 길을 더듬어 찾는 수고를, 무의식적인 천착을, 처절한 글 막힘을, 체화에 필요한 최소의 시간을, 멈추어 다시 보기를, 자신의 무지에 대한 자각을, 대화를 통해 글길이 트이는 경험을, 망친 글을 끌어 안고 사는 감각을, 곁길에서 만난 작품을 탐독하며 잠시 쓰기를 멈추는 기쁨을, 참고문헌을 훑어가며 지도를 그려보는 즐거움을, 경험이 축적되고 단단한 필자로 성장할 시간을. </p> <p contents-hash="2f91cd375eb65985eebc918cf14de232a5796866db1a2545d6224b8e222ea2ce" dmcf-pid="U2soX6ZvYt" dmcf-ptype="general">출판의 목표는 텍스트가 담긴 책의 생산인가, 아니면 인간과 인간이 만나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새로운 세계를 지어나가는 일인가? 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기술의 파고에 휩쓸려 가는 마음을 부여잡는 일이다. 시간을 단축하고 제품을 내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점을 잊지 않으면서.</p> <p contents-hash="701c5c8441681c1ce07f47d40973ae01d765b933a529216a9b8e1c94aaf9abfc" dmcf-pid="uVOgZP5T51" dmcf-ptype="general">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글쓰기라는 행위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 대화와 정성이 만드는 시간의 두께를 삭제하고 책을 펴내는 일을 과연 ‘출판’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합당한 일인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딸깍 출판으로 달려들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이들은 출판을 매개로 형성되는 쓰기와 편집 과정의 지루함과 지난함을 지켜낼 것이다. </p> <p contents-hash="e3c94fb74bfe6e9089e1b524b9f33bc56deb6b3827422536062d0841d062369a" dmcf-pid="7fIa5Q1y15" dmcf-ptype="general">‘딸깍 출판’이라는 사회경제적 관행을 멈출 수 없다면, 다른 이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새로운 형태의 출판이라고 부르는 것은, 수백 년을 이어온 출판이 눈앞에서 자기 이름을 빼앗기는 일에 가까울 것이다. 적어도 노동과 연대를 출판의 중심에 놓는 이들에게 ‘딸깍 출판’은 출판하지 않는다. 그저 딸깍거릴 뿐. </p> <p contents-hash="d993c91d6150313a18dc4f4043b01199ac0523e15a24728ead3471251cf00b38" dmcf-pid="zaFSVkfz1Z" dmcf-ptype="general">응용언어학자</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b15bf2f6cdb7b94a1137fde6ec3bee96eb935d1e2f0f546ceb8cd048904fd92c" dmcf-pid="qN3vfE4qYX"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AI가 집필을 포함한 출판의 전체 공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딸깍 출판’에 대해 김성우 응용언어학자는 ‘노동과 관계가 소거된 작업’이라고 비판한다. 연합뉴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3/30/hani/20260330070628711vble.jpg" data-org-width="970" dmcf-mid="Z3FSVkfzG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30/hani/20260330070628711vble.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AI가 집필을 포함한 출판의 전체 공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딸깍 출판’에 대해 김성우 응용언어학자는 ‘노동과 관계가 소거된 작업’이라고 비판한다. 연합뉴스 </figcaption> </figure>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p> 관련자료 이전 "검색 왕좌 지켰다" 네이버 AI 브리핑 검색 점유율 64% 03-30 다음 [인터뷰] AI시대 필요한 어린이 교육? “친구들과 맘껏 뛰놀게 하자” 03-3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